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談論)의 거점,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설립을 서두르자!
김 상 윤(지역문화교류재단 상임위원)
지난주에 참 보기 좋은 소식 하나가 지역의 여러 신문지상에 소개되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학부설립에 큰 공을 세운 김효석․김동철 두 의원에게 박광태 광주시장이 감사패를 증정하였다는 내용이었다. 비록 한 학년에 100명 정도의 학생을 모집하는 것이기는 하나, 학사과정의 설립이 가져올 효과는 적지 않다고 한다. 앞으로 5개로 제한된 학과를 서서히 늘이고 학사과정을 보다 규모 있게 발전시키면, 이 지역의 R&D기능도 보다 충실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이 있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설립을 위해 박준영 전남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이 큰 힘을 보태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추진위원회는 작년 3월에 양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 각 대학총장들을 공동대표로 하여 출범하였지만, 1년이 넘도록 사무실도 갖추지 못한 채 유명무실한 상태였다고 한다.
최근 박준영 전남지사는 김완주 전북지사에게 공동 추진을 제안하여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고, 재단설립을 위한 기본재산 출연 문제와 사무실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고, 박광태 광주시장은 경상비를 마련하기로 하는 등 설립추진위원회의 정상적인 활동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정현의원과 민주당의 김효석의원이나 이낙연의원 그리고 강기정의원과 김재균의원 등이 이 일에 가세하여 추진구성원들이 신바람이 나 있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수도권에는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있고 영남에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정신문화연구원’이 이름을 바꾼 것이고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은 당시 이의근 경북 도지사가 강력하게 추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상 신라중심으로 우리역사를 정리한 결과 우리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고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부여․고구려․발해 등 우리역사의 북쪽 뿌리가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학이 수도권과 영남 중심으로 정리된다면, 이 또한 절름발이 한국학이 될 수밖에 없을뿐더러 뿌리 깊은 지역적 소외를 주체적으로 극복하는 길이 막힐 수도 있다.
요즈음 ‘담론투쟁’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예를 들면, 조중동은 담론투쟁의 명수들이다. 참된 담론의 명수라기보다는 거의 ‘흑색선전’에 가까운 ‘담론 비틀기’의 명수라고 할 수 있다. 담론싸움이라는 것도 다른 싸움과 마찬가지로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보다는 ‘힘센 놈이 이긴다.’는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 담론싸움은 말 그대로 ‘담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뒤엎어버릴 수도 있다.’ 참여정부가 담론투쟁에서 패퇴하자 정권 자체가 거덜이 나 버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호남에 대한 차별이나 매도 역시 사실은 담론싸움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거기에 풍수지리설까지 덧칠하고 심성론까지 비벼 호남을 가두고 매질한 행위도 모두 담론을 통해 그리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스스로 한국학의 귀중한 뿌리의 하나인 호남학을 재정립하는 일은 지역차별을 극복하는 길일뿐 아니라 한국학의 자산을 풍부하게 하는 일이고, 더 나아가 새로운 세계관의 수립에도 크게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항상 ‘당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호남정신사의 큰 흐름은 ‘탈중심적’ 세계사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어서 호남정신을 보편타당한 세계정신사의 한 축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 역시 튼튼한 뿌리 위에 큰 줄기를 뻗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호남정신의 세계화야말로 담론투쟁의 최종적인 승리를 웅변으로 말해줄 것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은 말하자면 담론투쟁의 ‘거점’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의 설립은 반드시 광역지자체장들이 총대를 메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이고, 정치권의 협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또 다시 단체장들이 한국학호남진흥원 설립에 공이 큰 의원들에게 감사패를 증정하는 소식이 지상에 오르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