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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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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자료실 스크랩 [살아있는 한반도] ‘공룡 시대’ 태동한 봉우리에 숨은 ‘불의 기억’
서민승 추천 0 조회 9 10.05.02 23:2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3부> ③  화강암 돔의 ‘보고’ 불암산
곳곳에 미소지형, 천연기념물 지정될 만해

탄생 때 극적 사건 말해주는 포유암 ‘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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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시대에 태동한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가 천년고찰의 마애불을 굽어보며 햇빛에 반짝인다. 국립공원도 천연기념물도 아니지만, 이 숨겨진 명산은 오늘도 등산객으로 붐빈다.
 
  서울시 노원구 중계동과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화접리 경계에 자리잡은 불암산(해발 507m)은 아파트 숲 한복판에 자리잡은데다 지하철 역을 나와 2시간 남짓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수많은 탐방객이 찾는다. 그러나 정작 이 산의 진가를 제대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과 구별되는 이곳만의 특징
 
  지난 14일 진명식 제주화산연구소장의 안내로 불암산을 답사했다. 봉우리에서 급경사를 이뤄 시원하게 내리뻗은 암벽이, 물길이 만든 줄무늬 얼룩과 소나무 숲과 어울려 절묘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진 박사는 “불암산에는 정상을 이루는 암봉을 포함해 13개의 크고 작은 화강암 돔이 있다”며 “학술가치가 큰 미소지형이 곳곳에 있고 경치가 수려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하다”고 말했다.
 
  불암산을 이루는 화강암체는 약 1억6천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 땅속 깊은 곳으로 뚫고 들어온 화강암질 마그마(녹은 바윗물)가 굳어 형성됐다.(상자 기사 참조)
 
  노원구가 지난해 설치한 나무데크 계단을 따라 정상 근처에 이르면, 회백색 암벽에 검은 암석덩어리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곳이 나온다. 불순물처럼 암벽 여기저기 박혀있는 입자가 고운 이 암석이 ‘포유암’인데, 불암산 탄생시기에 벌어진 극적인 사건을 말해준다.
 
  진 박사는 “불암산을 이룬 마그마가 미처 식기 전에 더 뜨거운 염기성 마그마가 침투해, 마치 달군 쇠를 물에 넣었을 때처럼 폭발하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불암산과 함께 탄생한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의 화강암과 구별되는 이곳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포유암 중에는 약 20억년 전에 생성된 변성퇴적암도 포함돼 있는데, 이는 마그마가 관입하기 전에 있던 기반암의 일부가 마그마 속으로 뜯겨져 들어온 것”이라고 진 박사는 말했다.
 
바위 중간에 벌레가 파먹은 것처럼 구멍 숭숭
 
  화강암은 깊은 땅속에서 마그마가 서서히 식으면서 석영, 운모, 장석의 결정이 고르게 생긴 암석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지표면이 깎여 화강암체가 지표로 상승하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지하 1만m의 바위는 약 4천기압의 압력을 받는다. 심해어를 건져올리면 눈이 튀어나오고 부레가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단단한 화강암도 물러져 균열과 침식을 피하지 못한다. 불암산은 이런 풍상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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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암사 옆 등산로 들머리에는 집채 만한 바위 중간에 벌레가 파먹은 것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마치 백상아리가 입을 벌린 모습의 풍화혈이 있다. 포유암이 떨어져 나가거나 작은 홈이 파인 뒤 습기와 대기 속 염분이 오랫동안 조금씩 암석을 침식한 흔적이다.
 
  화강암 돔이 시작되는 근처와 정상에는 암벽에 밭이랑 모양으로 오목하게 파인 ‘그루브’라는 침식지형이 눈길을 끈다. 지하수 또는 눈 녹은 물이 경사면을 서서히 타고 흐르면서 패인 자국이다.
 
  불암산에 돔 구조가 많은 이유는 화강암에 지면과 평행한 방향으로 절리(수평절리)가 발달양파껍질처럼 벗겨나갔기 때문이다. 바위가 한 꺼풀 벗겨진 곳에는 평평한 암벽이 형성된다.
 
  화강암 표면은 매끄러워 보이지만 강도가 약한 장석 등이 먼저 풍화돼 떨어져나가고 석영 등만 남기 때문에 꺼칠꺼칠하다. 등산객은 물론 전문 산악인도 이곳 바위를 즐겨 찾는 이유이다. 이날 두꺼비 바위에서 암벽등반 훈련을 하던 한상준(서울 청우산악회)씨는 “불암산은 다양한 기법의 암벽 훈련을 할 수 있어 동호인 사이에 유명하다”고 말했다.
 
