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연회 중 미주연회만 남겨두고 모든 연회가 끝났다. 이후 은퇴목사가 있는 교회마다 은퇴찬하예배와 담임자 이취임식이 어어지고 있다. 일개 교회의 은퇴찬하예배를 보도하는 것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기도 하지만 후임자 선정과정과 은퇴문제로 얼굴 붉어지는 사건이 많은 터에 최근에 개인적으로도 관련이 있는 어떤 교회의 은퇴찬하예배에 참여하고서 감동을 느껴 소개하기로 한다. | | | ▲ 23일 오전, 원로목사 추대예배에서의 안성옥 목사 부부 |
안성옥 개포교회 담임목사는 정년 3년을 앞당겨 지난 4월 21일 제 28회 서울 남연회에서 자원은퇴 했다. 그리고 4월 23일 주일 교회가 마련한 ‘성역 43주년 감사 및 원로목사 추대예배’를 드리며 자신의 성역 43년을 마감했다. 신학교 동기이자 친한 형님인 김기택 목사가 설교자로 초청되고 이임과 취임하는 목회자의 가족들이 참석했을 뿐 특별한 손님 없이 평상시처럼 성도들과 주일 오전 11시에 드린 예배였다. 안성옥 목사는 이 교회를 1985년 1월에 개척한 이후로 32년간 목회했다. 2년 전쯤부터 안성옥 목사는 여러 경로를 통해 후임을 물색했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성도들에게 가장 좋은 목회자가 누구일지가 기준이었다. 공개청빙은 염두에 없었다. 청빙하는 동안 교회가 시험에 드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고 채용하듯 하고 싶지 않았다. 이 방침에 장로님들도 기꺼이 동의해 주었다. 서로간에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안 목사는 그중에 본지에 소개된 적이 있는 미주연회 산호세 선한샘 교회의 이상혁 목사를 눈 여겨 보았다. 단 기간에 교회를 성장시켰고 선교에 열정적인 것이 좋았다. 교회 외형에 신경쓰지 않고 목양과 복음에 집중하려는 목회 방식이 자신과 비슷했다. 매 주일 그 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설교는 물론 이전의 설교를 모두 들어보고 사진들과 교회소식들을 살펴보았다. 그가 쓴 책도 어렵게 구입해 읽었다. 그리고 안성옥 목사는 딱 한 번의 만남 뒤에 바로 그 목사에게 32년간의 담임목회를 넘겨주었다. 어떤 다짐이나 요구 없이 아주 깨끗하게. “작년 6월에 심장에 문제가 생겨 죽을 뻔 했어요. 수술 후, 두 달 동안 강단에 서질 못했습니다. 하나님이 살려주셨으니 고맙고 감사할 뿐이지요.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되면서 저와 제 아내의 마지막 바램은 좋은 후임목사를 선정해서 성도들에게 선물이 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후임 목사님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그가 지나온 목회의 궤적과 열매를 보고 청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장로님들은 그런 제 뜻을 만장일치로 받아주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앞서 행하심과 은혜였다고 믿습니다.” 당초 안성옥 목사의 계획은 1년 동안 안식년을 갖고 내년에 은퇴하는 것이었다. 일 년간 성도와 목사가 서로 적응기간을 가지며 연착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완충지대 역할을 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후임목사를 부담임 목사로 청빙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바꾸었다. 어차피 담임목사님이 될 분으로 모셔왔는데 부목사의 이미지를 일 년 동안 갖게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부목사 이미지가 굳어지면 리더십이 제대로 서지 않을 수 있다고 본 때문이다. 안 목사는 후임 목사가 부임하는 그 주일에 바로 은퇴할 것을 발표하였다.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담임목사의 갑작스런 은퇴발표에 장로님들이 바빠졌다. 자신의 은퇴는 곧 후임을 세우는 것을 의미했다. | | | ▲ 은퇴사 – 안성옥 목사, 이명순 사모 |
