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MZ, 힙한 전통시장에 푹 빠졌다
뉴트로 감성 수원 남문 로데오
없는거 없는 서울풍물시장도 인기
강원도 인기 1위 역시 속초 시장
요즘 전통시장이 핫해지고 있다. 외국인들에겐 'K-문화' 체험을 위해 방문해야 하는 필수 코스로, 국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들에겐 '뉴트로(新복고)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전통시장'을 검색하면 10만개가 넘는 포스팅이 뜰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도 'K-관광마켓' 버킷리스트 10을 선정하고 여행 성지로 전통시장을 밀고 있다. 서울 풍물시장, 인천 신포국제시장, 대구 서문시장, 광주 양동전통시장, 수원 남문로데오시장, 속초 관광수산시장, 단양 구경시장, 순천 웃장, 안동 구시장연합, 진주 중앙·논개시장 등이다. 톱 10 중 핵심만 추려드린다. 끌리신다면 당신, MZ 감성이시다.
1.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서울 풍물시장
기억하시는가. 벼룩시장 애칭으로 불렸던 황학동 노점상. 근현대화를 거치며 신설동에 새 둥지를 튼 곳이 서울 풍물시장이다. 이곳, 진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빼곡히 이어진 노점. 곰방대부터 그 옛날 구식 카메라까지 보는 이의 흥미를 자극한다. 실내동은 한술 더 뜬다. 섹터를 컬러로 구분해 준다.
노랑동은 생활잡화 파트다. 주황동은 구제의류, 초록동은 골동품을 취급한다. 파랑동은 의류 코너다. 남색동은 생활잡화, 보라동은 취미생활에 관련된 아이템들을 다룬다. 하지만 어느 구역을 가든 세월의 흔적이 추억을 돋운다. 천장까지 닿은 수납장에 빈틈없이 채워진 노트북, 타자기, 전화기와 빈티지한 그릇, 화려한 자개장과 앤티크한 고가구까지. 넋 놓고 둘러보다 보면 새삼 추억의 조각들이 하나둘 맞춰지기 시작한다.
계단으로 2층에 오르면 1960~1970년대 서울 시내 상점가를 재현한 '청춘일번가'가 등장한다. 빛 바랜 만화책과 LP 디스크, TV만 한 386 컴퓨터, 문방구 앞에 있던 미니 오락기, 빨간 가죽 의자가 놓인 다방 등이 옛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명당. 청춘사진관에 들러 부모님의 사진첩에서나 보았던 교련복을 입고 조금은 불량스럽게 사진을 찍어도 좋다. 턴테이블이 익숙한 세대라면 레코드방에서 015B의 1집을 바늘로 틀어봐도 좋다.
서울 풍물시장 3대 먹거리 = 소머리국밥, 찌개 3대장, 주꾸미 골폭이 빅3 먹방코스다. 소머리 국밥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소머리국밥 원래 못 먹는데 이 집에서만 먹어요'라는 후기가 증명하는 곳이다. 빨강동에 숨어 있다. 찌개파라면 찌개 3대장이다. 빨강동의 백반집에서 5000~6000원대 행복을 누려볼 것. 용두동 주꾸미 골목도 필수 코스. 서울 풍물시장 반대편이다. 호남식당(옛 나정순할매주꾸미)이 가장 유명하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것은 디폴트.
2. 국제시장이 인천에도? 신포국제시장
작은 어촌이었던 인천이 지금처럼 위풍당당해진 건 1883년의 개항 덕이다. 올해는 심지어 개항 140주년. 당연히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으로 꼽히는 신포국제시장 만큼은 찾아봐야 한다. 인천 국제시장, 내공이 만만치 않다.
야채와 과일, 수산물, 반찬거리 등 품목별로 구획을 나눠 초행인 이들도 쉽게 둘러볼 수 있는 게 매력.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켜낸 만큼 신선하고 맛있는 먹거리로 가득하다. 주의사항은 반드시 공복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 닭강정, 만두, 칼국수, 쫄면, 공갈빵, 순대, 튀김, 민어회·탕 등 여기서 꼭 먹어봐야 할 주전부리를 꼽기에 열 손가락이 부족할 테니까 말이다. 신포국제시장 2층에 올라가면 '추억의 신포 옛길'이 있다.
시장의 초창기 모습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남겨둔 포인트다. 좁은 복도를 따라 감상하다 보면 풍족하진 않아도 정이 넘쳤던 시장의 역사 속으로 자연스럽게 동화된다. 더 꼼꼼히 둘러보고 싶다면 신포국제시장 지원센터를 방문해 보실 것. 손금처럼 세밀하게 안내해 주는 지도 한 장이 여행의 꿀맛을 더해줄테니까.
신포국제시장 3대 먹거리 = 닭강정, 공갈빵, 쫄면만큼은 기어이 맛보고 오실 것. 신포국제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단연코 신포닭강정이다. 생각보다 매콤한 게 아킬레스건. 대기를 각오하고라도 또 맛봐야 할 먹거리는 공갈빵이다. 바삭하고 쫄깃하고 담백하고 달콤한 반전매력의 맛에 반한 사람들이 산동만두 앞에 불평 없이 줄을 서는데 주말에는 1인당 2개만 구입할 수 있다. 인천이 짜장의 발상지인 건 다아는 사실. 쫄면의 발상지라는 것도 이참에 알아두자.
3. 수원에도 로데오시장이 있다
로데오거리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다. 수원에도 있다. 서울의 숭례문을 남대문이라 부르는 것처럼, 수원의 팔달문도 보통 남문이라 칭한다. 사방팔방 길이 열린다는 뜻 답게 수원화성의 네 개 성문 중 가장 크고 화려한데, 대로를 빙 둘러 자리한 9개의 시장을 통틀어 남문시장이라고 한다.
기계류를 취급하는 구천동공구시장, 일상 속 문화충전을 위한 남문로데오시장, 감성을 깨워 줄 남문패션1번가시장, 생필품을 총망라한 못골종합시장, 맛있게 매운 고추골목이 특징인 미나리광시장, 다양한 의류가 가득한 시민상가시장, 한복 매장과 포목점이 특히 많은 영동시장, 진짜 순대를 맛볼 수 있는 지동시장, 화성행궁 축조 당시 정조가 만들었다는 220년 역사의 팔달문시장까지다.
여기서 질문하나. 이곳 중 한곳만 찍는다면? 수원분들에게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남문로데오시장이라고 답한다. 젊은이를 위한 패션과 유흥으로 가득했던 곳이 지금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문화선도형 시장으로 탈바꿈 중이다. 팔달산 성곽과 이어진 청소년 야외 공연장이 핵심 포인트. MZ세대들이 다채로운 공연으로 마음껏 끼를 발산한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지역작가 플리마켓 행사도 놓치지 말 것. 콘서트나 연극 등의 공연이 이어지는 남문로데오아트홀과 수원시내 작가들의 창작물을 전시하는 로데오 스트리트 갤러리 역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문화공간이다.
수원로데오시장 3대 먹거리 = 수원 통닭, 순대타운, 우렁쌈밥 스리콤보다. 수원통닭이야 이미 전국구. 지동시장 순대타운은 서울의 신림동, 안양의 중앙시장과 함께 전국 3대 순대 골목으로 손꼽힌다. 진짜 우렁이를 아낌없이 넣은 쌈밥도 핵심 먹거리다. 경북 영주시 송현농장에서 생산하는 우렁이만 취급하는 시골집우렁이쌈밥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