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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사전투표율 23.51%…보수 결집 신호인가, 지방선거 판세 흔들 변수 되나
최영열 기자 cyy1810@hanmail.net 입력 2026/05/31 02:13
호남은 뜨겁고 TK는 차갑다…사전투표율이 던진 정치적 메시지
낮은 TK 사전투표율, 사전투표 효과 보아온 민주당에겐 불리할 수도
박근혜 효과, 대구시장 선거 최대 변수
결국 승부는 본투표와 청·중·장년층 참여율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이 23.51%를 기록하며 역대 지방선거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국 유권자 4464만9908명 가운데 1049만8411명이 참여해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사전투표 참여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수치만 보면 뜨거운 선거 열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결과를 단순한 투표율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전투표 참여가 늘어났지만 전체 투표율이 급격히 높아진다기보다 본투표 참여층이 사전투표로 이동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은 2014년 11.49%에서 2018년 20.14%, 2022년 20.62%, 그리고 올해 23.51%까지 꾸준히 상승해왔다. 반면 전체 투표율은 2018년 60.3%에서 2022년 50.9%로 10% 가까이 하락했다.
이번에도 4년 전보다 사전투표율이 2.89%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친 만큼 최종 투표율 역시 지난 지방선거의 50.9%보다 소폭 상승한 55% 안팎에 머물고 60%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역대 최고란 말은 지방선거만의 사전투표율을 두고 말한 것으로 기타 전국 선거인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 사전투표와는 비교할 바가 못된다.
이번 지선 투표율은 가장 최근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인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율(34.74%)과는 11.23%,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율(31.28%)보다는 7.77%p 낮은 수치다.
떠라서 정치권이 진짜 읽어야 할 것은 단순한 투표율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유권자의 움직임이다.
△ 역대 선거 되짚어보니…낮은 투표율 때 보수 압승 사례 많아
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투표율과 선거 결과 사이에는 흥미로운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2002년 지방선거 당시 투표율은 48.8%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 보수 진영은 전국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1곳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반면 2018년 지방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와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며 투표율이 60.3%까지 치솟았다. 결과는 민주당의 기록적 압승이었다.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4곳을 차지하며 보수 진영에 역사적인 패배를 안겼다.
그러나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율이 50.9%로 떨어졌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국민의힘은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을 석권하며 압승을 거뒀다.
이 같은 흐름을 근거로 정치권에서는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낮을수록 조직력과 결집력이 강한 보수 정당에 유리하고, 투표율이 높을수록 중도층과 진보층 참여가 늘어나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민주당은 사전투표, 국민의힘은 본투표?
정치권에서는 사전투표를 바라보는 양당의 시각도 다르다고 평가한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이재명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 높은 사전투표율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사전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해 왔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은 사전투표에 대한 선거 공정성 문제 제기와 함께 상대적으로 본투표 참여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사전투표율 상승만으로 민주당 우세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오히려 사전투표율 상승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고, 본투표 변수까지 남아 있다는 점에서 보수층 결집 여부가 최종 승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호남의 폭발적 상승, 대구의 전국 최하위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지역별 온도 차다.
전남은 38.95%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북은 35.05%로 뒤를 이었다. 광주도 27.83%를 기록했다.
특히 전북은 지난 지방선거보다 10.64%포인트, 광주는 10.55%포인트, 전남은 7.91%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사전투표율 상승을 사실상 호남권이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무소속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대구는 18.65%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북 역시 22.42%에 그쳤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난 지방선거보다 사전투표율이 하락했다.
이는 민주당 지지층의 사전투표 참여가 일반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주당 대구시장을 비롯한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불리한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대구가 전국 꼴찌라는 사실 자체가 민주당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예상했던 '바람'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 박근혜 효과, 대구시장 선거 최대 변수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은 공개 활동을 이어가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손목 부상과 발목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지자들과 만나며 이른바 '붕대 투혼'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수층에게 여전히 강력한 상징성을 지닌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전통 보수층 결집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만남은 불발됐지만 민주당 김부겸 후보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의식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에서는 지방 행정을 책임질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중앙정치 대결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정부를 앞세우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와 국방·외교·경제 무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국힘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징성을 활용하는 '쌍끌이 선거 참여 전략'까지 펼치고 있다.
△ 달성군 재보선도 국민의힘 우세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실시되는 대구 달성군 역시 눈길을 끈다.
달성군의 사전투표율은 17.54%로 전국 재보궐 선거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구 전체가 전국 최하위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상황에서 달성군은 대구 9개 구·군 중 달서구(17.22%)와 북구(17.43%) 다음으로 낮은 사전투표율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사전투표 참여 성향을 감안할 때, 달성군의 낮은 사전투표율이 국민의힘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결국 승부는 본투표와 중장년층 참여율
최종 승부를 결정할 변수는 본투표 참여율이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40대 투표율에 주목하고 있다. 진보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40대가 50% 수준으로 참여하느냐, 60% 이상으로 결집하느냐에 따라 전체 투표율과 선거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최근 정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20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참여율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 이른바 '윤 어게인' 운동 등 정치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는 20대 보수층이 얼마나 투표장으로 향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권자를 가장 강하게 투표장으로 이끄는 요인은 여전히 '응징 심리'와 '분노' 투표"라며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해질수록 보수층의 투표 참여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이라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본투표로 향하고 있다. TK 사전투표율 수치만 놓고 본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선거보다 보수 진영에 다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최종 결과는 본투표장에서 확인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