‘안성옥 목사 성역 43주년 감사 및 원로목사 추대예배’ 4월 23일 주일 11시 예배에 있었던 안성옥 목사 은퇴찬하예배는 분위기로 보자면 다시 못 볼 사람을 떠나보내듯 장례식장을 방불케 했다. 35평 지하에서 7명으로 시작해 출석 1천명이 넘기까지 32년간 희노애락을 같이 했으니 얼마나 많은 기억들이 쌓였을까마는 어떻게 모두가 그토록 아쉬워할까. 나뭇가지에 깃든 새가 떠날 때는 자신의 몸무게만큼 가지를 흔들고 떠난다고 했던가? “안목사랑 만나면 교인들 자랑뿐입니다.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이는 누구고 저 이는 누군데 어떻구 저떻구...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계속 말합니다. 안목사님은 온통 교인들 생각밖에 없던 목사였습니다” 김기택 목사가 설교시간에 안목사가 얼마나 성도들을 사랑했는지를 그렇게 말했다. 아들 안지수 전도사는 아버지를 닮은 목사가 되고 싶다며 깊은 존경을 담아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낭송하고 새 출발을 의미하는 신발을 신겨드렸다. ‘은퇴(retire)’란 바퀴를 갈아 끼고 다시 출발하는 거란다. 아버지 은퇴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백지민 권사는 ‘목사님께 드리는 글’을 읽다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자 ‘아버지가 시험 들지 않게 해달라’고 말해 청중을 울다가 웃게 만들었다. 은퇴찬하 예배에는 은퇴라는 단어가 없다. 성도들은 목사님이 은퇴한 후에도 원로목사로 남아 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길 바란다. 이 점에 대해서는 후임 이상혁 목사도 같은 생각이다. “부임하고 보니 교회 구석구석에 안 목사님의 손길이 안미친 곳이 없었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은 제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목사님께 은퇴하시고 어디 다른데 가실 생각이시면 큰 일 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안 목사님이 사모님과 여행을 다녀오시고 나면 주일 2부 예배를 부탁드릴 생각입니다. 부산 수영로 교회가 그렇게 하고 있잖습니까. 정필도 원로목사님이 2부 예배 설교하시고 후임 이규현 목사님도 정 목사님께서 인도하시는 예배에 참석해서 은혜를 받으시고요. 얼마나 보기 좋습니까. 전임 목사와 후임 목사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보면 성도들도 안심하고 기뻐할 것 같아요.” 눈물과 웃음이 범벅된 은퇴찬하 순서를 마치고 간단한 취임식을 가졌다. 폐회찬송을 부르기 전에 안성옥 담임목사가 후임 이상혁 목사를 제단으로 불러내 멍에의 상징인 자신의 스톨을 벗어 걸어주고 이날 설교자로 초청됐던 김기택 목사와 이상혁 목사의 아버지 이영호 목사가 함께 안수기도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좋은 목사님과 함께 할 수 있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담임목사님이 사심없이 후임 목사님을 모시고 온 것도 감사합니다. 요즘에 어느 교회가 은퇴하시는 목사님이 추천하는 후임 목사님을 받습니까? 장로님들이 회의하고 결정하거나 성도들이 투표해서 결정하기도 하잖아요? 정말 우리 교회 같은 곳이 없어요. 앞으로 하나님이 하실 일이 기대됩니다.” 예배에 참석한 한 권사님의 말씀이다. 맞는 말이다. 담임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많은 교회들이 몸살을 앓는다. 목사와 장로 사이의 평생 좋았던 관계가 흔들리고 서로에 대해 서운한 감정을 갖기도 한다. 예전에는 다 그랬던 지극히 당연한 은퇴와 청빙 절차들이 언제부터인가 맘몬의 논리로 오염되어 교회가 깨지고 심지어 소송을 벌이기도 한다. 대게 신뢰와 존경을 잃은 목사가 원인이다. 그러나 이 교회는 그런 과정이 하나도 없었다니 깨끗한 은퇴요 진한 감동과 여운이 남는 물러남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같은 일을 10년 동안 하면 경험이 된다. 20년을 계속하면 이력이 되고 30년을 하면 원조, 40년을 하면 신화, 50년을 계속하면 전설이 된다고 한다. 개포교회의 역사가 신화와 전설을 향해 계속해서 행진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