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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달리는 기차 외경.
#2 기차 안(3회 엔딩)
-창 밖으로는 아직도 짙은 어둠. 유리창에 비춰지는 연욱(창측)의 얼굴.
그 옆에 비치는 필승은 깊이 잠들어 있다.
유리창에 비춰진 필승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연욱...
연욱, 문득 손을 들어 유리창에 비친 필승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더듬어본다. 기분이 묘해진다...
애틋함이 잔잔하게 밀려온다... 그러다가 필승을 돌아보면... 그의 감은 두 눈이 깊다.
연욱, 살며시 그의 어깨에 고개를 얹는다.
연욱 : ... 사랑해요 형부... 나도 형부처럼 멋진 경찰이 될거야.
-사르르 눈을 감는 연욱.
-앞좌석에서 놀던 꼬마가 등받이 너머로 둘을 쳐다보며 히- 웃는다.
-연인처럼 기대어 있는 연욱과 필승.
#3 기차외경
-창 너머로 보이는 두 사람...
-F.O
#4 산자락의 도로(북한산쯤. 이른 아침. F.I)
-싸이렌을 울리며 요란하게 달려오는 순찰차. 그 뒤를 따라오는 필승의 차와 김형사의 차,
경찰서 소속의 감식차(봉고).
-차들이 달려오자 웅성웅성 모여있던 사람들이 길을 터주면
잡풀더미 근처에 노란 폴리스라인이 쳐져있는 게 드러난다.
관할파출소의 경찰 세 명이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다.
-차들이 멈추고 오반장을 위시해 강력3반 형사들이 우르르 내린다.
감식차에서 내린 두 명의 감식요원은 카메라와 족적채취기 등 장비를 들고 내리고.
오반장과 형사들, 폴리스 라인을 넘어 현장으로 다가간다.
오반장 : 조심해, 발 밑에 증거물들 수두룩해.
-다가오다가 사체를 보고 그 참상에 눈살 찌푸리는 오반장과 형사들. 강형사는 아예 고개를 돌린다.
-형사들, 사체(50대. 남. 고급 양복바지와 구두 한짝 벗겨진 다리만 보이는)를 둘러싼다.
(강형사는 등 돌린 채 그대로 있고)
오반장 : 얼굴이 아주 뭉개졌구만.
김형사 : 입성이 아주 귀티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필승 : 반장님, 목에 이거 조른 흔적 아니에요?
오반장 : (살펴보다가) 그런 거 같은데? ... 원한이 아니라면 아마 초범일 거야.
죽었는지 안죽었는지 모르니까 목도 조르고 둔기로 내려치기도 하고.
#5 근처 도로
-고급승용차가 방치되어 있다. 창 너머로 제각각 안을 살펴보는 형사들.
오반장 : (통화중) 알았어요, 수고해요. (끊으며) 신원확인 됐어.
필승 : 누구래요?
오반장 : 중소기업하는 사람인데 얼마전부터 기사한테 협박 받고 있었던 모양이야.
김형사 : 왜요?
오반장 : 여자문제가 복잡한가봐. 돈 뜯어낼려 그랬겠지.
필승 : 그럼 기사부터 족치면 되겠네요.
오반장 : 며칠전부터 연락두절이래.
#6 식당(동 낮)
-어 추워 하며 우르르 들어오는 네 형사. 난로를 둘러싼다.
김형사 : 일단 그 놈부터 추적하면 뭐가 나오겠지. 그렇게 복잡한 사건은 아닌 거 같애.
(드링크 마시는 강형사 보며) 야, 이건 유도 아냐. 그렇게 비위가 약해서 앞으로 어떡할래?
강형사 : 나아지겠죠. 경찰학교에서 자료사진 많이 봤는데 (몸서리) 아우 끔찍하네요.
이형사 : 어떻게 자료사진에다 비굘 하냐. 참, 연욱이도 슬슬 살인사건 수업받고 있겠네.
강형사 : 아직일걸요? 실무는 후반에 배우죠.
김형사 : 근데 이 녀석 오래 버티네? 난 1주일도 못버티고 뛰쳐 나올 줄 알았는데.
필승 : 어떻게 들어간 학굔데 뛰쳐나와요. 거기다 낼모레면 첫외박인데.
김형사 : 그 후가 문제지. 연욱이 걔 성질에 6개월 못버틴다.
필승 : 걔 성질이니까 버티죠. 누구 처젠데...
김형사 : 어쭈, 처제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냐? 좋다, 졸업 못하고 뛰쳐나오는데 만원 건다!
이형사 : 2년동안 세 번씩이나 떨어지고 네 번만에 갔는데 쉽게 포기하겠어요? 난 버티는데 2만원.
강형사 : 맞아요, 고3때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도 갔을걸요? 저도 버티는데 3만원.
김형사 : 뭐야, 나만 왕따야?
필승 : 그래두 고졸은 저 하난데 대학 안간 거 후회 안한대.
(우쭐해서) 죽으나 사나 나처럼 멋진 경찰이 되겠다는데 어떡하겠어.
김형사 : (웃으며 힐난) 그래, 처제 하나 잘 키워서 좋겄다.
아줌마 : 뭐 하실래요.
김형사 : 난 내장탕.
필승 : 나도 내장탕.
이형사 : 저도 내장탕이요.
강형사 : (욱- 하는 걸 남모르게 참고)
-문 열리고 오반장 들어온다.
김형사 : 뭐 좀 나왔어요?
오반장 : (서류 한 장을 필승에게 건네며) 한형사 이거 맡어. 이필중이 주소지야. 거기부터 탐문해봐.
필승 : (받아 보며) 반장님은 뭐 하실래요.
오반장 : 아줌마! 내장탕 특으루, 혓바닥 좀 많이 넣구.
강형사 : (우욱! 하며 입을 막고 뛰쳐나간다)
오반장 : ? 왜 저래?
필승 : (능청) 몰라요, 얼마전부터 배가 좀 나온다 싶더니 임신했나...
#7 비행기 안
-연정, 카트에서 생수를 따라 승객에게 건넨다. 성준이다.
-성준, 컵을 받으며 연정의 이름표를 힐긋 보게 된다.
성준 : 경주 날씨 좀 알 수 있을까요? 아깐 눈이 온다던데.
연정 : 눈 그치고 맑게 개었습니다.
성준 : 근데... 서씨가 흔하진 않죠?
연정 : 네?
성준 : (무심히) 아니, 제가 아는 사람도 서씨라서요. 이름도 좀 비슷하구. 근데 전혀 안닮았네요.
연정 : (역시 무심히) 네에... 뭐 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성준 : 아뇨.
#8 포항공항 게이트
-게이트를 빠져나가느라 줄 서 있는 사람들.
모른 채 앞뒤로 서 있는 성준과 연정, 미영. 핸드폰 울리자 받는 연정.
연정 : 여보세요. ... 어 상희구나. 오랜만이네? 어때, 일은 재밌구?
#9 패밀리 레스토랑
-유니폼 입은 채 구석에서 통화하고 있는 상희.
상희 : 제가 안재밌는게 어딨어요. 근데 연욱이 언제 외박 나와요?
#10 포항공항 게이트
연정 : 내일모레. 연욱이가 없으니까 니가 심심하구나?
-바로 앞의 성준, '연욱'이라는 말을 듣고 획 돌아본다.
연정 : (눈 마주치자 살짝 직업적인 미소 지어주며 통화) 어 그래, 나오면 전화하라 그럴게.
그래 수고해라. (끊다가 아직도 성준이 자신을 쳐다보자) ? 왜요?
성준 : 혹시, 방금 말씀하신 연욱이가 서연욱.. 맞습니까?
연정 : ?... 우리 연욱이 아세요?
#11 포항공항 대합실
-나란히 걸어오는 성준과 연정. 뒤에 따라오며 누군가 궁금해하는 미영.
