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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조 창작의 제 문제 유준호 Ⅰ} 열기 현대시조는 어떤 틀에 어떤 모습으로 써야 할까? 이 문제는 큰 틀에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이가 없지만 구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각양각색의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시조의 정체성에도 생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이에 대한 생각과 현대시조를 현대시조답게 쓰려면 어떤 점에 유의하는 것이 좋을까를 유수한 몇몇 분의 의견을 참고로 나름으로 분석하여 그 모습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것이 현대시조를 쓰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Ⅱ} 펴기 첫 번째, 시조는 시구의 수나 배열순서, 자수 등이 일정한 정형시(定型詩)인가, 자수에 약간의 가감이 있는 정형시(整型詩)인가하는 문제이다. 시조는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이 대대로 살펴 가꿔온 시형인데, 이를 바탕으로 그 형태가 3장 6구 12 음보 45 자 내외, 1〜2자(字) 허용이라는 시형이 오래 전부터 제시되어 이제 어느 정도 일반화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내외란 1〜2자(字)의 가감(加減)이 허용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이다. 아마도 그 뜻은 될 수 있으면 가감 없는 시형으로 쓰되, 우리말에서의 특성상 보통 1모라( mora 음량의 크기와 길이)나 말의 한 마디가 3, 4자로 이루어짐으로 이를 살려 부득이한 경우 1〜2자(字) 가감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그리 보면 고정불변, 천편일률적인 마치 붕어빵틀에서 붕어빵을 구워내듯 하는 빵틀 형태의 정형시(定型詩)가 아니라, 약간의 무늬를 가진 자연스런 언어구사를 할 수 있는 정형시(整型詩)가 현대시조의 형태라고 이해된다. 그래서 노산 이은상도 시조는‘정형이비정형(定型而非定型)이요 비정형이정형(非定型而定型)’이란 아리송한 말을 한 것 같다. 이렇게 볼 때 현대시조에서의 글자 수는 43자에서 47자까지가 허용범위로 볼 수 있다. [43자의 예] 강물로 흐른 세월 하늘 뜻에 솟은 뫼 전설은 늙어가도 젊어지는 저 산빛 산그늘 풀꽃 한 송이 피고 지고 외롭다. -이근구, 풀꽃[현대시조대표작(단수시조)2015] [47자의 예] 가물가물 몇 억 광년 아픈 별을 불러와서 다가서면 멀어지는 식민지의 깨진 창에 차라리 꽃보다 환한 은빛 못을 박는다. -민병도, 어둠의 힘[민병도시조집, 부록의 시간] 위의 시조 외에는 거의가 45자나 46자가 대부분이고 43자 이하나 47자 이상으로 된 시조는 많지 않다. 다음은 소리마디 문제인데 이는 가감이 없는 장별로 네 음보씩 전체 12음보이어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런데 이런 정형을 지키지 않는 작품이 더러 있다. 5음보나 6음보를 초, 중, 종장 어디에 써놓고 시조라고 우기는 경우가 있다. 이는 시조에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임으로 배격되어야 한다. 이런 시조를 현대시조 대표작으로 쓴 이의 작품 한 편을 예시로 본다. 예의상 지은이 이름은 ○ ○○으로 하고 출처도 생략한다. 언 발의 시퍼런 귀 저 큰 귀를 빌립니다. 물은 제 길로 흐르니더, 물은 제 길로 흐르니더 그 말이 이제 들립니다. 엄마 그 말 알 것 같습니다. -○ ○○, 귀 위 시조를 보면 중장에서 음보가 시조 규칙인 4음보보다 많은 6음보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귀’를 쓴 이는 ‘물은/ 제 길로 흐르니더/ 물은/ 제 길로 흐르니더’또는 ‘물은 제 길로/ 흐르니더/ 물은 제 길로/ 흐르니더’형태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어법상 이는 그렇게 결합되어 쓰일 단어들이 아니다. 단어의 독립성으로 볼 때 위의 밑줄 친 모습이 되어야 마땅하니 결국 음보가 넘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장도 마찬가지이다. ‘엄마/ 그 말 알 것 같습니다.’도 ‘엄마/ 그 말 알 것/ 같습니다.’나 ‘엄마/ 그 말/ 알 것 같습니다.’