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
아침 부서장 회의 참석을 마치고, 긴 복도를 걸어 정신병원 약제실로 오는 대신, 요양병원 앞 정원을 통과하려고 행정동 건물 밖으로 나왔다.
“아! 맑다. 신선하다.” 산수유나무에 샛노란 꽃봉오리들이 방긋방긋, 귀여운 노란 병아리들이 모여 재잘거리듯, 밝은 미소를 띠어주었다. 어깨를 폈다. 뒤로 한 번 젓히고 걷기 시작했다.
옛날 내가 어렸을 적 초등학교 시절, 아빠가 가끔 주말에 엠블런스(ambulance, 구급차)를 타고 지방으로 왕진을 가실 때, 나도 종종 따라갔었다. 울퉁불퉁 쿵쿵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달려도 차멀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빠 옆에 앉아 창밖의 자연세상을 구경함이 재미있었다. 어느 이른 봄날, 시골길을 달리는데, 우중충한 회색 산들, 들판, 꼬부랑 언덕을 지나던 중, 노란 꽃나무 한 그루가 반짝했다.
“아빠, 저기, 노란 꽃 있다.”
“응, 꼭 우리 딸같이 예쁘구나.”
“난, 저 꽃나무가 언젠가는 우리 집 뜰에서도 피는 그런 곳에서 살래.”
자동차는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렸고, 그 꽃이 산수유임은 먼 훗날에 알았다.
병원 행정동 건물 끝 화단과 운동장으로 내려가는 곳 입구의 정자 옆에 서있는 가냘픈 나무가 바로 그 산수유꽃나무와 똑같아 기뻤다.
“산수유꽃나무여, 오늘 하루도 즐겁게 근무할 수 있도록 활기를 넣어주어 감사하오.”
회의시간에 적어 온 노트를 꼭 쥐고 약제실을 향해 걸었다. 정신병원 건물 위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아버지랑 추억속에 남아있는
산수유꽃!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