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풍성하다는 중화요리의 본고장이라지만 베이징에서 점심 식사나 외식은 그리 쉽지는 않다. 베이징과 서울은 시차가 1시간 나기 때문에 이 곳의 점심시간이면 벌써 서울시간으로 오후 1시다. 어쩌다 식사 약속이 있다고 해도 마음은 급하고 시간이 아깝기만하다. 서울의 회사 주변에서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 먹었던 김치찌개 한 그릇 생각이 간절한 것도 쌀쌀한 가을철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베이징 생활은 생각하는 것처럼 이색적인 분위기나 재미는 거의 느낄 수 없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에 있고 문화적인 차이도 그다지 없기 때문이다. 요즘 중국의 경제성장이 워낙 눈부신 탓에 하루가 다르게 첨단 제품이 쏟아져 나와 별다른 차이나 불편을 느낄 수도 없다. 여기서는 출장을 많이 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고 산다.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신의주 특구 장관이던 양빈 사건 때문에 졸지에 선양에 한번 갔을 뿐 출장 기회는 그동안 다롄, 선양 정도 갔을 뿐이다. 돌발 사건이 나더라도 거리도 멀 뿐더러 현장 취재 여건이 까다롭기만 하다. 중국 사상 첫 우주선인 ‘선저우 5호’ 발사같은 것은 아예 외국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금지했다. 또 각 지방마다 한국 특파원들을 불러 홍보차 취재의뢰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사거리가 마땅찮아 선뜻 출장가기가 부담스럽다.
여름 휴가나 추석 연휴때 관광 명소나 백두산 같은 곳을 갈 수 있겠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방에 가지 않더라도 베이징만 해도 중국의 수도이면서도 금·원·명·청나라 등 수많은 왕조의 도읍지이기도 했다. 각종 문화재나 문화명소가 즐비하다. 그러나 짬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동료나 친구, 친척 등이라도 오면 천안문 정도 함께 둘러보는 정도다.
베이징에는 현재 필자를 포함해 17개사, 21명의 특파원이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맞대는 기회는 많지 않다. 월요일 오전 대사관에서 열리는 정례 브리핑에서 만나는 정도다.
이곳에서 먹는, 접시가 즐비한 음식보다 서울에서 먹는 자장면 한 그릇이 그리운 것은 웬일인지. 우리처럼 반찬이 따라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일일이 반찬까지도 주문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기만 하다. 베이징에도 자장면이 있지만 서울에서 먹던 쫄깃쫄깃한 맛이 아니다. 밀가루가 달라 면발이 다르다나. 술값이 싸다고는 하지만 우리 소주처럼 마시는 ‘경주(베이징의 술이라는 뜻)’도 식당에서 마시면 1병에 우리돈으로 5,000원 정도 한다.
물론 이 곳에서도 나름대로 즐거움이 없지는 않다. 가족들끼리의 정이 한층 돈독해진다고 할까. 서울과는 달리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많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오전 기사 보고를 끝난 뒤 아내와 함께 뒤늦은 아침상을 마주하는 것도 특파원 생활의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