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공론정치의 새로운 전개(서울대출판문화원) - 김인걸
18, 19세기 향회, 민회를 중심으로
이 책은 공론정치를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 볼 것이냐 하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조선시대는 국왕, 대신, 대각(언론삼사)을 중심으로 한 공론정치, 붕당(정당)정치의 폐해로 공론정치가 약화되는 영정조의 탕평정치, 그리고 공론정치가 종식되었다고 일컬어지는 세도정치기 등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각각의 정도나 침해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저자는 숙종 시기부터 일정하게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역에서 공론(여론)의 모습을 통해 조선시대 공론정치의 확장과 시대의 굴곡을 살펴보고 입증하려고 한다. 세상사 시대의 과정과 한계를 포함하고 있다.
조선에서 공론은 천리를 구현하는 의론으로서 현실 정치에 구현하는 것이었다. 유교 성리학의 대전제처럼 작동했다. 주자와 이이의 글속에서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이이는 공론이 부재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하였다. 이이의 공론은 보기에 따라 전체 인민으로까지 확장성을 가질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양반제 신분사회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이이의 글은 중앙정치의 제 역할을 강조하는 것에 중점이 있었다고 할 것이다.
조선의 공론정치는 중종 시대와 이이의 글에서 드러나듯 차츰 지역으로 확장되어 간다. 지역에서는 양반들을 중심으로 한 향회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지역의 양반중심의 향회는 지역의 여론을 결정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8세기, 19세기는 양반중심의 향회도 구성에 변화가 나타나게 되며, 차츰 지역에 따라서는 민회라는 이름으로 드러나게 된다. 19세기는 민란의 시대라 하지 않던가. 민란은 자연스럽게 많은 민들의 집합을 갖게 한다. 민들의 불만과 저항이 민회라는 집합을 통해서 행사되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향회와 민회의 활동을 취재와 진압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서 입중하고 있다.
민란의 시대는 엄청난 민의 역량을 드러냈다. 민의 투쟁과 각성은 그만큼의 공론화 과정을 통하고 전제로 한 것이었다. 동학농민혁명 그리고 의병투쟁, 다른 측면에서 독립협회와 만민공동회 등 다양한 민들의 공론과정과 투쟁은 일제의 지배하에서도 독립과 해방투쟁을 전개하는데 큰 밑바탕이 되었다. 특히나 민들의 다양하고 자발적인 회합의 실체는 우리로 하여금 너무도 자연스럽게 민주공화정을 기본 체제로 규정짓는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작용했다는 생각이다.
민들이 주도하는 공론 그리고 민들이 주인 되는 정치로서 민주정, 민중정은 이제 지금 우리 시대의 요구라 할 수 있겠다. 21세기는 낡은 정당정치의 틀로서 대의제, 선거제를 극복해야 한다. 21세기는 민이 직접 작동하는 직접민주주의로서 민회, 민이 국가와 사회, 마을의 주인으로 작동하는 공론정치 시대가 지금 우리의 요구이자 몫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