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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 장 裸身에 숨은 陰謀 휘-이-잉! 밤의 북망산은 음산했다. 거기에 부는 북망산의 밤바람은 음산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힘이 있다. 지금처럼 사방이 무덤일 때는 더욱…… 그 무덤 가운데 두 사람이 서 있었다. 마무쌍과 철면신판 고경천이었다. 철면신판 고경천의 안색은 거의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회복되어 있었다. 마검경천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공자…… 노부 외람되나 한 가지 물어도 될런지?" 철면신판이 그 답지 않게 한참 망설이다 물었다. "내가 정말 마중지존인가 묻고자 하시오?" 마무쌍은 그를 쳐다보고 웃었다. 그 웃음에는 여전히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기이한 힘이 있었다. "그, 그렇소이다." 철면신판은 신음하듯 말했다, "고대협이 보기에는 어떻소?" 마무쌍이 신비하게 웃었다. 철면신판은 고개를 저었다. "노부는 감히 추측할 수 없소." 마무쌍은 한 가닥 신비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밤하늘로 옮겼다. 은가루를 뿌린 듯한 별들이 아스라히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마중지존으로 키워졌소. 그리하여 나는 마무쌍으로 불리오." 그의 음성은 나직하나 한 가닥 여운을 발하고 있었다. '마…… 중지존으로 키워졌다고?' 철면신판이 경악하여 마무쌍을 쳐다보았다. 어찌 믿을 수 있는 말인가. 누가 그러한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때 마무쌍이 다시 말했다. "하나 나는 천하를 피에 잠기게 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오.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 '반대라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파파락--- 마무쌍의 백의가 밤바람에 펄럭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마무쌍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고대협의 상세는 며칠만 조리하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오." "잠깐!" 철면신판은 무엇인지는 모르나 마무쌍을 이대로 떠나 보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크게 외치며 마무쌍의 앞을 막아섰다. "또 궁금한 것이 있소?" 마무쌍이 그를 돌아보며 담담히 물었다. 도저히 그의 나이로서는 믿기지 않는 태도. 철면신판은 그 담담한 기세에 위축됨을 느꼈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한 번 깜박 않던 그였다. 한데 장난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근엄한 것 같은 마무쌍의 앞에 서기만 하면 그는 여지없이 위축되는 자신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은 장난스럽지도, 근엄하지도 않았다. 사람을 복종시키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기질(氣質)이었다. "공자께선 그들이 무엇 때문에 노부를 공격했는지 왜 묻지 않으시오?" "물어야 하오?" 마무쌍은 오히려 웃었다. 철면신판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대로라면 그는 마무쌍이 자신이 가진 물건에 생각을 가질까봐 쉬쉬하며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완전히 거꾸로가 아닌가? "도대체 공자의 사부가 뉘시오?" 그는 마침내 탄식하며 엉뚱한 말을 내뱉았다. "성심수명노인(聖心守命老人)이 사부님이시오." 마무쌍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성…… 심…… 수명노신선?" 뜻밖의 말에 철면신판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하나 그것으로 나의 내력을 짐작코자 마시오. 내가 지닌 내력은 더 복잡하오." 신비(神秘), 철면신판은 마무쌍의 온몸이 신비의 덩어리로 보였다. 잠시 그를 바라보던 그는 고개를 저으며 품속에서 차곡차곡 접힌 백견(白絹)을 꺼냈다. "공자께선 비천야유신(飛天夜遊神)이란 이름을 들은 적이 있으시오?" 마무쌍의 눈에 한가닥 기이한 빛이 스쳤다. "비천야유신이라면 사백 년 전의 그 신투 말이오?" 