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사람과 함께 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누구도 다스리지않고 서로 협력해 가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글자를 배우고 나서야 인간 역시 우리와 같은 세포 공동체로 이루어진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공통점이 있었다. 가장 큰 공통점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내가 대포도서관에서 처음으로 빌린 책은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는 성서였다.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읽다가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지구를 다스릴 권한을 주었다는 말은 동의하기가 어려웠다. 나를 비롯한 식물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4억 년 넘게 살아왔다. 그동안 우리는 스스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 우리는 환경에 적응하고 숲에 사는 수많은 생명들과 협력하며 살아왔지만 누군가의 다스림을 받은 적이 없다.
숲과 함께 살아가던 때 나는 안전했다. 엄마는 내가 어른 나무가될 때까지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가지를 비켜 주고, 웃자라지않도록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또 아직 연약한 내 뿌리가 더 멀리 더 단단히 뻗어 나갈 수 있게 길을 터 주었다. 엄마 나무뿐 아니라주변 이웃 나무들 역시 어린나무들에게 숲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한여름 세찬 빗줄기와 천둥 번개에 겁에 질렸을 때, 모든것이 금세 바스러질 듯한 가뭄 때, 어떻게 해야 그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 가르쳐 주었다. 긴 겨울과 다가올 봄을 위해 뿌리에 영양분을어떻게 저장할지, 물길을 어떻게 찾을지도 알려 주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후 20년,
우리곁에 찾아온 새로운 이웃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
연대와 우정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