최근에야 지질공원 개발·자연사박물관 유치 나서
 
  그러나 지질학이 아닌 인간의 시간으로 볼 때 화강암은 여전히 단단한 암석이다. 서기 824년(신라 현덕왕 16)에 창건한 불암사와 불암사의 부속 암자로 세워진 석천암에 서 있는 대규모 미륵상의 재질은 화강암이다. 그 까닭을 진 박사는 “암질이 균일해 섬세한 조각을 할 수 있고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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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지질유산이 풍성한데도 불암산은 동네공원 이상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노원구는 불암산 일원을 지질공원으로 개발하고 불암산 자락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탤런트 최불암이 불암산의 이름을 빌려 쓴 소회를 담은 시비까지 최근에 설치했으면서 불암산의 지질유산을 설명한 안내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최불암은 시비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광대의 길을 들어서서 염치없이 사용한/ 죄스러움의 세월, 영욕의 세월/ 그 웅장함과 은둔을 감히 모른 채/ 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왔습니다.”
 
  등산객 하광석(서울 노원구 상계동·60)씨는 “바위를 타면 다리 근육 운동에 좋아 자주 온다”면서도 “바위가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불암산 화강암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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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룡시대이던 중생대 중반인 쥐라기 때(약 1억6천만년 전) 한반도는 ‘불의 시대’ 였다. 겨우 한반도의 꼴을 갖췄지만 대륙이동의 후유증 때문에 땅속에는 마그마가 꿈틀거렸다.
 
  이 시기에 ‘대보 조산운동’이 일어나 원산~서울을 잇는 구조곡(추가령 구조곡)을 따라 마그마가 지각을 뚫고 관입했다. 이때 형성된 화강암체가 나중에 서울 부근의 북한산, 수락산, 불암산 등의 모체가 됐다. 
 
img_100421_04.jpg  선캠브리아 시대에 형성된 기반암인 변성퇴적암류를 뚫고 지하 5~10㎞ 깊이에 관입한 마그마는 서서히 식어 한반도 중앙에 거대한 화강암체를 이뤘다.
 
  그후 오랜 세월 동안 침식과 풍화작용을 받으면서 지표가 깎여나갔다. 그 속도는 연간 0.1㎜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화강암체가 지표로 상승하는 동안 큰 지각변동을 받아 북동-남서 방향의 단층이 여러 개 생겼고, 화강암체 위에 있던 암석들이 서서히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깎여나갔다. 이와 함께 화강암체를 누르고 있던 압력이 줄어들어 지표면에 평행한 절리라고 하는 틈이 생겼고, 그 틈에 물이 스며들면서 침식이 가속됐다.
 
  화강암의 부상(浮上)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단층작용은 화강암체를 여러 덩어리로 쪼갰다. 북한산과 불암산은 이렇게 분리됐다. 화강암체가 지표에 노출되면서 눈, 비, 바람, 생물활동에 의한 침식과 풍화는 가속도를 붙였다. 암석이 모래를 거쳐 흙이 되는 까마득한 세월을 거치면서 지하 깊숙한 곳에 형성되었던 심성암은 등산객을 반기는 화강암 돔이 된 것이다.
 
  한반도 암석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화강암은 대부분 중생대 동안 3차례에 걸쳐 격렬하게 벌어진 화성활동의 결과이다. 중생대 초 ‘송림변동’ 때는 평북, 전남, 경남도 일대의 트라이아스기 화강암체가 형성됐다. 중생대 말인 백악기 ‘불국사 변동’ 때의 마그마 관입은 설악산, 계룡산, 월악산, 월출산, 속리산 등의 뼈대를 이루는 화강임이 됐다. [석산]
 
  그렇다면 화강암을 만든 마그마는 왜 지표로 분출하지 않고 땅속에 머물러 굳은 걸까. 바위 녹은 물질인 마그마가 땅속에서 굳어 불암산의 심성암이 되기도 하고 땅 위로 분출해 제주도의 용암이 되는 이유는 성분의 차이 때문이다.
 
  실리카(SiO₂) 성분이 62~75% 가량 차지하는 화강암질 마그마 는 점성이 높아 지표로 천천히 상승한다. 반면 현무암질 마그마에는 실리카 함량이 48~52% 정도여서 빠른 속도로 지표로 이동한다. 화강암질 마그마에는 또 수분이 더 많이 들어있다. 마그마가 상승할 때 고온고압의 수증기가 대거 빠져나가면서 온도가 떨어져 결정이 형성되고 땅속에서 굳게 된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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