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하루 종일 비가 온다.
우산을 하나씩 들고 숙소와 가까운 진평왕릉을 찾았다.
진평왕은 선덕여왕의 아버지로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왕으로 생각하고 기대를 하며 릉을 찾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릉에 비해 관리가 너무 허술했다.
그 흔한 안내판도 없고 보호를 위한 가드도 쳐 있지 않았다.
릉 앞에는 오래된 비석뿐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물안개가 자욱하니 진평왕릉은 더 스산하고 외로워 보였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우리 말고 한 팀이 더 있었을 뿐이다.
비가 와서 그런가?
그래도 명색이 신라의 왕인데 현재 후손들에게 이런 대우를 받고 있는걸 보니 마음이 참 아팠다.
내가 신라의 역사를 잘 몰라서 그런가?
혹시라도 이런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그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
누가 그 이유를 아시면 좀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자녀들과 미안한 마음을 담아 잠시 눈을 감고 기도를 한다.
선덕여왕의 아버지인 제26대 진평왕의 능이다.
밑 둘레 약 10m, 높이 약 7m의 원형 토분으로 장식 없이 소박한 모습이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유홍준 교수는 진평왕릉을 두고 ‘꼭 보아야 할 경주의 보물 세 가지 중 하나’라고 평했다.
저서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그는 진평왕릉을 이렇게 표현했다.
'왕릉으로서의 위용을 잃지 않으면서도 소담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는 고분은 진평왕릉 뿐이다.'라고.
다른 왕릉이 무인상, 문인상, 돌사자, 호석과 돌난간, 능을 감싸는 도래솔 등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다면, 진평왕릉은 대신 아담한 숲을 갖고 있다.
(출처: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2XXX2756726)
돌아와 숙소에서 진평왕릉에 관하여 인터넷을 검색하니 그 이유가 나온다.
그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까운 곳에 경주 황복사지 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 신문왕이 돌아가신 후 아들인 효소왕이 아버지의 명복을 빌고자 세운 탑이다.
신문왕은 문무대왕의 아들이다.
문무대왕을 위해 아들 신문왕은 감은사를 세우고 신문왕을 위해 아들 효소왕은 황복사를 세우고...
그 효심도 대대로 전해지나 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하지만, 여기도 진평왕릉과 마찬가지이다.
그냥 간단한 안내판에 삼층석탑뿐이다.
석탑 주위에 임시로 보호 줄만 쳐져 있을 뿐이다.
신라의 유물들이 이런 대우를 받는 게 참 마음이 아팠다.
유물이 워낙 많이 나와서 그런 건가?
유물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어야 하는데, 많다고 해서 이렇게 대우를 못 받는 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모두 다 가치 있는 우리 선조들의 문화재인데 말이다.
우두커니 외롭게 서있는 삼층석탑에게 역시나 미안한 마음의 기도를 드리고 씁쓸한 마음을 뒤로한 채 돌아섰다.
경주시에 민원을 넣어야 하나?
심히 고민이 된다.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어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들이 잘 보존되고 후세에까지 잘 물려지면 좋겠다.
오늘 날씨가 그런 건지 내 마음이 그런 건지 참 우울해진다.
오후가 되니 날이 추워지고 비도 계속 내려 돌아다니기가 힘들다.
그래서 실내로 향한다.
구 경주역.
이곳에서는 ‘빛과 색채의 마법사 클로드 모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경주의 관문이자 지역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었던 경주역이 문화, 체험,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단장되어 또 다른 문화를 이끌고 있다.
도심 속 오래된 공간을 새로운 문화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점이 참 좋았다.
역사를 품은 오래된 도시의 미래라고나 할까?
모네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미술가 중 한명으로 인상파 양식의 창시자 중 한사람이다.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며 인상파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림을 그리는 기존의 규칙과 이론을 따르지 않고 오히려 이에 저항했다.
“나는 오직 내가 보는 것만 그릴 수 있다.”
“똑같은 건물을 하루에 여러 차례 관찰하면 빛에 따라 형태와 색감이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리 돌이라도 빛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 클로드 모네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인 그림으로는 해돋이, 양산을 쓴 여인, 양귀비 들판 등이 있다.
경주 여행 중 비가 온 덕분에 우연히 만난 클로드 모네.
여행이 준 행운의 선물이다.
오후가 되자 자녀들과 함께 경주시립도서관으로 향했다.
우리는 갈데없으면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언제나 좋다.
각자 좋아하는 책을 찾아 5명의 식구들이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보며 책 삼매경이다.
나와 아내는 요즘 소설 ‘담덕’을 읽고 있다.
고구려 역사를 다룬 4권의 소설책인데 참 재밌다.
경주 온 기념으로 아내와 이 책을 다 읽고 가자고 약속했다.
첫째는 소설책을 둘째와 셋째는 만화책을 읽고 있다.
어느새 오늘도 금세 어두워진다.
한 것도 별로 없는데 여행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제 돌아가는 날 빼고 4일 남았다.
남은 시간을 자녀들과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해 나와 아내는 열심히 검색하고 공부를 한다.
[초3의 일기]
오늘 클로드모네 미술관에 갔다. 작품 하나하나를 정말 세세하게 그린 거 같다. 중간에 그림 색칠하기와 스탬프 찍기가 있어서 그것도 하고, 마저 작품을 봤는데 너무 잘 그렸다. 그 중에 나는 <수련연못: 분홍조화>라는 작품이 가장 맘에 들었다. 작품을 다 보니 클로드모네 화가님이 존경스러웠다.
#경주일기, #10일차, #진평왕릉, #황복사지삼층석탑, #구경주역, #경주시립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