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무이순신 시무대한민국 (若無李舜臣 是無大韓民國)
백전백승의 이순신 장군 - 지치지 않는 열의로 완전을 기하다
나라나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의 두 극단에 서 있는 단적인 예로는 임진왜란 당시의 이순신과 원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왜의 침입을 예견한 이순신은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자 임명 초부터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전라좌수영의 군사들을 조련하고 전략 물자를 비축하며 함선들을 건조하였다. 그리하여 임진왜란이 발발할 즈음에는 어느 정도 전투력 있는 선단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왜군의 막강한 함대에 비해서는 여전히 약세였으므로, 처음에는 직접적인 교전을 피하고 소규모의 접전을 통하여 왜의 능력을 시험하였다. 그리고 모든 전투에 앞서 철저히 준비함으로써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였다. 그는 잠을 잘 때에도 갑옷을 벗지 않고 유사시에 대비하였다. 해전에 대비하여 주변 해역에 밝은 그 고장 사람들과 어부들의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의 전략에 이용하였고, 휘하 부하들의 의견을 철저히 수렴하여 가장 좋은 대책이 나오도록 노력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왜 수군과의 모든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순신이 왜 수군을 한산도 해전에서 대파한 후 왜의 수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순신 함대를 만나면 피하라는 명령을 왜 함대에 내렸다. 그리하여 이순신은 남해 바다를 장악하였다. 왜의 침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전라 해역에서 더 나아가 경상도 일부 해역까지도 왜의 준동을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임진왜란이 지나고 정유재란까지 수년의 세월 동안 이순신은 쉼 없이 해군의 함선을 보강하고 함포와 탄약 등 무기를 재정비하였다. 그리하여 왜 수군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막강한 해군력을 이루게 되었다.
왜군은 이순신의 조선 함대에 맞설 수 없게 되자 그를 무력화시키려고 이간계에 온 힘을 기울였다. 무능한 조선의 왕과 조정은 그러한 그들의 이간계에 걸려 허망하게 넘어갔고, 결국 이순신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참으로 우리에게는 원통한 일이었고, 당시 조선의 지도자였던 선조의 무능함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순신을 모함하는 데 앞장섰고 이순신 후임으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었던 원균은 이순신이 온힘을 기울여 구축해 놓은 막강한 조선 함대를 인수받아 과연 어찌하였는가? 이전에 원균은 ‘이순신이 불충하여 적의 함대를 궤멸하라는 임금의 교지도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었지만, 막상 자신이 수군통제사가 되자 왜 함대를 겁내어 교전에 나가기를 망설였다.
그러나 왜의 이간계에 의한 허위 정보에 매몰되어 있던 당시 조정은 원균 역시도 교전을 하지 않자 이간계에 의한 정보만을 철석같이 믿고 도원수 권율로 하여금 원균을 벌주게 하였다. 임무를 등한시하였다고 곤장을 맞게 된 원균은 매우 화가 나, 술을 마신 후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왜 함대가 지배하던 수역으로 출전 명령을 내렸다. 아무런 전략도 없이 출전한 원균의 조선 함대는 이러한 정보를 접하고 미리 칠천량 해역에 대기하고 있던 왜 함대에게 철저히 격파되었다. 이 패전 이후 조선 수군에 남겨진 군선은 경상우수사 배설이 미리 도망가면서 전라도의 한 구석에 숨겨놓은 오직 열두 척의 함선이 전부였다.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되면서 원균에게 넘겨준 조선 수군의 전력은 대략 군함 300여 척, 총통(대포) 300문(함선 장착분 외), 군량미 9900여 석, 화약 4천 근 등 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이순신은 거의 맨손으로 그런 막강한 조선 함대를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이순신의 지휘 하에서는 도요토미마저 교전을 피하라 명했을 만큼 그렇게 막강한 조선 수군이었는데 원균의 지휘 하에서는 단 한 번의 교전으로 궤멸당하는 처지가 되었던 것이다.
삼도 수군 300척을 자랑하던 무적의 조선 함대는 거제도 인근의 칠천량 해역에서 단 하룻밤 사이에 160여 척이 왜 수군에게 격파되었고, 통제사 원균은 배를 버리고 부근의 섬으로 달아났으나 왜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왜 수군은 한산도 일대와 고성 일대에 남겨진 조선 수군의 배를 모조리 찾아내 불태워 버렸다. 이순신이 수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일구어내었던 조선의 막강한 함대, 임진왜란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던 이순신의 무적함대가 원균의 지휘 하에 들어가자마자 단 한번의 전투에서 궤멸당했던 것이다. 참으로 지도자의 역할이 어떠한지 보여주는 극명한 예이다.
