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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죽음의 천사
새 직장에서 일한 지 몇 주 지나지 않았을 때, 천사들이 나에게 핸드백 매장에서 일하는 마크라는 젊은 남자에게 주목하게 했다. 그는 갈색 눈동자와 갈색 곱슬머리에 키가 크고 말랐으며, 언제나 갈색 양복을 입는 듯했다. 때때로 그를 건너다볼 때면 그의 주위에서 미묘하고 부드러운 빛이 보였다.
어느 날 오후, 매장이 한산할 때 나는 같은 층에 있는 마크를 관찰하며 서 있었다. 그때 그의 뒤에 나타난 한 천사가 보였다. 그 천사는 내가 늘 보는 수호천사가 아니었다. 그 천사 주위의 파동과 빛은 수호천사의 그것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 천사는 우아하고 몸집이 호리호리하며 키가 매우 컸다.
나는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무엇인가 매우 다른 분위기가 있음을 알았다. 그 천사가 고개를 돌려 자비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그는 마크 뒤에 서서 마크의 어깨 위로 몸을 기울여서는 그의 몸을 감싸고 그의 영혼에 닿았다. 천사가 마크의 영혼을 마치 새로 태어난 아기처럼 매우 부드럽게 안아 올려 온화하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앞뒤로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청년은 마치 최면 상태에 빠진 것처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그곳에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나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나 자신이 우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감정이 복받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누가 내 어깨를 만지는 것이 느껴졌다. 호수스 천사였다. 나는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내 눈에 넘쳐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핑계를 만들어 창고로 오라고 말했다. 그곳에서 나를 만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매장 주임을 찾기 위해 주위를 돌아보았다. 다행히 그는 후문 입구에서 경비원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잠시 제품 창고에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나는 두 개의 묵직한 문을 열고 창고로 들어갔다. 그 문은 앞쪽을 밀면 활짝 열렸다가 걸어 들어가면 뒤에서 자동으로 닫히는 그런 문이었다. 창고 안에는 물건 상자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나는 상자들을 통과해 커다란 나선형 대리석 계단을 밟고 위로 올라갔다. 의류 창고는 세 개의 층을 더 올라간 꼭대기 충에 있었다. 나는 최대한 빨리 계단을 뛰어올라가 작은 문을 열었다. 실내는 불빛이 흐렸고 선반들과 옷상자들로 가득했다.
나는 선반들을 따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반들은 천장만큼 높았지만 호수스 천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안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소리 내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선반의 맨 끝까지 걸어갔더니 호수스 천사가 그곳 구석의 옷상자 위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보았을 때 내 심장이 쿵광거렸다.
내가 상자 위에 앉으면서 말했다.
"내가 본 천사에 대해 알고 싶어. 그 젊은 남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건지 말해 줘."
호수스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너에게 조금밖에 말해 줄 수 없어. 네가 본 그 천사는 달라. 그는 죽음의 천사야. 이 천사는 누군가 매우 특별한 상황에서 죽을 때만 나타나게 되어 있어. 죽음의 천사는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많은 천사들이 그를 도우며 일해. 예를 들어 어떤 조직이 무고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할 잔학한 행위를 계획하고 있을 때 죽음의 천사는 관련된 사람들에게 신이 그 일이 일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을 설득시키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하지.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돼. 오직 평화만이 있어야 해. 죽음의 천사는 특히 전쟁시에는 모든 곳에서, 심지어 정부의 가장 높은 조직 안에서조차 순진무구한 사람들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해 일을 해. 죽음의 천사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지. 하지만 그들이 천사들의 말을 들을까? 때로는 그렇게 하겠지만, 늘 그렇진 않아."
설명을 듣기 전에는 나는 죽음의 천사는 재앙과 고통과 고뇌를 안겨 주는 일 외에는 하는 일이 없는 천사라고 상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천사는 사랑과 자비로 가득한 천사였다.