연정 : 아아 집이 원래 경주였죠. 자주 내려왔으면 낯이 익었을텐데.
성준 : 별로 내려올 일이 없어서요.
연정 : 어쨌든 참 재밌네요, 이렇게도 만나고. 그날 우리 연욱이랑 그이가 실례가 많았죠.
성준 : 아뇨, 괜찮습니다. 덕분에 유치장 구경도 두 번씩이나 하고.
연정 : (쿡 웃으며) 걔가 원래 좀 엉뚱해요.
성준 : 근데 형부 되시는 분하고 무척 친한가봐요.
연정 : 어려서부터 같이 살아서요. 친남매나 마찬가지예요.
성준 : 네에... 연욱인 요즘 뭐해요? 그때 대학 갔으면 3학년이겠네요.
연정 : 아뇨, 지금 경찰학교에 있어요.
성준 : ?... 경찰학교요?
#12 경찰학교 산 입구
-줄지어 선 여자 교육생들과 그 속의 연욱, 박수를 치며 구호를 외친다.
일동 : 슈퍼파워 여경! 슈퍼파워 여경!
#13 산
-산악훈련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며 산을 타고 있는 교육생들. 연욱, 이를 악물고 열심히 올라간다.
-산정상에 오르는 학생들. 오르자마자 퍼지는 학생도 있고,
이미 와 기다리고 있던 바구니에서 우유와 빵을 집어가는 학생도 있고, 야호를 외치는 학생도 있고...
-모여앉아 우유와 빵을 먹는 학생들.
교육생1 : 남녀차별이 없잖아. 우리나라에 여자가 이만큼 차별 안받는 직업 있어?
교육생2 : 거창하다, 난 제복이 멋있어서 시험 쳤는대.
교육생3 : 난 울엄마 아빠 등쳐먹고 도망간 놈 꼭 잡고 말거야. (연욱 보며) 막내 넌?
연욱 : 전.. 형부가 강력반 형사예요.
교육생1 : 형부? 그럼 형부 땜에 경찰이 될 생각을 했단 말야?
교육생2 : 아빠도 아니고 오빠도 아니고 형부 땜에?
연욱 : (멋적게 웃으며) 네.
교육생3 : 와- 대체 어떤 형부길래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잘생겼어? 졸업하고 나가면 나 소개해줄래?
교육생1 : (등을 딱 치며) 야, 형부래잖아. 언니 남편!
-깔깔 웃는 학생들. 연욱도 따라서 베시시 웃다가 일어나 정상 끝으로 간다.
-산아래로 보이는 풍경들.
-연욱, 힘차게 야호-를 외친다. 자신감 있고 희망에 찬 그 표정...
#14 김포공항 청사 앞(동 밤)
-퇴근하느라 청사를 빠져나오는 연정과 미영.
미영 : 연욱이가 처음 경찰 된다고 했을 때 니가 길길이 뛰던 거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이다.
연정 : 너두 당해봐, 안그런가. 경찰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뻔히 아는데.
미영 : 그래두 그 반대 다 무릎쓰고 공부한 거 보면 연욱이도 보통은 아냐?
연정 : 근데 아까 그 남자애 어때?
미영 : 포항공항에서 만난 애? 왜, 연욱이 남자친구로?
연정 : 뭐 그럴수도 있구...
미영 : 솔직히 말할테니까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라? 이만큼 살아보니까 끼리끼리 어울려 사는게 최고야.
첫인상만 봐선 나쁘진 않은데 연욱이랑은 아냐. (힐긋 눈치 보고) 기분 나쁘니?
연정 : (쓴웃음) 우리가 너무 기울지?
-그때 크랙션 소리 들려 연정이 무심히 돌아보면.
-필승이 문 연 채 운전석 옆에 서서 손을 흔든다.
-확 밝아져 뛰어가는 연정.
연정 : 왠일이야? 어떻게 알구 왔어?
필승 : 연욱이도 없겠다, 모처럼 신혼분위기 좀 내야지. 외박 나오면 또 무슨 사고 칠지 모르는데.
미영 : (다가오며) 안녕하세요.
필승 : (반갑게 인사)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타세요, 모셔다 드릴게요.
미영 : 신혼 어쩌구 하는데 겁나서 어디 타겠어요? 전 그냥 버스 타고 갈게요.
연정 : 그럴래?
미영 : 어이구, 두 번은 안권하네?
-연정과 필승, 멋쩍게 웃고.
미영 : 저 갈게요. 불타는 신혼 보내세요. (가고)
필승 : 안녕히 가세요.
연정 : 내일 봐. (흥분된다) 신혼분위기 어떻게 낼 건데?
필승 : 일단... 드라이브! 타! (차에 오른다)
연정 : (들떠서 재빨리 차에 오른다)
#15 달리는 필승의 차 안(동 밤)
-달콤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연정 : 음악도 준비했어?
필승 : 당연하지. 한번 맘 먹으며 뿌리를 뽑잖아 내가.
연정 : (행복해 죽겠다) 어디 갈건데?
필승 : 미리 알면 재미없지.
연정 : 아- 기대된다. 근데 연욱이한텐 좀 미안하네.
필승 : 그 녀석한테 빼앗긴 신혼은 어떡하구.
연정 : 그게 그렇게 섭섭했어?
필승 : 말이라고 해? 작업 좀 할려면 시도 때도 없이 쳐들어 오구말야.
연정 : (쿡 웃으며) 맞어. 아 참, 나 오늘 누구 만났는 줄 알어?
#16 경주, 성준 방 욕실(동 밤)
-샤워중인 성준. 문득 떠오르는 연욱에 대한 기억들.
-(플래쉬) 파출소에서 '내가 왜 모르는 사람한테 이름을 가르쳐주냐'던,
유치장에서 울던, 만두집에서 '연욱이요, 서연욱' 하던 모습들.
성준 : 서연욱... 니가 경찰이 된다구?... (피식 웃는다)
#17 아이스크림숍(동 밤)
-아이스크림 포장하는 거 기다리며.
연정 : 지금은 학교 졸업하고 무슨 사업준비 하나봐. 인상도 좋고 예의도 바르고.
필승 : 사업은 무슨, 즈이 아버지 돈 땡겨다 명함 한 장 박고 놀러다닐 생각이겠지.
연정 : 난 맘에 들던데... 경주에서 가방 고쳐다줬다며. 처음부터 나쁜 맘 먹고 있었으면
그럴 정신이 어딨었겠어. 괜찮은 애 같애.
필승 : 연욱이한테 찍어붙이는 거야 지금?
연정 : 그럼 좋구.
필승 : 아무나 갖다 붙이지 마. 그녀석은 아니야.
연정 : (필승과는 다른 의미로 아쉬운) 그렇지?... 우리 집이랑 너무 차이 져.
필승 : 차이 질 게 뭐 있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아이스크림 받고 돈 내고)
연정 : 근데 밥도 안먹고 아이스크림은 왜 사?
필승 : 다 필요가 있지. 가자. (나간다)
#18 빌라 앞(동 밤)
-달려와 멈추는 차.
-연정, 화난 표정으로 벨트를 푼다.
필승 : 에이 왜 삐지고 그러냐.
연정 : (볼 메어) 드라이브하구 분위기 낸다구 실컷 바람 넣구 겨우 집까지야?
필승 : 어떡하냐, 살인사건 났는데. 빨리 들어가봐야 돼. (아이스크림 봉지 쥐어주며)
혼자 있다고 심심해하지 말고 비디오 보면서 이거 먹어.
연정 : 그러게 누가 마중 나오래? 안나왔음 실망도 안하잖아.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군...
필승 : (토라진 게 귀엽다는 듯 볼 꼬집으며) 너랑 결혼하면 자주 하고 싶었단말야.
