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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토요일, 경주시 동국대학교 캠퍼스 한의학관에서 국궁문화연구회(이하 국문연)의 창립20주년 기념 추계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오후 1시 30분부터 7시까지 진행된 이번 추계 학술 세미나에서는 ‘각궁 죽시 제작체계의 기술적 특성, 고유성을 담론하다’라는 주제로 총 다섯분이 발표를 하고 종합토론을 가지며 우리 전통 각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번 추계 세미나에는 각궁을 제궁하는 궁장(弓匠) 두분이 각각 자신의 각궁제작 방식을 공개하고 죽시를 제작하는 시장(矢匠) 역시 참가하여 제작과정을 공개하고 참가자들과 토론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전국 각 지역에서 찾아온 30명이 참가했으며, 긴 시간동안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메모를 하는 한편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삼성현정의 이준혁 접장은 본인이 수집한 1900년대 초반의 각궁과 요즘은 보기 어려운 후궁(휘궁)을 가져와 참가자들에게 우리 전통각궁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했고 경주 죽시 시장님도 옛방식의 죽시 실물을 가져와 살펴볼 수 있게 하는등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었다.
개회사를 통해 세미나의 시작을 알린 국문연 한창희 회장님. 장소협조를 해주신 동국대 한의학교수이자 한방병원장이고 호림정 사원이신 서운교 교수님께서 환영사를 해주었다. 경상북도 궁도협회장이신 박동섭 명궁님이 축사를 해주었다. 경상북도 궁도협회 고문이신 백인학 명궁님도 참석해 자리를 빛내고 축사를 해주었다. 기조강연으로는 국문연 최석규 부회장님이 ‘활쏘기 -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가치조사의 의의와 과제’라는 발표를 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국의 활터들이 각 지자체의 이해에 따라 존립이 위태로운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 ‘활쏘기’의 전통과 문화적인 부분을 강화하고 체계화하며 정립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야만 하며, 이를 위해 활터로 대표되는 전승 환경, 우리 활쏘기의 예술성과 기술성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위한 종목의 지정, 의의를 살펴보고 과제 역시 짚었는데, 오랜 전통을 계승, 강화하는 한편으로, 이에 반하는 부정적인 요소들인 복장의 획일화, 과녁 적중만을 위한 궁체의 변화, 고래의 사풍에 대한 저항과 파괴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런 것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두번째 강연은 국문연 김세랑 홍보위원이 ‘고구려 맥궁의 실체를 알아보다’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의 수렵도로 익숙하지만 아직까지 그 실체가 알려진 바 없던 옛 삼국시대의 각궁의 실체에 다가가는 연구를 문헌기록, 벽화및 조각의 분석, 해외및 국내 유물 연구와 소개를 통해 마침내 고구려 벽화속의 ‘맥궁’을 그래픽으로 복원한 시각적 결과를 공개했다. 그저 활 비슷하게만 그려진 줄 알았고 부정확해 보였던 고구려 고분 벽화 속 맥궁이 얼마나 사실적이고 실물을 정확하게 묘사한 것인지 알 수 있었고, 수천년전의 국내외 활 유물들이 발견되는 과정과 세밀한 해설을 통해 당시의 각궁에 대한 이해를 도왔으며, 마침내 국내에서 발견된 산개한 유물들이 짜맞춰져 하나의 온전한 활 모양을 갖추게 되는 과정은 흥미진진했다. 이 과정을 통해 고대에 발명된 ‘각궁’이 북방의 유목민족들에 의해 동쪽 끝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부터 서쪽 끝으로는 헝가리까지 전세계로 퍼져나가 각기 발전하게 되는 넓고 열린 시각을 갖게 했다. 