철면신판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천야유신(飛天夜遊神), 천하제일의 신투(神偸)다. 그는 한낱 도둑이 아니라 일대기인(一代奇人)이었다. 그의 분광둔형신법(分光遁形身法)은 귀신보다 빠르고, 섬전연환분뢰장(閃電連環奔雷掌)은 버락보다 빨라 강호제일장(江湖第一掌)이라고 불리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것은 그의 도술(盜術)이었다. 그가 훔치지 못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천하의 기보이재(奇寶異財)와 각파의 무공비급이 그로 인해 세상에서 사라졌다. 황궁(皇宮)과 전 무림이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천하가 벌집 쑤신듯 혼란에 빠졌을 때 비천야유신은 나타날 때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것이 비천야유신이 훔친 재보가 숨겨져 있다는 장보도이외다." 철면신판이 수중의 백견을 가리켰다. 철면신판의 말은 정녕 천하를 경동케 하기에 족한 폭탄선언이었다. 비천야유신이 숨긴 그 엄청난 재보와 수를 알 수 없는 무공비급들, 그것을 욕심내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마무쌍도 그들이 놓고 싸운 것이 그 정도나 되는 것인지는 상상도 못했다. "그건 뜻밖이군! 한데 그걸 나에게 말하는 의도는 무엇이오?" 철면신판은 씁쓸히 웃었다. "노부는 한 고동(古洞)에서 몇가지 기보와 함께 이것을 발견했소. 그때의 흥분은 말할수 없었소. 그러나…… 지금의 노부에겐 이걸 지킬 능력이 없음을 깨달았소!" "……" 철면신판은 마무쌍을 바라보았다. "좀전에 노부는 기보에는 주인이 있다고 말했소. 그리고 그 주인이 누군지 알았소!" 철면신판은 마무쌍에게 수중의 장보도를 내밀었다. 마무쌍은 조금도 놀란 기색도 없이 웃음을 머금었다. "내가 이 장진도를 어떠한 곳에 이용할지 생각해 보았소?" "노부는 공자가 마중지존의 능력을 지녔음을 믿소! 그리고 그 능력으로 천하를 도탄에 빠뜨리지 않겠다고 한 말도 믿소!" "하하……" 마무쌍은 낭랑히 웃었다. "이제보니 이것은 하나의 독약이군, 좋소! 그 뜻을 받아드리겠소!" 마무쌍은 서슴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이었다. 딩! 디-- 딩하는 한 가닥 금음(琴音)이 일어나며 차가운 빛이 두 사람을 뒤덮었다. 금음에는 괴이한 경력이 실려있어 사람의 심맥을 공격했고, 차가운 빛은 수만 개의 은침(銀針)이었다. 그것은 너무도 갑작스러웠고 그 위세는 절륜(絶倫)했다. "이제야 꼬리를 드러내는가?" 하지만 마무쌍은 이미 짐작했다는 듯 조금도 놀라지 않고서 가볍게 코웃음치며 양 소매를 휘저었다.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 엄청난 수의 은침이 한없이 부드러운 경력에 끌려 마무쌍의 소매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성심수명노인의 대유무극선공(大幽無極仙功)이었다. "엇?" 어디선가 경악에 가득찬 탄성이 은은히 들려왔다. "윽---!" 철면신판은 내상이 채 회복되지 않은지라 금음에 진탕되어 또 피를 토해냈다. "금절(琴絶)과 암혼절(暗魂絶)은 견식했으니 나머지도 마저 보여줌이 어떤가?" 마무쌍은 장보도를 태연히 품속에 넣으며 말했다. "으하하하…… 과연 대단하군. 탄복했소!" 우렁찬 웃음소리가 들리며 좌우에서 많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 수는 대략 오십 이상인 것 같은데 모두 눈에 신광이 번뜩였다. 그 중 눈에 띄는 사람은 흑의에 키가 크고 삐쩍 마른 노인과 고색이 감도는 금(琴)을 가슴에 안은 중년유생, 그리고 등에 검을 멘 노인과 도를 가슴에 안고 있는 냉막한 흑의노인이었다. "금절, 암혼절, 검도쌍절(劍刀雙絶)…… 칠절방의 사대방주……?" 그들의 신분을 알아 본 철면신판의 안색이 대변했다. "받은 것이 있으니 돌려주어야 되겠군." 그때, 마무쌍은 담담히 말하며 무겁다는 듯 소매를 흔들었다. 그러자 가공할 일이 일어났다. 쏴아아--- 쏴아--- 쏴--- 아---! 마무쌍의 소매에서 은빛 물줄기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방금 그의 소매 속으로 빨려들어갔던 은침이 한꺼번에 모조리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폭포가 용트림하는 듯 올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가공할 세력으로 덮쳐갔다. "으--- 악!" "피…… 피해-- 라!" "크아--- 악!" 대혼란이 일어났다. "이럴 수가……?" 철면신판은 또다시 경악하고 말았다. 실로 눈 깜박할 사이였다. 무려 오십 명의 칠절방(七絶 )의 고수가 전멸하는 것은. 내심 화가 치민 마무쌍이 독심환영마후의 암기수법 중의 섬(閃)을 무려 십성의 공력으로 쏟아낸 것이다. 