여러분이 잘 알겠지만, 본문 앞에 나오는 몇 구절의 게송은 적천논사가 지은 것이 아니고 무착보살이 지은 것이다. 티베트 불교에서 모든 고승들이 논전을 지을 때 앞에 절하는 구절, 맹세하는 구절을 쓴다. 이 과정이 논전을 짓는 전행(前行)이다. 본문의 게송과 이 게송을 구분하지 않으면 논전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현상이 생긴다. 그러므로 각 게송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이 게송은 절하는 게송과 맹세하는 게송으로 나뉜다. 그중 앞부분은 관세음보살께 절하는 게송이다. 이어지는 부분은 이 논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부처님과 보살 즉 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 문수보살, 적천논사께 절하는 게송이다.
성자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께 절합니다무착보살의 상속에 있던 이와 같은 대자대비는 관세음보살의 가피에 힘입어 얻어진 것이었다. 그의 전기를 보면 그가 관세음보살에 불공(不共)의 신심을 가졌던 것을 알 수 있다. 또 티베트에서는 무착보살이 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 그는 먼저 성자 관자재보살께 절을 하고 있다. 이것은 전체를 아우르는 절이다.
이어서 시학과 수사학의 수식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석가모니 부처님께 기도하고 있다. 이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티베트 불교에서 대승불교를 믿는 사람은 붓다와 대승의 고승들에게 절을 한다. 소승불교를 믿는 사람은 붓다와 소승의 고승들에게 절한다. 중국 불교에서도 높은 스님들이 불법을 전할 때, 먼저 석가모니 부처님, 문수보살, 지장왕보살, 관세음보살께 절하고, 역대의 전승 스승께 절한다. 나는 이것이 매우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이것은 우리가 불교도임을 표시하는 것이다. 인도에도 이런 전통이 있다. 어떤 사람이 어느 본존, 어느 스승께 절하는가를 보면 그가 어느 전승에 속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앞으로 불법을 널리 알리고 중생을 이롭게 할 때, 논전을 짓거나, 논전을 해설하거나, 변론을 할 때 먼저 석가모니 부처님께 절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첫째 공덕이 아주 크고, 불교도로서 부처님 앞에 이렇게 절해야 한다.
모든 중생을 자애로 대하며발심과 2가지 자량을 저어 바다에서아집과 사변의 희론에서 멀어진 불법의 감로 비를 내리시고정반왕자께 절합니다 여기서 수식의 방식으로 석가모니 부처님께 절하고 있다. 저자 무착보살은 학문이 깊고 넓은 사람이었다. 그의 전기를 보면 대장경을 두루 읽었을 뿐 아니라, 현종의 경전과 밀종의 속부에 정통했을 뿐 아니라 세상의 여러 학문, 특히 시학에 능했다.
모든 중생을 자애로 대하며
석가모니 부처님이 인지에 계실 때, 인자하게 모든 중생을 보살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최초에 대석가불 앞에서 보리심을 냈고, 중간에 3대아승지겁 동안 자량을 쌓았고, 마지막에 색신과 법신의 과위를 얻었다. 그리고 중생의 인연에 따라 법의 바퀴를 3번 돌리셨다.
발심과 2가지 자량을 저어 바다에서
열반에 머물지 않는 자성의 삼신이 겹겹의 구름처럼 나타나게 해고대의 책에 이 비유가 있다. 바닷물을 저어서 수증기를 만들고, 층층이 겹친 구름도 만든다. 그런 것처럼 발심과 지혜와 복덕 두 자량을 저으면, 열반에 머물지 않는 붓다의 자성의 삼신을 만들 수 있다. 열반에 머물지 않는 자성이란, 성문, 연각과 달리 붓다께서 적멸에 머물지 않고, 모든 희론에 대한 집착에서 멀어져 있으며, 법신 보신 화신 삼신의 과위를 얻었음을 가리킨다.
아집과 사변의 희론에서 멀어진 불법의 감로 비를 내리시고
검은구름이 밀려들면 비가 내린다. 마찬가지로, 붓다께서 삼신의 과위라는 구름을 얻으면 중생에게 아집과 사변의 희론에서 멀어지라는 감로의 비와 같은 정법을 이야기하신다.
중생의 의혹의 불을 끄고 이익과 안락의 꽃이 피게 하시는
비가 내리면 거세게 타오르는 불을 끄고 아름다운 꽃이 피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붓다의 삼전법륜의 묘법의 감로로 삼유의 중생의 상속에 있는 번뇌의 불길을 끌 수 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인간계와 천계의 복덕을 누리는 “이익”을 얻고, 궁극적으로는 원만한 정등각의 “안락”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얻을 수 있다.
정반왕자께 절합니다
세상에서 유일하고, 발심이 흰연꽃 같은 정반왕자 즉 우리들의 큰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 앞에 후학자인 나는 공경하며 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