세번째 강연은 충북 단양에서 태관궁을 제궁중인 고영환 궁장님이 ‘태관궁 제작체계의 기술적 특성 및 효과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고영환 궁장님은 부천계열 각궁을 만드는데, 고 김장환 궁장의 장자 고 김기원 궁장의 큰아들인 김동진의 궁방에서 제궁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태관궁을 제궁하는 전 과정을 상세히 소개하였고, 활을 관리하는 방법및 점화관리에 대한 해설도 더해 참가자들에게 각궁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아울러 경기용 각궁외에도 우리 전통 목궁이나 조선시대 군용활등을 복원, 재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본인 스스로 2000년대까지 충청북도 대표선수를 했던 명궁이자 궁장이기에 후학 양성 또한 게을리할 수 없어 현재 서울에서 한성궁을 만들고 있는 송준호씨에게 제작기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네번째 강연은 영월궁과 영월깍지로 유명한 신승윤 궁장의 차례였는데, 궁장님이 세미나 직전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강연내용을 정리한 국문연 이동보 기획및 정책위원이 대신해 ‘영월각궁 제작체계의 기술적 특성 및 효과성에 대하여’ 발표했다. 신승윤 궁장은 본래 양복을 짓던 재단사로 이름이 높았는데, IMF 당시 운영하던 양복점을 접고 독학으로 각궁제궁의 길에 들어선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특유의 눈썰미와 기술로 유명하며 일년에 4~50장 정도만 만드는 그의 각궁은 전국적으로 널리 쓰이지는 않으나 단골들의 충성도는 매우 높아 계속 영월활만 쓰게 된다고 한다. 영월활의 특장점을 잘 정리해 발표했고 특히 활을 해궁할때, 관리할때의 주의점등을 정리해 사용자 입장에서 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주력하였다. 활은 물론이고 영월은 깍지로도 유명한데, 하나하나 정성을 기울여 만들어 ‘사용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고유의 노하우를 담은 명품깍지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경주죽시를 만들고 있는 최금동 시장님이 다섯번째로 ‘경주죽시 제작체계의 기술적 특성 및 효과성에 대하여’라는 발표를 했다. 최금동 시장님은 16세의 나이로 1968년 전북 이리의 김순수 죽시장에게 처음 기술을 사사받은 것을 시작으로 1971년 대전의 박종관 죽시장등 여러 스승을 거치며 두루 화살제작에 관한 노하우를 전수 받았다. 지난 1997년 전승공예대전에 목죽칠 부분에 작품을 출품해 입선을 하기도 하는 등 현재 독보적인 죽시장중의 한분이다. 화살대를 고르는 선죽 과정부터 시작해 화살을 만드는 전 과정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했다. 현재 50년 넘게 죽시를 만들어오고 있는 죽시장은 경주죽시의 장점에 대해 “전통의 기술을 배워 그저 배운대로 만들고 있는데 사용자가 평가할 따름이지 제작자가 무슨 말을 하겠냐”고 묵묵하게 스스로를 낮추는 겸양을 지닌 분이다. 모든 주제발표를 마치고 이후 약 한시간 가량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을 배려해 주로 궁시장들께서 직접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활과 화살의 관리부터 평소 궁금해 하던 화살의 비행및 회전원리등 폭넓은 질문과 답변들이 오고갔다. 각각의 내용들이 독립된 세미나 주제가 되어도 좋을 만큼 깊이 있는 내용들이라서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거나 쉽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으나, 이를 통해 우리 궁사들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이 드러났을뿐만 아니라 이를 속시원하게 정리할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국궁이론이 부재한 현실도 절감할 수 있었다. 모든 행사가 끝난후 인근의 식당으로 이동하여 미처 못다한 이야기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창립20주년 기념 추계세미나가 정리되었다. 참석자 단체사진 |
첫댓글 준비, 진행, 참석하신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장소가 좀 후미진 곳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귀한 학슬모임 자리에 좀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가 아쉽네요. 우리 국궁계가 성숙, 발전하려면 이런 모임이 좀더 자주 열리고,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건설적인 대화들을 나누고, 또한 그 내용들이 우리 활판에 알려져야겠지요. 관계자 분들의 꾸준하고 심화된(?) 노력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