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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착한 아이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7년 9월의 기록입니다. 의정부시 녹양동으로 오기 전 오산에 있을 때 쓴 글인데 명절 밑이 되니 다시 읽어지네요. 1년 전쯤의 이야기인데 엊그제 이야기인양 아릿해서 옮겨 봅니다.)
어린공주 그림을 본 적이 있으신지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공주 버전을 말입니다. 저는 보았습니다. 제게 다가왔고 선물을 주고 갔어요.
작년 12월 초순, 저는 철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습니다. 칠보산자유학교 4학년 어린이 열네 명이 손수 써서 책으로 만들어 보내 준 문집을 우편으로 받은 것입니다.
‘멋진 헌책방 책’
초록색 바탕의 종이에 손수 쓴 글들을 한 장 한 장 붙여 만든 열두 장 스물네 쪽의 책. 편지글과 삽화 그림, 헌책방의 평면도까지 손 글씨로 써서 맵시 있게 붙여 아름답게 만든 예의 책은 끈으로 정결하게 묶여 ‘멋진 헌책방 책’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습니다.
어린공주 그림은 마지막 페이지에 붙어 있었습니다. 꽁지머리의 끝을 별처럼 맺고 활짝 웃음으로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하는 어린공주 그림은 하늘 부분에 ‘겨울에 피는 꽃’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빨간 색깔의 조그마한 꽃 위에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린공주의 웃음과 겨울에 핀 꽃, 동화책 속의 삽화처럼 예쁘게 그려진 그림을 선물로 받고 그린 이의 뜻을 짐작하기 어려워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어린공주 그림에게서 얻은 감상은 ‘멋진 헌책방 책’을 처음부터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아래에 첫 장에 기록된 어린이의 인사말부터 마지막 장의 어린공주 그림까지 요약을 하여 ‘멋진 헌책방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괄호 안은 제 감상인데, 나중에 어린이들을 다시 만나면 이야기를 해줄까 하고 속으로 생각해 둔 것입니다.
-헌책방 책선생님께. 헌책방에 들어왔을 때 좋은 책 냄새가 났어요. 다음에 또 놀러 갈게요. 정말 고맙습니다. (‘헌책방 책선생님께’라는 인사말의 ‘책선생님’이라는 말을 읽는데 기분이 좋았어요. 그렇게 불려본 적이 없었거든요.)
-할아버지, 우리가 책을 많이 무너뜨려서 죄송해요. 길이 좁기는 했지만 책이 많아서 좋았어요. (또박또박 글씨 편지에, 크리스마스카드를 색연필 글씨로 만들어 추가했더군요. 책을 잘 쌓아서 무너지지 않게 하고, 책방 안의 길을 넓힐 연구도 해볼게요.)
-갖고 싶은 책 결정해 놓았어요. ‘이무기와 갑옷’이에요. 다음에 가서 살 테니 절대 팔지 마세요. (밑줄을 쳐서 원고를 썼더군요. 글짓기를 좋아하는 어린이인 듯 보였어요. ‘이무기와 갑옷’ 책을 못 찾아서 챙겨놓지 못했는데, 미안해요. 구해지면 챙겨놓을 게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신데렐라. 거대시리즈, 미니시리즈. 헌책이라고 쓰레기 그대로 버리시는 분 많은데 힘내세요. 파이팅. (책 그림을 그리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와 신데렐라 제목을 넣어 보고 싶은 책을 표시했더군요. 판타지 소설은 나도 좋아하는데……. 우리 함께 파이팅.)
-저는 작가가 꿈이에요. 커서 훌륭한 작가가 되면 꼭~~~ 새책을 선물로 드릴게요. 건강하게 책처럼 오래오래 사세요~~ (작가가 되어 직접 쓴 새책을 선물할 것을 약속하고, 편지의 하단에 책 그림을 그려 헌책장사가 오래오래 살기를 기원했더군요. 꼭 작가가 되세요. 새책 선물 기다릴 게요.)
-제가 가봤던 헌책방 중에 제일 좋았어요. 다음에 또 갈 거예요. (헌책방의 평면도를 추가했네요. 언제 그렇게 조사했는지 너무 정확했어요. 나중에 건축 설계도를 그리는 설계사가 되면 좋겠네요. 그렇게 기대해도 되는 거죠?)