연정 : (보며) 뭘?
필승 : 이쁜 스튜어디스 마누라 공항까지 마중 나가는 거. 근데 결혼생활 6년동안 몇번 못했잖아.
바빠서 못하고, 시간이 안맞아서 못하고, 연욱이 뒷치다꺼리 하느라 못하고.
연정 : !... (마음이 녹기 시작한다)
필승 : 그것뿐인가? 남들 다하는 영화구경을 했나, 맘 편하게 근사한데 가서 외식을 하기를 했나...
그나마 이게 내 최선이다.
연정 : (고마우면서도 마지못한 척 쭈삣거리며) 알았어... 용서 해줄게...
필승 : 말로만? (눈 감고 얼굴을 내민다)
연정 : (치- 웃더니 뺨에다 살짝 뽀뽀해준다)
필승 : (눈 감은 채) 19세이상 관람가니까 정식으로 해.
연정 : (웃음 꾹 참고 입술에 입 맞춘다)
-필승, 연정을 끌어안고 깊게 입 맞춘다. 연정도 팔로 감싸안는다.
-그때 핸드폰 벨소리. 연정과 필승의 핸드폰 둘 다 울린다.
연정, 벨소리 듣고 떨어지려는데 안놔주는 필승. 연정, 간신히 떨어지며.
연정 : 경찰서면 어떡할려구. 빨리 받어.
필승 : 아 참 나, 그 샐 못참구. (핸드폰 확인하는) 뭐야 안뜨잖아.
연정 : (확인하는) 나도 안뜨네?
필승 : (동시에 받으며, 불퉁스레) 여보세요!
연정 : (동시에 받으며) 여보세요?
연욱 : (두개의 핸드폰에서 동시에 흘러나오는, F) 나 없다고 신났지 둘이?
-소스라치게 놀라(필승은 핸드폰을 떨어뜨려도 무방) 핸드폰을 얼른 귀에서떼며 마주보는 필승과 연정.
#19 생활관 휴게실
-깜깜한 가운데 공중전화 두 대를 동시에 붙들고 있는 연욱.
연욱 : 언니. ... 언니!
#20 차 안 & 휴게실
연정 : (마치 죄지은 사람마냥 얼른 등 돌린다. 안들리게 핸드폰을 막으며) 응 연욱아.
연욱 : 형부.
필승 : (마찬가지로 등 돌리며) 어 처제.
연욱 : 둘이 같이 있어?
연정 : 아, 아니이...
연욱 : 형부, 정말이에요?
필승 : 그러엄. 난 바뻐, 살인사건 났거든.
연욱 : 멍텅구리들.
연정 : ?...
필승 : ?...
연욱 : 나도 없겠다, 이럴 때 오붓하게 지내면 얼마나 좋아. 안그래?
필승 : (쿡)
연정 : (웃지 말라고 툭 때리고)
연욱 : 나 낼모레 외박 나가니까 그때까지 둘이 좋은 시간 가지라구요.
그렇다구 너무 알콩달콩하진 말구요, 그럼 나 샘나니까. 알았어요 형부?
필승 : (웃음 참느라 고역이다) 그래, 고맙다. (의미심장) 오붓- 하게 지내마.
연욱 : 언니두.
연정 : (역시 웃음 참고) 그래, 그렇게 할게.
연욱 : 그럼 끊을게. 잘 있어 언니.
연정 : 그래, 잘 자?
연욱 : 범인 빨리 잡아요 형부.
필승 : 알았다.
-끊고는 마주 보는 연정과 필승. 곧 푸하하 웃음 터트린다.
#21 학교, 생활실(동 밤)
-모두 잠든. 그러나 연욱은 잠자리에 엎드려 후래쉬를 켠 채 공부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책갈피에 끼인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본다. 언니와 형부 사이에서 익살맞게 찍은 사진.
필승으로 줌인된다. 가만 보다가 책을 덮고 자리에 눕는 연욱.
-(플래쉬)필승과 함께 했던 시간들...
-연욱, 조그맣게 미소 지으며 이불을 뒤집어 쓴다. 곧 이불 밖으로 손이 나와 후래쉬를 끈다. F.O.
#22 몽타쥬(F.I)
-이른 아침의 경찰학교 전경.
-세면실. 세수하는 연욱. 고개를 쳐들면 거울로 보이는 물방울 떨어지는 맑은 얼굴.
-생활실. 옷을 갖춰입는 연욱. 화장도 하고 머리도 빗고... 마지막으로 점검을 하고,
가방을 들고 '먼저 갑니다' 소리치며 뛰어나가는.
-교정. 뛰어오는 연욱. 교수가 마주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하게 멈춰 '충성' 경례를 붙이고
그가 지나치면 또 마구 뛰어간다.
-학교 앞 버스정거장. 마악 출발하는 버스. 마구 뛰어가며 버스를 두드리는 연욱.
버스 멈추자, 얼른 올라탄다. 차비 내며 기사에게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맨 뒷자리로 가 앉는다.
그녀는 매우 들떠있다.
-충주 터미널. 서울행 버스에 오르고.
-달리는 고속버스 안. 두 팔을 괴고 창 밖을 보는 연욱. 내내 즐거운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경찰서 근처 버스 정거장. 버스에서 내리는 연욱.
마악 내리기 시작한 눈을 손에 받아보고는 더욱 흥분되어 달려간다.
-경찰서 앞. 뛰어오는 연욱.
#23 강력반 사무실 앞
-달려오다 멈추는 연욱. 숨이 가쁘다.
얼른 옷매무새를 살피고 안으로 고개를 디밀며 조심스레 들어간다.
#24 강력반 사무실 안
-아무도 없는 실내.
-갸웃하는 연욱. 다들 어디 갔지? 실망스러워 돌아서다가 화들짝 놀란다.
-바로 앞에 장승처럼 버티고 있는 오반장.
연욱 : (무섭다) !... (꾸벅) 안녕..하세요.
오반장 : 외박 나온 건가?
연욱 : 네...
오반장 : 학교생활은 어때.
연욱 : 그냥.. 재밌..어요.
오반장 : 끝까지 마칠거지?
연욱 : ? 예?
오반장 : 잘해야 돼, 버티는데다 나도 삼만원 걸었으니까.
연욱 : (아리송)...
오반장 : (씨익 웃으며 장난스럽게) 형부 있는데 알려주면 커피 한잔 뽑아줄거지?
#25 들판(또는 염전)
-하얗게 눈 쌓인 들판... 한쪽으로 팬하면 얌전하게 자리잡은 마을이 보인다.
#26 마을, 차 안
-차 안에서 멀찌감치 보이는 어느 집을 감시하고 있는 필승. 심심하다.
담배나 한 대 필까, 한가치를 입에 무는데 눈덩이가 날라와 뒷창문에 퍽 박힌다.
휙 돌아보는 필승. 아무도 안보인다. 무심히 넘기고 라이터불을 켜는데 또 다시 날라오는 눈덩이.
필승, 엉거주춤 일어나 뒷창 너머를 살펴보지만 아무도 없자 차에서 내린다.
#27 마을 일각
-차에서 내린 필승,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적당한 곳에 몸을 숨긴 연욱, 웃음을 간신히 참으며 보고 있다.
옆에는 강형사의 차가 세워져 있고 운전석의 강형사, 연욱이 하는 양을 웃으며 보고 있다.
-필승, 아무도 안보이자 다시 차에 타려 문을 열다가 멈칫하더니 어딘가를 뚫어지게 본다.
-감시하던 집 앞에서 난한 차림의 20대 중반의 청년 둘이 주위를 살피고 있다.
-필승, 차문을 닫고는 그리로 걷기 시작한다.
-주위 살피던 청년들, 안전하다고 판단됐는지 집으로 들어간다.
