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아들, 달수씨 보러 갈까?”
수원으로 가려했던 캠핑을 한탄강으로 방향을 틀었다. 텐트를 쳐야하는 첫날에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이다. 텐트 대신 카라반으로 예약을 했다. 새벽녘부터 비가 내린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출발한다.
“엄마, 달수씨가 잘 살고 있을까?”
“이번에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치?”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한탄강에서 달수씨를 정확하게 보기는 어렵다. 멀리서 물의 흔들림을 보고 달수씨라고 말한다. 그리고 믿는다. 캠핑장은 비 온 후라 맑고 깨끗함이 더해 있었다.
카라반 16호, 우리가 예약한 곳이다. 카라반 안은 따뜻하게 데워져 있다. 점심을 먹고 산책하기로 한다. 상추를 씻는다. 버섯도 썰고, 양파도 썬다. 콜라비도 깎는다. 아들은 햇반을 전자렌지에 돌리고 기름장을 만든다. 숟가락으로 휘휘 젓더니 찍어 먹는다. 찡그린다. 남편은 고기를 굽는다.
“텐트를 안치니 참 편하다. 그래도 캠핑은 텐트가 제 맛이야.”
“텐트 안에서 빗소리 들으며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아쉽다.”
“라면도 먹고 싶다.” 저마다 얘기하느라 좁은 카라반 안이 시끄럽다. 고기가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며 구워진다. 그쳤던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달수씨 보러 가자.” 색이 다른 우산을 하나씩 쓰고 한탄강으로 갔다.
“달수씨! 달수씨!” 한탄강을 따라 걸으며 달수씨를 부른다. 한탄강 가장자리는 얼어 있었다. 흐르는 물은 청랑하다.
“앗! 저기 달수씨 같은데?”
한탄강 저만치 물이 흔들리며 조금씩 거슬러 올라가는 달수씨가 포착된다. 역시나 부지런한 달수씨다. 손을 흔든다. 달수씨하고 불러도 본다. 소리 내어 웃는다. 비 오는 날 산책하는 인증샷도 찍는다.
“푸드득 푸드득” 한 무리의 새 떼가 나타났다. 물 위를 미끄러지듯 스키를 탄다. 청둥오리들이다. 물고기 사냥을 참 멋지게도 한다.
“아빠, 청둥오리들이면 초록이가 온 건가?”
“달수씨를 만나러 왔나 본데.” 아들은 초록이도 불러본다. 달수씨와 초록이를 만나서 이번 캠핑은 근사하다고 한다. 늦은 시간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는다. 고기는 언제나 맛있다. 캠핑에서는 더욱 맛있다.
※ 달수씨와 초록이는 황선미씨의 마당을 나온 암탉에 나오는 수달과 청둥오리의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