어찌 가공하지 않으랴! 비로 가군자의 훈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신주팔대마존의 그 마성이 그를 전혀 물들이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가 분노하면 그 수단은 잔혹할 수 있는 것이다. "칠절방이 흑도 사대세력(四大勢力)의 하나라고 하더니 오늘보니 별 것 아니군." 마무쌍은 차갑게 중얼거렸다. "자, 잔인한 놈!" "네놈이 본방과 무슨 원한이 있기에 이런 독수를 쓴단 말이냐?" 이를 갈며 몇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정확히 모두 네 명이었다. 바로 금절과 암혼절, 검도쌍절 등 칠절방의 일곱 방주 중 네 명이었다. 그러나 그들도 결코 완전치는 못했다. 최소한 하나 정도의 은침은 맞은 것이다. 거기에는 치명적인 독이 있었으나 암혼절이 해약을 지니고 있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과연 방주자리에 있는 자들이라 허명만 가진 것은 아니군, 악독하다고? 하하하…… 그 암기가 어디서 난 것이기에?" 마무쌍의 비웃음 어린 반박에 칠절방의 네 방주는 말문이 막혔다. '무공도, 심기도 우리가 상대할 자가 아니다!' 그들은 재빠르게 눈빛을 교환하더니 사방에서 천천히 마무쌍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철면신판의 안색이 변했다. '저들 중 한 명도 상대하기 벅차다!' 그의 외침은 당연했다. 상대는 천하를 횡행하는 칠절방중의 네 방주인 것이다. 하지만 마무쌍의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이 어렸다. "사대방주의 합공이라…… 하지만 합공을 받아보지 못함이 못내 아쉽군!" 그의 미소는 어느 새 공포를 일으키는 것으로 변해 있었다. 그 순간, 칠절방의 세째인 금절(禁絶)이 안색이 변해 외쳤다. "너, 너는 우리의 몸에 무슨 수작을 벌였느냐?" "수작? 아! 난 또 뭐라고…… 미처 시간이 없어 조금 전에 돌려준 은침에 다른 것이 조금 묻은 것을 말해주지 못했군." 마무쌍은 태연히 말했다. "다른거라니? 노부의 추혼은침에는 부신지독(腐身之毒) 밖에 없는데 그새 뭐를 거기에……" 그는 채 말을 끝맺지 못하고 안색이 변하며 입을 다물고 말았다. 체내에 괴이한 기운이 움직임을 느낀 것이다. "별로 대단한 건 아니지. 죽는데 한 시진이나 걸리는 무영지독(無影之毒)이 조금 묻었을 뿐이니까?" "무영지독?" 네 사람이 동시에 외쳤다. '도저히 안되겠다!' 네 사람이 동시에 떠올린 생각이었다. "독절(毒絶)을 한 시진 내로 찾는다면 살 수 있겠지." 마무쌍이 여전히 태연하게 말했다. 그의 여유만만한 태도에 네 사람은 겁을 집어먹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라도 그러할 것이었다. 그를 처음 만나게 되면 놀라게되고 어이가 없고 그 다음에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강호에 귀하와 같은 고수가 나타난 것은 몰랐소. 하나 칠절방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오, 다시 봅시다!" 네 명은 신음하듯 외치고 몸을 날렸다. 마무쌍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자 철면신판이 물었다. "아니, 공자께선 저들을 그냥 보내시려 하시오?" "저들은 대단한 인물이 아니오. 어쩌면 남에게……" 그때였다. 때-- 앵! 이십 장 밖에서 신형을 날리고 있던 금절이 몸을 돌리더니 마무쌍을 향해 금을 퉁겼다. 위--- 이잉! 일진의 공기의 회오리가 일어나며 무서운 압력이 마무쌍에게 덮쳐왔다. "금절의 멸음파(滅音波)요!:" 철면신판이 부르짖었다. "이 자는 그대로 보낼 수 없군!" 마무쌍이 냉랭히 코웃음쳤다. 휘-- 이-- 익! 순간, 그의 입에서 처절하도록 날카로운 휘파람이 터져나왔다. 파--- 앙! "으--- 악!" 동시에, 금절의 손에 있던 고금(古琴)의 현이 모조리 끊어졌다. 그가 피를 토하며 거꾸러졌다. 한낱 휘파람 소리에 일어난 가공할 위력이었다. 그것은 천마존이 전수한 천마경혼소(天魔驚魂嘯)였다. "어, 어서 가자!" 나머지 세 명은 황급히 금절을 부축하고 허겁지겁 도망쳤다. 귀신을 봐도 이보다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당금 천하에 칠절방의 네 방주를 저토록 혼비백산케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공자 뿐일 것이오!" 철면신판은 신음하듯 그들의 뒷모습을 ㅉ으며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한 가닥 경외지심(敬畏之心) 마저 들어 있었다. 실로 너무도 순식간의 일이었다. 무려 오십여의 칠절방의 고수가 기세좋게 나타나서 불과 네 명의 수괴(首魁)만 남아 혼비백산해 도주하기 까지는…… 내일이면 천하무림이 진동할 것이다. 