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 '맘 하나'는 대천항으로 모여들었다. 새해를 행복으로 만들 준비를 가지고 서울에서, 대전에서, 서산에서 온 것이다.
1.16(수)~17(목)은 우리들의 날이다. 최고의 행복을 만들기 위해서 장소문제로 몇 차례의 번복이 이루어졌다. 어디서 만나면 어떻겠는가?
이 번 일정은 삽시도와 죽도, 그리고 대천 해변이 주제다. 대천항의 여객선은 원산도, 삽시도, 신시도, 효자도, 호도 등 섬들이
여러개다. 최종 삽시도로 결정하였다. 숙박을 하는 것이 아니고 몇 시간 둘러보고 다시 나와야 하는 일정상 너무 큰 섬보다 작고 아담한 섬을
택하는 과정에서 삽시도가 낙점되었다.
미팅 시간은 11시다. 출항시간이 12시10분이다. 나오는 시각은 16:30분고. 대천항
선착장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이른 점심을 간략히 하는 것으로 했다. 푸짐한 저녁 만찬이 기다리고 있기 대문이다.
속속들이 모여들었고 서울팀이 약간 늦는다는 통보라 대전과 서산팀은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서울팀도 바로 도착했다. 식사를 마친 나는 신분증을
모아 선착장으로 향했다. 삾시도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된다. 날씨도 좋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트인다. 바다를 보면 이해인 수녀의 '내가
뛰어가던 바다는'이라는 시 구절이 떠 오른다. -바다는 온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나의 선생님/때로는 푸른 빛 때로는 남 빛/ 어느날은 검푸른 빛
어느날은 회색 빛/내가 알아보지 못해도/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그림을 쉬지 않고 그리는/ 아름다운 선생님...-
바다는
그리움이며, 낭만이고, 설렘이다. 열림이고, 기쁨이고, 희열이다. 짜릿하고, 들뜨고, 환호한다. 그렇게 바다는 우리들 마음속에서 다양함으로
존재하는 요술쟁이다.
삽시도다. 마을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기사님에게 초행인데 3시간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지를
자문했다. '일단 마을 버스를 타고 가다 적당한 지점에 내려드리면 그곳에서부터 삽시도 둘레길을 걸으면 좋다'고 말해준다. 그렇게 삽시도 여행은
시작이 되었다.
둘레길은 아름다웠다. 작은 산길을따라가는 바닷길이라고 해야하나. 바다를 끼고도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절하게 배치된 길이다.
모두들 아름다운 길이라며 흡족해 했다. 어느덧 이곳에도 관광의 물결이 들어온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많은 팬션이 지어졌다. 우리나라에 급속하게
퍼져나간 팬션문화는 그만큼 관광 수요가 있어서이겠지만 문제도 많겠다 싶다.
섬에 이런 아름다운 산이 존재한다는 것은 너무도
축복이다. 트래킹하기에 아주 알맞은 높이의 산이다. 봄과 가을이면 꽃들과 단풍으로 섬 전체가 물들 것 같은 생각을 해본다. 어릴적 섬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뭍에서 사는 사람들은 바다가 그리운 법이다. 내가 그랬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인 곳에서 보냈다. 바다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이상향이 그곳에 있었다. 출렁이는 파도와 해변이 그리웠고, 광활하게 펼쳐진 탁 트인 바다는 슬픈 감정마저 싣고 갈 것 같았다.
지금의 바다는 그저 마음을 달래주고, 답답하고 우을할 때 친근한 벗으로 존재하는 그런 바다가 되었다. 옛날의 감동은 없지만 바다는
마음을 확 트이게 한다. 닫힌 마음을 열리게 한다.
-대천해수욕장의 낮과 밤의 조화-
산과 바다의 조화가 더욱 아름다운 그곳 삽시도의 발걸음은 경쾌하고 시원하다. 가는길은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았다. 길이 두갈래로 나누어질 땐,
감각으로 선택하여 걸었다. 선착장에 적어도 20~30분 전에는 도착해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 용케도 한 아저씨를 만났다. 그 아저씨를 만나지
안았다면 꽤 먼 거리를 돌아가는 촉박한 여정이 되었을거다. 오르는 길이 꽤 가파르다. 서울 처형이 좀 힘들어 했지만 서로 의지하며 오르막 길을
무사히 올랐다. 내려가는 길을 조심해야 한다. 그렇게 한 참을 걸으니 해변이 나왔고, 해변길은 걷기 안성맞춤이다. 또 한 번의 실수를 했다.
밤섬 선착장을 찾으니 길 안내를 도로로 안내하여 다시 해변에서 도로로 나와서 걸었다. 네비게이션은 처도로 안내한다는 것을 잊고 그만 먼 길을
우회하여 도는 실수를 범했지만 그만큼 많은 거리를 걸었으니 족할 일이다. 밤섬 선착장에 도착 했을 때는 오후 4시가 되었다. 한 30여분의
여유가 있다.
