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의 죽음명상 프로그램
2)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명상
사단법인 '밝은 세상' 대표인 재가자 혜봉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 명상'을 초기경전의 '사수념'과 티베트의 『사자의 서』와 접목하여 프로그램화하였다. 죽음에 대한 통찰명상의 목적은 죽음을 삶의 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애착하는 것이 무상한 것임을 이해하고 삶을 재설정하기 위함이다. 오늘 죽음을 맞이해도 후회와 두려움 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힘을 키우는 것이다.
예비 명상과 실제 명상이 있으며 실제명상은 5단계이다. 과정은 4주, 12주 과정 등이 있으며 12주 과정에서는 집단수행으로 하루 8시간 이상 집중 수련을 하고 있다. 대상은 남녀노소 누구나 수행할 수 있으며 수행 참여 시간 외에도 틈틈이 죽음에 대한 명상을 권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명상은 초기경전에서 제시하는 사수념(死隨念)과 사념처(四念處) 수행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 마하시 센터의 수행방법이 혼용되고 있다. 크게 예비명상과 실제명상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예비 명상에서는 자기 죽음을 실감할 수 있게 하는 준비과정으로 실제 명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예비명상은 전체 14가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8단계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자신, 가족, 집단, 국가, 등등]은 조건에 의해서 생겨났기 때문에 조건이 없으면 사라진다. 그래서 지구상 어느 곳에서 누군가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확대 인식한다.'라고 하여 우리는 모두 조건에 의해 생멸하는 존재라고 이해하는 인식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때 자기 마음에 무엇이 차오르는지 생각한다. 중요한 점은 명상 지도자의 안내 문구에 따라 그 문구가 의미하는 바를 사유하여 그 순간의 마음에 사띠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비 명상 과정을 거쳐서 실제 명상의 단계로 들어서는데 다음은 실제 명상의 구체적인 방법이다.
<표 4>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명상의 구성과 방법
구 성 | 통찰명상의 방법 |
1 단계 | 죽음 앞에서 자기 마음을 보고 죽음을 받아들이면서 갖고 있던 것 내려놓기 |
2 단계 | 받아들인 상태에서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회향하기 |
3 단계 |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과 집착 없이 평화롭게 헤어지기 |
4 단계 | 임종부터 죽음이후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깨어서 바라보기 |
5 단계 | 다시 태어나기(환생). 다시 태어난 삶을 참된 의미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남은 인생을 가치 있게 살기 |
죽음에 대한 통찰 명상에서 중요한 부분은 상상이 아닌 실제 상황으로 한 시간 후나 혹은 하루 후에 자신이 죽음에 이른다고 확고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코에서부터 목, 가슴을 지나 배호흡까지 전체 호흡의 이동 경로를 사띠해야 한다. 복부 호흡을 관찰해도 무방하다. 복부 호흡에 대한 관찰은 특히 마하시 센터의 수행법으로 마하시 수행법은 좌선과 행선, 일상생활에서의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든 움직임에 대해서 관찰하는 것이다. 좌선의 경우 배의 움직임을 주요대상으로 호흡 때문에 배가 불룩해지고 꺼지는 현상을 관찰한다.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는 문구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할 때 마음과 죽음의 상황이 왔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 본다.', '눈에 보이는 모든 현상은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조건에 의해서 형성된 것들인 가족ㆍ집단ㆍ국가ㆍ등등 모든 것들도 사라진다.', '죽음은 계속 일어나며 현재 지구상 어느 곳에서든 누군가 어딘가에서 죽어가고 있다.'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문구들을 떠올리는 것은 실제 죽음명상을 하기 전에 죽음의 현저성을 느끼게 하는 장치에 해당한다.
예비 명상에서 죽음이 바로 눈앞에 왔음을 실감하게 되면 본 명상에 들어갈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코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 방법은 코에서부터 목을 지나 가슴, 그리고 복부의 호흡까지 전체 호흡의 이동 과정을 sati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호흡이 이동하는 전 과정의 느낌을 관찰해서 사대와 의식해체 현상의 관찰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복부 호흡에 익숙한 수행자는 익힌 방법대로 수행해도 관계가 없다고 한다. 이렇게 신체의 호흡을 지켜보면서 자기 죽음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몸에서 느낌이 일어난다. 마음으로 경험되는 것을 지속해서 sati하면 통찰의 지혜가 늘어나게 된다. 죽음의 순간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남기는 말과 혹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관찰하는 것 등은 집중 대상을 호흡에 한정하지 않고 매 순간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모든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된다. 이와 같은 수행 법은 사념처의 신, 수, 심, 법을 토대로 모든 현상을 관찰하는 마하시 센터의 수행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죽음의 과정에서 바르도(Bardo) 과정을 지켜보게 하는데 여섯 단계의 바르도가 있다. 첫째, 임종 바르도('chi kha'i bardo)이다. 4대요소인 지수화풍의 기능을 상실하여 죽음이라 불리는 상태의 단계이다. 그렇지만 아직 식은 남아 있는 단계로 청정한 빛이 나타나는 마음 작용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둘째, 법성 바르도(chos nyid bardo)이다. 내적 죽음의 단계에 도달한 상태로서 식이 이미 몸을 떠났을 상태이다. 평화와 분노의 상들이 나타나는 단계로 탐진치(貪嗔癡)에 벗어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은 이 전도된 현상들에 의해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셋째, 수생바르도(skye srid bardo)이다. 평화와 분노의 존상들에 의해 두려움이 생겨 안전한 피난처를 찾게 되어 입태(入胎)의 과정이 전개되는 것을 말한다. 넷째, 생주 바르도(skye gnas bardo)이다. 수생바르도의 과정을 거쳐서 생명을 받고 죽음에 이를 때까지 단계로 현생을 말한다. 다섯째, 몽환바르도(rmi lam bardo)이다. 일상의 삶에서 대상에 집착하여 헛된 꿈을 꾸는 단계를 말한다. 여섯째, 선정바르도(bsam gtan bardo)이다. 선정수행 단계로서 현생에서 수행력이 임종 과정에서 해탈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현생에서 윤회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 죽음과 중음 과정 그리고 재생의 과정에서 성취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죽음 순간에 자신의 마음을 관조한다. 장소, 환경이 어떠한지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과 그들에게 어떤 유언을 남기는지 sati한다. 수행 중 부정적인 생각이 일어나면 이 역시 sati를 하되 어떤 것이 올라와도 그것은 자신이 경험했거나 저장된 기억일 뿐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삶에 대한 집착과 죽음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뚫고 죽음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다. 지·수·화·풍으로 구성된 몸은 사대해체가 먼저 시작되며 여러 가지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바로 의식의 해체를 거치기도 한다. [순식간에 일어나 해체를 경험했음에도 경험하지 못한 거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현상을 경험하더라도 그 순간 내 의식의 수준임을 알고 지금 이 순간 더 나은 차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죽음명상은 최소한 3~4번의 명상체험을 권하고 있는데 매번 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안내자와의 면담을 통해 명상의 방해 요인에 대해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반드시 죽음을 경험하려는 본인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초기불교 관점으로 본 현대불교의 죽음명상 연구/ 이영숙(선웅)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명상심리상담학과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