-이 녀석들이다! 감이 잡힌 순간 뛰기 시작하는 필승.
-연욱, 다시 눈덩이를 던지려 몸을 내밀었다가 어?! 한다. 이미 눈치 채고 차에서 내려 뛰어가는 강형사.
감 잡은 연욱도 쫓아가기 시작한다.
-필승, 대문이나 담벽락에 몸을 딱 붙이고 심호흡을 한다.
-멈칫하는 강형사, 달려오는 연욱을 붙잡는다.
-필승, 하나, 둘, 셋, 심호흡을 하고 뛰어든다. 이어 고성이 오가더니 청년 둘이 후다닥 튀어나온다.
곧 뛰어나오는 필승. 쫓아간다.
-강형사도 쫓아간다. 연욱도 쫓아간다.
-도로를 가로질러 도망가는 청년들. 쫓아가는 필승과 강형사. 쫓아가는 연욱.
-눈 덮인 들판을 달려가는 청년들. 어느 순간부터 둘이 갈라진다. 각각 한명씩을 쫓는 필승과 강형사.
한참 쳐진 채 필승을 쫓아가는 연욱.
-놈 하나가 눈밭에서 넘어져 구르다가 돌아보면 필승이 가까워져 있다.
다급해진 이 놈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폐창고 쪽으로 도망간다.
-쫓아가는 필승. 쫓아가는 연욱.
#28 폐창고
-쾅 발로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필승.
-인기척 없이 먼지알갱이만 떠다니는...
-우뚝 서서 날카로운 눈동자만 굴리며 탐지하는 필승.
-달려와 창고 앞에 멈추는 연욱. 하악-하악- 숨을 고른다.
-그대로 서서 오감으로 탐지하고 있는 필승. 오른쪽에서 삐걱 소리가 나자 고개가 휙 돌아간다.
뚜벅뚜벅 다가가는 필승.
-조심조심 입구로 다가가는 연욱.
-필승, 다시 우뚝 멈춰 눈으로 주위를 샅샅이 훑는다. 그러다 멈칫! 뒤에서 이상한 느낌!
-입구에서 사알짝 고개를 디밀던 연욱, 갑자기 동공이 커지며,
연욱 : 형부!!!
-필승이 획 돌아보는 순간 놈이 발을 돌려찬다.
연욱 : 악!!!
-나뒹구는 필승.
-'어떡해 어떡해' 벌벌 떨며 발을 동동 구르는 연욱.
-입술 터진 채 벌떡 일어나는 필승. 주먹 쥐고 복싱자세를 취한다.
당황한 놈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녹슨 연장(농기구)을 집어든다.
먹이를 노리듯 침착하게 놈의 주위를 도는 필승. 겁 먹고 연장을 양손으로 꽉 쥐는 놈.
-연욱,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막대기를 집어든다.
-놈이 연장을 휙 내지른다. 날렵하게 피하면서도 무섭게 쏘아보는 필승.
눈빛에 질린 놈이 연장을 마구 내지른다. 빈틈없이 이리저리 피하며 허점을 노리는 필승.
다시 놈이 연장을 휘두르는 순간 날렵하고 정확하게 어퍼컷을 먹이는 필승.
욱! 배를 움켜쥐고 꺾어지는 놈. 그 순간 힘껏 내리쳐지는 막대기. 픽 쓰러지는 놈.
필승, 재빨리 수갑을 채우고 돌아본다. 연욱이 막대기를 쥐고 벌벌 떨고 있다.
필승 : (어이없고 황당한) 너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연욱 : (아직도 막대기를 죽어라 쥐고 덜덜 떨며)... 형부 피...
필승 : (입술을 만져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를 슥 닦더니) 언제까지 그거 들고 있을 거야?
연욱 : (그제야 막대기를 보고는 흉기인 양 무서워 얼른 버린다)
-그러자 필승이 씨익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제야 마음 놓인 연욱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더니 확 달려들어 안긴다!
-(E)드높은 둘의 웃음소리.
#29 들판
-맘껏! 신나게! 웃으며 눈싸움 벌이는 연욱과 필승.
#30 도로
-강형사가 방금 잡은 놈을 차에 태우고 들판쪽을 돌아본다.
-저 멀리로 보이는 눈밭에서 눈싸움 벌이고 있는 필승과 연욱.
강형사 : (부러운) 저렇게 좋을까... (소리치는) 저 먼저 가요! 천천히 오세요!
#31 들판
필승 : 금방 따라갈게! 그 녀석 조심하고! (하는데 연욱이 눈덩이를 목덜미에 집어넣자) 앗 차거!
-까르르 웃으며 도망가는 연욱.
필승 : 이 자식이?
-쫓아가는 필승. 쫓고 쫓기며 눈싸움을 벌이는 두사람.
두 사람의 눈싸움은 계속되고... 결국 연욱을 낚아채는 필승. 눈을 뒷목덜미에 집어넣는다.
연욱 : (숨넘어갈 듯 까르르 웃어대며) 그만! 그만! 항복!
필승 : 요녀석아, 놈들이 이 정도에서 항복할 것 같아? 넉다운 될 때까진 끝까지 밀어붙여야 돼.
연욱 : 알았어! 그만해 그만! 형부우!
-연욱, 까르르 웃으며 필승에게서 빠져나오면서 발을 건다. 어어 하면서 넘어지는 필승.
필승의 위로 함께 넘어지고 마는 연욱.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필승 : !!!...
연욱 : !!!...
필승 : !...
연욱 : !...
필승 :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임마, 무거워. 얼른 일어나.
연욱 :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 발딱 일어나며) 옛날엔 아무리 발 걸어도 잘 버티더니
형부도 이젠 늙나부다. 어떡하냐, 애도 못낳고 늙으면?
필승 : (일어나 눈 털며) 임마, 나만 늙냐? 너도 늙어.
연욱 : 우리 늙어서도 이러고 놀면 웃기겠다, 그쵸.
필승 : 웃긴 게 아니라 꼴불견이지.
연욱 : (히익 웃으며) 맞어, 꼴불견. 그래두 난 이러고 놀건데요? 아 춥다!
(뛰어간다) 빨랑가요, 약 발라야지!
필승 : (팔짝팔짝 뛰어가는 게 귀엽다)
#32 차 안
-연욱, 약봉지에서 연고 꺼내 개봉하고 하며.
연욱 : (유치하게) 나 보고 싶었어요?
필승 : (더 유치하게) 그럼 보고 싶었지.
연욱 : 얼마나?
필승 : 하늘만큼 땅만큼.
연욱 : 거짓말. 나 없다고 언니랑 깨가 쏟아졌으면서. 깨 볶는 냄새가 거기까지 나더라.
필승 : 깨 많이 볶았지. 서울에 깨값 폭락한 거 몰라? 넌 어때, 공분 따라갈만해?
연욱 : 좀 어려워요. 그래도 해야죠, 어떻게 들어간 학굔데. 입 다물고 가만 있어봐요.
(하고 연고를 바른다)
필승 : (따가워 흠칫)
연욱 : (속 상해) 많이 아파요? 나쁜 자식, 감히 우리 형불 때리구... (호- 불어준다)
-필승, 어색해진다.
-연욱도 어색해지지만 아닌 척 연고 바르고 호- 불고 반복한다.
필승 : (어색함 피하려 연욱의 손을 치우며) 그만 해, 됐어. (하다가 손을 잡으며)
손이 왜 이렇게 거칠어졌어?
연욱 : (손 잡히자 쑥스러운) 맨날 훈련하니까 그렇죠 뭐, 날씨도 춥구.
필승 : (안스러워져서 만지며) 손바닥도 딴딴해지고, 이거 옛날 서연욱이가 아닌데?
연욱 : (손을 스윽 빼며) 당연하죠, 이젠 서순경인데.
