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로드
경주 불국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불국사를 자세하게 잘 아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직업적이거나 관심 분야가 아니면 대충 수박 겉핥기로 지나치는 경향성 때문이지 싶다.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 불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생각지 못했던 기쁨을 느껴볼 수도 있다. 불국로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불국사가 가진 매력과 불국사 주변에 있지만 지나쳐 왔던, 감동을 주는 힐링의 자원을 들여다보는 길을 안내한다.
불국사에서 인연설과 사랑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랑나무와 내진설계 구조를 살펴보면서 새로움에 대한 희열을 맛보기로 한다. 또 경주 문화관광의 길을 함께 걸어온 코오롱호텔이 가진 매력, 우리나라 문학의 태백산맥 소설가 김동리와 박목월 시인의 모든 것을 소개하고 있는 동리목월문학관으로 힐링의 길을 떠나보기로 한다.
불국사 석축
◆불국사의 비밀
경주의 자랑, 우리나라 역사문화관광의 자랑거리 불국사. 불국사는 아무리 자주 찾아도 신비스런 부분이 또 드러나는 양파와 같다. 불국사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돌아보기 위해서는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문화재해설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4개 국어로 소개하는 해설사들이 365일 상시 대기하고 있다.
불국사는 교과서에서 신라 경덕왕 10년(751년) 김대성이 지었다는 설은 불국사고금창기 등에서 이차돈이 순교한 이듬해인 528년에 법흥왕의 어머니 영제부인과 기윤부인이 창건했다는 기록이 있어 창건역사의 재조명이 필요하다.
불국사에는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 비로전과 관음전의 부처, 다보탑과 석가탑 등의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국보와 보물들이 숨어있다. 국보를 비롯한 보물찾기 게임을 하면서 돌아보는 것도 재미다.
해설사들은 우선 눈에 드러나 보이는 7개의 국보를 중심으로 불국사를 소개한다. 이렇게 국보를 중심으로 건물들만 한바퀴 둘러보는데도 1시간으로 부족할 정도로 불국사의 규모는 대단하다.
보물과 문화재를 제외하고 불국사가 자랑하는 매력 중의 하나로 산책로가 인기다. 자연스럽게 조성된 호수와 계곡을 따라 숲속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명상코스로 일품이다. 동남쪽으로 난 세계문화유산 불국사 정문을 들어서면서 거대한 체구의 사대천왕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선 천왕문을 굳이 통과하지 않아도 된다. 특별한 안내를 받지 않아도 숲길로 조성된 길을 따라 산책하는 길은 한여름이어도 그늘길이어서 시원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쉽게 눈에 보이지 않는 연리지를 만날 수 있다. 불국사 연리지는 특별하다. 같은 수종이 아니라는 것이 이색적이다. 200년 수령의 소나무와 100년 수령의 팽나무가 하나로 이어진 부분이 있다. 2013년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팽나무의 뿌리 한줄기가 잘려나가는 수난을 겪기도 했지만 여전히 연리지는 사랑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팽나무 뿌리 한 줄기 가운데를 소나무 줄기가 관통하고 있는 부분이 시야에 노출되고 있다. 해설사들은 사랑나무로 소개한다. 지금은 사찰에서 연리지를 보호하기 위해 철망을 세워 보호하고 있다.
석가탑 기단
천년고찰 불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한 가지를 더 소개한다. 불국사는 계단, 석탑, 석축, 범영루 등의 건축물과 모든 구조물들이 철저하게 내진설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냥 스쳐 지나친다면 결코 볼 수 없는 선조들의 빼어난 지혜가 엿보이는 곳이다. 국보 21호 석가탑의 기단을 자세하게 관찰해 볼 것을 권한다. 일반 석탑의 기단은 평면 위에 기초석을 놓고 구조물들을 설치한다. 석가탑의 기단석은 땅 속의 큰 바윗돌 위에 세워졌다. 땅 아래 있는 바위의 모양을 따라 기단석 아랫부분을 깎아 흔들림을 적게 하는 그렝이공법을 차용했다. 지진에 대비한 설계의 하나로 손꼽힌다. 또 청운교와 백운교를 받치고 있는 아취형 돌문은 아래층과 위층, 이중으로 돌벽돌을 깎아 맞추어 완성했다. 아래층과 윗층의 돌벽돌 모양을 어긋나게 깎아 종과 횡으로 작용하는 힘에 견디는 가장 이상적인 공법을 볼 수 있다. 가구식 석축도 보물로 지정됐다. 큰 돌들을 접착제 없이 맞닿게 쌓아 올리면서 하단에 자연석의 모양에 맞게 석축을 깎아 맞추어 흔들림에 견디기 좋게 했다. 또 돌벽돌을 쌓아 올리면서 어긋나게 쌓는 것은 물론 횡으로 길게 돌못을 찔러 넣어 튼튼한 구조를 보게 한다. 범영루를 받치고 있는 돌기둥의 모습은 더욱 혀를 내두르게 한다. 구름 모양으로 디자인을 세련되게 돌을 깎은 것은 물론 안으로 나비장 형식으로 돌을 어긋나게 서로 맞물리게 조각해 맞추었다.
