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몸치의 댄스일기(53) - 라스트 왈츠 파트너와의 징크스
(2006.11.24)
모던댄스를 배우고도 제대로 써먹지 못하는데 대한 아쉬움과 욕구불만은 늘 가슴 한 구석에 도사리고 있다.
댄스파티에 가더라도 왈츠와 탱고 그리고 비에니즈왈츠나 겨우 흉내 낼 뿐이지, 다른 종목들, 슬로우 폭스트롯이나 퀵스텝 같은 종목은 함께 배우지 않는 사람끼리 홀딩하는 자체가 부담으로 여겨진다.
아, 또다시 모던댄스 회의론에 빠져들려는 건 아닌데...
지나간 어느 연말 댄스파티 때...
모던댄스에 막 물이 올라서 철부지 행세하며 댄스파티마다 쫓아다닌 시절이 있었다.
댄스파티에 가봐야 그 많은 음악은 다 흘러 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종목이란 기껏 왈츠와 탱고뿐인 그 시절....
그래도 왈츠 한 종목 베이직으로 음악이 나올 때마다 호텔 파티장의 플로어를 누비고 다니며 행복을 맛보던 그 시기였다.
남들이 라틴댄스를 즐길 때 테이블로 들어와서는 멍하니 사람들이 자이브나 룸바 하는 걸 지켜보며 왈츠 음악만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래도 웃기는 게 그 햇병아리 시절임에도 파트너라며 함께 동행해가는 숙녀가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다. 그 파트너라는 관계도 우리끼리 아무 곳에서나 만나서 맺어진 사이도 아니고, 함께 배우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사부님들의 허락하에 된 분도 있었고... 함께 강습 받으며 자연스럽게 파티에 다니는 그런 분도 있었다.
왈츠의 발이 떨어지고부터는 대부분의 호텔 댄스파티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는데...
남산의 H호텔에서 댄스파티가 끝나고...
모두들 옷을 갈아입으며 철수하는 시간인데...
라스트 왈츠라며 감미로운 왈츠곡이 흘러 나왔다.
이미 그 파티에서도 본전을 뽑고도 남을 정도로 왈츠곡과 탱고곡은 빠짐없이 즐겼는데...
마지막에 틀어준 그 곡이 심금을 울렸다. 아마 [올드랭사인]인 걸로 기억되는데...
이별곡으로 들려주는 그 곡이었다.
우리 커플은 옷을 갈아입으려다, 그 음악에 이끌려서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썰렁한 플로어에서 왈츠를 추었다. 사람들이 붐비고 복잡할 때보다 더 잘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갈 때쯤에 몸이 풀려서인지 몸이 더 가볍게 유연해져서 음악을 저절로 탈 수 있었다.
음악에 맞춰서 사람들이 없는 플로어에서 마음껏 왈츠를 추었다. 추최측 운연진에서 우리의 왈츠를 중단하지 말라고 그랬는지 음악을 끊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돌려주었다. 음악이 나올 동안 우리는 춤을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았다. 우리가 춤추는 동안 음악은 여전히 같은 곡으로 반복적으로 흘러나왔다. 아마 그 음악이 2~3분짜리는 될 게다. 그것이 거의 5회 정도 연속되었으니 아마 10분 이상은 우리도 음악에 맞춰서 계속 왈츠를 추었던 게다. 나중에는 음악이 나오는데도 우리가 지쳐서 춤을 중단해야 했다. 우리가 춤을 중단했을 때 그제야 음악도 그쳤다.
나는 땀으로 흠뻑 젖었고 아름다운 드레스와 한껏 꽃단장으로 멋을 낸 파트너도 땀으로 얼굴이 반질 거렸다. 사람들이 나가다 말고 혹은 기념사진 촬영를 하면서 왈츠를 추는 우리를 흘끔 거리며 보았다.
정말 황홀하고 멋진 시간이었다.
참으로 행복한 파티였다.
그런 맛으로 댄스파티에 쫓아다녔는지 모른다.
파티에서는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황홀한 왈츠로 마무리하곤 했다.
그런데....
매번 남산의 그 H호텔 댄스파티에 다녀오고 나면 그때 함께 동행한 파트너와는 얼마 후에 헤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게 한 번 그럴 때는 의식을 못했는데... 두 번 세 번째... 그러니까 이제는 그게 징크스로 의식되어졌다.