필승 : (대견해서 머리를 흩트린다) 짜식...
연욱 : (좋으면서 쑥스럽게 헤- 웃고)
#33 호프집(동 오후)
-각자 500cc 잔을 쳐들고 있는 필승과 연욱.
필승 : 우정은 넓게!
연욱 : 사랑은 깊게!
필승,연욱 : 대한민국 경찰 만세!
-짠! 잔 부딪히고 호호하하 눈 마주치며 웃다가 마시는 두 사람.
#34 김포공항 청사 앞(동 오후)
-청사에서 나오는 성준. 도로를 가로질러 주차장으로 가다가 멈칫.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 기다리는 연정이 보인다.
-웃으며 다가가는 성준.
성준 : 또 뵙네요.
연정 : (돌아보고) ! 아 네... (반가운) 정말 또 만났네요. 그때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거예요?
성준 : 네. 근데, 택시 타시게요?
연정 : 네, 약속시간에 늦어서요.
성준 : 저 그럼... 제 차로 모셔다드릴까요?
#35 호프집(동 저녁)
-연욱, 맥주 마시고 내려놓다가 필승의 시선을 따라 어딘가를 본다.
(둥그런 소파라 좀 떨어진 채 나란히 앉아있는)
연욱 : (꽤 취해 톤이 높은)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필승 : 내가 잡아넣은 적 있어. 사기에다 공문서위조로.
연욱 : 점잖게 생겼는데요?
필승 : 남자 말고 여자.
연욱 : (다시 슬쩍 돌아보고는) 여자도 괜찮은데?
필승 : 사기 칠려면 그렇게 꾸며야지. 둘이 서로 사기칠려구 탐색하고 있는 거야.
연욱 : (무지 감탄하는) 얼마나 되야 형부처럼 척 보면 알아요?
필승 : 왕도는 없어, 다 경험이니까. 센스도 중요하구.
연욱 : 부럽다! 난 언제나 그렇게 될까. (지나가는 웨이터에게) 아저씨 여기 오백 하나 더요.
필승 :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냐?
연욱 : 에이 약한 모습! 내가 오늘 이 집 맥주 다 마시구 간다!
필승 : 차암 신기해. 그 몸에 그 술이 다 어디로 들어갈까. (하며 웃다가 핸드폰 울리자 확인하고 받는다)
어, 강형사. 뭐 좀 알아냈어? (심각해지는) 탈영병이었어?
-말상대를 잃은 연욱, 턱을 괴고 무심히 통화하는 필승을 쳐다본다.
필승 : 도망간 이필중이하고는 군대동기구. 어. 어.
그러니까 숨어지내는 걸 이필중이가 불러내서 공모한거네?
-계속 바라보는 연욱, 기분이 묘해진다.
필승 : 누가 주동자든 숨통 조인 놈이 불리하지. 목조른 건 누구래? 어. 어.
-필승을 바라보는 연욱의 표정... 모든 음향 꺼지면서 연욱의 표정, 필승의 옆모습이 교차된다.
연욱... 필승... 연욱... 필승... 연욱의 눈빛은 점점 애틋해지고...
필승 : 근데 어떡하지, 좀 늦겠는데? ... 오반장님이? (하하 웃으며) 알았어, 오반장님한테 고맙다 그래.
어 그럼 내일 봐. (탁 끊고 연욱 보며) 너 외박 나왔다고 오반장님이 (하루 쉬랜다, 하는데)
-순식간에 얼굴을 붙잡고 입을 맞추는 연욱.
필승 : (눈 뜬 채) !!!...
연욱 : (눈 감은 채 입 맞추고)
필승 : !!!...
-정신 차린 필승, 연욱을 떼어놓고 멍-해서 본다.
-역시 멍한 채 필승 보다가 시선 돌리는 연욱.
필승 : ... 너... (도저히 다음 말이 생각이 안나는)...
#36 호프집 앞(동 저녁)
-멈추는 성준의 차.
연정 : (벨트 풀며) 고마워서 어떡하죠. 차에다 식당 예약까지.
성준 : 괜찮습니다, 별 거 아닌데요.
연정 : 근데 실은... (웃음 난다) 연욱이랑 갈 거예요. 오늘 첫 외박을 나왔거든요.
성준 : !... 예에...
연정 : 일단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데, 괜찮으면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갈래요?
성준 : (생각하다가) 다음에 보죠. 가족끼리 만나는 것 같은데.
연정 : 그래요 그럼. 연욱이한테 소식 전해줄게요. 잘 가요? (차 문 연다)
성준 : 안녕히 가세요.
-차에서 내린 연정, 호프집으로 들어간다.
-성준, 보다가 자기도 차에서 내려 테이크아웃 커피점으로 간다.
#37 호프집
-필승, 아직도 어이가 없어 멍하니 쳐다보고.
-연욱,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맥주를 한모금 마신다.
-필승, 넋빠진 채 담배를 하나 문다. 불을 붙이는데 거꾸로다. 모르고 입에 물고만 있다.
-연욱, 맥주잔을 내려놓더니 코트와 가방을 챙겨들고 벌떡 일어나는데.
연정 : (화악 다가오며) 연욱아!
연욱 : (보고 기함할 듯) !!!
필승 : (보고 역시) !!!
연욱 :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반가워서) 오래 기다렸지. 눈땜에 연착되서.
(훑어보며) 와- 우리 연욱이 멋있어졌네? (하다가) 근데 어디 가?
연욱 : ... 언니... 나,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거든? 이,이따가 집에서 보자. (가려는데)
연정 : (얼른 잡으며) 갑자기 무슨 일? 누구 만나기로 했어?
연욱 : 어? 어...
연정 : 언니 막 섭섭해지네? 첫외박인데 언니도 안보고 누굴 만날려구. 누구, 상희야?
연욱 : 어? 어...
연정 : 그럼 이리 오라 그래. 잘 됐다, 상희 본 지 오래됐는데 전화해서 오라그래.
연욱 : (미치겠다) 아니 그게 아니구.
연정 : 오라그래. 내가 전화할까?
연욱 : (울상으로) 미안해 언니. (후다닥 나가버린다)
연정 : ?! 연욱아-
필승 : ...
연정 : (의아해하며 테이블에 앉는다) 쟤 왜 저래? 무슨 일 있었어?
필승 : (난처한)...
연정 : ?... 혹시 둘이 싸웠어?
필승 : ... 애냐, 싸우긴...
연정 : (입가의 상처 보고) 어머, 이건 언제 다쳤어?
#38 호프집 건물 앞
-뛰어나오는 연욱.
-앞뒤 못보고 정신없이 뛰어오던 연욱,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커피 받아들고 나오던 성준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각자 아! 어! 하면서 성준은 커피를 놓칠세라 높이 쳐들다가 연욱을 보고 어?
연욱 : (정신없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획 돌아서는데)
성준 : (얼른 잡아 돌려세운다)
연욱 : (본다. 아직 정신 없다)
성준 : (보고, 맞다!)
연욱 : (낯이 익다) ?...
성준 : (미소가 피어오른다)
연욱 : (알아본다) 혹시...
성준 : (싱글거리며) 유치장 구경에 그것두 모자라서 이젠 커피세례까지 줄려구?
연욱 : 갑옷?
성준 : 오랜만이다?
#39 고급 빠
-빠에 나란히 앉은 연욱과 성준. 칵테일을 조르르 다 마시는 연욱.
성준 : 야, 이거 맥주 아냐.
연욱 : (멍한 기분이 가시지 않아 특별히 성준에게 시선 안주고 나직나직하게) 한잔 더 줘요.
성준 : 전작도 상당한 거 같은데 괜찮아?
연욱 : 빨리 줘요.