-‘그 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제목인 책에 그 말이 한 번밖에 안 나왔어요. 웃기죠!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꾀(꽤) 많이 남았지만. (편지가 웃음이 터지는 내용이라 명품 콩트를 읽은 기분이었어요. 크리스마스트리 그림까지 선물했고요. 어른이 되면 좋은 작가가 되어 재미있는 콩트를 많이 쓰세요.)
-20년 뒤 제가 아기 낳고 또 놀러 갈 테니 그 동안 건강하셔야 해요. (아기와 함께 온 그림을 만화적으로 그려 주었어요. 헌책장사가 20년 후까지 살아야 할 텐데 걱정이어요. 아기가 얼마나 예쁜가 보고 싶은데……)
-헌책방에서 일하시는 것 힘드시지요? 그래도 열심히, 항상 잘하시는 모습이 너무 멋져요. (피카소 그림 같은 어려운 그림을 추가했더군요. 멋진 화가가 될 듯싶었어요. 미리 싸인 받아놓고 축하할 게요.)
-저번 금요일에 친구들과 같이 갔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오래오래 행복하게 책도 많이 팔고 사세요. (헌책방 할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해 주는 착한 어린이였어요. 의사나 간호사처럼, 병든 사람을 돕고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이 될 듯싶은 어린이였어요. 고마워요.)
-실수로 책을 많이 떨어뜨렸는데 다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친절하고 건강하게 사세요. (예절을 아는 착한 어린이였어요. 학교 선생님이 되면 아이들을 잘 가르치겠다 싶었어요. 미리 박수칠게요.)
-우리 동네에는 헌책방이 없어요. 이번에 처음 가봤어요.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BOOK’라는 로고를 만들어 그림으로 붙여 보내 주었더군요. 미래의 출판사 사장님이 방문한 듯싶었어요. 헌책방 할아버지 꿈이 그거였는데……)
-비타민음료 맛있었어요. 100000개 더 주세요. 뻥이에요. 우리 동네에는 헌책방이 없어서 처음 가봤는데 재미있었어요. (‘할아버지 잡아먹는 책’이라는 로봇 그림을 그려서 웃었어요. 책 모양 그림에 BOOK라는 글로 눈과 코 입을 그리고 쓰고 양팔과 다리를 그렸더군요. 앞글의 로고 그림을 그린 어린이와 동일인이라는데 만화그림에 소질이 있었어요. 나중에 그림처럼 멋진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되거나, 로봇이야기를 쓰는 만화 작가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헌책방 하는데 힘들 텐데 저희까지 책을 밑에서 꺼내어 위에다가 마음대로 올려놓고 시끄럽게 했어요. 감사합니다. (책 그림을 그리고 두 면에 또 편지를 넣어 주었네요. 미래의 출판사 편집장님을 본 듯한 기분이었어요. 대학도서관 관장님일까 싶기도 하고요. 그때까지 헌책방 할아버지가 건강하면 좋을 텐데……)
-저는 동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동물 책을 찾았어요. 저는 그렇게 책이 많은 줄 몰랐답니다. 다음에 또 올 게요. (동물의사 꿈나무가 찾아주었다고 생각되어 기분이 좋았어요. 틀림없이 그렇게 될 거에요.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동물의사가 되는 게 가장 좋아요.)
-저는 헌책방에 처음 가봤어요. 전에는 엄마랑 새책을 사거나 인터넷서점에서 샀어요. 사람들이 책을 쓰레기로 버리거나 책을 아무데나 쌓아둔 데요. 할아버지에게 고마운 일이 많아요. 감사해요. (간판 글씨를 그림으로 그리고 책방 안의 평면도를 추가했더군요. 건축설계사, 혹은 멋진 화가가 될 듯싶었어요. 그리고 고맙다고 말해 주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마지막 장, 어린공주 그림과 ‘겨울에 피는 꽃’ 그림이 있더군요. (서두에서도 설명했지만 어린공주의 꿈이 ‘겨울에 피는 꽃’인 이유가 해석하기 어려웠어요. 그래도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꼭 꿈을 이루어내겠다는 표시’로 보아 감동이 되었어요. 직접 설명을 들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인솔 선생님의 편지가 따로 끼어 있었는데, 아래에 전문을 옮기겠습니다.
책방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책방 다녀간 기억, 아저씨의 환대가 아이들에게 큰 기쁨으로 남았어요. 고마움 전하려 서툴더라도 편지 썼어요.
주신 책은 반 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 아이들까지 돌려보고 있어요. 풀 빠져서요.
