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동국여지승람 제39권 / 전라도(全羅道) / 담양도호부(潭陽都護府)
【고적】 원율폐현(原栗廢縣) 부의 동쪽 15리에 있는데, 본래 백제의 율지현(栗支縣)이다. 신라 때에 율원(栗原)으로 고치고 추성군(秋成郡)의 영현(領縣)으로 하였는데, 고려 때에 지금의 이름으로 고쳤다. 용연분소(龍淵噴所) 추월산 동쪽에 두 개의 석담(石潭)이 있는데, 아래에 큰 바위가 있고 물이 바위 구멍에서 나와 흘러서 공중에 뿌리듯이 내려와서 큰 못이 되니 이것을 용연분소라고 한다. 전하는 이야기로, 암혈은 용이 뚫은 것으로 용이 지나간 꾸불꾸불한 자취가 지금도 바위 표면에 남아 있다. 옛적에 안렴사가 그 못에 가서 용의 모양 보기를 청했던바, 용이 그 머리를 내밀자 안렴사와 기관(記官)이 용의 눈을 보고 놀라 죽었다고 한다. 그 아래에 안렴사와 기관의 묘가 있다. 소년암(少年巖) 연동사(煙洞寺) 옆에 있다. ○ 고려인 이영간(李靈幹)이 어려서 연동사에서 공부를 하였는데, 하루는 영간이 혼자 나가서 서쪽 산령(山嶺)에 올라 한 동자와 바위 위에 같이 앉아 장기를 두었다. 그런데 큰 호랑이가 바위 가에 엎드려 있는 것이었다. 영간이 조용히 장기를 그만두고 돌아와 그 일을 모두 말하였다. 중이 기이하게 여기고 가서 보니 동자와 호랑이는 간 곳이 없고 다만 바위 위에 장기판이 있고 바위 아래는 호랑이 발자취만이 남겨져 있었다. 이로 인해서 그 바위를 소년암(少年巖)이라 하는데, 지금까지 장마비를 겪으면서도 이끼가 끼지 않고 그 자리는 완연히 어제 일처럼 남아있다. 또 전하는 이야기에, 영간이 그곳에서 공부할 때 중이 술을 빚어 두면 술이 익자 꼭 훔쳐 마시는 자가 있었다. 중이 영간을 의심하여 매질을 여러 번 하였다. 영간이 몰래 살펴보니 늙은 삵쾡이가 와서 마시는 것이었다. 영간이 이를 잡아 죽이려 하니 삵이 사람의 말을 하며 말하기를, “그대가 만약 나를 따라오면 평생 이용할 기묘한 술수를 얻으리라.” 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푸른 옷을 입은 동자가 책 한 권을 던져 주거늘 영간이 삵쾡이를 놓아주고 그 책을 가져와서 마침내 비술(祕術)에 통하게 되었다. 그가 조정에서 한 일 중에는 이상한 일이 많았다.
龍淵噴所。秋月山東有二石潭,潭下有巨巖。水自巖穴流注,飛湍灑空而下,成大澤,是謂龍淵噴所。諺傳巖穴卽龍之所穿也,龍行屈曲之迹猶在巖面。昔有按廉使至其淵,請見龍形,龍出其頭,按廉與記官見龍眼,驚怖而死。其下有按廉、記官之墓。
少年巖。在煙洞寺傍。○高麗人李靈幹幼就煙洞遊學。一日靈幹獨出登西嶺,與一童子共坐巖上,相與博戲。有大虎擾伏巖畔,靈幹從容罷博而還,悉言其故。寺僧異之,往觀之,童子與虎莫知所之,唯巖上有博局,巖下有虎蹤。因名其巖曰少年巖。至今雖經霖雨,苔蘚不封,宛然如昨。又諺傳靈幹遊學時,寺僧釀酒,酒熟輒有盜飮者。僧疑靈幹而橽之再三。靈幹密伺,有老貍來飮。靈幹執而欲殺,貍作人語曰:“君若縱我,平生所用奇術可得。” 會有靑衣童子以一部書投之,靈幹縱其貍而藏其書,遂通秘術。及其立朝,凡所爲多異常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