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9일 토요일 휴~ 드디어 소설 <삼국지>를 다 읽었다.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이라고 적어진 세 권의 책은 각 권이 9백 페이지가 넘었다. 나는 하루에 삼백 페이지롤 읽으면서 줄창 앉아 있었다. 정말 재미있고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궁금해서 손과 눈을 떼지 못하였다. 그러나 각 장마다 앞으로 나올 내용이 미리 나와 있어 미래 사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더구나 맨 뒤에는 내용을 정리해 주는 한시가 있어서 이야기의 맛이 쏠쏠했다. 역시 황석영이구나 감탄하였다. 사실 나는 <삼국지> 를 처음 읽었다.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와 제갈공명의 귀신같은 지략, 조조의 꾀임과 오나라의 손권의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행태가 내가 아는 <삼국지> 이야기의 전부였다. 그래서 소설의 결론이 어떤지도 전혀 몰랐다. 내가 이기기를 소망하는 유비의 촉한이 제일 먼저 망하고 조조의 위나라가 승리하였을 때는 꽤나 씁쓸했다. 그런데 이것이 그동안 내 의식속에 길들여져 있던 명나라 때 <촉한정통론> 때문이었다. 전홍철 우석대 중문학 교수의 말을 들어 보았다. '이 소설의 원래 이름은 [삼국지통속연의]이며 중국에서는 부르기 좋게 [삼국연의]라고 한다.~ 소설 <삼국지>는 정통 주자학이 성행하고 책을 읽을 줄 아는 식자층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던 명나라의 촉한정통론에 입각한 새로운 <삼국지>의 출현을 고대하는 시대적 요청과 소설책을 유사역사로 인식시켜 식자츰의 구매를 유도하려 했던 출판업자들의 욕망이 맞물려 탄생한 것이다. 명나라 당시 <삼국지>의 출현을 갈망하는 독자들의 심리를 정확히 읽어낸 사람은 나관중이란 편찬자였다. 그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진수의 정사 <삼국지>와 반대되는 역사관으로 재해석한 바탕 위에서, 오랜 세월 동안 민간의 이야기판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삼국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묶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소설을 만들었으니 소설 <삼국지> 가 바로 그것이다. ~ *진수의 <삼국지> 는 위, 촉, 오의 세 나라의 역사를 기전체로 쓴 정식역사서이다. 소설<삼국지> 의 독자들이 역사책 <삼국지> 를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여러가지 상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그 역사관에 있다. 즉 소설 <삼국지> 가 유비의 촉한을 정통왕조로 내세우는 데 반해, 역사 책 <삼국지> 에서는 소설과는 정반대로 위나라의 임금인 조씨 일가에게만 황제의 호칭을 붙여 천하의 패권이 위에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소설에서는 촉나라의 장수들이나 제갈공명의 활약에 대해 자세히 나오나 역사책에는 미미하게 언급된다고 덧붙인다. 촉나라에 역사를 기술할만한 사람이 없었다고 하니 안타깝다. 황석영 선생의 정확하고 유려한 우리말 표현에 더해 특유의 간결하고 사실적인 문체로 <삼국지> 본연의 의미를 살려내었다. 또 매회 한점이상 그림을 집어넣어서 실감났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 했다. 중국 여행을 갔을 때 창극을 보았는데 배우들이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 관우 장비였다. 어느 사원에는 관우의 초상을 걸고 사람들이 향을 피우고 기원하였다. 소설의 인물들을 추앙하는 중국 사람들의 절실한 삶의 진정성을 감상하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