성준 : (저쪽에 있는 재범에게 같은 걸로 한 잔 더 달라는 제스츄어 하고는 옆모습을 가만 보는)
연욱 : (시선 의식하지만 안보고) 뚫어져요, 보지 마요.
성준 : 2년동안 못본거 메꿔야지. ... 나 너 보고 싶었다? 너 찾고 싶었어.
연욱 : (별 감흥 없는)
성준 : 왜 그랬는지 안궁금해?
연욱 : ... 아저씨 나한테 장난치면서 재밌어하잖아요.
성준 : 장난으로 치면 너 못따라가지. 그동안 내가 당한 게 얼만데. 안그래?
연욱 : ...
성준 : 찾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어. 공부라는 걸 했거든, 니 말대로 죽자사자.
그렇게 학교도 졸업하고 놀만큼 놀고, 이제 슬슬 찾아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그럴려니까 귀찮더라구. 사람 찾는 거 취미 없거든. 그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왠 천사가 나타나서 연욱이 여기 있어요, 하고 가르쳐는 거야.
야-그 천사 증말 이쁘더라. 완벽해.
연욱 : (뭐라 하든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성준 : 근데 왜 갑자기 경찰이 될 생각을 한건데?
연욱 : 갑자기 아녜요, 2년이나 공부했어요.
성준 : ? 경찰 되는데 2년씩이나 공불 해?
연욱 : 경쟁률은 쎄고 내 머린 썩 좋지 않으니까.
성준 : (주억거리며) 어어 머리가 안좋구나... 그건 그렇다 치고, 왜 하필 경찰이야?
연욱 : 귀찮은 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성준 : 먼저 술 사달라고 한 건 너야.
연욱 : 먼저 놀아달라고 한 건 그쪽이에요.
성준 : 내가 놀아달라 그랬지, 술 사준다 그랬나?
연욱 : 정말 되게 귀찮네.
성준 : 혹시 경찰 된 거 말고 그동안 무슨 일 있었니? 오늘 너 너답지가 않다.
연욱 : 나다운 게 뭔데요?
성준 : 유쾌하고 발칙하고 뭐 그런 거. 그런데 오늘은 무늬만 발칙해.
(무심히) 좋아하는 남자라도 생겼나?...
연욱 : !...
성준 : (생각없이 던진 말인데 그 반응 보고 좀 놀라는) !... 정말인가보네? 누구야?
연욱 : (기분 상해 벌떡 일어난다)
성준 : ? 어디 가?
연욱 : 화장실에 숨겨논 남자 잘 있나 보러요. (나간다)
성준 : (허 웃는데)
-재범이 새 칵테일을 가져온다.
재범 : 니 타입 아닌데?
성준 : 사귀냐? 타입은 무슨...
재범 : 느이 아버지 호텔에서 잡혀갔다더니 혹시 썸씽 있었어?
성준 : (피식 웃는) 없었어.
재범 : (은근히) 그럴 생각은 있었구?
성준 : 그때 겨우 고3이었다. 애 데리고 뭘 해.
재범 : 그럼 지금도 애로 보이냐?
성준 : 많이 컸지, 이젠 제법 여자티가 난다. 장산 잘 돼?
재범 : 오픈한 지 얼마 안돼서 아직은 얼굴장사지 뭐. 근데 아까 레스토랑 예약해달라고 한 건 뭐야.
니가 갈 거 아니었어?
성준 : 아니, 쟤네 가족들.
재범 : 근데 왜 쟨 여기 와있어?
성준 : 나도 궁금하다, 왜 혼자 튀어나왔는지.
#40 고급 레스토랑(동 밤)
-마주앉아 식사하는 연정과 필승. 연정, 연욱이 때문에 기운이 없다.
연정 : 연욱이랑 같이 올려구 예약까지 해놨는데.
필승 : (진정이 되 심상한) 다음에 또 오지 뭐.
연정 :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나? ... 아까 둘이 있을 때도 내내 그랬어?
필승 : 신경 쓰지 마. 금새 좋았다 나빴다, 원래 그러잖아.
연정 : 핸드폰까지 꺼놓구... (걱정스러워져 핸드폰 꺼내 단축버튼 누른다. 잠시 후)
어 상희야, 나 연정언닌데? .... (사이) !... 너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필승 : (어디 갔지? 걱정스러운)
#41 빠 층 엘리베이터 앞
-나오는 연욱. 뒤따라나오는 성준.
성준 : 데려다줄게.
연욱 : 됐어요. 따라오지 말아요.
성준 : 2년만에 만났는데 그럼 섭하지. (하며 버튼 누르는데 동시에 손 뻗친 연욱의 손과 닿는다)
연욱 : (얼른 손 뺀다)
성준 : 와- 우리 스킨쉽했네?
연욱 : 나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라니까요!
성준 : !...
-그때 엘리베이터 열리자 얼른 타는 연욱. 뻘줌해져 뒤따라 타는 성준.
#42 레스토랑 층 엘리베이터 앞
-레스토랑을 나오는 필승과 연정. 엘리베이터 앞으로 와 버튼 누르고 하며.
연정 : 집으로 갈거야?
필승 : 어.
연정 : (좋은) 왠일루?
필승 : 이런 날도 있어야지 숨막혀서 살겠냐.
연정 : (팔짱 끼며) 일주일에 딱 이틀만 이래두 좋겠다.
-그때 띵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며 드러나는 연욱과 성준.
-문이 열리며 드러나는 필승과 연정.
-각자 보며 놀라는 연욱! 필승! 연정! 성준은 '아 맞어 이 레스토랑이지' 하는 표정.
연정 : ? 연욱이 너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연욱 : ? 언닌 왜 여기 있어? (하다가 필승 보고 얼른 시선 떨구고)
필승 : (그냥 보는)
연정 : (성준에게) 둘이 같이 있었어요?
필승 : (휙 성준을 본다. 아 그 녀석! 알아보는 표정)
성준 : (이미 알고 있다. 필승 보며 여유있게) 일단 타시죠.
#43 엘리베이터 안
-악수하는 필승과 성준.
필승 : 그날 내가 정신이 없었어. 이해하지?
성준 : 괜찮습니다. 충분히 오해할만한 상황이었으니까요.
필승 : 이해해주니 고맙고.
연욱 : (구석에서 묵묵한. 성준 E) 연욱이가 빠져서 안오실 줄 알았어요.
필승 : (역시 입 굳게 닫은. 연정 E) 어쨌든 예약 해준 거 고마워요.
연욱 : (온 신경이 필승에게 가 있는. 성준 E) 제가 아니라 제 친구가 해준 거예요. 위에서 빠를 하거든요.
필승 : (니가 예약한 거였어? 좀 불편해지는 표정. 성준 E)
거기도 언제든 들르세요, 제가 말해두겠습니다.
연정 : 고맙지만 그럴 것 까진 없구요.
성준 : 근데 연욱이가 오늘 기분이 안좋네요. 무슨 일 있었나 봐요.
연욱 : (숨막힌다)...
#44 1층 로비
-내리는 네 사람.
성준 :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연정 : 자꾸 폐만 끼치고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필승 : (악수 청하며) 언제 한번 밥이나 먹지.
성준 : (악수하며) 언제든 불러만 주십쇼. 연욱아 오늘 정말 반가웠다. 나중에 꼭 또 보자. 그럼.
(목례하고 간다)
-세 사람, 바라보다가.
연정 : 연욱이 놀랬지? 나랑 성준씨 땜에.
연욱 : 아냐 됐어...
연정 : 기분 좀 나아졌어?
연욱 : 조금...
연정 : 첫외박 나와서 언니 걱정이나 시키구. (둘의 팔짱을 끼며) 가자, 집에 가서 진짜루 재밌게 놀자.
연욱 : (슬쩍 팔을 빼며) 언니, 나 상희 만나러 갈게. (하는데)
필승 : 가긴 어딜 가.
