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 독배일기 14.
<행정관료와 교사가 함께 '억압받는 다수' 수업토론을 해보자>
초등생들은 영화가 영화속에만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중학생에게 교사는 영화는 현실을 일부 빌어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헐리웃 어벤져스가 아니야. 현실은 영화보다 더 심각해~라고 말하면 학생들의 흐름은 갈라진다.
궁금해하는 이들, 현실에 대한 의문으로 머리를 쫑긋거리는 친구들. 한편에선 괜시리 교훈적 도덕으로 흘러갈까 조바심을 내는 학생들, 한편에선 세상을 말하는 진지모드보다 선생님이 재미있게 놀아주세요~라는 학생들.
그 가운데서 우리는 삶과 사회를 교실로 초대한다. 5.18수업은 어떨 것 같은가? 5.18도 이런 학생들의 반응양상이 동일하다. 다만 교실정치학적으로 좀 더 우군이 많다. 초등시절부터 누적된 관심에서 더욱 성장하기를 원하는 학생이 있으니까. 매번 듣는 이야기를 반복하여 듣는 것은 매우 짜증나고 불편하기도 하지만 이미 아느 이야기에 더하여 새로운 이야기로 발전하는 것은 그것을 학생들도 성취라고 느끼고 성장이라고 느끼니까.
하지만 제일 어려운 것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초등의 교실이란 선생님의 정의가 반짝거리지만 중등의 교실에서 선생님의 정의는 곧잘 빛이 바랜다. 어느 순간 꿘대가 되고, 어느 순간 진지모드라고 규탄받는다. 학생들에게 세상의 정의가 교실의 정의로 다가오고, 자신의 삶의 준비를 위해 신발끈을 매는 훈련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한 교사의 기나긴 일관성이 필요하고, 또 여러 교사들의 협력과 팀웤이 너무도 절실하다.
학생들이 수업이 아니라 방학전 마무리쯤에 책걸이처럼 보여주는 영상에도 섹시한 장면은 지나가고 영화속 배우들의 맛갈스런 욕지거리는 현실감을 더한다.
하지만 '억압받는 다수'에서 마초의 세상과 유사한 성차별세계일지나 여자가 지배하는 세상이기에 욕들은 전혀 다르게 배치된다. 일상의 영화에서 '씨발~'이라 등장할 것이 '좆'으로 등장하거나, ' 씹탱아'라고 부를 것을 '자지야~'라고 등장한다. 하지만 중요한 대사는 아니다. 선정적이든 새롭든 그것은 이 영화의 미러링을 위해 피할 수 없는 부분적 장치일 뿐이다. 차라리 주인공이 절규하는 '아, 가모장제때문에 못살겠네~.' '형제들의 투쟁이 허사가 되는거야!'라는 대사가 사실은 더욱 심쿵하다.
그러나 여학생에게도 남학생에게도 통상 교실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더욱 낯설고 불편함은 당연하다. 아니 수업의 흐름 속에서 이야기 나눈 학생보다는 차라리 전후맥락없이 영상을 보고 있는 교육청 관료들의 눈빛에 이것이 얼마나 불편했을까? 그들은 더구나 교사의 욕망, 수업의 욕망을 가지고서 그 영상을 바라보았을까? 민원을 감당하는 행정관료노릇에 벅차하며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상상하면 참으로 궁금하다. 가능하면 현장교사와 관료들이 함께 모여 모둠토의를 해보자. 성비위매뉴얼을 토론하지 말고 도덕수업을 함께 토론하면 어떨까? 진지하게 제안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