두고두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 세월 지나도 한결같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곳이 우리에게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늘 건강하시고 평화롭게 지내시길요. 또 찾아뵐 게요.
수원칠보산자유학교 홍경희 올림
(어린이들의 글은 양이 많아 요약을 하고 이름을 쓰지 않은 편지가 있어서 모두 서명들을 옮기지 않았지만 선생님의 글은 성함 포함 전문 그대로입니다. 고맙습니다.)
대충만 요약을 했는데도 이만큼이네요. 어린이들의 글과 그림이 넘치도록 실린 24쪽의 책. 늙은 헌책장사는 일생의 보물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자랑을 일삼았답니다. (자랑을 너무 많이 해서 한두 쪽의 글, 혹은 그림을 잃어버리기도 하였는데, 책을 보신 손님들 중에서 ‘이런 명품은 한 장만이라도 소장하고 싶다’고 청하신 분들이 계셔서 ‘곤란하다’하였는데 어느새 슬쩍 챙기셨더군요. 위의 글에 소개하지 못한 어린이는 너무 훌륭한 글이라서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이해하세요.)
이제 정말 본 이야기로 돌아가서 어린이들이 방문한 날부터 이야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네요. 2016년 늦가을의 일이니 1년이 채 못 되었는데 엊그제의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헌책방 할아버지, 책 보러왔어요!”
엄마와 함께 먼저 와본 적이 있는 어린이를 선두로 아이들이 줄 지어 들어왔습니다. 가방을 메고 있는 게 학교에서 바로 온 듯 보였는데 잠깐 사이에 열네 명의 어린이들이 들어와서 책방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만화책 볼 게요!”
“이 책들, 한권에 1000원 맞아요?”
“무서운 이야기 만화 없어요?”
“나는 해리포터 볼래.”
“책 무너져. 밀지 마.”
“무너졌다! 할아버지, 책 무너졌어요!”
그런 소동이 없었습니다. 헌책장사 12년에 한꺼번에 온 손님으로는 가장 많은 어린이의 방문을 받은 그날, 늙은 헌책장사는 살아있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떠들썩하고 시끌시끌한 손님이 책방에 가득하니 부러운 게 없더군요. 어린이 손님만큼 즐거운 방문객이 없는데 책방에 가득했으니……게다가 그날, 저는 헌책장사 평생에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칠보산 자유학교 4학년 어린이들이에요. 아이들이 가을을 맞아 은행 알을 주워서 팔았어요. 그렇게 만든 돈으로 헌책을 사러 가보자 의논이 되어서 온 건데, 친절히 맞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인솔한 선생님의 말씀이셨습니다. 4학년이면 열 살 남짓…… 한창 개구쟁이로 군것질에나 관심을 둘 나이인데 은행 알을 주워 팔고 그 돈으로 헌책을 사러 왔다니…… 더군다나 온 곳이 이웃도시 수원의 호매실동 칠보산임에야…… 버스를 타고도 한참을 걸어서 왔을 텐데 이렇게…… 책을 보고 싶은 아이들의 열망이 가슴에 닿아 뭉클 하더군요.
“책 두어 권씩 더 가져가렴. 보고 싶은 걸로 골라서……”
절로 그런 말이 나왔습니다. 요즘처럼 책 보는 사람이 드문 세상에, 어린이들처럼 소중한 고객의 방문을 받고 감격하지 않는다면 헌책장사도 아니겠지만, 더구나 아이들이 마련한 돈이 은행 알을 주워 시장에 팔아서 만든 돈이라니, 그보다 가치가 중한 돈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게다가, 게다가 말입니다. 칠보산자유학교는 이웃도시의 일이라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대안학교라 하였습니다. 대안학교라는 이름의 뜻이 ‘공교육의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학습자 중심의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만들어진 종래의 학교교육과는 다른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까닭으로 정규 과정을 마칠 수 없는 학생들이 가는 곳’으로 세간에 알려져 있었고, 저 역시 다소간의 편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날 방문해준 우리 아이들의 밝은 모습은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입니다.
편견이란 참으로 어이가 없는 물건입니다. 직접 확인하지 않고 풍문만으로 단정 지어 버리는 외곬 생각. 전해 진 말을 사실로 믿고 으레 그러려니 해버리는 단순함이 세간에 퍼져서 상식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방문을 받은 후 조사해본 대안학교의 현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잘못된 방향으로 흐를 때 어떤 편견을 낳는지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아래에 네이버 지식백과에 공개된 글을 두 편 옮겨 봅니다. 대안학교의 현실을 잘 반영한 글이라서 가감 없이 그대로 옮깁니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8년간 대안학교에서 지냅니다.