마무쌍이란 새로운 이름이…… 마무쌍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오." 마무쌍의 나직한 중얼거림이 묘한 여운을 깔고 울려퍼졌다. 여운을…… * * * 마무쌍이 철면신판과 함께 운염루로 돌아온 것은 이경(二更=九時-十一時사이) 초였다. 그가 운염루에 들어서자마자 그 앞에 날씬한 인영이 나타났다. 바람처럼 가벼운 신법을 지닌 인영은 약 이십 세 가량의 녹의미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신산귀녀(神算鬼女) 소정(蘇晶), 바로 신산귀유가 자랑하는 제자였다. 그녀는 뛰어난 총기로 장차 구류방을 이을 제목으로 인정받은 구류방의 제이인자였고, 마무쌍이 처음 운염루에 올 때 안내해 준 여인이기도 했다. 그녀는 그간 마무쌍의 시중을 자진해서 들어왔었다. 신산귀녀 소정은 마무쌍에게 살짝 허리를 굽히더니 다급한 기색으로 말했다. "공자님! 어디를 가셨었습니까? 공자님을 찾으려고 난리가 났어요!" "무슨 일이오?" "제자도 모르겠어요! 웬 흑의노인이 공자님을 내놓으라며 총단에 나타났는데 그의 무공이 기고하여 금제가 발동되기도 전에 총단의 중심부에 난입해 와 지금 사부님께서 그를 막으려고 폐관을 깨고……" 마무쌍의 눈에 가벼운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가 찾아온 모양이로군. 단숨에 이곳을 발견해 내다니…… 대단한데?" "공자께서 아시는 분이세요?" "아마 내가 아는 사람일 것이오. 자, 안내하시오! 가봅시다! 그의 마도는 반드시 피를 부르오……" 마무쌍의 재촉에 소정은 황급히 몸을 날렸다. 그 뒤를 마무쌍이 따르고 철면신판이 또 그 뒤를 따랐다. 철면신판은 방대한 구류방 총단의 지하도를 달리며 신음하고 있었다. '얼마나 되어야 그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으흐흐…… 신산귀유! 네놈의 무공이 이런 정도임은 생각지 못했구나! 하나, 바른대로 대지 않으면 오늘부로 구류방은 끝이다!" "천랑마효! 본 방주는 참을만큼 참았다! 더 이상 무고한 트집을 잡는다면 귀하는 오늘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크하핫핫…… 이까짓 구류방에 그런 힘이 있단 말인가?" 번-쩍! 한 가닥 검은 인영이 번갯불같이 번뜩였다. "좋다! 천랑단주에게 어떤 힘이 있는지 봐야겠군!" 은은히 분노한 음성과 함께 회색인영이 흑영에게 마주쳐 갔다. 꽈꽈-꽝! 매서운 경기가 소용돌이치며 경풍이 휘날리는 가운데 두 사람이 갈라섰다. 두 사람의 신색으로 보아 무승부가 된 것 같았다. 흑의인영, 천랑마효가 음산히 웃었다. "끝끝내 관을 봐야겠단 말이지? 마령일견휴!" 한 줄기 도광이 무섭게 폭사되며 회영이 신산귀유를 난도질했다. 그 빠름은 방금의 두 배 이상이었다. '내 구류혼원장은 이제 오성이다……' 신산귀유는 안색이 변해 전력으로 새로이 연마한 구류혼원신공을 끌어 올리며 구류혼원장법을 전개했다. 파파-팟! 도광이 장세를 쳐 흩으렸다. "목을 내놔라! 마령-파천황!" 섬광과 같은 도광이 수백 줄기가 되어 신산귀유를 덮쳤다. '부…… 분하다! 내 구류귀원신공이 칠성만 되었더라도……' 신산귀유는 이를 악물고 장을 들어올렸다. 그가 구류귀원신공을 마무쌍에게 배운 것은 얼마되지 않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이후의 상황은 명확했다. 절대적인 위기의 순간, 한 가닥 백영이 마치 환영과 같이 두 사람의 사이에 나타났다. "멈추시오!" 낭랑한 외침과 함께 한가닥 부드러운 경력이 일어나 두 사람의 공세를 해소시켰다. "공자!" "지존!"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은 손을 거두며 물러났고 천랑마효는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마무쌍이 나타난 것이다. 구류대전- "당신의 마도는 여전히 무정(無情)하군……" 구류방 제자의 피해 보고를 받은 마무쌍이 담담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감히 그럴 수 없음을 알지만 원래 구류방은 귀계(鬼計)가 많아 혹 지존께 해나 가지않았나 해서……" 천랑마효가 고개를 숙였다. '기가막히군! 저 냉혈마(冷血魔)가 마공자(魔公子)께 진정을 바치는 것 같지 않은가?' 철면신판은 물론 신산귀유, 심지어 소정까지도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맙소. 그래 그 분은 무사히 호송했소?" "다행히 명을 욕되게 하지느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분께선 전언하시길 그 어른의 아우임을 잊지말라고……" "수고했소!" 마무쌍은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미소를 황홀한 듯 넋을 잃은 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음은 아무도 몰랐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철면신판은 설명을 다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 신비한 단체가 강호에 존재한단 말이오?" "믿어지지 않습니까? 