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4년경 추정 김산군수 권빈이 부임할 때 지어준 시. 조신(曺伸,1454~1528)
*권빈(權璸,1446~1500) [문1482] 안동인. 字숙옥(叔玉). 1494년경 김산군수. 청백리. 주서로 있을 때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일을 맡음.
<적암유고> p177 <금릉승람> p79
金山城主權候將赴任作十二節書風土代郡誌
김산 성주 권후가 부임하려 할 즈음에 12절로 풍토를 지어서 군지를 대신하여 편지로 쓰다.
조신(曺伸,1454~1528)
曾屬甘文一附庸(증속감문일부용) 일찍이 감문국의 한 고을이더니 / 일찍이 감문에 속해있다가
始分圖牒作雷封(시분도첩작뢰봉) 비로소 도첩을 나누어 현이 되었네. / 도첩을 처음 나눠 현으로 되었다네.
于今劇郡民繁庶(우금극군민번서) 오늘날 군민이 극히 번성함은 / 극군으로 백성들 번성하여 오늘에 이른 것은
爲有先王胎室峰(위유선왕태실봉) 선왕의 태실봉을 두어서였네 / 선왕의 태실봉 있어서라네.
*뇌봉(雷封) : 중국에서 현령(縣令)을 일컫던 말. 보통 사방 100리 정도 되는 고을이 현(縣)인데, 천둥이 치면 그 소리가 100리쯤 진동한다 하여 현령을 가리킨다. *극군(劇郡) : 일이 많은 고을. *선왕태실(先王胎室) : <조선왕조실록> 정종 1년(1399년) 4월 5일 중추원사(中樞院事) 조진(趙珍)을 보내어 김산현(金山縣)에 태(胎)를 안치(安置)하게 하고, 금산을 승격시켜 군(郡)으로 하였다.
星山知品隔南川(성산지품격남천) 성산 지품과는 남천을 격해서 있고
北顧商顏複嶺連(북고상안복령연) 북쪽을 상안(상주)를 돌아보면 겹겹이 고개가 이어지네.
此去三州無百里(차거삼주무백리) 이곳에서 삼주까지는 백리가 되지 않으니
承符早晩着吟鞭(승부조만착음편) 부절 받고 조만간 음편에 안착하리.
*상안(商顔) : 사람의 얼굴 형태와 비슷한 모양의 상산이라는 뜻으로, 보통 상산의 별칭으로 쓰인다. *음편(吟鞭) : 시인(詩人)의 말채찍이란 뜻이며, 가면서 읊조리는 시인을 묘사하기도 한다. 소만수(蘇曼殊)의 〈정강으로 가는 도중에 읊다[淀江道口占]〉라는 시에, “복사꽃 붉게 피어 음편에 오르고 싶어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黃溪一路遠王州(황계일로원왕주) 황계는 금릉에서 길이 멀리 있는데
黃岳西蟠澗谷稠(황악서반간곡조) 황악산 서쪽 감아 도는 산골짜기 모여 있네.
十里湖西分二境(십리호서분이경) 십리 밖에 호서와 두 지방간 경계 있어
嶺南初郡是咽喉(영남초군시인후) 영남의 첫 고을이니 바로 인후와 같네.
*왕주(王州) : 남조(南朝) 제(齊)의 시인 사조(謝脁)가 〈고취곡(鼓吹曲)〉에서 “강남의 멋지고 화려한 이 땅, 금릉이라 제왕의 고을이라네.〔江南佳麗地 金陵帝王州〕”라는 시구로 금릉(金陵)을 가려지(佳麗地)라고 찬미한 고사에서 유래. 금릉을 칭하는 말임.
團團槐樹小庭幽(단단괴수소정유) 빽빽이 회나무 있어 작은 정원 그윽하고
吏散庭空鳥雀啾(리산정공조작추) 아전들 흩어지면 정원에 새와 참새들 지저귀네.
避暑時能碧筒飮(피서시능벽통음) 더위 피할 때 벽통주 마실 수 있는데
南塘荷芰葉如舟(남당하기엽여주) 남쪽 연못 연과 마름 잎 배처럼 떠 있네.
*벽통(碧筒) : 위(魏)나라 정공 각(鄭公慤)이 삼복중(三伏中)에 피서(避暑)하면서 연잎[蓮葉]에다 술 서되를 담아서 잠(簪)으로 연잎의 줄기를 찔러서 마시면 술 향기가 맑고 시원하였는데, 그것을 벽통주(碧筒州)라 하였다.
南塘溜決注春耕(남당류결주춘경) 남당에 모아둔 물 봄 농사에 대어주자
細雨分秧翠浪鳴(세우분앙취랑명) 가랑비에 모내는 소리 푸른 물결에 울리네.
十頃畝種膏壤地(십경무종고양지) 십경의 모심는 곳 기름진 땅이니
西風擺稏打藁聲(서풍파稏타고성) 서풍에 추수 끝내면 타작하는 소리 들으리.
