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다른 너에게 - 티모테르 벨 글.그림/ 이세진 옮김/ 책읽는 곰
- 참석자 : 정은미,김혜정,권정옥,유경은,김현형 5명
< 나와 다른 너에게 >
2026.4.3.
굴토끼 무리와 함께 사는 산토끼의 이야기. 같은 종이지만 다른 습성을 가진 동물끼리 함께 공존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토끼는 굴토끼와 함께 그들의 방식에 따라 생활한다. 그러나 산토끼는 항상 의문을 갖고 있다. “왜 뭐든 다 같이 해야 해?”라는.
이 질문에 굴토끼들은 답하지 않는다. 뭐든 함께 행동하는 그들 속에서 산토끼가 즐거움을 스스로 찾고 함께 생활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해가 지도록 신나게 놀다가 잠 들어도 산토끼는 숨이 턱에 닿도록 달리는 꿈을 꾼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물을 마시러 갔다가 다른 산토끼를 만나고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힘차게 들판을 달리며 함께 자유롭게 뛰놀다 잠깐 머뭇거린 후 본성을 거스르지 못하고 숲으로 뛰어든다. 연둣빛 나비를 쫓아 이리저리 뛰다가 그만 길을 잃고 굶주린 늑대무리와 마주치게 되고, 바로 그 위기의 순간 나무 사이로 거대한 짐승이 나타나 산토끼를 쫓던 늑대들이 오히려 겁에 질려 달아난다. 그 거대 짐승은 굴토끼들이 함께 만든 형상이었고 산토끼들은 위기에서 벗어난다. 굴토끼들과 산토끼는 함께 위기를 극복한 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함께 지내게 된다.
커다란 토끼 옆얼굴, 토끼 눈에 다른 토끼들의 그림자가 비쳐 보인다. 겉표지를 넘기고 다음 속지만 보아도 여러 종의 동물들이 무리 지어 마치 <나와 다른 너에게> 어떤 말을 건넬듯하다. 오로지 연필이 가진 흑색으로 세밀하게 표현해 시선을 집중시키고 각 장을 넘길 때마다 흑과 백을 활용한 공간의 조화로움과 강렬함, 따스함도 느낄 수 있었다.
친구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 사회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 등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며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지나간 나의 사회생활들을 자연스레 떠올렸다. 온라인 독서지도사, 자기주도학습 코치, 초등 돌봄 대체 강사, 기초 협력 강사 그리고 어린이집 선생님까지... 내가 경험했던 여러 기관과 단체들 속에서 나는 늘 산토끼였다.
육아로 경력 단절 여성이었던 나는 새롭게 일을 시작했을 때 나의 태도는 항상 소비자 입장이었고, 학부모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직장 속에서 나는 공급자여야 했고, 소속 기관 단체의 직장인이어야 했다. 오랜 경험이 있던 경력직 사람들의 마인드와는 달랐다. 그들과 적당히 어울리고 따르면서도 ‘더 나은 방법이 있는데 왜 꼭 같은 방식으로만 하지?’라고 생각했기에 그들이 제시한 방향에 어긋나지 않게 나름 내 방식대로 변형해 실행하며 ‘맞아, 이런 거지! 바로 이거야’ 하며 혼자 쾌재를 부르며 즐겁게 업무를 했었다. 마치 굴토끼와 살던 산토끼가 다른 산토끼를 만나 너른 들판을 자유롭게 누볐던 것처럼.
그러다가도 기존의 시스템에 맞지 않은 나의 방식에 태클을 걸며 수정을 요구하는 경우엔 일단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도 다시 내 방식을 살짝 곁들이며 진행해 그 결과도 만족스럽고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가끔은 그들에게서 배우기도 하고 새롭게 깨우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분명 공동체 시스템 속 축적된 경험의 노하우는 존재하고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공동체 안에서 나와 다른 가치관을 만났을 때 오는 격차를 좁혀가며 나를 지키며 그 안에서 슬기롭게 생존하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이렇게 적응하며 사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고 맞춰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거나 거리를 두지 않는다. 나 역시 그들에게 불편한 상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그저 그들의 생각이 나와 다르고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굴토끼가 산토끼에게 말한 것처럼
“우리는 서로 닮았지만 조금 다른 점도 있는 것 같아. 너에 대해 가르쳐 줄래?”
라는 말을 먼저 건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 참고 : 서식 형태에 따라 굴토끼와 산토끼로 구분한다. 굴을 파고 사는 건 굴토끼, 그렇지 않은 건 산토끼(멧토끼)로 구분. 인류가 길들여 가축으로 키우고 우리가 흔히 집토끼로 부르는 게 바로 굴토끼이다. 영어로 굴토끼는 rabbit, 산토끼는 hare인데 동아시아권에서는 산토끼만 존재해서 둘을 구분하는 별도의 명칭이 없이 그냥 토끼로 부른다. 한반도 역시 ‘한국멧토끼(Lepus coreanus)’라는 산토끼 1종만 서식해서 산토끼 굴토끼 구분하지 않고 그냥 ‘토끼’로 부른다.
굴토끼는 산토끼에 비해서 체구도 작고 빨리 달릴 수 없는 대신 신체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군집 생활을 한다. 그림책에서 굶주린 늑대들에게 쫓기던 산토끼들을 굴토끼 가족들이 도와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군집 생활로 다져진 생존 능력 때문이다.
* 함께 나눈 이야기
- 이 책을 읽은 후 여러분은 가족, 친구, 공동체 중 어떤 관계가 떠올랐나요?
- 나를 지키며 < 따로 또 같이 > 생활한 경험이 있나요?
- 나와 다른 이를 이해하고 공존하기 위한 여러분 만의 팁을 알려주세요
결혼 후 시댁은 굴토끼들이였고, 나는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산토끼였다. 가족 관계에서 원가족과 건강하게 독립하는 것이 중요하며 나와 다른 남편, 시댁을 이해하고 공존하기 위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정은미>
이 책을 보고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딸이 생각났다. 자유분방하게 뛰놀고 모험하고 싶은 산토끼의 마음이 딸의 마음과 겹쳐보였다<김현영>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생활하는 굴토끼이다. 내 굴안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아들도 굴토끼여서 서로 의견충돌이 있지만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고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공존할 수 있다<유경은>
나는 한때 산토끼라 생각하고 공동체나 조직에 적을 두지 않는 프리랜서의 삶도 살아봤지만 결국 결혼을 통해 집토끼가 되는 사춘기같은 과정을 겪고 나서야 현재는 나와 맞는 조직이나 공동체를 찾고 적당한 (팽팽하지도 느슨하지도 않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굴토끼도 산토끼도 아닌 나만의 옥토끼가 되어가는 것 같다<권정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