두고 보십시오. 그들은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테니까. 그리고…… 천하는 겁난에 빠지게 될 겁니다." 마무쌍은 침중히 말했고, 그것은 모두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들의 눈길은 자신도 모르게 마무쌍에게로 향했다. "나는 내일 강호로 나갈 것이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마무쌍의 말에는 기이한 여운이 깔려 있었다. * * * 방안, 등촉(燈燭) 아래서 마무쌍은 탁자에 앉아 골똘히 한폭의 비단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비천야유신이 남겼다는 장진도였다. 그것은 한 폭의 산수도(山水圖)인데 산수도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괴이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것 때문에 방금 집비전에 가서 천하의 산세를 모두 보고 왔지만…… 이런 모양은 없었다!" 마무쌍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분명히 어느 것과 닮은 것 같거든? 무슨 까닭일까?" 갑자기 마무쌍의 눈에서 기광(奇光)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한없이 맑은 빛이었고 혜지(慧智)의 상징이었다. 또 다시 천심지기가 발동되는 것이다. "그렇군! 거꾸로였군! 그림이 거꾸로 그려져 있었구나……" 마침내 마무쌍이 탄성을 토해냈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본 것 같으면서도 알 수가 없었지! 이제야……" 철면신판이 그토록 골을 싸매도 모르던 것이 드디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밖에 누가 있느냐?" 마무쌍이 문을 쏘아보며 낮게 소리쳤다. "제자, 소정입니다." 영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정? 이 밤중에 여기는 무슨 일이오?" 머뭇거리는 것 같더니 용기를 낸 듯한 소정의 음성이 들려왔다.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잠시만 들어가도 되…… 올지?" 고개를 갸웃하던 마무쌍은 장진도를 접으며 말했다. "급한 일이오?" "예……"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소, 들어오시오." '응?' 문을 닫으며 돌아선 소정의 모습에 마무쌍은 흠칫 했다. 은은한 등블아래 드러난 그녀의 모습, 그녀는 뜻밖에도 속이 은은히 비치는 잠옷을 입고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맑은 옥과도 같은 터질 듯한 몸을 가린 것은 선홍(鮮紅)의 가슴가리개와 속곳 뿐, 그 위에 휘늘어진 붉은 경사(輕絲)의 잠옷은 더욱 폭발적인 유혹이었다. 마무쌍이 뭐라기도 전에 소정이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떠나신다고 하셨기에…… 자리에 들었다가…… 아무래도 그냥은 있을 수 없어서…… 용서하세요." 마무쌍은 그녀의 말에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무슨 말이 하고 싶어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렇게 왔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정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와 마무쌍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 기이한 빛이 일렁였다. 방 한쪽에 놓인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향연(香煙)이 방 안의 분위기를 신비하게 만들고 있었다. 소정은 살며시 시선을 들어 향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소녀는 어릴 적부터 사부님께 거둠을 받아 구류방에서 커왔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았고 남자들의 파렴치함은 매일 같이 봐 왔습니다. 그래서 소녀는 사부님을 제외한 남자라면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남자가 사람이 아니면 귀신이요……" 마무쌍은 분위기가 이상하다싶어 말을 돌리려 했으나 소정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런데 소녀는 전혀 다른 한 사람을 보았어요. 