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과 2인칭을 꺼리는 동양문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이나 우리나라는 1인칭을 생략하거나 잘 쓰지 않았으며, 특히 2인칭의 사용을 꺼리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그 단적인 예로 옛날 임금은 '나(予)'라 말하지 않고 3인칭에 해당하는 모자란 사람이란 의미의 '과인(寡人)' 이란 말로 자신을 지칭했으며, 이를 본받았는지 전임 대통령 중엔 '이 사람' 이라는 말을 즐겨 쓴 이도 있었지요.^^ 그리고 너란 직설적인 말대신 3인칭 냄새가 풍기는 '당신'이나 '그대' 심지어는 '서방님' 같은 용어를 2인칭 대신에 써왔습니다. 이는 이름 부르기를 꺼려하여 어렸슬 땐 '아명(字)를, 나이 들어서는 호(號)를 따로 지어 부른 것과도 무관치 않겠지요
秋史 글씨 : 一讀二好色三飮酒(첫째는 독서요 둘째는 好色이요 셋째는 술 마시는 거라오)
3) 3인칭 대명사
사실상 1인칭이나 2인칭을 대신한 3인칭이 많습니다.
(1) 君 : 詩에 자주 나오는 사실상 2인칭. '그대' '임'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듯
예 : 醉臥沙場君莫笑 취하여 모래바닥에 누어도 그대는 웃지 마소
(盛唐 왕한의 凉州詞 중) ¶ 주격
君問歸期未有期 그대는 돌아올 날을 묻지만 돌아갈 기약 없다네
(晩唐 이상은의 시 夜雨寄北 중) ¶ 주격
酒盡君莫沽, 壺乾我當發 술떨어져도 그대 사오지 마시게, 병이 바닥나면 나는 곧 떠날
것이네 (조선 김굉필의 시 別酒主人 중) ¶ 주격
憑君莫問生涯事 부탁하네, 그대 내 생애를 묻지 마시게 (조선 김굉필의 시 書懷 중)
¶ 주격 (목적격?)
春風江上路, 不覺到君家 봄바람은 강위 길가에 살랑이고 어느새 그대의 집에 이르렀네
(明 高啓의 시 尋胡隱君 중) ¶ 소유격
君家遠還好, 未歸猶有說 자네의 (친정)집이 멀어 오히려 좋겠네, 가지 못해도 핑게라도
있으니 (조선 후기 이양연의 시 村婦 중) ¶ 소유격
思君不見下渝州 그리운 그대를 보지 못하고 유주(현재의 충칭)에서 하선하노라
(盛唐 이태백의 峨眉山月歌 중) ¶ 목적격
送君南浦動悲歌 그대를 보내는 남포에는 구슬픈 노래 일렁인다 (고려 정지상의 送人 중)
¶ 목적격
落日長程畔, 挹盃特勸君 해저므는 긴 여정 언덕에, 술잔을 잡아 특별이 그대에게
권하노니 (조선 김일손의 시 次睡軒 중) ¶ 목적격
思君夜不寢, 爲誰對明鏡 임을 생각함에 밤에 잠못이루고 누구를 위해 거울을 대하리
(조선 여류시인 삼의당 김씨의 시 送春 중) ¶ 목적격
(2) 郞(사내 랑) : 사실상의 2인칭, '임'이나 '그대' 정도로 새기는 것이 타당
예 : 燈明酒煖郞來夕 등잔 밝히고 술 따뜻하게 데우고 낭군님이 오시는 저녁에..
(황진이의 시조 동짓달의 한역) ¶ 주격
郞去月出來 月出郞不來 낭군님이 가실때 달뜨면 오신다더니 달떠도 임은 아니 오시네
(조선 여류시인 凌雲의 시 待郞 중) ¶ 모두 주격
逢郞隔水投蓮子 님을 만나 물을 사이에 두고 연밥을 던졌네
(조선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시 採蓮曲 중) ¶ 목적격
不是傷春病, 只因憶玉郞 이건 봄타는 게 아니고 다만 고은 님을 떠오른 때문이라오
(조선 여류시인 梅窓의 시 傷春 중) ¶ 목적격
纔到郎邊却自驚 겨우(纔) 임 곁에 다가가면 스스로 놀라 깨고 맙니다
(조선 여류시인 삼의당 김씨의 시 夜深詞 중) ¶ 목적격
(3) 妾(첩) 사실상의 1인칭, 우리말로 새기면 '소녀' 정도가 어떨지요
예 : 月到紗窓妾恨多 달 드는 비단 창가에 소녀의 한 많습니다
(조선 여류시인 이옥봉의 남편에게 드리는 시 중)
君居京邑妾楊州, 日日思君上翠樓 임은 서울에 살고 소녀는 양주에, 날마다 임 그리워 푸른
누각이 오릅니다 (조선 여류시인 홍랑의 시 중)
人道芙蓉勝妾容 사람들이 연꽃 보고 소녀보다 곱다 말하(道)지만..
(조선 여류시인 김부용의 시 勝妾容 중)
(4) 公 : 1인칭, 2인칭 대신 쓰는 옛스런 표현
- 1인칭 대신
예 : 吏人休報事, 公作送春詩 아전들에게 일 보고하지 말라 하고, 나는 送春詩를 지어야겠네
(中唐 한유의 시 柳巷 중)
- 2인칭 대신
예 : 公無渡河, 公竟渡河 그대 강을 건너지 말라 하였는데, 그대 결국 강을 건너시더니
(고조선대의 시로 추정되는 公無渡河歌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