연욱 : (못보고) !...
필승 : 모처럼 나왔는데 혼자 그만큼 놀았으면 됐지. 언니가 널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어?
(키를 연정에게 내민다) 당신이 운전해. 나 아직 술 덜 깼어.
연정 : (키 받으며 웃음 난다) 기집애, 형부가 그러니까 꼼짝도 못하는 거 봐.
연욱 : ...
#45 성준의 오피스텔(동 밤)
-불 켜지면서 어둠이 싹 가신다.
성준, 들어와 겉옷을 벗고 냉장고로 가 음료수 하나 꺼내 마시며 창가로 간다.
-고층의 고급 오피스텔이라 창 아래로 보이는 한강변의 야경이 멋지다.
-성준, 핸드폰을 꺼내며 창턱에 걸터앉는다. 번호를 검색해 누른다. 신호음 가다가.
연욱 : (F) 여보세요.
성준 : 맞구나. 혹시 유령번호 가르쳐줬나 싶어서 확인해봤어.
근데, 지금 어디쯤 가고 있어? 한강변이야?
연욱 : (F) 네.
성준 : 그럼 야경 봐라. 오늘따라 멋진데? 멋진 야경 보고 기분 풀라구, 무슨 일인진 모르지만.
번호 확인했으니까 됐다, 잘 자라? (끊는다)
#46 달리는 차 안
-연정이 운전해 강변을 달리거나 다리를 건너는 중인.
뒷좌석의 연욱, 핸드폰 덮는다.
연정 : 성준이 전화야?
연욱 : 어.
연정 : 너, 성준이 앞으로 계속 만날 거야?
연욱 : 신경 꺼. 그런 관계 아니니까. (창 밖으로 고개돌린다)
-야경이 펼쳐진다.
-필승도 앞으로 펼쳐지는 야경만 물끄러미 본다.
#47 현관 앞
-계단 올라오는 세 사람. 연정이 키로 문을 따자,
필승 : 당신 먼저 들어가. 나 연욱이랑 할 얘기가 있어.
연욱 : !...
연정 : 무슨 얘기?
필승 : 그냥 좀...
연정 : (웃으며)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둘이 이상하다 했지. 무슨 일인진 모르지만 둘이 잘 풀어.
(들어간다)
연욱 : ...
필승 : (보며)... 나랑 할 얘기 있지?
#48 옥상
-마주 선 필승과 연욱. 연욱은 고개를 푹 떨구고 있다.
필승 : (어이구 자식, 피식 웃음 난다)
연욱 : ...
필승 : 연욱아, 나 봐봐.
연욱 : (못보고)...
필승 : (픽 웃으며) 짜식... (어깨를 툭 치며) 아까 놀랬지?
연욱 : ?...
필승 : 임마, 나도 얼마나 놀랬는 줄 알어? 세상에 형부 입술 뺏어가는 처제가 어딨냐.
연욱 : !...
필승 : 니 맘 다 알어. 어려서부터 본게 난데 술김에 실수할 수도 있지, 겨우 고깟 일 같고 쪼잔하게...
다신 나 안볼거야? ... 나 보라니까?
연욱 : (못본다)
필승 : (고개 디밀어 장난스런 표정으로) 이래도 안봐?
연욱 : (고개 외로 틀고)
필승 : (방향 트는대로 얼굴 디밀며) 엽기공주님!
연욱 : (다른 쪽으로 튼다)
필승 : (또 따라가며) 어우, 우리 공주님 그러고 보니 눈화장도 했네?
(눈가 만지며) 화장한것도 몰라봐 주구 섭섭해서 어떡해?
연욱 : (그 손 가볍게 밀어내는)
필승 : 웃어라 좀. 나이 든 형부가 이렇게 재롱을 떠는데 안쓰럽지도 않냐?
연욱 : 실수가 아니면요?
필승 : ? 뭐?
연욱 : (마주 보며) 실수가 아니면 어떡할 건데요.
필승 : !... (화 날려고 한다) 연욱이 너 이자식.
연욱 : (혀를 쏙 내밀며 메롱-)
필승 : ?! 너 뭐하는 거야 지금.
연욱 : 바보- 또 엽기공주한테 당했네.
필승 : (황당한) 뭐어?
연욱 : (쭈삣쭈삣) 영광인줄 알아요. 형부처럼 처제한테 사랑받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필승 : (풀렸구나! 연욱을 옆구리에 끼고 머리를 마구 흐트린다) 으이구 이 망아지를 어떡해.
그래 영광이다 임마. 하여튼 한마디도 안져요.
연욱 : (빠져나오며) 한마디니까 안지지. 두마디면 져준다 내가.
필승 : 어이구, 이걸 누구한테 줘. 속았다고 물러달라 그러면 누가 데리고 사냐.
연욱 : 형부가 데리고 살아야지. 평생 언니랑 형부 등에 엎혀 있을 거다 뭐.
필승 : (하 짜식... 웃으며) 이제 좀 풀렸어?
연욱 : (쑥스럽게 웃으며)... 네.
필승 : 다신 안그럴거지?
연욱 : 네.
필승 : 또 그러면 언니한테 확 일러버린다?
연욱 : 언닌 믿지도 않을텐데 뭐.
필승 : (머리를 콩 박으며) 으이구 입만 살아서.
연욱 : (헤- 웃는)
#49 거실
-소파에 누워 잠이 든 필승.
#50 안방
-나란히 누워 있는 연정과 연욱. 연정은 연욱에게 살짝 등 돌린 채 잠이 들락말락.
연욱 : ... 언니.
연정 : ... 응.
연욱 : 혹시... 나 미워한 적 있어?
연정 : (잠결이라 흘려듣는)... 응.
연욱 : (보며)? 정말? 언제?
연정 : 가끔 속 썩이면...
연욱 : ... (돌아누워 언니를 껴안는다) 앞으론 속 안썩일게 미워하지 마, 응?
연정 : 응.
연욱 : 정말이지? 안미워할거지?
연정 : 응.
연욱 : (미안해져 힘주어 꼬옥 안으며) 난 언니가 너무너무 좋아. ... 형부도...
-복잡한 연욱의 눈빛... F.O
#51 패밀리 레스토랑 안(낮. F.I)
-밝은 표정으로 접시를 한 손으로 능숙하게 받쳐들고 오는 상희. 테이블에 서빙하며.
상희 : 맛있게 드십시오 손님.
연욱 : (피식) 그래, 맛있게 먹으마.
상희 : 나 어때? 잘 어울려?
연욱 : (웃는다. 보기 좋다) 응, 딱 너야. 잘 어울려. 유니폼도 이쁘고.
상희 : 그치? 진작에 일루 올건데 괜히 이력서랑 사진만 수십장 버렸어.
연욱 : 정말 여기다 짱 박을 거야?
상희 : 응. 우리 과 애들 취직 안되서 어학연수 가고 살길 찾느라 난리야. 난 그냥 여기서 경력 쌓고
지배인이나 될래. 근데 이따 몇시에 가?
연욱 : 이거 먹고 빨리 가야 돼.
상희 : (아쉬워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저쪽에서 손님이 여기요, 하자) 잠깐만. (얼른 미소 띄고 간다)
-친구가 잘 지내는 것 같아 웃으며 보다가 벨 울리자 핸드폰 확인하는 연욱.
연욱 : (형부다)... (받고) 네 형부.
필승 : (F) 상희네 레스토랑이지?
연욱 : 네.
필승 : (F) 얘기 끝났으면 내려와. 터미널까지 데려다줄게.
연욱 : ?!... (창 밖을 본다)
-차 옆에 서 있는 필승.
연욱 : (통화) 바쁜 데 뭐하러 그래요. 그냥 지하철 타고 갈게요.
