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 후기] 2024년 8월 12일_다섯 번째 모임
* 일 시 : 2024년 8월 12일 월요일 오후 7시 30분
* 장 소 : zoom온라인
* 참 석 자 : 이신정, 고보연, 김영주, 박성호, 박연옥, 박은희, 박창열, 서은혜, 송하연, 육용희, 조유선, 조정은
* 진 행 : 1부/ 조유선 <책 9장, 악령에 홀린 남자>, 2부/ 박은희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 다음 일정 : 1부/ 박은희 <11장. 의식의 흐름대로 말하는 부부 / 12장. 사랑을 해부하다>, 2부/ 서은혜 <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 발제문 마감 : 8/16(금) 밤까지 [daum 카페/행간 창작세미나/ 세미나 발제]에 업로드
첫댓글 벌써 다섯 번째 모임이라니, 이제 한번밖에 남지 않았다니... 털썩.
아 참. 저번 모임 때 이신정 선생님이 언급하셨던 영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 봤어요.
우리가 '나의 것', '우리의 것'이라고 여기는 이 사랑과 삶이,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결코 빠져나갈 수 없다고 여겨오던 '규정'들을 근본적으로 다시 들여다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규정들이 알고보면 얼마나 우스운 것일 수 있는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래서 텍스트, 헤어지지 못하는 남자에 나오는 폴과 영화 블라인드에 나오는 마리가 결코 빠져나오지 못했던 '지배 이데올로기'를 '다시' 보게 만드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 사랑의 힘 못지 않게 읽기와 쓰기의 힘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어요.^^
보셨군요.^^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하는데 -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 사랑은 무한히 변주되면서 장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반복되는 것 같아요. 처음엔 비극으로 그 다음엔 희극으로 그 다음부터는 비극인지 희극인지 알 수 없는 아이러니로.... 랍스터의 남녀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면서 여자의 눈이 멀게 되는데, 남자는 그 여자와 같아지기 위해 자기를 훼손하려 하는 반면, 여자는 앞을 못 보게 되는 순간 이런 탄식/원망을 한다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왜 내 눈을 멀게 한 거예요? 그의 눈을 멀게 할 수도 있었잖아요?" 남자는 여자와의 사랑을 위해 자기 눈을 멀게 할 각오를 하는데, 여자는 그가 아닌 자신의 눈을 먼저 멀게 한 걸 원망한다는 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런 슬픔이었던 것 같아요. 당연할 거라고 믿었던 걸 의심하게 하거나 넘어서게 만드는 힘이 사랑이라지만, 사랑이야말로 '이것이 사랑이다', 라고 믿었던 걸 의심하게 만드는 전복적인 힘이기도 한 듯해요. 솔로부대를 응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헷갈려하면서도 흥미롭게 봤던 영화였는데 은혜님도 인상적으로 보셨다니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