로 갈라서 음보를 보아야 하니 종장도 5음보라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엄마/ 그 말/ 알 것/ 같습니다.’로도 가를 수 있으니 6음보로도 볼 수 있다. 두 번째, 시조는 특히 현대시조는 현대성과 문학성, 정형성을 갖춰야 한다. 여기서 현대성이란 감각, 표현기법, 표현내용이 구태를 벗어난 현대화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고, 문학성이란 독자에게 감흥을 주고 감동을 주는 힘을 말한다. 그리고 정형성은 위에서 말한 시조의 형태를 일컫는다. 현대시조는 표현방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는데 하나는 의미중심시조요, 또 하나는 정서중심시조이다. 앞의 것은 시적 의미를 전달할 제 직설적 언어, 지시적 언어가 주로 사용되고, 뒤에 것은 심성을 두드리는 묘사적 언어, 비유적 언어가 주로 사용된다. 그 우열을 가릴 일은 아니지만 시나 시조는 독자의 마음속에 언어로 상상의 그림을 그려주는 일이라고 볼 때 후자가 바람직하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는 “그림은 말없는 시요,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라 하였으며, 소동파도 왕유의 시를 두고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라고 했다. 하나의 작품을 읽었을 때 무언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영상이 없다면 이는 무미건조한 죽은 나무토막을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요즘 많은 이들은 이 점에 유의하여 작품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조선조에 유행하던 교술문학적(敎述文學的) 시상전개를 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도 그 자세를 새롭게 바꿀 필요가 있다. 문학은 가르침의 언어예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남에게 감흥과 감동을 주는 언어예술이다. 시조가 문학으로서 언어예술의 전통을 잇는 자리에 있다고 자부할 때 아름다운 영상의 그림이 되어 그 표현된 내용을 보고, 그래, 그렇지, 그랬구나, 그런 면이 있었네, 그렇게도 생각되네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켜야 성공한 시조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특이한 발상, 남이 생각하지 않은 생각, 자기만 느끼는 느낌을 특화하여 표현한다. 남이 다 하고,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물을 물이라 하고 거울을 거울이라 한다면 누가 감동하겠는가. 여기에 표현 언어도 신선하고 생동감을 주는 역동적인 언어가 사용된다면 금상첨화가 되리라 믿는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적제재를 표현할 때는 그 제재나 소재가 가지는 속성과 특성에서 발견되는 것을 확장, 변이시켜 이를 조직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모락모락 구름 속에 풀무소리 요란하다. 대장장이 망치소리 벌겋게 단 시우쇠 찬물에 담금질 끝나자 하늘 고운 무지개 -오세영, 뇌우(雷雨)[오세영시집, 바람의 그림자] 이 작품은 천둥 벼락 치며 오는 소나기 모습을 대장간에서 쇠를 달구어 담금질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천둥소리를 ‘풀무소리’로, 벼락 치는 소리를 ‘대장장이 망치소리’로, 벼락의 불빛을 ‘벌겋게 단 시우쇠’로, 빗물이 끝남을 ‘담금질 끝남’으로 은유하여 표현하고 있어 정서가 신선하고, 쓰인 시어들에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네 번째, 한 작품에는 하나의 일관된 정서가 흘러야 한다. 단시조의 경우는 어느 정도 잘 지켜지는데 연시조의 경우 이를 이탈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나의 작품은 하나의 맥에서 유지되어야 하지 이것이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연시조를 쓸 때 이는 단시조의 연속이라는 인식 속에 쓰는 것이 좋다. 두 세 수가 연결될 때 각수 는 독립적이지만 이가 하나의 정서 속에 이어져야 한다. 사과나무를 대상으로 썼으면 거기엔 사과 꽃이 피고 사과 열매가 열려야 하지, 첫째 수는 사과 꽃이 피고 둘째 수는 배나 살구가 열려서는 안 된다. 