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여객선으로 떠나보내고 나도 곧바로 항구를 빠져나와 어청도를 향해 출항 하였다. 바람이 남풍에 가까워 약간 남남서(남과남서중간)쪽에 위치한 어청도로 갈 때 요트 선수 좌현에서 바람을 받으며 클로스 홀드(close hauled)로 항해했다.
파도는 거의 정면으로 밀려와 선수에 부딪히고 밀물때라 조류에 맞서 가기 때문에 기껏 2.7 노트정도 나지 않아 어청도까지 3시간 10분정도 걸렸다.
처음부터 외연도를 거쳐 어청도로 갈 것 같으면 어청도 항구 접근 방법과 항내 접안시설등을 미리 알고 왔어야 했으나 항해 여행일정을 갑자기 바꿔버려서 미리 최선장(카페지기 티아레)님께 전화로 했더니 상세히 가르쳐 주어 안전하게 입항하여 접안하였다.

외연도 앞 무인도와 등대
어청도는 중국 산뚱반도와 가까워 300Km로 광주에서 서울간 거리 정도로 일제시대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지리적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따라서 청일전쟁(1894~1895)이후 일본은 어청도가 중국 대륙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 한데다 바로 코앞에 위치해서 여기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전열을 다시 정리하여 중국대륙으로 건너가는 아주 중요한 섬이였다.
1907년 한일합방이 되기 3년전에도 어청도에는 일본인들이 200명 정도 살았다고 하며 일제시대에는 오사카에서 요동반도의 다렌을 왕래하는 정기 여객선과 신의주를 왕래하는 우편선의 기항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은 1912년에 어청도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아름다운 어청도 등대를 건설하고 1934년에는 어청도항의 대규모 확장공사를 하고 1937년 중일전쟁의 중간 병참기지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 당시 일제가 배를 정박하기 위해 밧줄을 묘박하는 돌기둥이 박혀 있으며 해방후 2000명에 달했던 섬 주민이 이제 200명도 안되는 외딴섬으로 전락하였다.
이 인구 중에서 거기에 주둔하는 해군과 군인가족을 제외하면 토박이 주민은 몇십명도 되지 않을 것 같다.
보령시에 속한 외연도와 가깝지만 행정구역상 군산시에 속해 있어 외연도가 지척에 있지만 완전히 단절된 별개의 섬이다.
나는 다행히 직접 요트를 타고 어청도로 갔지만 일반인들은 군산까지 가서 여객선을 타야 갈 수 있는 서해의 외로운 섬이 되어버렸다.
선착장에서 만난 선장에 의하면 피서철에도 여행객이 많지 않는 이유는 왕복 배삵이 5만원 정도며 민박까지 하고 성인 2-3명이면 2~30만원이 되어버리고 회나 해산물을 먹으면 비용이 부담되어 하루 빨리 군산시에서 배운임의 보조를 해서 더 많은 피서객을 유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보령에서 외연도까지 왕복운임이 3만원으로 좀 비싸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선장님의 의견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뭐니뭐니해도 어청도 여행의 백미는 어청도 등대로 항구에서 등대까지 갈려면 어청도 주봉인 서방산 능선을 넘어가야 하는데 걸어서 올라가다 보면 정상에 전망대가 있어 북쪽으로 외연열도가 보이고 남쪽으로 어청도 항구가 내려다 보인다
거기서 잠시 휴식을 하면서 목도 축이고 산넘어 오솔길이 이어져 있는데 등대까지 내려가는 오솔길은 왼쪽으로 깍아만든듯한 암반과 이름 모를 덩굴풀들이 함께 어울러져 있고 오른쪽으로 깊은 협곡모양의 해안 절벽들은 한폭의 동양화같은 모습이다.

등대로 가는 전망대에서 포즈 잡는 하늘과 바다님
정면에 어청도 항이 보임

등대가는 오솔길 우측편의 가파른 계곡

깎아 만든듯한 암벽바위와 이름 모를 넝쿨풀들
등대쪽에서 보면 남쪽 해안 절벽위에 조그만 정자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전망이 기가 막히는 저런 곳에서 신선놀음을 할까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등대지기에게 어떻게 저기에 갈 수 있느냐고 길을 물으니 가르쳐 주어 거기에 가서 보면 거대한 해안 암벽위에 세워진 등대가 더욱 돋보였다.
그 위에서 낮잠이나 자고 싶었으나 일행이 나서기에 따라나서 항구로 돌아와 텐트를 치고 자연산회와 술과 맥주로 허기를 달랬다.

