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보았던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를 다시 기억해봅니다.
맨 아래에 붙인 동영상으로 저는 이 영화를 먼저 만났어요. 밤새 울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정말 밤새 울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운 것도 아니고 영화 광고를 보고 새벽까지 울며 영화광고만 보고 또 보고 하다가 이 영화를 보았을 땐
막상 울지 않았어요^^;
책 읽는 남자가 아니라 책 '읽어주는' 남자라서,
책 읽어주는 여자가 아니라 책 읽어주는 '남자' 라서. 이 영화가 좋았습니다.
책 읽어주는 행위와 관련된 영화는 오래전에도 있었어요. [책 읽어주는 여자]라고 1994년도 프랑스 작품입니다.
책 읽어주는 여자가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책을 읽어주며 생기는 일들이었는데 이 영화와 완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건 좀 풍자적이고 경쾌한 감도 있고 그렇거든요.
그리고 이번에 황순원문학상 작품집에 보면 이승우의 소설 [전기수 이야기]도 책 읽어주는 것과 관련한 이야기이고.
책을 읽어주는 남자가 있어서 듣는 여자가 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읽고 들으며 웃고 울고 상상하고
함께 여행을 하는 거죠. 읽는 소년도 듣는 여인도 책 속에 깊이 몰입합니다. 책을 머리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읽고 귀로 듣고 몸으로 재해석 합니다. 책은 맛이 되고 소리가 되고 감촉이 되는 거죠.
책 앞에서 옷을 벗고 사랑을 하는 것도 아름답고요
저는 이 영화가 야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로맨틱한 결말이 아닌것도요.
슬픔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침대에서 찢어지는 가슴을 부여잡던 어린 소년은 남자가 되어 그녀를 위해 다시 책을 읽습니다.
그녀가 없어도 그녀가 들어주지 않아도 그녀의 혀가 내 몸에 닿지 않아도 그녀를 위해 읽고 또 읽을 수 있게 된겁니다.
여자는 반복해서 글을 읽으며 소년이 없는 자리, 소년의 몸이 없는 자리에서 문자를 만납니다.
여자도 소년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책은 사람을 아프게 합니다. 사랑도 그래요. 물리적 폭력없이도 사람을 아프게 하고 만족하게 하며 영혼육을 움직이는 공통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은 아픔에서 끝나지도, 달콤함에서 끝나지도 않고
내가 혼자, 내 스스로 나를 '냉철하게' 볼 수 있게 합니다. 나를 사랑하게 하고 나를 긍정하게 하고 나를 스스로 읽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고요.
저는 사춘기시절 책과 연애했습니다. 돈이 생기면 문고판 책을 사서 교과서 밑에 깔고 읽고, 자기전에 읽고, 길을 걸으면서 읽고, 심지어 꿈에서도 책을 읽었습니다. 이 책 저 책 가리지 않고 제목에 이끌려서 어려운 책은 어려운 맛으로, 고전은 고전을 읽는 맛으로 통속적인 책은 또 그 맛으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 (학교앞 서점에 한국문학보다 번역서가 많았다는 건 좀 아쉽습니다.)
읽었던 책을 읽고 또 읽고 읽었습니다.
그런 제게 이 영화는 책 자체가 주는 로맨스, 책 자체가 주는 아련함 같은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사춘기가 끝나고 나이가 들어가며 무분별한 책읽기도 끝났고 책과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던 미숙함도 희석되었습니다.
연애소설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으며 연애하는 법을 터득? 했던 것 같아요.
어린 마이클은 정말 책을 통해 사랑을 배운 셈이겠어요.
그리고 여자는 사랑을 통해 책읽는 법을 배운 거겠고요.
-
딴 이야기인데... 케이트 윈슬렛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젊을 때 보다 나이들어가며 더 아름다워진 것 같습니다.
타이타닉때는 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자기 몸에 대한 사랑이 충만한 여인같습니다. 세월과 함께 생긴 흔적들을
영화에서 너무 아름답게 흘러나오게 해주었어요.
소년역시 꽃미남은 아니지만^^; 그래서 실감납니다. 불안하고 여리고 무모한 '소년'의 사랑을 풍부하게 표현해주었어요.
중년의 마이클은 슬픔도 사랑도 절제할 수 있는 깊은 시선을 잘 표현했고요.
너무 재미있는 책을 읽을 때면 그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
"이 책이 계속 끝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서 책이 얼마나 남았는지 자꾸 손으로 잡아보곤 했거든요.
사랑을 할 때 했던 생각과 두려움도 바로 그런것이었는데...
영화주제곡은 아니었지만 임형주가 부른 'You raise me up'이 정말 이 영화와 조화롭습니다. 아래 클릭해서 감상해보세요
(동영상 올리는 게 미숙해서 몇 번 왔다갔다 했어요-.-; 그러니 꼭 보세요.)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0411u3qDHDg$
첫댓글 'you raise me up' 좋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어느 삶의 길목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존재를 만납니다. 그 존재에 직면하여 살 때 단맛을 보았건 쓴 맛을 보았건 내가 한번 부쩍 크는 거지요. 그때 아, 그게 사랑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거지요. 저 책 읽어주는 남자란 영화에도 아마 이런 사랑과 존재에 대한 본질이 들어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 그때 그게 사랑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라는 부분이 여운이 되네요. 네 이 노래 가사와 영화의 내용이 아무리 생각해도 잘 어울립니다. ost도 좋지만요. 이 영화를 보면 제인마틴이 나온 '연인'도 생각이 나는데 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발견되어진'사랑에 대해서도 그렇고 넓은 의미에선 '색계'도 약간 그런것도 같고... 너나할 것없이 비겁해서, 쓴맛 근처에 안 가려고 하는 통속적 안일함이 있어요. 그러면 껍질 안에서 그냥 사는 거겠는데 참 어려운 일입니다. 어쨌든 안 아프고는 방법이 없네요.
그책을 보았어요. 글을 모르는 여인에게 책을 읽어 주는 남자.수십년전에 제가 아는 어떤 분이 생각났어요. 20대 그녀는 한글을 모르는 젊은 학부모였는데 학교에서 오라고 하면 겁부터 난다더군요.학부모 참석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에다 사인을 하는라고 해서아이를 위해서 학교에 갈수도 안갈수도 없다고요.밥벌이를 위해서 한글도 모르면서 1급 자동차 면허증을 땄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공부했냐고 물었더니 문제를 통채로그림처럼 사진처럼 외웠다더군요. 그 뒤 야학에서 한글을 배웠답니다. <책을 읽어 주는 남자>에서도 여인이 글을 모르는 여자였던것 같은데... 맞나요?
네. 그 여자도 글을 못 읽었어요.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 보면 남자가 글자를 읽어서 녹음해 준 것과 책을 대조해가며 글을 터득하잖아요. 그걸 보면, 배울 기회를 놓쳐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제 아는 이 중엔 난독증이 있었는데 이건 또 다른 것 같고...
이 영화의 결말이 로맨틱하지 않아서 오히려 기억에 남기도 해요. 내가 그 여자였다면? 하고 생각해보면 그 결말이 자연스럽기도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