김교각 지장보살 동상, 황금멧돼지, 용도를 알 수 없는 석재들,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 성보박물관,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의 불국사 수난사 등의 불국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독자들이 하나씩 풀어보면 더욱 흥미로울 듯하다. 종교적인 가치를 떠나 불국사가 가진 역사문화와 현실적으로 아름답게 조성된 공간은 자연공원으로 훌륭한 힐링센터 기능을 담당한다.
가구식 석축
◆우리문학의 태백산맥 동리목월문학관
동리목월문학관 아사달과 아사녀 조형물
밤골짜기의 물소리
구름이 밝혀든 초롱을
아아 동해너머로 둥둥 떠가는 진보라빛
환한 봉우리 하나.
박목월 시인이 고향 경주의 토함산을 노래한 구절이다.
동리목월문학관은 토함산자락, 불국사 정문에서 동남쪽으로 이어진 맞은편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 문학의 태백산맥으로 소설과 시부문의 양대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김동리 소설가와 박목월 시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곳이다.
김동리는 1913년 생으로 박목월보다 세 살이 많다. 대구 계성중학교의 선후배 간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서울의 경신학교에 다니던 동리가 휴학을 하고 경주로 내려와 있던 1934년의 겨울방학 때였다. 목월이 계성학교를 졸업하던 1935년 1월 동리의 소설 ‘화랑의 후예’가 조선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이듬해 소설 ‘산화’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김동리와 박목월은 같은 고향을 가진 문학도로 서로가 친구이자 문학적 성장의 촉발자의 구실을 했다고 후학들은 입을 모은다.
도시의 평가척도는 문화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다. 세계의 관광지로 이름이 난 곳은 대부분 문화예술의 꽃을 피운 곳이다. 유명 도시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문학관 등 문화와 역사 유적이 보존되고 있다. 로마, 파리, 피렌체, 베니스, 런던, 프랑크푸르트, 본, 그레노블, 스트라드 포드 에이본, 모스크바 등의 도시들은 문학과 미술, 음악가들의 기념관이 있어 세계인들이 꾸준히 몰려들고 있다. 동리목월문학관은 이러한 미래적 가치기준을 두고 경주지역 문인들이 앞장서서 건립했다.
동리목월문학관은 동리관, 목월관을 양분해 연혁과 작품, 유물들을 똑 같이 소개하고 있다. 동리와 목월이 태어나면서 성장하고 작고할 때까지의 과정과 작품활동들을 연대별로 정리하고 있다. 그들의 원고와 손때 묻은 유품들도 소개하고 있다.
신라를 빛낸 인물관
동리목월문학관은 백일장과 아카데미 등의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특히 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문인들을 배출하고 있다. 또 한수원과 경주시의 지원을 받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리목월문학상을 운영해 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동리목월문학관 한편에는 ‘신라를 빛낸 인물관’이 왕과 재상, 장군, 화랑, 학자, 예술가, 효행을 행한 인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신라에 불교를 전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아도화상, 이차돈으로 익숙한 위촉, 혜숙, 안함, 의상, 표훈, 사파, 원효, 혜공, 자장 등의 흥륜사 10성을 소개하고 있다. 거칠부와 김대성, 김양 등의 재상과 죽어서도 진평왕의 사냥을 멈추게 한 충신 김후직, 문무왕 때의 장수 소나의 이름도 있다.
동리목월문학관은 자연속의 휴식처로 가볍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시원해지는 힐링의 명소로 삶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관광의 시작 코오롱호텔
경주 코오롱호텔은 신라천년의 보물들이 위치해 있는 토함산 자락 불국사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나라 관광의 시작과 함께해온 역사와 다양한 힐링자원을 자랑한다.
코오롱호텔은 317실의 객실로 1978년부터 경주를 대표하는 호텔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불국사까지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위치다. 토함산의 아름다운 숲과 어우러져 호텔 전체가 커다란 정원으로 느껴진다. 토함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와 호텔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는 맑은 공기와 시원스런 전망들로 명품 산책로 코스로 인기다.
코오롱호텔의 온천사우나는 호텔 내장객은 물론 경주시가지에서도 단골로 찾는 발길이 이어질 정도로 수질이 좋기로 소문나 있다. 지하 453m에서 분출되는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여유를 즐기면서 피로를 풀기에 딱 좋다.
코오롱호텔의 또 하나의 매력은 골프장이다. 토함산을 바라보면서 드라이브를 칠 수 있는 홀은 2홀뿐이지만 노캐디, 수동카트로 운영되는 9홀 퍼블릭으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라운딩을 즐기기에 멋진 곳이다.
일반 호텔과 다르게 코오롱호텔은 호텔 가든정원에서 야외 캠핑바베큐를 지원한다. 야외수영장도 코오롱호텔의 자랑거리다. 코오롱의 야외수영장은 여름시즌동안 운영된다. 1.5m의 성인풀과 2기의 슬라이드가 있는 유아풀로 구성되어 있다. 물총놀이 등의 다양한 이벤트가 매일 펼쳐지는 야외수영장은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선호한다. 안전요원과 간호인력이 항상 자녀와 고객의 안전을 위해 배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