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127 – 부끄러움에 대하여 (사소)
윤석열이 석방되게 되었다고 당일 누군가는 탄식의 카톡을 보내왔다. 오늘도 광화문에 나가 본 모양이다. 그는 말하던 끝에 영화 ‘ 아들의 이름으로 ’를 찾아 봐 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영화 ‘ 아들의 이름으로 ’는 픽션에 논픽션이 가미된 영화로 5.18을 계엄군의 입장에서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의 시선으로 처리해 스토리를 전개했다. 나는 살아가면서 전두환이 재심이 못되더라도 한 두 명이 아닐터이고 인간이라면 가해자들 중 어느 누구라도 분명 죽기 전에 양심선언과 증언이 있을 법도 하다고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다가 드문 드문 그에게 카톡을 넣었다. 반 백 살을 이미 태극기 부대 편에서 살아왔고, 이제야 몰랐던 얘기를 유튜브를 통해서 하나하나 공부를 해왔다고 그는 얘길 했었다. 제주의 4.3도 몇 해 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안동 출신 학자인 그는 살아가면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아보려하지 않았음에 부끄럽다는 답변이 왔다. 안동에 독립군도 많았는데? 의아한 대목이다. 이게 내가 몰랐던 우리나라 지식인들의 현주소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고 이런 분들이 조금이라도 어서 늘어났으면 좋겠다 .
저 예산으로 만들어진 배우 안성기.윤유선이 주연한 ‘아들의 이름으로’ 영화를 다 보고 이정국 감독에 대해 검색해 보았다. ‘부활의 노래’로 입봉, 보성 출신 이정국( 1957~)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조교수. 영화 ‘두 여자의 이야기’ 박신양 최진실이 나온 ‘ 편지’를 만든 감독이다. ‘아들의 이름으로’ 평점은 6점대 근처였다. 관객이 모두 2만 6천 명, 손익 분기점은 2만 5천명에서 겨우 턱걸이로 넘었다. 여주인공 윤유선 배우는 출연료를 받지 않으며, 공동 투자자로 안성기 씨와 함께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더 찾아보던 중 윤유선 님은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목숨을 잃은 황유미 씨의 사연을 담은 ‘또 하나의 약속’도 출연하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안성기 씨 역시 5.18로 알려진 ‘화려한 휴가’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는 개념 배우임에 틀림없다. 영화는 안성기 님이 혈액암 발병 시점이었는지 얼굴이 조금 부어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몰입하는 그의 특유의 영화인의 근성이 중심을 잡고 있었다. 배우분들이 '말없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니!' 그 모습이 존경스럽고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속 대사 ‘고통은 그것을 처절하게 경험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 알베르틴) ’ 는 말이 문득 내 귀에 들어왔다. 영화 속에서는 태극기 부대에 대한 한강식당 아주머니 ( 5.18 유가족으로 짐작됨) 와 직원들의 분노, 폭력 속에서 저항하지 못하던 학생이 끝내 결단하여 맞서고, 계엄군이었던 그가 10.26기념 회동에서, 반성하지 않는 발포 명령자를 사살하는 응징이 다소 도식적으로 그려진다. 5.18행불자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의 모습과 5.18 아내와 엄마를 잃은 피해 가족들이 상흔을 어루만지고 살아가는 모습 등이 함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영화에서 광주 사람들은 너무 순하고 착해서 '물 같다'는 대사가 나온다. 나는 광주 사람들이 더 분노를 해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물은 흘러가서 순환하지민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컵에 담아도 호수에 담아도 저항이 없는 물. 그러나 물은 종래에 마침내 정화를 이뤄 낼 것이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가해자의 속죄가 역사 해결의 본질이라는 단초를 제시한다. 영화라기보다는 살아있는 다큐멘터리를 보는듯 했다.
일요일 모두가 잠든 밤이다. 내란의 수괴를 풀어주다니! 헌재는 임명권자에게 복종하는 모멸로 끝낼 것인가? 그럼에도 끝내는 정의를 세울 것인가?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은 게 문제이다. 결국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 될까? 여행 중일 때 이 글을 올릴 테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우리나라는 어떻게든 결론이 나 있어야한다.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은 개 돼지와 다를 바 없다 하였는데, 다수의 국민들이, 지식인들까지 어쩌면 속임수에 말려들어 마귀보다 더 무서운 맹신을 갖게 되었을까? 치열한 지능 전의 연속이란 생각도 든다. 이것을 조종하는 그 가면 뒤에 야비한 일제 잔재가 여전히 숨 쉬고 있구나! 마음이 무겁다 (25.03.08)
첫댓글 결론!
'아들의 이름으로'를 찾아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