나는 호수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일을 하러 돌아갔다. 더 이상 묻지 말아야 할 때를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 모두는 어려서부터 죽음의 천사를 두려워하면서 자란다. 하지만 죽음의 천사는 삶을 위한 천사이다. 죽음의 천사는 살아있는 존재들을 대신해서 옳고 정의로운 것을 위해 싸우는 좋은 천사이다.
그 순간부터 나는 마크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를 바라볼 때마다 매번 죽음의 천사도 함께 보았다. 그의 수호천사도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 눈에는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날마다 나의 관심이 마크에게로 향했다. 마치 그를 지켜보면서 중간에서 중재를 하면 상황이 달라지고 천사들이 내 기도를 들어주기라도 할 것인 양.
대개는 두 명의 여점원이 핸드백 매장에서 마크와 함께 일했다. 그런데 하루는 놀랍게도 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마크가 눈치챘음을 알게 되었다. 얼마 후 그는 내가 일하는 매장으로 와서 매니저에게 당분간 나를 핸드백 코너로 데려가 함께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것이 마크의 생각이 아니라 천사들이 그렇게 한 것임을 알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마크와 얼마 동안 같이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내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다른 여점원들로부터 마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북아일랜드에 여자 친구가 있으며, 매주 주말마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그녀를 만나러 가곤 했다. 나는 모든 일이 잘되기를 줄곧 기도했지만 나의 천사들은 여전히 나에게 그를 도와주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 가슴과 영혼은 그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백화점은 늘 바빴다. 특히 주말에는 더욱 붐볐으며, 일 년에 여러 번 세일 기간이 있었다. 세일 중에는 언제나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대부분 여성 고객들이었으며, 어떤 이들은 아이들을 데려오거나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왔다. 세일 기간 동안 직원들은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정리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특가 세일 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미친 듯이 옷들을 들추고 다녔기 때문이다. 옷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지 않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매장은 몹시 혼란스러웠고 계산대 앞에는 끊임없이 긴 줄이 늘어섰다. 하지만 나는 세일 기간이 되면 무척 즐거웠다. 왜냐하면 언제나 바빴고 하루가 아주 빨리 지나갔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 좋았다.
세일 기간이던 어느 토요일, 나는 행거에서 떨어진 스커트들을 줍기 위해 손님들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때 누군가 내 유니폼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아래를 쳐다보니 놀랍게도 두 명의 작은 천사들이 있었다. 어린아이 같은 외모에 육십 센티미터 정도의 키, 그리고 날개를 달고 있었다. 그들은 밝고 아름다운 빛에 둘러싸여 있었으며, 기쁨의 에너지가 그들에게서 흘러나왔다. 그들은 생기가 넘치고 매우 명랑했다. 전에도 이렇게 생긴 천사들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들을 볼 때면 매번 나 자신이 어린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작은 천사들은 내 안의 동심을 건드린다. 나를 기쁨, 행복, 웃음으로 채운다.
내가 내려다보자 작은 천사 중 하나가 말했다.
"빨리 와, 로나! 우리를 따라와야만 해."
그들은 혼잡한 사람들 틈을 지나 패션 매장 맞은편 끝으로 나를 이끌었다. 작은 천사들은 인파 속으로 모습이 사라졌지만 나를 부르는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말했다.
"블라우스 행거 밑이야, 로나, 블라우스 행거 밑을 봐."
블라우스 행거 밑에 다다른 나는 그곳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블라우스를 고르기 위해 싸우듯이 덤비는 수많은 여성 고객들을 보았다. 사람들이 너무도 악착같아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작은 천사들이 '행거 밑'이라고 일러 준 덕분에 어디를 봐야 할지 알았다. 아무래도 그 밑에 어린아이가 한 명 있으리라는 것이 짐작되었다.
나는 블라우스를 정돈하는 것처럼 양해를 구하면서 여성 고객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때 어린 손 하나가 내 발목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손님들을 밀쳐내고 몸을 숙여 어린아이를 들어 올렸다. 인파 사이를 빠져나가자 곧바로 한 엄마가 달려와 내가 안고 있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이곳은 어린아이를 혼자 두기에는 너무 위험한 장소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내 팔에서 아이를 빼앗아 얼른 가버렸다.
