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 어린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어요" 수상작 '노래하며 우는 새'…어린 시절 아픔 배어 있는 자전적인 작품
동화 ‘돌아온 진돗개 백구’로 유명한 동화 작가 송재찬(56) 선생이 제39회 세종아동문학상
(소년한국일보 제정)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장편 동화 ‘노래하며 우는 새’(우리교육 펴냄).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세종아동문학상을 받게 된 송재찬 선생을 만나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20 대 초반 무렵 손춘익 선생의 ‘이상한 손님들’을 읽고 난 뒤 ‘이렇게 감동을 주는 동화도 있구나!’
라고 감탄하며 동화의 참맛을 알기 시작했지요.
그 작품이 얼마 뒤 제5회 세종아동문학상(1972년)을 받았는데,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뒤 제가 같은 상을 받게 됐네요.”
송재찬 선생은 “동화와 인연을 맺게 한 작품의 뒤를 이어 세종아동문학상을 수상하게 돼 그 기쁨이
더하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197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찬란한 믿음’이 당선돼 문단에 나온 송 선생은,
그 동안 ‘새는 돌아오지 않았다’ㆍ‘하얀 야생마’ㆍ‘나는 독수리 솔롱고스’ 등 여러 작품을 발표하며
한국아동문학상ㆍ소천문학상ㆍ방정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 세종아동문학상 수상작인 ‘노래하며 우는 새’는 1948년 제주 4ㆍ3 사건으로 비롯된 작가의 어린 시절 아픔이 배어 있는 자전적인 작품. 이데올로기라는 헛된 이름 아래 자행된 4ㆍ3 사건의 상처를
어린 아이의 맑은 눈을 통해 진솔하게 나타내 심사 위원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저를 오랫동안 죄어 오던 아픔이 세월의 흐름에 무뎌지고 있지만, 사실 제 개인의 가정사를 드러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제 삶의 시작이자 우리 현대사의 한 조각인 4ㆍ3 사건을 어린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지요.”
송 선생은 “등장 인물 가운데 지금도 살아 계신 분이 있고 가공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어 글의 구성에 고민을 거듭했다.”고 털어 놓았다.
현대사의 깊은 상처가 작품 속에 드리워져 있지만, 1950~1960년대 제주의 모습과 산ㆍ들ㆍ바다를
친구 삼아 뛰노는 주인공 소년 송중용의 일상을 수채화처럼 서정적으로 묘사해 무거움을 덜었다.
특히 ‘아방’(아버지)ㆍ‘어멍’(어머니)ㆍ‘무사 경 해수꽈’(왜 그렇게 했습니까?) 등 투박한 제주도 방언이 정겨움을 더한다. 제주 말을 잊지 않기 위해 짬이 날 때마다 제주 지역의 구전 설화를 채록한 책을 읽어 왔다는 송 선생의 노력이 작품 속에 열매를 맺은 셈이다.
송 선생은 동화 작가이면서 서울 신묵초등학교 교사로 어린이들과 늘 함께 하고 있다.
교단에서 어린이들 마음에 꿈의 씨앗을 심어 주고 사랑으로 보듬어 온 지 올해로 36 년째다.
“주로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제주도 설화 등 신비함과 판타지를 소재로 삼아 동화를 쓰는데,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들의 생활과 생각을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점이 글쓰기에 도움이 돼요.”
등단 이후부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송 선생은 현재 잡지 ‘소년’에 ‘노래하며 우는 새’의
2부를 연재 중이며, 3부의 내용도 이미 구상을 마친 상태다. 2부에서는 주인공 송중용이 어머니를
만나게 되고, 완결편인 3부에서는 외가가 있는 일본에 밀항하는 내용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이 밖에 어려움을 이겨 내고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음악가들을 다룬 작품과 제주도에서 전해 내려오는 ‘장수 설화’를 담은 ‘보이지 않는 날개’(가칭)도 곧 선을 보일 예정이다.
글 정석만 기자 smjung@hk.co.kr사진 황재성 기자 fotomeis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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