그분은 소녀가 여지껏 봐 왔던 사람들과는 비할 수 없는 분이셨어요." 그녀의 눈에 한가닥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분께선 내일이면 제 곁을 떠나게 돼요! 그제야 소녀는 그 짧은 시간에 그분이 제게 차지한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그녀는 마무쌍에게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마무쌍의 안색은 뜻밖에도 태연했다. "그는 마의 화신이오! 낭자는 그를 잊어버리는 게 좋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물론이오! 소저는 누구보다 총명한 사람이 아니오? 충분히 할 수 있소!" 소정의 입가에 쓸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소녀는 스스로 자격이 없음을 알아요. 하지만…… 하룻밤의 추억은 남겨 주시리라 믿어요!" 순간, 그녀의 어깨에서부터 잠옷이 스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눈부신 어깨에서 진홍빛 붉은 가슴가리개가 그대로 드러났다. "무슨 짓이오?" 마무쌍이 미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소정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얼굴빛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저를 천한 여자라고 생각하셔도 좋아요! 하지만 저는 아직 남자의 손 한 번 잡아 본 적이 없어요." 그녀의 손이 붉은 가슴 가리개를 끌러내렸다. 탄력이 용솟음치는 두 개의 젖무덤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그맣게 숨은 유두는 폭발적인 유혹을 간직하고 마무쌍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손이 이번에는 마지막 남은 속곳을 잡았다. 앙징맞은 배꼽이 드러나고 대리석의 단애(斷崖)와도 같은 아랫배가 천천히 신비를 벗어갔다. "소정! 무슨 짓이오?" 마침내 마무쌍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외쳤다. "공자님!" 기다렸다는 듯 소정이 그의 품속으로 머리를 묻으며 흐느꼈다. 뭉클한 가슴의 감촉이 기이한 감각이 되어 전해왔다. 매끄러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마무쌍이 침중히 말했다. "이것이 당신에게 무슨 보탬이 되겠소? 후회만 남을 뿐이오! 자, 진정하고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봅시다." 소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들었다. "공자께선 소녀가 하룻밤의 자격도 없는 추잡한 계집이라고 생각하시는군요!" 가쁜 숨결에 따라 그녀의 입에서는 사향과 같은 내음이 전해져왔고, 원정(怨情)이 가득한 물기어린 눈은 그 어떤 남자라도 견딜 수 없는 욕정을 불러 일으키기에 족했다. "으…… 음……" 마무쌍의 눈빛이 흔들리며 기이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의 얼굴이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마무쌍은 힘주어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소정! 내게 무슨 짓을 했느냐?" 그의 눈에는 욕정(欲情)과 함께 노기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소정은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으며 처연히 웃었다. "죄송해요! 하지만 한 번! 단 한 번만이라도 공자의 여인 되기가 소원이었습니다! 이 밤만 지나고나면 소녀를 더럽다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으셔도 됩니다!" "으…… 소정…… 너는……!" 마무쌍은 신음하고 말았다. 도대체 자신의 무엇이 어떠하기에 생각도 않았던 이 여인이 이토록 치정(癡情)을 품는단 말인가? 여인을 보고 함부로 웃지 말라던 가군자의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그의 웃음을 한 번 본 여인은 결코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그것이 정상인 것이다. "소…… 소정!" 마침내 마무쌍은 우악스럽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 공자…… 아…… 아!" 그녀의 풍만한 젖무덤이 마무쌍의 손에 하나 가득 넘쳐 흘렀다. 마무쌍의 한 손이 기름이라도 흐를 듯한 그녀의 등을 타고 미끄러져 내렸다. 