작은 두 천사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저 엄마는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아."
작은 두 천사는 나에게 그 여성과 아이를 따라가라고 하면서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말라고 했다. 작은 천사들 역시 그들을 뒤따라갔으며, 나는 그 아이 엄마의 수호천사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만 중간 중간 고객들이 나에게 끊임없이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어디든 대혼란이었다. 기회 있을 때마다 나는 그 여성과 아이를 살펴보았으며, 작은 천사들은 빛줄기를 쏘아 나를 도와주었다. 그 빛을 볼 때마다 안도감을 느꼈다. 갑자기 작은 천사들이 또다시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들은 말했다.
"빨리 와! 뭔가 일이 일어나려고 해. 저 아이 엄마가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우리도 그 일을 막을 수 없을지 몰라."
나는 최대한 빨리 작은 천사들을 따라갔다. 놀랍게도 그들은 인파 속으로 사라지면서 뒤에 반짝이는 빛의 자국을 남겨 놓았다. 나는 실제로 인파 속을 뚫고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내게는 허리 아래의 모든 것이 투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 여성 군중들 속에서 나는 그 아이가 어느 곳에 서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곳으로 다가가면서 소리쳤다.
"아이를 조심하세요!"
행거 주변의 여성들은 싸고 좋은 옷을 찾는 데 너무도 몰두한 나머지 내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곳에 다가고 싶었고, 그 일을 멈추고 싶었다. 수많은 손들이 이쪽저쪽 행거들에서 옷들을 끌어내리고 있었다. 그때 한 여성이 옷걸이 하나를 잡아당기다가 잘못하여 아이의 한쪽 눈을 스쳤고, 그 바람에 아이의 안구 하나가 밖으로 돌출해 나왔다.
나는 작은 천사 한 명이 손으로 아이의 눈을 막아주는 것을 보았다. 비록 안구가 밖으로 돌출되긴 했지만 옷걸이가 안구를 완전히 찢어 놓는 것을 천사의 손이 막아 주었다. 아이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본 아이의 엄마도 비명을 지르면서 아이를 움켜잡아 자신의 품에 안았다. 나는 엄마와 아이에게 다가가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신에게 아이의 눈이 무사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누군가가 외쳤다.
"구급차를 좀 불러줘요!"
안구가 밖으로 빠져나와 매달린 아이를 차마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그 안구를 지탱하고 있는 힘줄들이 끊어지지 않도록 작은 천사들이 잡아 주고 있었다. 그런 보살핌과 애정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알았다.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아무도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힘든 시기에도 수호천사들이 우리 곁에 있다. 언제나 이것을 기억해야 한다. 수호천사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다.
아이의 비명소리는 계속되었고, 매니저가 달려와 아이 엄마와 아이를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나중에 나는 아이의 눈이 무사히 치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와 나는 사랑에 빠졌으며 우리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더 깊어졌다. 나는 일이 끝나면 거의 매일 저녁 조의 어머니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조의 어머니는 언제나 두 팔 벌려 나를 맞아주었고, 내가 가족의 일원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조의 어머니는 곱슬거리는 머리에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으며 얼굴에서 언제나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주방 테이블에 앉아 그녀가 음식 만드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그녀는 나를 손 하나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나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았다. 한번은 그녀와 나눈 특별한 대화가 나를 매우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조가 나처럼 참한 처녀를 만나게 되어서 기쁘다면서, 그것은 그녀가 늘 기도해 온 일이라고 했다. 그녀는 우리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 것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자신의 막내아들이 아내를 얻어 정착하는 것을 본다면 아무 걱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을 조에게는 말하지 말라면서 그녀와 나만의 비밀이라고 했다.