칠천량의 참패가 있은 후 다시 삼도수군통제사에 임명된 이순신은 경상우수사 배설이 도망가며 숨겨놓은 열두 척의 함선을 찾아내어 정비한 후, 왜 수군의 서해 진출을 울돌목 근처의 해역에서 막아내고자 하게 된다. 그러나 치욕의 칠천량 참패 이후 조선 수군의 처지는 이미 모든 사람의 눈에 궤멸 상태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여겨졌다. 오죽하면 임금인 선조까지 이순신에게 해전을 포기하고 육군에 합류하라고 명하였겠는가? 당시 왜 수군은 조선 서해로 진출하여 바로 수도인 한양을 침공하고자 노리고 있었다. 당시 울돌목 해역으로 향했던 왜 수군의 전선은 무려 400척이 넘었다고 한다. 그러니 선조가 그러한 명령을 내린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순신은 그러나 임금의 명령에 대하여 지금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다음과 같은 상소를 한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열두 척의 전선이 남아 있습니다. 신이 죽지 않는 한 적들은 감히 저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
그는 상소를 통하여, 설령 죽게 된다 하더라도 끝까지 조선 서해를 왜 수군으로부터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참으로 자신의 온 심혈을 다 바쳐 이루었던 막강 300척의 무적 조선 함대를 모두 잃고 겨우 열두 척의 남은 전선으로 감히 대적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수백 척의 적 함대에 결연히 맞서 스스로 죽음을 각오하고 조국의 숨통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였던 이순신의 마음은 오죽하였겠는가? 그 상황을 생각하면 오직 눈물이 날 뿐이다. 참으로 이순신 자신 또한 임진ㆍ정유의 왜란 당시 홀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겠는가? 그가 쓴 《난중일기》의 여러 군데에는 아직도 눈물로 얼룩진 부분이 남아 있다 하니, 참으로 가슴이 저밀 뿐이다.
울돌목 해전의 출전에 앞서 이순신은 그 유명한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則死 必死則生)’의 훈시를 통하여 오직 죽는 것만이 사는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휘하 전사들에게 심어주고 울돌목 전투에 임하였다. 그는 죽을 각오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혼신의 생각으로 전략을 짜서 전투에 임하였으니, 조류가 순조로울 때에 수많은 왜 수군의 함선들이 좁은 울돌목 수역으로 들어오게 하여 그 앞을 막아서 지켰다. 조류가 바뀌어 왜군 함선들이 앞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뒤로 갈 수도 없어 서로 부딪히며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그들을 공격하여 적 함대를 대파하였다.
이는 참으로 천우신조의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울돌목 수역에 진입한 왜 함대의 전선은 133척이 넘었다고 하며, 미처 들어오지 못하고 울돌목 근처 수역에서 지켜보고 있던 왜군의 함선들까지 합하면 무려 400척이 넘었다고 한다. 반면 이순신의 함대는 경상우수사 배설이 칠천량 해전 당시 도망가며 숨겨놓았던 열두 척에 더하여 나중에 한 척을 추가한 단 열세 척뿐이었다. 무려 수십 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적을 대상으로 싸운 전투였던 것이다. 이순신 스스로도 이기리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전해지니, 가히 당시의 상황을 짐작할 만하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혼신을 기울여 전략을 생각하고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여 필승의 전략을 수립하고,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전투를 죽음을 각오하고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세계 해전사에서 기적으로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 참으로 빛나는 승리였다.
당시 왜 수군은 이순신 함대의 빈약함을 알고 그에 대비되는 자신들의 막강함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이순신의 함대가 패주할 것을 당연시하였다고 한다. 이순신 휘하의 장수들 역시 그 누구도 승리는 예상할 수 없었기에, 밀려오는 적 함선들에 맞서서 이순신이 맨 앞에서 기함을 이끌고 홀로 싸울 때에도 오직 멀찌감치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렇게 한 시진이 지나가도 아무도 전투에 참여하지 않자, 이순신은 궁여지책으로 휘하 장수 가운데 한 명을 지적하여 군율로 다스리겠다고 위협하며 전투에 참여하게 하였다. 그때서야 비로소 휘하의 다른 함선들도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조선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급한 순간이었다. 만약 그 당시 이순신의 조선 함대가 무너졌다면 그 이후의 조선은 결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며, 지금의 대한민국 역시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혼신을 다한 이순신의 분투에 의하여 울돌목 해전은 승리라는 기적으로 끝이 났고, 조선은 멸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전 한산도 대첩을 이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순신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지인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그 뜻은 대략 “만약 호남이 없었다면, 이 나라 또한 없어졌을 것이다”라는 뜻이다.