무엇인가가 그의 손이 더 내려가는 것을 방해했다. 벗겨지다 만 속곳이었다. 선홍의 속곳은 그녀의 몸에서 가장 부푼곳의 신비를 가린 채 아슬하게 걸려 눈을 자극했다. 마무쌍의 손이 흠칫 하더니 망설임없이 그녀의 마지막 보루를 잡아당겼다. 제자리를 잃은 속곳은 희디흰 허벅지를 지나 빼어난 선의 종아리로 흘러내렸다. 마무쌍의 손이 동산과 같은 둔부의 선을 타고 내려가다 흠칫 멎었다. 소정의 두 다리에 가는 경련이 일어났다. 그의 손이 머문 곳은…… "으-- 음!" 소정이 눈을 감은 채 숨가쁜 비음을 뱉아냈다. 마무쌍의 세찬 입술이 그녀의 여린 입술을 덮어 버린 것이다. 그녀의 인어와 같은 두 팔이 마무쌍의 목을 휘감으며 떨었다. 둔부에 있던 손이 허벅지를 타고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온 것이다. 그녀의 비역은 그녀의 몸이 터질 듯 타오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이 구름 위로 떠오름을 느꼈다. 마무쌍이 그녀의 나신을 안아올린 것이다. 그의 우람한 두 팔 속에서 미인의 얼굴이 붉게 타오르고 풍만한 두 개의 유방이 가슴의 가쁜 기복에 따라 터질 듯 출렁거렸다. 가늘어지다 급격히 팽창된 둔부의 중심부에는 검은 수림이 폭발할 듯 빛나고 팔에 걸쳐져 비스듬히 솟아오른 두 다리의 선은 미묘한 곡선을 그리며 뻗어내리다 그 진행을 멈춘다. 속곳. 흘러내린 선홍(鮮紅)의 속곳이 그녀의 발목에 걸려 간들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 흔들림은 또 얼마나 묘한가? 그때, 소정은 몸을 뒤채며 조그만 발을 움직여 그 마지막 남은 신외지물(身外之物)을 털어냈다. "소정!" 순간, 마무쌍이 신음하듯 부르짖으며 그녀와 함께 침상 위에 나뒹굴었다. 천하의 무엇으로도 움직일 수 없는 그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인가? 원래 그의 방에서 향연을 피워내고 있는 향로에 문제가 있었다. 그 향연에는 화심향(和心香)이라는 성분이 있는데 그것은 아무런 해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에 여인의 입김에 녹은 사향이 섞이게 되면 그 무엇으로도 항거할 없는 흥분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완전히 발작하기 전에는 발각할 수가 없었다. 신산귀녀라는 별호답게 소정은 모든 것을 치밀히 안배해 놓았던 것이다. "아…… 아윽…… 아…… 아아……!" 형용할 수 없는 신음이 소정의 입에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가쁜 신음, 숨막히는 열기가 방 안에 넘치기 시작했다. '후후…… 결국 뜻대로 되었군! 젊은 놈은 여색에 남아나는 재간이 없지……' 어둠속에서 한 인영이 소리없이 웃으며 마무쌍의 방문을 떠났다. 그는 구류방 총단의 지리를 잘 아는 듯 조금도 거침없이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그가 도달한 곳은 운염루에서 버려진 창고와 같은 곳이었다. 사방의 창문은 두꺼운 천으로 가려져 있는데 그는 재빠르게 등불을 켜서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무엇인가 신호를 보냈다. 창문을 닫은 그는 잠시 그곳에서 서성거리더니 이번에는 사뿐히 가볍게 떠올라 천정을 더듬었다. 그러자 그곳에 문이 생기더니 그의 손에 새장이 하나 들려졌다. 그 속에서 비둘기 두어 마리가 놀라 푸드득 거렸다. 그는 익숙한 솜씨로 조그만 대롱을 비둘기의 다리에 매달더니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 푸드득--- 비둘기는 기운차게 밤하늘을 날아갔다. 그것을 지켜보던 그는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신호는 한 번이면 족한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너 같은 밥통이 있기 때문이지!" 그 순간, 냉랭한 음성이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누…… 누구냐?" 인영은 혼비백산하여 번개같이 뒤로 돌아섰다. "으악!" 그는 귀신을 본 듯 혼비백산해 죽는 소리를 토해냈다. 그의 뒤에 소리도 없이 나타나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백의공자는 믿을 수 없게도 마무쌍이었던 것이다. "왜, 그토록 반가운가?" 마무쌍이 차갑게 웃었다. "다…… 다…… 당신은…… 당신…… 은…… 부…… 부부…… 분명히……" 신비인은 전신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분명히 방금까지도 마무쌍은 격렬한 정사를 치르고 있었는데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마무쌍의 손이 한 번 번뜩이자 그의 손에는 검은 복면이 들려 있었다. 