그리고 속성을 표현한다 하더라도 사과나무의 속성을 다른 어느 속성과 연관시켜 이를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그려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는 일종의 시상의 이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일종의 시상의 이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독자는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하면 전체적인 흐름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시조의 중심흐름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게 시적 이미지들이 합일(合一)되지 않고 장(章)마다 구(句)마다 따로 인식되는 시상의 분광(分光)현상이 나타나서도 안 된다. ‘길의 상처를 핥는 혓바닥 같이 고인 물/ 다 버리고 뎅그러니 가장자리만 남은.../ 그믐달 물웅덩이 속으로 마늘처럼 꽃힌다.'(선 ○○, , <거울> 전문) 이 시조에 쓰인 시적 의미가 무슨 말인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율격도 잃고 시상도 분산되어 제목은 ‘거울’인데 거울을 표현한 것인지, 거울을 통해 다른 무엇(어쩌면 호수)을 비유하여 표현했는지 회화성은 있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의 그림을 보여주려고 하지 이해가 안 된다. 시적 주체를 찾기 어렵다. 이런 난해한 시조 작품은 얼핏 보면 멋진 시구들이 모여 있는데 시구와 시구 사이 연결이 힘들다. 이렇게 각 시어는 아름답고 고운데 이것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지 않아 시상이 모아지지 않고 멋대로 흩어지면 독자는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이해가 아득함으로 시어의 새로움보다는 시적 어지럼을 느낄 수 있다. 다섯 번째, 시조는 종장이 생명이다. 특히 단시조의 경우는 더없이 종장의 모습이 중요하다. 시조는 일반적으로 기, 서, 결, 또는 기승전결의 형태를 띠고 전개된다. 대개의 경우 종장에서 고조된 정서와 긴장된 맺음이 이루어진다. 이는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이를 자주 잊는 이가 있어 종장이 오히려 초, 중장에 비하여 더 풀어진 맥을 잃은 맺음을 하여 시조를 대하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 점에 유의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는 시조의 성패를 가늠하는 가늠자로 보기 때문이다. 덧붙여 나는 요즘 시조를 쓸 때 다음과 같은 일을 시도해 보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시조를 쓸 때 특히 조선조 영, 정조 때는 동양철학에 기반을 둔 음양오행이 사상의 중심을 이루었기에 이가 시조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가정하고 이를 시조에 접목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쓸 때 음양오행에 의한 생각을 행의 길이로 긴 것은 양, 짧은 것은 음이라고 상정하고 쓰되 이가 대칭이 되도록 초장은 양, 중장은 음, 종장은 양으로 하든지 이를 음, 양, 음으로 배치하여 초장과 종장을 똑 같은 길이가 되도록 하여 이를 대칭으로 만들어 쓰는 방식이다. 행의 길이는 글자 수나 띄어쓰기로 조정한다. 시조형이 이렇게 대칭을 이루며 펼쳐지면 시조 형태가 안정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또 전개 방법이나 내용은 제재나 소재가 가지는 자연적 섭리를 생각하며 이에 적용한다. 그리고 어느 것이나 시조는 인간의 오욕칠정에 접맥되어야 시조가 생명력을 가진다고 보고 있다. 사물의 인간화, 인간의 사물화, 무생물의 생물화 등의 기법을 애용하는데 이렇게 하면 시조가 역동적이고 신선감을 자아낸다. 여기서 시도하는 음양 배치 시조형에 의한 시조 작품을 졸작을 통하여 보이면 다음과 같다. 북을 멘 쇠가죽이 균열로 찢어진다.…(음) 북통에서 소리들이 떼 지어 탈출한다.…(양) 울림을 잃어버린 북 맨살이 보인다.…(음)
북채도 덩그러니 쓰러져 나뒹군다.…(음)