대안학교라고 하면 보통 날라리, 장애인들이 간다고 합니다.
저는 날라리도 아니고 장애인도 아닙니다.
보통 두 종류로 나뉘는데, 1번째는 저희학교를 빗대어서 말씀해드리자면, 생태와 연관을 해서 배우는 12년제 학교입니다.
영어 수학만 배우고 다른 수업은 안 배웁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라고 학생들이 직접 이끌어 나가는 수업을 진행합니다.
2번째는 위에 사촌분이 말씀하셨듯이 정말 날라리들이 가는 학교가 있습니다. 사실 전 대안학교 다니는 학생으로서 정말로 날라리들이 다니는 학교를 대안학교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희 학교에도 조금은 불량해서 들어온 언니 오빠들이 있는데, 지금은 완전히 바뀌어서 마을을 위해서 세상을 바꿔나갈 생각을 하는 착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렇게 나쁜 학교 아니니 욕하지는 말아주세요^^
대안학교는 억압적인 교육 현실에서 벗어나 인성교육과 차별화된 교육을 추구하는 사회적 욕구가 확산되면서 생긴 학교로, 1998년 특성화학교라는 이름으로 정식 학교가 됐습니다.
2007년 기준 인가받은 28개 교에 비인가 학교까지 합하면 전국에 100여 곳에 이릅니다. 인가형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와 마찬가지로 학력이 인정되며, 비인가형은 학력을 인정되지 않지만 교육당국의 간섭이 없어 교육과정이 보다 자유롭습니다. 또 학교별로 농업교육이나 예술교육 등 다양한 교육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안학교’라고 하면 산이나 들에서 악기연주, 농작물 재배 등을 교육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해외 명문 학교의 커리큘럼을 벤치마킹한 대안학교들이 높은 입학경쟁률을 보이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반계 고교 못지않은 진학률과 악기연주, 합창, 태권도, 승마, 대화법, 컴퓨터, 수영, 외국어 등의 수업내용으로 명성을 떨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체계적이지 못한 강의내용과 비싼 수업료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윗글은 대안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이 쓴 글인 듯싶고 아래 글은 교육 쪽의 일을 하시는 분의 공식 견해인 듯싶었는데 대안학교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두 글을 요약하면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한 대안학교가 있고 그렇지 못한 대안학교가 있으니 일방적인 생각으로 편견을 만들지 마시라’였던 것입니다.
아래에 민족문화백과사전에 실린 대안학교 항목의 의의와 평가 내용을 옮겨 결론으로 하고 본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크게 확산된 대안학교는 대안학교가 단순히 공교육의 보완으로서가 아니라 공교육이 안고 있는 모순과 문제점들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리잡아왔다고 그 의의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학교교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실험의 노력과 함께 보다 체계적이고 안정된 학교교육을 운영해야 하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문제점을 극복했을 때 가장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라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더구나 가장 바람직한 경우인 칠보산자유학교 어린이들의 방문을 받았고, 크리스마스 선물로 문집을 받은 직후였으니까요.
헌책방할아버지의 건강까지 염려해 주는 착한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로 문집을 만들 때의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져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독서지도를 하시는 잘 아는 선생님의 편에 책을 약간 보내 주었더니 아주 좋아하더라고 전해주시더군요.
“헌책방 할아버지, 그리고 멀리까지 배달 오신 선생님, 고맙습니다!”
아이들이 배웅을 나와 외쳐주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고 하시더군요. 전해들은 저 역시 감동이 되어 더 좋은 책을 더 많이 보내주지 못한 게 후회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과 책과 문집을 나누고 싶은데, ‘겨울에 피는 꽃’의 꿈을 이루고 작가나 건축가 화가가 된 아이들을 보고 싶은데, 20년 후 엄마가 되어 아기를 안은 아이가 방문하여 “약속 지키러 왔어요!”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그때까지 이 자리에서 책을 사고팔며 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암튼 늙은 헌책장사에게 사랑을 듬뿍 준 아이들에게 이 사연을 꼭 전하고 싶어 글을 올리오니, 혹 전하실 경우가 된다면 우리 아이들 칭찬 많이 해주세요.
(2017년 9월 말. 아사달헌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