삽시도라는 섬을 한바퀴 돌아온 듯 기분은 상쾌했다. 대천항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대천항 수산물 센터는 싱싱한 활어들이 즐비하다. 우럭과 광어를 섞어 5kg의 회를 떠서 윗층의 식당으로 갔다. 삽시도의 둘레길에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서인지 더욱 맛있는 만찬이었다.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덕담들이 오갔다. 다음 모임은 해외로 결정했다. 중국 운남성을 가기로 했다.
운남성은 장예모 감독이 여강쇼를 선보인 곳이다. TV에서 소개하는 뮤지컬에 감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옥룡설산과 차마고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야외 뮤지컬로 소수민족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사랑의 주제를 가지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출연하여 만든 대규모 뮤지컬이었다.
5월달에
추진한다는 계획을 잡고 추진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처음에는 제주도로 했으나 가능하면 국내는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데 일치를 보아서 해외로
잡았다.
숙소는 대천 해변의 우체국 수련원이다. 서울 둘째 동서가 체신청 공무원이엇기에 자주 추체국 수련원을 애용하는 편이다. 숙소를 잡고 간단한 다과를
준비하여 총회를 간단히 했다. 결산 보고와 5월중에 운남성 여행을 확정하고, 서울 동서, 처남 그리고 나는 해수욕장의 야경과 해변길 산책길에
나섰다. 야경은 아름다웠다. 라스베이가스나, 부다페스트의 야경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해변에 꾸며진 작은 야경은 그런대로 밤의 운치를 돋보이게
했다.
대천 해수욕장은 서해안에서는 제일 큰 규모로 머드축제로 이름믈 날리고 있다. 수십만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젊음이 살아나는
한 여름의 해수욕장은 활기가 있다. 싱그러움과 청춘 남녀들의 활기찬 무대가 되는 해변은 낭만과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젊음으로
돌아가 본다. 마음은 젊음이지만 몸은 따르지 않는다. 성난 파도가 아니라 잔잔하게 흐르는 잔 물결이다. 세월은 마음까지도 가라 앉힌다. 그것이
정상이다. 마음을 다스릴 줄 안다. 무리하지 않고 순리를 따르는 나이.. 그렇게 진득해 진다.
밤바람이 차갑다. 오늘 하루도 감사함으로 마감한다.
17일 아침은 청주 해장국집에서 해장을 한다. 10:00쯤 죽도를 보고
점심식사 후 헤어지기로 했다. 죽도는 상화원(尙和園)으로 이름을 날리는 섬이다. 섬이라지만 도로가 연결되어 육지로 바뀌었다. 상화원은 개인
소유다. 겨울철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다. '조화를 숭상한다'는 의미의 상화원은 입장료를 내고 그곳에서 차도 마시며 책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곳이란다.
우리는 죽도 한 바퀴를 돌 요량으로 좁은 길 틈으로 들어섰다. 길이 있는듯 없는듯, 끊기고 이어진 바위
틈들 사이로 곡예를 하기 시작했다. 위험하기도 했다.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밑에서는 만조가 된 바다가 파도를 철석이며 우리들을 위협했다.
스릴 만점이다. 그렇게 삼분의 이 지점에 반가유상이 나타났다. 바닷가 바위 위에 세워진 반가유상은 유유히 비바람과 파도를 맞으며 미소짓고
있었다.
-죽도 둘레의 바위를 넘어-
위험한 고비들을 넘어 죽도 섬을 한 바퀴 돌았다는 그 기특함에 마음이 즐거웠다. 이 섬은 썰물 때 돌아야 하는 섬이란다. 우리처럼 바닷물이
만조일 때 돌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범하게 돌았다면 추억의 깊이는 없을 것이다. 내내 잊지 못할 것이다.
바위틈을 오르내리고 칼날 같은 바위를 더듬 거리며 간신히 간신히 빠져 나오면 성난 파도가 철석 덮칠듯 밀려오는 그런 길을 뚫고 한바퀴를 돌아온
영웅들..'맘 하나' 용사들...언제 다시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있으랴.
추억이 많은 사람은 외롭지 않다. 그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리며 훈훈한 사랑의 정들을 떠 올리는 행복감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1박2일의 대천에서 가진 '맘 하나' 회원님들.. 값진 여행은 각자의 마음 속에서 새록새록 떠 오를 것이다. 때론 아찔 했던 마음에 깜작
놀라기도 하고, 그 위험 속을 어떻게 무모하게 도전 했는가 의아해 하며 대견한 마음도 가질 것이다. 삽시도의 추억도 아름다웠노라고 되뇌기도
하고, 수산물 셈터에서 싱싱한 회맛을 잊을 수 없다고도 할 것이다. 대천 해변의 야경과 해변의 부드러운 모래 사장의 촉감의 감미로운 맛을 떠
올리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맘 하나'가 사랑속에서 따뜻함을 느꼈다는 것이, 우리에겐 사랑해줄 사람과
사랑 받고 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더욱 그리움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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