*경묘(頃畝) : 토지의 면적, 또는 토지의 면적을 계산하는 단위. 옛날에는 사방 6척(尺)이 1보(步), 100보가 1묘(畝), 100묘가 1경(頃)이었으나, 진대(秦代) 이후에는 240보를 1묘로 하였고, 청조(淸朝)에서는 영조척(營造尺)으로 사방 5척을 1보, 240보를 1묘로 하였다. 《說文, 唐律 戶婚 畝 釋文, 淸會典事例 戶部 田賦》 또는 송(宋)나라 섭시(葉時)의 설에 따르면, 토지를 측량하는 법은 너비 1보에 길이 240보를 1묘로 하고 100 묘를 1경으로 하기도 하였다.
孔庭古栢葉靑靑(공정고백엽청청) 향교의 오래된 측백잎 푸르고 푸른데
長伴薤塩守冷廳(장반해염수냉청) 오래도록 해염두고 차가운 관청 지키리
爲報靑衿好絃誦(위보청금호현송) “유생들은 글 읽기 좋아하라” 이르고
佇看太守日横經(저간태수일횡경) 태수는 날마다 지나며 우두커니 바라보리.
*해염(薤塩) : 냄새나는 나물과 절인 반찬
金泉館裡喚鳴騶(김천관리환명추) 김천객관 안에서는 명추를 부르며
迎送軺車似水流(영송초거사수류) 초거를 맞이하고 보내는 일 물 흐르듯 하고
大戶吏民豪且富(대호이민호차부) 넉넉한 집안과 서리들은 호걸스럽고 부유하여
家家釃酒更推牛(가가시주갱추우) 집집마다 술 거르며 다시 소를 잡네.
*명추(鳴騶) : 귀인(貴人)의 수레 앞에서 잡인(雜人)의 통행을 소리쳐서 금하는 기졸(騎卒)을 말함. *초거(軺車) : 조선시대, 종이품 이상의 벼슬아치가 타던 수레
郡西郡北地磽偏(군서군북지교편) 군의 서쪽과 북쪽 땅은 지나치게 메마르고
只有村南郭外田(지유촌남곽외전) 겨우 마을 남쪽 성곽 밖에 밭이 있네.
吏滑民貧勞撫御(리골민빈로무어) 교활한 서리 가난한 백성 무어에 힘쓰니
喜逢邑主政如天(희봉읍주정여천) 반가이 성주 만나면 하늘처럼 여기리.
*무어(撫御) : 감싸고 어루만져 다스림
秋豐古驛冷蕭條(추풍고역냉소조) 추풍 오래된 역은 차고 쓸쓸하지만
水遶山回百千遭(수요산회백천조) 물길 감고 산을 돌아 수없이 만났는데
洞裡若無差役至(동리약무차역지) 마을에 만약 부역이 이르지 않는다면
種桃於此薙蓬蒿(종도어차치봉호) 이곳에 복숭아나무 심고서 쑥대 베며 살고 싶네.
*소조(蕭條) : 고요하고 쓸쓸한 느낌이 있게 *차역(差役) : 노역을 시킴
一區水竹絶塵囂(일구수죽절진효) 한 구역 물과 대나무로 세상 소란 끊으니
直指精藍近紫霄(직지정람근자소) 정진하는 가람 직지사는 자소에 가깝네.
會訪深禪還訪古(회방심선환방고) 기회 되어 깊은 선방 방문하고 다시 고적 방문하면
殘碑零落認前朝(잔비영락인전조) 무너진 비석 보잘 것 없어 앞 왕조를 알게 되리.
*자소(紫霄) : 하늘의 구소(九霄)중 하나. 구소는 신소(神霄), 청소(靑霄), 벽소(碧霄), 단소(丹霄), 경소(景霄), 옥소(玉霄), 낭소(琅霄), 자소(紫霄), 태소(太霄)이다 *잔비(殘碑) : 직지사에는 고려 초기의 능여대사 비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음.
潺湲一派鳳溪西(잔원일파봉계서) 한줄기 물 흐르는 봉계 서쪽에
柿栗盈園過客踈(시률영원과객소) 감과 밤이 가득한 장원에 지나는 객 드무니
太守下車應門訊(태수하거응문신) 태수께서 수레에 내려 응당 찾으면
先人今有古遺廬(선인금유고유려) 선인의 오랜 집이 지금도 있다네.
翩翩五馬過鄕閭(편편오마과향려) 나는 듯 오마가 고을 마을 지나가면
勤誡爭進莅政初(근계쟁진리정초) 부임 초에 삼가고 경계할 일 다투어 올릴 것이니
謾有潛夫難著論(만유잠부난저론) 잠부는 논점 드러내기 어려워 부질없이 글로 적어
空題郡誌送行車(공제군지송행거) 공연히 ‘군지’라 제목하여 가는 행차에 보내네.
*오마(五馬) : 사두마차(四頭馬車)에 보조 또는 예비의 말을 붙인 것으로 한나라 시대에 태수에게 허용되었기에 태수의 별칭으로 쓰임. *잠부(潛夫) : 은둔한 선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