오솔길에서 바라본 등대 주변 건물

등대정문

아름다운 소나무 앞에 서있는 하늘과 바다님

등대 설명문

등대쪽에서 바라본 정자

정자로 가는 길

정자쪽에서 바라본 등대

등대로 돌아오는 길에 한 컷 !!

최선장님과 요트선배님

정자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해안절벽

술과 안주만 있으면 신선이 될뻔했네 ;; ㅎㅎ

암반에서 생존하는 식물들
어청도항구는 처음이지만 서해안에 있는 섬항구중에서 가장 안전하고 경관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인심도 후해서 갓 잡아온 소위 월남꽃게(껍질이 일반 꽃게보다 연하고 색깔도 연함)를 직접 선장님께서 삶아 주고 이틀 동안 샤워도 하지 못해 몸은 땀과 짠기가 입고 농도 높은 해풍으로 절어 놓은것 같은 상태였다.
저녁에 실컷 먹고 선장님께서 자기배에 많은 물이 있다고 하면서 캄캄한 밤에 민물로 샤워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배를 타면 느낀 일이지만 바다에서 물은 정말 돈으로 살수 없는 생명과 직결되는 귀중한 것인데도 집에있다 보면 수돗물을 틀으면 “콸콸콸” 물이 나와서 물 귀한줄 모르고 펑펑 쓰는 습관을 자성해 보기로 한다.
저의 요트는 엔진 출력이 적어 미리 출발해야 하늘과 바다(요트)와 겨우 같은 시간대에 오천항에 입항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침 6시 30분이 지나서 출항하였다.
항해하면서 오토파일롯이(자동조타장치) 전기가 나가 버려 직접 손으로 방향키를 잡고 항해하다 보니 아침커피를 한잔 하고 싶은데 할 수가 없었다. 한 시간 이상 그렇게 하다 다시 전기를 켜니 작동되어 든든한 항해 동반자가 되었다.
외연도서 어청도로 올때도 거의 다와서 오토파일롯의 전기가 나간 적이 있다.
원인은 밧데리 용량이 적어서 그런 것 같다.
엔진용 밧테리에다 GPS와 오토파일롯을 함께 사용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실내외 전기,라디오,스테레오용 밧테리가 있는데 방전이 몇 번 되더니 수명이 다 된 것 같다.
이번 항해로 초보성장의 관록이 좀 더 붙는 것 같아 기분은 좋지만 초보선장을 벗어나는 길은 여러 바다환경에서 많은 경험을 쌓는일이다.
어청도등대주변의 경관은 소매물도와 견줄만한 서해에서 보기드문 아름답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생각된다.서해안쪽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죽기전에 가장 먼저 가볼만한 곳이라고 자신있게 강추한다.
첫댓글 와우~!!!천원장 글 솜씨는 예전같으면 여행 잡지에서나 볼 수있는 글입니다.
그리고 어머님이 장만하신 음식은 맛있게 잘 먹었다고 감사하다고 천원장이 대신 인사 좀 해주세요.ㅎㅎㅎ
제가 잠깐 살펴보니 천원장 요트 배터리 교체하고(용량 증대) 배선을 손보면 전혀 문제 없을것 같아요. GPS도 수심계 센서 살려서 사용하고 어탐은 빽업으로 놔두고....요트에서 전자기기 사용은 가능하면 억제하고 꼭 필요하면 확실하게 동작해야 하거든요.
과찬의말씀입니다.즐겁고 추억이 많이 남을것 같은 항해여행
이였읍니다.지난번(6월)세일링때 찌저진 메인세일도 수선
해야하고 배터리도 교환해야하고.....아직.흑흑!!
.
과로했는지 입술이 부르트고 그을린 팔과 어께에서
허물이 벗겨지고있네요.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네용!ㅎㅎㅎㅎ..
<철인 독종경기> 아무나 못 하는 건디, 역시 냄새가 ....., 사진 좋네요 작품 수준!
2006년11월인가에 함께 부산에서 탄도까지 올때들렸을때가 생각나네요? 부럽습니다. 두분항시 건강하시고요...
항해기에 풍물여행기 더해서 지리역사까지 많이배우고 느낍니다.
대단하신 관찰 탐구표현추구욕에 박수를보냅니다 . 즐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