이 겨울...
댄스파티의 계절... 연말이 다가오니까 문득 그 시절 생각이 난다.
이번 12월 3일에 있는 댄스파티 때...
우리 웨이브반 님들과 단체시범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별해야할 파트너가 없어서 그 징크스가 깨어질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이번 시범에는 함께 공부한 클래스메이트끼리 왈츠 짝궁 탱고 짱궁 이렇게 해서 올 한 해의 댄스도 마무리되나 보다.
하긴...
남산의 그 호텔에 함께 참석하지 않아도 헤어질 인연은 헤어지게 되었지만...
그래도 파티에서 왈츠, 탱고 뿐 아니라...
슬로우폭스트롯과 퀵스텝도 발맞춘 사람과 추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군다나 비에니즈왈츠는 쉬운 듯 하면서도 아무하고나 맞지 않아서 파티에서 선뜻 나설 수 없는 춤인데... 유난히 비에니즈 왈츠 맛이 짜릿하고 시원한 그런 상대도 있었는데... 이제는 파티에서 그 음악이 나오면 또다시 테이블에서 아픈 시선을 고정해야 될 것 같다.
댓글
실크로~드06.11.24 07:52 첫댓글
한곡의 왈츠와 눈물만 남긴 채 헤어지는 장면의 노래가 있듯이 슬픈 왈츠군요.
원투06.11.24 08:32
ㅎㅎㅎ 라스트왈츠 잘 읽었습니다.. 댄스파트너는 헤어질 인연이라 헤어지고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 아닐까요? 특히나 댄스를 좋아하고 열정이 있다면 어떤 경우가 오더라도 함께해야만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댄스를 포기하지 않는한~.... 결국엔 누가 더~얼마나 오래토록 함께 연습하고 호흡 했느냐가 결실이 달라지니까여~~~ 슬픈 날의 왈츠가 아닌 기쁜 날의 왈츠를 누리시릴 바랍니다~
이별없는세상06.11.24 08:49
여전히 파트너의 여운이 남는군요.. 어느 분은 아주 머리에서 잊어 뿌리던데.. 청노루님의 왈츠 언제 볼 수 있으려나~~제 사부님도 그 파티를 빛내 주신다하던데.. 연말 파티 멋지게 마무리 하시길요~~~
아이런티06.11.24 09:24
아름다웠던 추억이시네요...∼∼∼ 아픔보다는 아름답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간직하시고 멋진 댄스하시길 바랍니다...
겨울나그네06.11.24 09:26
나는 언제나 왈츠다운 왈츠를 춰보노 ?? 좋은 글 잘봤습니다요...
바람돌06.11.24 10:46
왈츠 파르너를 함 만들어 보심이...ㅎㅎ
무지개빛106.11.24 11:46
그럼 나는 절대로 남산H호텔 파티엔 안가야지~~~~~~
나두껴줘06.11.24 11:49
파트너와 헤어지는 징크스는 아프셨겠지만 , 멋진 춤을 추실 줄 안다는 게 부럽기만 합니다 ^^*
돌이06.11.24 12:00
댄스스포츠가 활성화되지 못한 한 단면을 본느 것 같네요. 사교댄스인 지루박 부르스는 어느 무도장 누구와 추어도 잘 맞습니다. 그런데 아직 춤이 안 맞는다는 건 즐기는 사람이 부족하고 아직 덜 숙달됐다고 볼수 잇습니다. 댄스스포츠가 과연 사교춤처럼 대중화 될수 있을까........... 의문이 남습니다.
조아06.11.24 12:24
왈츠, 매력 있는 만큼 어려운 춤인 것 같습니다. 왈츠추시는 분들이 제일 부럽습니다.
밍아06.11.25 03:02
노루님 키가 삼쎈티만 작았어도 물불 안 가리고 뎀벼?^^ 보겠는뎅~~~아이콩 아시버서!!! 글타고 제가 십쎈티 힐을 신을 수도 엄꼬 키 작은 게 웬수로당!!!!
날개스키06.11.26 11:28
춤&인연~????? 춤에는 여인이 있겟쮜여~ 여인이 있음 춤은 거의 없쥐여~~ 그래 춤에 인연을 엮은 여인이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