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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덮친 대학가 진풍경…사회초년생들도 대학가 못 떠나
1000원 학식, 원래 가격은 4000원…어떻게 가능했나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푸른솔문화관에서 '천원의 아침밥' 무료 식권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이날 하루 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일 100명분 내외의 '천원의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한다. 2023.3.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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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밖에서 먹으면 하루 식비 2만원은 금방 넘기는데 아침이라도 1000원에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오늘은 무료 이벤트라고 해서 더 빨리 나왔어요."
15일 오전 7시50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푸른솔식당 입구 앞으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아침 무료 아침 이벤트 소식을 듣고 온 15명의 학생들은 판매 시간 약 10분 전부터 기대에 찬 얼굴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13일부터 경희대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과 함께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출이 잦아진 대학생의 식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학생회측에 따르면 앞으로 약 9개월간 경희대 푸른솔식당에서 매일 오전8시부터 9시30분까지 하루에 100인씩 총 1만2600인분의 아침식사를 1000원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날 하루는 특별히 총학생회측에서 1000원을 더 부담해 선착순 100명에게 '무료 아침학식' 행사를 열었다.
◇"오늘 하루 학식이 공짜예요"…1000원 학식에 무료 학식까지 등장 '북새통'
오전 8시 정각이 되자 약 40명의 학생이 순서대로 숫자가 적힌 무료 학식권을 받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는 점점 채워져 갔지만 줄은 10분이 넘도록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80번대 식권을 받은 대학원생 김모씨(28·여)는 "사실 1000원일때도 줄이 긴 편인데 오늘 하루 무료라서 유난히 더 사람이 많아 보인다"며 "이른 아침에 학교 주변에 식당 문 연곳이 없어서 못 먹었는데 이렇게 싸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학교 기숙사에서 나온 홍소빈씨(22·여)는 "오늘 선착순 100명이라고 해서 운동 끝나고 오는 길에 씻지도 않고 바로 달려왔다"며 "이젠 오전 수업 들어가기 전에 아침까지 저렴하게 챙길 수 있어서 벌써 든든해지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이날 아침 메뉴는 김치 순두부국 정식이었다. 반찬에는 무말랭이와 동그랑땡, 김 등이 나왔다. 또한 식후로 마실 수 있는 오렌지 주스도 제공됐다.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통해 저축한 돈으로 학교 생활을 이어간다는 한의학과 박진우씨(23·남)는 "고등학교 때는 아침을 잘 먹었는데 대학 오고 나서 돈도 아낄 겸 안 챙겨 먹게 됐다"며 "밖에서 먹으면 하루 식비가 2만원은 되는데 이제 학교에서 건강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회계세무학과 김성준씨(27·남)는 "물가가 올라서 보통 학교 학식으로 두 끼 식사를 해결하는데 낮춰지기 전에도 하루에 8000원밖에 안 들어서 돈을 많이 절약했다"며 "이제 1000원으로 아침까지 해결할 수 있어서 더 건강해질 것 같고 자주 이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학교 학생들이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푸른솔문화관에서 무료로 배식 받은 '천원의 아침밥'을 먹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이날 하루 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일 100명분 내외의 '천원의 아침밥'을 무료로 제공했다. 2023.3.15/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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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이외에도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시립대 등 40여개 학교가 농정원의 아침밥 사업에 선정됐다.
경희대의 경우 정부가 1000원, 대학본부가 1500원, 생협(경희대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500원을 나눠 부담하는 방식으로 아침식사 가격을 4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췄다.
경희대 관계자는 "아침은 기숙사 학생이 대부분이고 원래 외부인도 4000원 학식을 구매하고 드시는 것은 문제되는 일이 아니었지만 1000원 학식의 경우 학생들이 우선이기 때문에 외부인과 구분할 방법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성균관대는 2017년 2학기부터 졸업생들의 기부금으로 1000원 학식을 제공해왔다. 물가 상승으로 평균 학식이 500원 올라 4500원이 됐지만 1년치 학식 유치 예산 중 80%는 기부금으로 부담하고 있어 이번 농림부의 보조 지원금은 20% 정도를 충당해주는 셈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이미 5년전부터 1000원 학식을 제공해 왔는데 요즘 고물가가 심하다 보니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며 "하루 평균 400명 정도의 학생이 현재 1000원으로 아침밥을 먹고 있다"고 전했다.
◇ 고물가 타격 큰 사회초년생들도 대학가 상권으로 복귀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대학가를 찾는 것은 대학생뿐만이 아니었다. 이제 막 취업을 한 사회초년생들도 식비 등 생활비를 아끼려 대학가 상권을 떠나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으로 출퇴근을 하는 김모씨(28·남)는 집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회기역 근처 모교 대학가를 떠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김씨는 "대학가 근처라서 1인 가구가 간편히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많아서 편리하다"며 "광화문 인근으로 이사할 경우 지금보다 최소 1.5배이상의 주거비용이 들어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5년동안 거주했던 흑석동을 떠나 최근 숙대입구역 근처로 이사한 박모씨(29)는 "대학가는 아직 6000원짜리 밥을 파는 맛집이 있지만 다른 곳은 한 끼에 1만원은 거의 다 넘어간다"며 "돈을 아껴야 하는 시기에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밥을 해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또래들은 한 달에 얼마큼 저축할 수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금액을 획기적으로 보전하는 방법이 대학가에서 학생들과 생활 반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취직 전까지 학교 근처에서 오래 거주했던 이모씨(28·여)는 "본가가 지방에 있어서 처음 정착한 곳이 학교 주변이다 보니 생활비, 교통비 절약 차원에서 학교를 계속 못 떠났다"며 "이번에 찾은 집도 최대한의 절약을 위해 보증금은 거의 두 배지만 월세는 비슷한 조건으로 발품 팔아 어렵게 찾았다"고 전했다.
고물가와 난방비·전기료 등 공공요금이 크게 오르면서 대학가 하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12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학교 인근 주민 알림판에 하숙 및 원룸 공고가 붙어 있다. 2023.2.12/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