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지원군, 구선생님을 만나다.
오늘은 첫째 날 저녁에 다 같이 볼 영화를 정했습니다.
좀비 영화를 보자는 친구, 공포 영화를 보자는 친구, 무서운 영화는 싫다는 친구···
모두의 의견이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소식을 들으신 구선생님께서 여러 장의 영화 CD를 들고 찾아주셨습니다.
한때 구씨네마의 극장주로 활동하셨던 구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를 추천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CD를 돌려가며 구경하며 영화의 내용도 여쭈어봅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가득한 얼굴에 구선생님도 내심 뿌듯하신듯 웃어 보이십니다.
구선생님의 추천 영화를 포함하여 아이들과 실습생 선생님들이 함께 영화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영화 리스트가 다 만들어지자, 기다렸다는 듯 서준이가 앞으로 달려 나와 투표를 하기 시작합니다.
"신과함께 보고 싶은 사람 손! 어디 보자, 한 명..."
"살아있다 보고 싶은 사람 손! 나까지 두 명..."
그렇게 투표를 통해 우리의 영화는 '반도'로 정해졌습니다.
CD를 주고 먼저 떠나신 구선생님도 아이들이 어떤 영화를 골랐을지 궁금하셨나 봅니다.
아이들이 '반도'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씀드리니, 집에 CD가 있다며 흔쾌히 빌려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영화에 대한 걱정을 덜었습니다.
구선생님은 '어른 구실, 어른 노릇'을 통해 보람을 얻어 가셨습니다.
아이들의 바람을 이뤄주시고, 정을 베푸셨습니다. 어른다워 보이셨습니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이웃이, 관계가 되어 주셨습니다.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셨습니다.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들
영화 선정 이후에는 운동회와 저녁놀이를 담당하기로 한 서준이, 규환이, 승빈이와 2차 회의를 하였습니다.
먼저 저녁놀이 시간에 뭐하고 놀지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주저 없이 '공포체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공포체험은 총 3개의 방을 꾸미고, 각 방마다 미션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럼 각 방에서는 어떤 미션을 하면 좋을까?"
"첫 번째 방은 강시랑 가위바위보 해서 두 번 연속 이기면 통과하는 거 어때요?"
"두 번째 방은 좀비가 안대를 쓰고 술래잡기를 하는 거지. 잡히면 탈락!"
"세 번째 방은 방탈출?"
이어 아이들은 방탈출에 사용될 문제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변의 둘레가 8cm인 정사각형이 있습니다. 도형의 넓이를 구하시오. 이런 거 어때요?"
"넌센스 퀴즈 어때요? 5학년 문제로 하면 꼬마 애들이 못 맞히잖아."
"구명보트에 탈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일까요? 아홉 명. 이런 거"
아이들은 공포체험뿐만 아니라 공포체험을 무서워하는 친구들을 위한 보드게임도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 집에 할리갈리 있는데 가져올게."
"우리 집에 펭귄 얼음깨기도 있어, 그건 내가 가져올게."
"그럼 내가 원카드 가져올게. 젠가는 빌려보자."
저희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려하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대단했습니다.
어른보다 더 어른 같은 아이들의 배려에 놀랐습니다.
소외되는 친구가 없도록, 배제되는 경우가 없도록 활동을 계획하는 아이들에게 배웠습니다.
아이들이 이 사업의 당사자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