전라좌수사인 이순신 자신이 한산대첩을 위시하여 해전에서 연전연승함으로써 왜수군의 서남해안 진입을 차단하였고, 육지에서는 전라도 광주목사였던 권율이 의용군 1천여 명을 모집하여 전라도로 진입하려는 2천의 왜군을 이치 전투에서 격파하여 왜군의 전라도 진입을 저지하였다. 이후 전라감사로 승진한 권율은 자신의 휘하 병사와 의병, 승병을 합한 총 3800여 명의 군사와 주민들을 지휘하여 행주산성에서 3만 명의 대군인 왜군을 격파하였다. 이처럼 임진왜란 당시 호남은 조선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의 역할을 하였다. 때문에 이순신은 만약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 또한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는 충무공 자신이 이후 이룩한 울돌목의 대첩과 비교한다면 너무나 왜소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의 소위 대첩들의 성과는 함께 모여 나라를 보존하는 성과를 이루고 있으나, 울돌목 전투는 그 자체로서 우리 민족의 향후 운명을 가름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왜군은 정유재란을 일으키면서 전열을 철저히 재정비하여 조선을 완전히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조선에 원군으로 나온 명나라 군대는 당시 강 건너 불 보듯이 그저 싸우는 흉내만 내는 정도였다. 때문에 수군이 궤멸되다시피 한 조선의 입장에서는 울돌목이 뚫리고 서해마저 왜군의 수중으로 넘어가게 되면 조선 내륙의 중요 부분을 모두 수륙 양면으로 공격받게 되어 버틸 방안이 없게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이순신 장군의 죽음을 무릅쓴 분투로 울돌목 해전을 승리로 이끌어 왜 수군의 서해안 진입을 방지하였다. 만약 이를 막지 못하였다면 이후 조선은 동아시아의 지도에서 사라졌을 것이며, 지금의 한민족과 대한민국 역시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이순신의 방식을 빌려 표현하자면, 마땅히 “약무이순신 시무대한민국(若無李舜臣 是無大韓民國)”이 될 것이다. 참으로 우리 민족이 계속하여 존재할 수 있게 해 준 우리 겨레의 중시조(中始祖)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당시 조선이 왜군의 수중에 완전히 넘어갔다면 그들은 조선을 병합하여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를 없애버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전에 고구려나 발해가 망했을 때, 또는 원나라에 고려가, 조선이 청나라에 정복당했을 때와는 전혀 다르다. 그 경우에는 원이나 청나라가 독립된 존재로 고려나 조선을 유지시켜 주었지만, 일본은 완전히 병합하려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과 조선보다 30여 년 먼저 1870년대에 일본에 병합된 오키나와가 이후 독립국가로서 그 정체 자체가 없어졌음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실제로 1945년에 일본이 패전하지 않았다면, 이후 우리 겨레의 존재 자체가 없어졌을 개연성 또한 매우 컸다고 하겠다.
아무튼 이순신이 이루어 낸 성과는 국가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없는 악전고투의 환경에서 이루어낸 빛나는 성과이니 영웅이라고만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영웅으로 칭송받는, 러일전쟁에서 러시아의 발틱함대를 물리쳐 승리한 도고 제독은 자신이 이순신과 비교되는 것을 다음과 같이 얘기하였다고 한다. 자신이나 영국의 영웅으로 칭송받는 트라팔가 해전의 명장 넬슨 제독은 나라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이겼지만, 이순신은 나라의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기적처럼 연전연승하였으니 군신으로 칭해야 할 것이라며 자신과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하였다 한다.
그렇다. 이러한 사실은 전라, 경상에 네 명의 수사들이 있었지만, 오직 전라좌수사 이순신만이 스스로 왜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함선과 대포를 만들고 대비하였음에서도 알 수 있다. 이처럼 울돌목 해전 이전까지는 평상시에 대비할 시간을 갖고 임하였으나, 울돌목 해전은 그 자체로서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을 각오로 임한 전투였었다. 여기에서 승리한 것은 이순신 스스로 '천우신조'였다고 말했듯이 기적이라는 말 이외에는 해석이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전투에 임했던 것이 아니겠는가? 참으로 그의 그러한 피를 말리는 듯한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 한민족은 저 오래전에 이미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참으로 그의 겨레를 위한 지난한 노고에 고마움을 표할 길이 없다.
여기서 우리는 지도자의 마음가짐과 노력이 그 조직이나 나라에 엄청나게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도자의 방심과 자만은 조직을 망치고, 지도자의 깨어 있는 마음과 열의, 최선을 다하는 노력은 조직이 빛을 발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