조는 나보다 한 시간쯤 늦게 집으로 오곤 했다. 그러면 다 함께 앉아서 저녁을 먹었다. 조의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뛰어났으며, 나는 그녀가 만든 베이컨과 양배추 요리, 그리고 사과 파이를 좋아했다. 저녁 식사 후 조와 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열 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간 다음 그곳에서 다른 버스를 타고 내가 사는 레익슬립으로 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 당시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데 정말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우리가 일 년 이상을 만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부모님에게 조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어머니는 내가 저녁마다 어디를 가는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아마도 어머니는 내가 야간 근무를 하는 줄 여겼던 모양이다. 나는 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할지, 아버지가 우리의 관계를 인정할지 어떨지 조금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조를 정말 좋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의 가장 큰 두려움은 우리의 관계를 알았을 때 어머니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일주일에 하루나 이들은 새로운 옷들로 행거들을 채우느라 야간 근무를 하는 게 보통이었다. 우리는 이 주 간격으로 야간 근무 당번을 정했는데, 나는 주로 목요일과 금요일에 근무를 했다. 어떤 여점원들은 금요일의 야간 근무를 원하지 않았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거의 매일 저녁 조를 만났으며, 조 역시 금요일에 늦게까지 일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백화점이 얼마나 바쁜가에 따라 수요일 밤에도 일했다. 종종 마크도 나와 같은 날 밤에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죽음의 천사는 항상 내 눈에 보였다. 변함없이 마크의 영혼을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이. 마크는 자신의 삶에 대해 너무도 행복해했지만, 천사들은 나와의 대화중에 자신들이 싸움에서 졌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어느 날, 나는 친하게 지내는 여점원 발레리와 함께 계산대에서 옷들을 접어 쇼핑백에 넣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마크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했다. 우리 쪽으로 걸어오더니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자신의 여자 친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녀가 북아일랜드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주말이면 자신이 그녀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자신은 그녀를 무척 사랑하며, 그녀야말로 자신의 삶에 찾아온 최고의 선물이고, 머지않은 미래에 그녀와 결혼하기를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나는 그의 아름다운 천사가 마치 그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인간 존재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를 껴안고 있는 것을 보고 몸을 떨었다. 죽음의 천사는 마크를 데려가기를 원치 않았지만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의 수호천사의 말을 듣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천사가 내게 하는 말을 분명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마크뿐만 아니라 죽음의 천사도 어루만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 천사는 말했다. 그러고 나서 마크는 이만 자리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나는 발레리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 매장에서 뛰어나가 후문을 통과해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그곳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마침내 간신히 용기를 내어 일을 하러 돌아왔다. 너무 슬프고 너무 무력함을 느꼈기 때문에 일하는 내내 천사들을 불렀다.
백화점에서 일한 지 일 년쯤 지난 어느 날, 나는 야간 근무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내가 그곳에 있어야만 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마크 역시 늦게까지 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을 하는 틈틈이 나는 마크와 그의 천사를 주시했으며, 그때마다 기도를 했다. 마크의 큰 기쁨과 행복, 자신의 여자 친구를 향한 그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미 그녀와 결혼을 약속했으며, 그녀와의 미래를 꿈꾸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이 그의 삶의 목표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퇴근하고 매장 매니저와 마크, 그리고 나만 남았다. 매니저가 나에게 다가와 아직 일이 멀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오 분쯤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거들에 새 옷 진열을 마친 뒤 나는 직원 휴게실을 향해 걸어갔다. 가면서 핸드백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는 마크를 돌아보았다. 서둘러 휴게실로 내려가 코트를 챙겨 들고는 다시 마크를 보려는 희망을 가지고 재빨리 층계를 걸어 올라갔다. 마크가 아직 그곳에서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내가 그를 보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뒤에서 백화점 문이 닫혔다. 백화점 뒤쪽의 주차장을 지나 골목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천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너무도 힘이 없었다. 갑자기 천사들이 밝은 빛 속에 나타나 나를 에워싸고 내 몸에서 내 영혼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부터 나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 저녁 어떻게 집에 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 밖의 일들도, 다음 날 아침 일어나서야 천사들이 내 영혼을 데려가 영적으로 마크와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했음을 알았다. 내 몸과 영혼을 하나의 실로 연결시킨 채.