북 밖으로 새나간 음률들이 흩어진다.…(음) 북줄 당겨 궁편 채편 조이나 헛일이다.…(양) 한바탕 놀음 하던 북 본 지가 오래다.…(음) [졸작, 탈북현상(시조문학 통권 206호)] 여섯 번째, 시조 종장 첫 구 처리문제이다. 종장 첫 음보는 온전히 바로 뒤 둘째 음보에 종속(從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종장 첫 음보에 (-의)가 붙는 명사나 명사형이면 그 다음 둘째 음보의 종속이 되니 이는 피해야 한다. 이들 사이는 서로 병립 내지 주술관계가 되면 좋고, 첫 음보가 둘째 음보에 수식 관계일 때는 용언의 관형형처럼 뒤 말을 꾸며주지만 거꾸로 그 말이 독립적으로 서술어 역할도 하면 무난하다. 또한 그 첫 음보를 둘째 음보 다음에 놓고 '-이다'란 조사를 넣어 뜻이 통하면 괜찮다. 그 첫 음보가 명사로 독립적일 때는 '조사'(-이, 가, 은, 는, 을, 를 등)를 붙여 둘째 음보와 ‘주어+술어’‘목적어, 보어+술어’ 관계를 이루는 독립적 요소가 되면 무난하다. 또한 띄어쓰기만으로 3 음절이어서는 안 된다. 어법상 독립적 3 음절이어야 한다. 이것이 시조 짓기의 기본이다. 가끔 종장 첫구를 2 음절어나 4, 5, 6 음절어로 쓴 작품이 있는데 이는 절대 안 된다. 이를 실제 작품에서 본다. 장부의 위국충절을 적셔볼까 하노라 (최 영)[×]-종속적 이방의 언어 같던 생 어렴풋이 보인다 (서〇〇)[×]-종속적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꽃이 왜 붉으랴 (이〇〇, 서시)[×]-2음절 가오리 연 꼬리 흔드는 허공에 바람결 무늬 (장〇〇, 연 꼬리 세월)[×]-4음절 소쩍새 우는 봄밤에 진달래꽃 피고 있다. (권〇〇, 그녀가)[×]-5음절 재 한 줌 없이 다 타버리고 남은 건 사리뿐 (이〇〇, 바다 다비)[×]-5음절 흰 커튼 사이로 불빛이 손짓하는 오두막집 (이〇〇, 오두막집)[×]-6음절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월산대군)[O]-독립적 님 向한 一片丹心이야 가싈 줄이 이시랴. (정몽주)[O]-독립적 열린 듯 닫힌 문으로 눈이 자주 가더라. (최남선, 혼자 앉아서)[O]-독립적 손닿자 애절히 우는 서러운 내 가얏고여 (정완영,조국)[O]-독립적 하늘을 머리에 이고 기도하는 저 성자 (김월준, 장작을 패며)[O]-독립적 빈 강에 제 몸피만큼 갈필 긋고 날아간다. (윤금초, 큰 기러기 필법)[O]-독립적 바람도 햇살에 익어 꽃씨처럼 터진다. (이근배, 신명) [O]-독립적 위 작품 종장 맺음에서 [O]은 괜찮으나 [×]은 피하거나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종장 첫 음보에 2, 4, 5, 6 음절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미 이것은 시조가 아니다. 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는 시조의 변할 수 없는 불문의 틀을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내용이 아무리 시적이고 상상의 나래가 멋지게 펼쳐진 시조작품이라 하더라도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일곱 번째, 시조 종장 마지막 구 처리 방법이다. 고시조는 거의 모두가 종지형으로 되어 있어 특별히 나누어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데 현대로 넘어오면서 생각의 다양성, 시적 상상력의 다변화로 그 모습이 갈라지고 있다. 거기다 시행의 배열도 가지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현대시조에 나타난 종장의 처리 모습을 보면 열림형과 닫힘형으로 대별되고 열림형에는 상상형(想像形) 연결형(連結形), 닫힘형에는 종지형(終止形)과 단절형(斷絶形)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1)상상형은 한 수의 작품의 끝맺음을 여백미를 두어 읽는 이가 생략된 부분을 상상하게 하는 고급 수법이다. 저 너른 대우주(大宇宙)가 한 눈에 다 보이네. 저 많은 별 떨기가 한 눈에 다 보이네. 이런 줄 내가 모르고 내가 미처 모르고. -허일, 만다라* [현대시조 2018 봄호, 통권135] 하고 많은 처마 밑에 하필이면 내 눈썹에 까닭이사 모르지만 절집 쇠종 가에 밤 깊어 나 홀로 마시는 분청 귀얄 찻잔 곁에 -박기섭, 눈[박기섭시조집, 하늘에 밑줄을 긋고,] 2)연결형은 연시조에서 첫수에서 맺음을 하지 않고 다음 수에 연결시켜 정서를 이어나가는 수법으로 전통 시조 시적 기법과는 거리가 있는 기법이다. 현대시적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시조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산당화 꽃잎 몇 장 흩어놓은 서녘 하늘 시새워 지는 해를 이어 피는 꽃구름은 가을 산 고운 단풍을 그렸다가 지웠다가 한나절 품은 연정 그리움을 토해놓고 이별할 적 가슴 속에 생채기로 남은 흔적 지난 날 추억 한 조각 풍경 걸린 단청 빛 -○ ○○, 저녁놀 입 밖으로 잘 내지 않는 불안과 희망들을 세세하게 끄집어내 내 것이 되게 하는 감정을 심은 솜씨에 보험 하나 들었는데
