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가진 진짜 문제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서 보는 인공지능의 문제점 -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애초에 불공정 게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쟁이 팽팽하다. 이 논쟁에서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파악하는 서로 다른 두 견해 혹은 두 가치관을 볼 수가 있고 여기서 <인공지능>이 가진 진짜 문제를 파악할 수가 있다.
= 불공정한 조건 1 =
먼저 문제의 시작을 보자. 한국기원 양재호 사범은 시합 전에 구글 측에 <알파고>의 기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하였다. 이 문제로 ‘불공정 게임’이라는 말이 주장이 있었다.

게임이 정당하려면 대국을 하는 두 사람이 동일한 조건에서 하여야 한다. 그런데 한 사람은 상대방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정보를 전혀 가지지 못하고 있다. 불공정한 것이 맞다. 그런데 다른 불공정한 여건이 있다고 문제가 제기 되었다. 그것은 <한 IT전문 변호사>가 주장하였다.
= 불공정한 조건 2 =
IT전문 변호사인 전석진 변호사는 알파고가 이세돌과 1대 1로 공정하게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라, 다른 수천의 슈퍼컴퓨터와 연결되어서 실시간으로 도움을 받기 때문에 <시간의 제한>이 거의 무한대와 같고, 또 수천의 다른 사람으로부터 <훈수>를 받아 두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이 문제는 바둑의 룰에 따르면 명백히 반칙이다. 왜냐하면 바둑은 마치 태권도 시합과 같은 것이어서 두 대국자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이어야 하고, 대국 중에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의 한수>라는 영화에서 보듯이 만일 대국 중에 상대방 몰래 누군가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연락을 취하거나 한다면 이는 명백히 반칙이다.
하지만 포항공대의 최승진교수는 이러한 전석진 변호사의 주장에 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즉 적절한 수를 찾기 위해서 천대 이상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이지 훈수를 도움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의 두 주장은 전자는 <바둑게임>이라는 대국의 룰을 고려하는 것이며, 후자는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가지는 핵심장점을 고려하는 것이다. 즉 알파고가 가진 장점은 일반 컴퓨터가 가진 장점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컴퓨터의 장점은 무한대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에 있고, 시간의 한계를 넘어 엄청난 계산을 단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를 부정하고 <알파고>를 한 개인의 로봇처럼 통신망을 단절시키고 일대일로 두라고 한다면 알파고의 핵심장점을 내려두고 게임을 하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일 이번 게임이 <바둑의 대국>이 아니라, 일종의 <한 사람의 두뇌와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단순히 시험하는 게임이라면 불공정 운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슈퍼컴퓨터가 가진 핵심 장점이 ‘동시에 다양한 매체와 소통하면서 짧은 시간에 엄청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가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이번의 게임이 <한 인간과 한 인공지능>의 바둑대국이라고 한다면 이는 명백히 불공정 게임이고 <알파고의 반칙패>여야 할 것이다.
= 애초에 공정하게 계약을 성사 할 수 없었던 이유 =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다. 애초에 한국기원의 양재호 사범이 알파고의 <기보>를 요청하였고, 구글이 이를 거부하였을 때, 왜 거부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상 알파고는 공상과학에 등장하는 <인조인간>과 같은 개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알파고는 아직은 독자적인 인격 비숫한 것을 가진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통신망을 통해서 수천의 컴퓨터에 연결되어 짧은 시간에 상상을 초월하는 정보와 경우의 수를 시험하고 확률을 계산하고 하는 <무한대의 정보 소통>의 기계라는 점이다. 이것을 <추론의 능력>이니, <직관의 능력>하는 말로 사용하는 것은 무의미 하다. 어차피 앞파고는 아직은 <자아>와 유사한 것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기보>란 한 대국자가 가지고 있는 그의 수학적 능력, 그의 개성, 그의 실존, 그의 인격이 어울어져서 다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기풍>이 담겨있는 대국의 결과물을 말한다. 하지만 수천, 수만의 다른 사람들의 기보를 입력해 놓고, 수천 대의 컴퓨터에게 이를 조합하여 그때 그때 승률이 가장 높은 최선의 수를 모색하는 알파고에게 <자기 기보>라는 것이 있을 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알파고의 기보>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기보>를 내어 놓으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만일 알파고가 둔 기보를 최소한 100개만 제시 하였다면 전문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의 대국 원리에 대해서 충분히 알 수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알고서도 그들의 대국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일 알파고가 하나의 일반 컴퓨터에 내장된 단독의 <프로그램>이고, 그래서 이세돌과 통신망이 차단된 단일한 컴퓨터로서 대국을 두고, 모든 바둑의 룰을 알파고가 지켜야 한다면, 이세돌 아니라, 왠만한 정상급의 프로기사들에게도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공정한 계약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일 구글 측이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거부하였다면 <사기게임>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 인공지능의 근본적인 문제점 =
이상의 사건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인공지능>의 문제점은 단 한가지뿐이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이 만든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가진 기계>를 말한다. 그런데 지능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이는 ‘지적인 능력’ ‘알 수 있는 능력’ 혹은 ‘이해하는 능력’이다. 단순히 입력한 대로 자동기계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연산하고 추론하고 직관하고 창조하는 인간의 지능과 유사한 능력을 가진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인간이란 그 자체 유기적인 존재여서 ‘지능’이라는 말에는 윤리 도덕적인 능력이 포함되어 있다. 즉 어떤 것을 추론하고 결정을 할 때, 이 결정이 이 행위가 과연 바람직한가? 인간적인 것인가? 선한 것인가 악한 것인가? 정당한 것인가? 하는 윤리 도덕적인 반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윤리도덕적인 반성은 인간이 가진 양심의 능력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이 선천적인 것이든, 후천적으로 형성된 것이든 양심이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도덕적인 제일원리가 된다는 것이 전통적으로 인정해온 철학자들의 생각이며, 한 개인의 양심은 그의 인격을 가늠하는 한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에는 이러한 양심의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직 최선의 결과만을 생각할 뿐이지 자신이 행하는 행위에 대한 선악이나 정당성의 문제는 문제 삼지 않는다. 수천의 컴퓨터와 공조를 하면서도 전혀 ‘반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어떻게 하든지 승리를 하면 되는 것이지, 과정의 문제는 문제밖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인공지능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만일 인공지능에게 치안을 전적으로 맡겨보자. 그들은 오직 범죄를 없애야 한다는 한 가지 목적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확률적으로 범죄의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분류할 것이고, 이들에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삭제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즉 기계인간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러한 행위가 도덕적인 것인지, 인간다운 것인지 혹은 정당한 것인지 하는 것은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공상과학영화에서 종종 보여주는 인공지능의 문제였다. 그런데 이것이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인공지능의 문제는 미래에 인간의 일자리를 기계가 대신할 것이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만일 인간이 양심을 가진 인공지능을 창조하지 못하는 한, 인간이 자신의 일을 인공지능에게 맡기는 순간 우리의 삶이 인간적인 삶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신과 유사한 힘을 가졌지만, 양심이 전혀 없는 존재, 이를 우리는 ‘사탄’ 혹은 ‘악마’라고 부르고 있다.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자신의 일을 양보하는 순간은 곧 우리의 삶을 악마의 손에 맡기는 것과 유사한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