이튿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내 몸이 너무도 가벼워서 바닥에 발이 닿는 것조차 느끼기 어려울 정도였다. 내 안에서 깊은 고요와 침묵이 느껴졌다. 나는 천천히 옷을 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기운이 없고 몸이 아팠다. 주방에 있던 어머니가 나에게 괜찮으냐고 물으면서 내 얼굴이 몹시 창백해 보인다고 했다.
나는 차 한 잔을 따라 토스트 한 조각과 함께 들고 나의 애완동물 토끼를 살펴보기 위해 뒷마당으로 갔다. 하지만 그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어머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두 명의 천사가 내 양옆에서 나를 들고 가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천사들에게 말했다.
"고마워. 내 몸이 좀 더 나아지도록 도와줘. 그렇지 않으면 오늘 하루 버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나는 천사들이 내 귀에 속삭이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 로나. 우리가 널 보살펴 줄게."
도로를 가로질러 버스 정류장으로 가자 열 명도 넘는 사람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으로 다가가면서 나는 천사들에게 부탁했다.
"버스에 앉을 자리가 있게 해줘. 도저히 서서 갈 수가 없을 것 같아."
몇 분 안에 버스가 도착했다.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다행히 맨 뒷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다. 나는 곧 잠이 들었다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바로 내 앞에 앉은 남자가 조간신문을 읽고 있었다. 신문의 머리기사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더블린 시내에서 한 남자가 총에 맞아 쓰러지다.'
나는 망연자실해져서 눈을 감았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나는 사람들과 함께 내려 메리 가를 향해 다리를 건너갔다. 계속해서 걸어 헥터 그레이즈라는 이름의 가게 앞을 지나갈 때 라디오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뉴스 진행자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한 청년이 총격을 당했습니다."
나는 뛰기 시작했다. 백화점이 있는 도로로 들어섰을 때 얼굴에서는 이미 눈물이 흩날리고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공포스럽게도 바닥에 흰 백묵으로 선이 그어져 있고 둘러쳐진 노란색 테이프들이 보였다. 그곳이 마크가 살해당한 곳이었다. 그가
총을 맞고 쓰러진 곳.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경찰도, 그 누구도! 마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너무나 춥게 느껴지고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일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어떤 말도 듣지 않기 위해 그들 모두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그렇지만 피할 길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분파주의자의 소행이라며, 아마도 북아일랜드에 사는 그의 여자 친구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내가 마크에 대해 알고 있는 단 한 가지는, 그가 곧바로 천국으로 갔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천사들이 뒤쪽에서 그를 껴안고 그의 영혼을 위로할 때 그의 영혼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영혼은 아름다웠고, 흠 하나 없는 파랗고 투명한 수정 같았다. 그가 죽었을 때 천사들이 그곳에 그와 함께 있었다. 특히 죽음의 천사가. 먼저 세상을 떠난 그의 가족과 조상들의 영혼들도 그곳에 있었다. 그들 모두가 부드럽게 마크를 데리고 곧바로 친국으로 인도했다.
점심시간에 조에게 전화를 걸어 일이 끝난 뒤 백화점 뒷문으로 나를 마중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그에게 다음 날 하루 쉬기로 했으니 그날 저녁에 외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으며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기 위해 나를 안아 줄 그의 품이 필요했다. 또한 너무 기운이 없어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갈 자신이 없었다. 나는 결코 마크를 잊은 적이 없다.
첫댓글 죽음의 천사는 재앙과 고통과 고뇌를 안겨 주는 일 외에는 하는 일이 없는 천사라고 상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천사는 사랑과 자비로 가득한 천사였다.
우리 모두는 어려서부터 죽음의 천사를 두려워하면서 자란다. 하지만 죽음의 천사는 삶을 위한 천사이다.
죽음의 천사는 살아있는 존재들을 대신해서 옳고 정의로운 것을 위해 싸우는 좋은 천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