마음은 보험이 안 돼 깨우친 게 하나 있지 정을 내며 사는 것이 마음 보험 드는 거라고 사람이 사람에 치어 눈물 나고 사무쳐도 -○ ○○, 보험, 둘째, 셋째 수 위 두 작품은 첫 수가 둘째 수에 이어져 시적 의미를 만들어가고 있다. 첫수로는 시조의 표현 의미가 미완성된 모습이다. 둘째 수가 있음으로 하여 시가 완성되는 모습이다. 독립된 시조가 하나의 시적 제재 밑에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첫 수에 대한 보완 관계로 둘째 수가 존재한다. 3)종지형은 ‘〜다, 〜네’‘〜까, 〜냐, 〜구나, 〜어라’등 한 문장의 종결어미를 서술형, 의문형, 감탄형 등을 사용하여 작품을 맺는 방법이다. 민낯에 콕콕 찍어 꽃분 발라 꽃핀 소녀 한낮엔 오므리고 마음 다져 뒤척이다 밤에만 살짜기 피는 부끄럼이 더 고와라. -이광녕, 분꽃, 첫수 [현대시조대표작(연시조) 2018] 이승과 저승 사이 맨발로 디디고서 어디로 가야할지 망설이는 눈 큰 사내 게으른 발가락 틈에 구절초만 자란다. -박헌오, 장승의 발가락[시조문학 통권211호] 4)단절형은 명사나 명사형으로 의미를 한정하는 방법으로 특히 단시조에서 많이 사용되는 형태이다. 푸른 하늘 툭 트인 들녘의 바람받이 등거리 걸쳐 입은 팔 벌린 허수아비의 양어깨 들썩거리는 품바타령 얼씨구 -최승범, 타령[최승범 시조집, 八八의 노래] 하늘 잡고 휜 가지 그 끝에 찍은 낙관 환한 가을 보내는 적선의 화폭이다. 정성도 손 시린 계절 곱게 편 따순 풍경 -강인순, 가을 적선[강인순 시집, 그랬었지] 위 네 가지 형태 중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는 논할 것이 못 되고 시적 전개에 따라 이를 적용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연결형은 피하고 쓰지 말아야 할 것이 다. 요즘 대부분의 시조는 나머지 세 형태가 쓰이고 있어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다음 표는 <현대시조 대표작, 단수시조 중 444편과 연시조 480수>를 조사하여 그 표현 현황을 보인 것이다.
위 표를 보면 단형시조의 경우 종결형이 59.00%로 대세이고, 단절형이 29.28%로 그 뒤를 잇고 있으며, 연시조의 경우는 종결형이 39.79%로 나타나고, 종결, 단절로 된 형태가 24.58%로 뒤를 잇고 있다. 그 외는 여러 형태가 혼합된 모습을 보여준다. Ⅲ} 닫기 시조 쓰기의 유의점이라고 하여 나열식으로 몇 가지 점을 나름의 생각으로 적었다. 현대시조는 시조의 형을 붕어빵틀로 생각하는데서 탈피하여 정형시(整型詩)라는 인식으로 정형(定型) 속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아울러 현대시조는 현대성과 문학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시조의 초, 중, 종장엔 각각 4음보씩 배치되어 전체 12음보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1음보라도 많거나 적으면 안 된다. 또 한 편의 작품을 읽었을 때 머리 속에 하나의 상상적 그림이 떠오르도록 하고, 하나의 작품은 일관된 하나의 정서 속에 이루어져야 하며, 시조의 핵인 종장 처리 방법은 현재 네 가지 형태를 보이고 있는데 연결형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종장의 첫 구 앞 음보는 독립적인 3 음절로 된 말이어야 하는데, 이것이 뒷말에 종속이 되거나 3음절에서 이탈하여 1, 2음절이 되거나 4, 5 음절이 되면 절대 안 된다. 또 소유격조사 ‘∼의’가 쓰인 단어가 이에 등장하면 그 뒤에 오는 말에 종속됨으로 고시조에서는 좀 쓰인 예가 드물지 않게 보이긴 하지만 현대시조의 종장 첫 구 앞 음보로는 알맞지 않으므로 되도록 이는 피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시조에서 꼭 지켜야 할 불변의 법칙은 종장 첫 구 앞 음보는 3음절여야 하고, 한 장은 네 음보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시조의 경우 종장 마지막 구 처리에 있어 첫수가 둘째 수에 이어지는 연결형 처리는 적극 피하고 각 수는 독립적이 되게 하고 전체 시에서 그 각 수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하여야 한다. 시에 난해시가 있듯이 시조에도 난해 시조가 있는 것 같은데 쓰는 이만 아는 작품은 공감대 형성이 어려우니 이는 피해야 한다. [세종문학 제8호, 2019년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