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루 늦은 후기 올립니다. '
지난 주는 스터디 전시회 준비로 바빴고 어제는 2주 만에 그리고자 했던 모래 둔덕 표현하기를 시도했습니다.
다채로운 여름 간식들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여름날 피서 가는 기분으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데, 텐트를 치고 일박하고 싶을 정도로 한적한 해안의 고요한 공간감이 일품입니다.
그리면서 발견하게 되는 이 그림의 매력 포인트는,
첫번째, 곡선과 직선의 대비입니다. 이 고요한 공간감의 비결은 너무도 완만하고 부드러운 모래 둔덕의 곡선과 대비되는 하늘 표현의 직선입니다.
모래 둔덕은 물 번짐에 맡겨지는 물감의 고요한 그라데이션, 하늘은 굵은 붓을 겹쳐 칠하면서 직선의 붓 자국을 그대로 남기는 거친 매력, 두 요소가 대비되면서도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하늘은 우리 눈이 보는 것처럼 부드럽고 곡선적이어야 하고 노골적 분할, 직선적 표현이 불가능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서 Szabo샘은 과감하게 상식을 깨는 하늘 표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보라, 파랑, 노란 색의 번짐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있어서 위화감이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두번째, 왼쪽 하단에 흐르는 모래 물결입니다. 아주 고요한 이 그림에서 처음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뭔가 우리 감정을 건드리는 기미를 감지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이 모래 물결의 움직임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닦아내기 기법으로 잔잔하게 물결을 표현하는데 이게 참 쉽지 않습니다.
세번째,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아 놓치기 쉬운 하늘의 새들입니다. 우리가 그릴 때는 하늘을 그리기 전에 마스킹 액이나 종이 테이프로 희게 새를 남겨두는데 Szabo샘은 거꾸로 하늘을 그린 후에 새 주변에 종이 테이프를 바르고 닦아낸 후 테이프를 때는 방식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종이 테이프를 오려 붙이는 게 쉽지는 않겠죠? 그래서 우리는 티타튬 화이트의 손을 빌려 희게 쓱---- 그려버렸습니다. 그림에서 새의 존재는 묘한 매력이 있는 거 같습니다. 정지해 있는 침묵 뿐인 배경에 새 한 마리가 들어가면 소리와 바람이 입혀지는 기분이 들곤 하니까요.
네번째, 관목들과 고사한 나무, 갈대 표현이 적절히 절제되어 있으면서 다채로운 색감을 동원해서 포인트를 주고 있습니다. 고사목은 나이프로 긁어내기 기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바다색 표현을 따라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터과이즈 그린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구입할 수 있어서 소장하고 있었던 터콰이즈 블루를 쓰는 바람에... 다른 제조사의 다른 색상들이라 색은 가지고 있는 물감으로 제조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식인 것 같습니다.
울트라마린 딥의 갈라지는 특성이 모래사장의 부서지는 모래 질감에 너무 걸맞고요.
몇 가지 요소의 적절한 배치.... 중요한 건 많은 걸 그리는 게 아니라 이런 배치에 의해 빚어지는 정조의 문제가 아닌가. 문제는 배치다. 점점 느끼게 됩니다.
...
그리다 보니 해변에 가고 싶네요.
금요반 Szabo 스터디는 8월 11월까지로 마무리를 짓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애란샘을 비롯한 여러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