복면이 벗겨진 인물은 그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집비전의 전주인 호요광(胡姚廣)…… 처음부터 네 인상이 마음에 안들더군." 놀랍게도 신비인은 구류방의 집비전주인인 것이다. 마무쌍의 말에 깜짝 놀라 얼굴을 더듬던 호요광은 그제서야 복면이 벗겨진 것을 발견하고 혼비백산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두 다리는 생애 최대로 빨리 움직였다. "게서라!" 하나, 냉혹무비한 음성이 공기를 가를 때 그의 두 다리는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서운 공포가 그의 정신을 옭아 맨 것이다. "돌아서라!" 그의 몸은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마무쌍에게 돌아서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굵은 힘줄이 툭툭 튀어나오고 비지땀이 쏟아지고 있으나 감히 마무쌍의 명을 거역치는 못했다. 마무쌍의 목소리에는 그의 독특한 기도(氣度)와 함께 공포의 천사섭령대법(天邪攝靈大法)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마무쌍은 그를 보고 차갑게 웃더니 품속에서 검은 빛이 감도는 방울을 꺼냈다. 그는 그것을 창문을 열고 흔들었다. 따르릉- 따르릉! 높고도 가는 기이한 방울소리가 밤하늘에 울려퍼졌다. 사람의 귀에는 잘 안 들리는 소리, 그러나 그것은 모든 동물을 제압하는 영음마령(靈音魔鈴)이었다. "……" 공포에 질린 호묘광의 눈에 의혹의 빛이 스쳤다. 그 순간, 날개짓 소리가 들리며 방금 날아갔던 비둘기가 날아들어와 마무쌍의 어깨에 앉는 것이 아닌가. 마무쌍은 비둘기의 다리의 대롱 속에서 당연한 듯 쪽지 하나를 꺼냈다. "머, 멈춰라!" 이 기상천외한 일에 입을 딱 벌리고 있던 호요광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마무쌍에게 덮쳐왔다. 차가운 남빛이 그의 손에서 번뜩였다. 극독을 묻힌 단검이었다. 쨍그랑! 하나, 쳐다보지도 않고 휘두른 마무쌍의 손짓에 검은 두 동강이 나고 호요광은 낙엽처럼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사…… 사람도 아……니다!" 호요광이 피를 토해내며 부르짖었다. "역시…… 그랬었군! 내 그럴 줄 알았다." 그제서야 마무쌍은 쪽지를 다 읽고 대롱 속에 넣어주며 비둘기의 머리를 톡톡치며 중얼거렸다. 구구…… 비둘기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날개를 벌리고 어둠 속으로 날아갔다. 마무쌍이 비틀거리는 호요광을 바라보았다. "과…… 과연 무…… 섭군…… 과연……!" 호요광은 신음하듯 외치더니 검은 피를 쏟으며 그대로 쓰러져 즉사했다. 어느새 독을 삼킨 것이다. 마무쌍은 그의 죽음에 조금도 놀라지 않는 듯 한 손을 치켜 들었다. 순간, 스스스- 그의 손에서 검은 기류가 괴이한 회오리를 이루며 호요광의 몸을 스쳤다. 동시에 그의 몸은 꺼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호요광의 몸은 한 줌의 핏물이 되어 녹아내리더니 이내 흔적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절대독조의 만독멸천신공(萬毒滅天神功)이었다. "아…… 아아! 아……" 소정은 숨가쁜 교성을 토해내며 눈부신 나신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절정을 치닫고 있는 그녀의 나신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신비역에서도 체액이 용류(湧流)하고 있으나, 정작 그녀와 함께 숨가쁘게 보조를 맞추어야 할 마무쌍은 그녀의 몸 위에가 아니라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마무쌍은 차갑고 맑은 눈빛으로 태연히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천하음공(天下淫功)의 제일이라는 천마요희가 내 의모다. 암수(暗手)로는 천하의 그 누구도 나를 상대할 수 없다!" 마무쌍은 차갑게 중얼거렸다. 천하의 모든 마공을 한 몸에 지닌 마무쌍이었다. 그 무엇으로도 그를 암해(暗害)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나 피끓는 젊음을 지닌 마무쌍으로서 이토록 농염한 여인의 나신을 앞에 두고 흔들리지 않는 것은 경탄치 않을 수 없는 수양이었다. 마무쌍은 손을 내밀어 한데 바짝 붙어있는 그녀의 두 다리를 천천히 벌렸다. 미친 듯 불타는 검은 숲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빛에 잔잔한 흔들림이 일었다. 그의 손이 한없이 매끄러운 그녀의 허벅지를 타고 내려갔다. 2권으로 이어집니다.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