필승 : (창 밖으로 보이며. F) 얼굴 좀 더 볼려 그러지 임마.
연욱 : (어제 일 때문에 자꾸 신경 써주는구나, 고맙고 미안한) 알았어요, 내려갈게요.
#52 달리는 차 안(동 낮)
필승 : (휙 돌아보는) 그게 무슨 소리야?
연욱 : 졸업할 때까지 외박 안나온다구요.
필승 : (어제 일 때문인가 걱정된다) 다섯달도 더 남았는데 한번도 안나온단 말야?
연욱 : (작정하고 짐짓 밝게) 사실 공부가 좀 어려워요. 형법, 민법, 형사소송법, 법률 시간 많거든요.
대학원 나온 언니도 어렵다 그러는데 난 오죽하겠어요. 그러니까 언니랑 형부도 면회오지마세요.
한번 왔다가면 싱숭생숭해서 공부 안될 거 같애.
필승 : (의구심이 든다) 정말이야? 정말 공부할려고 그래?
연욱 : 네. 발령 받으면 바쁠텐데 이럴때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해둬야죠.
필승 : (아직 의심스런)
연욱 : (밝게 웃어주며) 정말이라니까요?
#53 터미널 충주행 승차장
-버스에 오르는 연욱. 바라보는 필승.
연욱, 자리에 앉아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익살맞은 표정을 지어보인다. 웃는 필승.
차가 움직인다. 연욱, 손흔들어준다. 필승도 손 흔들어준다.
차가 떠난다. 남은 필승, 걱정스레 바라본다.
#54 고속도로, 버스 안
-버스가 달려온다.
-허밍으로 노래를 읊조리며, 귤을 까먹으며,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연욱.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다.
마치 울음을 참으려는 듯 꾹꾹 귤을 씹어삼키다가 눈물을 슥 훔친다.
연욱 : 서연욱... 넌 대한민국 경찰이야. 약해지면 안돼.
-(E)총소리.
#55 몽타쥬
-사격장. 사격연습하는 연욱. 표적을 바라보는 눈빛이 날카롭다.
-현장감식실습실. 재현된 살인현장에서 열심히 메모를 하며 현장을 살피는 연욱.
-체육관. 합기도를 하고.
-생활실. 다들 잠들어 있는데 연욱의 잠자리만이 비어있다.
-화장실. 목도리를 꽁꽁 두르고 털장갑을 낀 채 변기에 앉아 공부하는 연욱.
-교정. 밤.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혼자 조깅하는 연욱.
-구내식당. 한톨 남김없이 깨끗이 해치우는 연욱.
-강의실 . 수업에 열중인 연욱.
-사격장. 총 쏘는 연욱. 여섯발 모두 과녁을 정확하게 맞춘다.
#56 경주, 호텔 전경(오전)
#57 호텔 회장실
-똑똑 노크소리에 이어 문이 열리서 여비서가 들어온다.
여비서 : 막내 자제분 오셨는데요.
차회장 : (일 보며) 들어오라고 해.
-계속 서류 들여다보는 차회장 위로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 서류 덮으며 고개 들던 차회장, 멈칫한다.
-카펫 위의 인라인스케이트. 카메라 올라가면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무릎보호대를 하고
그에 걸맞는 복장을 하고 있는 성준이다.
차회장 : 이건 또 무슨 쇼냐.
성준 : 장살 한번 해볼려구요.
차회장 : 장사?
성준 : (신발 한쪽 들어보이며) 인라인스케이트 장사요.
차회장 : 그래서, 니가 그 장사를 하는 거하고 내 앞에서 쇼하는 거하고 무슨 상관이냐.
성준 : 자금이죠. 많진 않아요, 아직은 저 혼자 하는 개인기업이니까. 1인 오퍼상?
좀 더 세련된 말로 소호라고도 하구요. 이거 아주 잘 만드는 공장이 있는데
외국 유명브랜드 못지 않아요. 수출 한번 해볼려구요.
차회장 : (상대할 것도 없다는 듯 버튼 누르고) 차 대기 시켜. (일어나 코트 걸치는)
성준 : (다급해져) 사무실은 지금 오피스텔이면 충분하고 컴퓨터랑 팩스랑 새로 구비하고
약간의 기본자금만 있으면 돼요.
차회장 : 시끄럽다.
성준 : 저 농담 하는 거 아녜요.
차회장 : (나간다)
성준 : (지지 않고 따라나간다)
#58 호텔 현관 앞
-나오는 차회장. 대기하고 있는 차 안에는 화영이 앉아 있다. 기사가 열어준 문으로 올라타는 차회장.
-인라인스케이트로 부리나케 달려오는 성준. 막 닫힌 문을 열고.
성준 : 전 지는 게임은 안해요!
차회장 : (보는)
화영 : (보는)
성준 : (화영에게 짧은 인사) 안녕하셨어요? (다시 차회장에게 일사천리로, 진지하게)
부상만 안당했으면 지금도 아이스링크 위에 있을 거예요. 전 운동이 좋아요.
다른 일을 하더라도 운동하고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요. 부상당하고 공부하면서 선배들도 만나고
비슷한 일 하는 사람들도 만나고, 충분히 승부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거예요.
차회장 : (고심하는 듯한)
성준 : 이 게임에서 이겨보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화영 : (둘의 눈치를 본다. 부자간에 갈등이 생기면 항상 불편하다)
성준 : 도와주세요 아버지.
차회장 : ... 기획서 제출해. 그 담에 생각해보자.
성준 : !... (확 밝아진다)
화영 : (슬몃 화색이 돈다)
성준 : 곧 제출하겠습니다!
화영 : 오늘 들어올 거야?
성준 : 아뇨, 올라가봐야 돼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문 닫는다)
-차가 떠난다.
-사기충천한 성준.
#59 고속도로 휴게소(상행선. 천안근처)
-앞뒤로 들어오는 필승의 차와 김형사의 차.
#60 휴게소 편의점
-필승,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내 카운터로 오다가 멈칫,
여성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에 멈춰 핸드크림을 하나 집어본다.
#61 차 안(#)
필승 : (손을 잡으며) 손이 왜 이렇게 거칠어졌어?
연욱 : 맨날 훈련하니까 그렇죠 뭐, 날씨도 춥구.
필승 : (안스러워져서 만지며) 손바닥도 딴딴해지고, 이거 옛날 서연욱이가 아닌데?
연욱 : 당연하죠, 이젠 서순경인데.
#62 편의점
-고민하던 필승, 제자리에 놓고 간다.
#63 휴게소 앞
-커피나 음료수 마시며 담배 한대씩 피는 세 형사.
김형사 : 그 놈 잡을 때만 해도 이필중이 이 녀석도 금방 잡을 줄 알았는데 다섯 달이 넘도록
어떻게 머리카락 하나 안보이냐? 이거 신창원 꼴 되는 거 아냐?
이형사 : 위에서도 가만 안있을 눈친데 오반장님이 곤란해지겠어요.
강형사 : 근데 셋중에 누가 진짤까요? 하나 찍어서 거기에 죽치고 있든가 해야지
언제까지 셋 다 감실 해요.
김형사 : 신정동 그 여자 아닐까? 제일 글래머잖아.
이형사 : 에이 얼굴이 아닌데. 보광동 여자 같아요, 제일 이쁘더만.
강형사 : 난 방금 그 여자 같던데, 착하잖아요.
필승 : (강형사에게) 여기서 충주까지 얼마나 걸리지?
김형사 : 뜬끔없긴, 충준 왜?
강형사 : 밟으면 30분이면 될 걸요? 왜요, 연욱이 면회 가게요?
필승 : (고심하는)...
#64 휴게소 광장
-김형사의 차에 오르는 김형사, 이형사(운전석), 강형사.
이형사 : 다섯달이나 못봤으니 오죽하겠어요? 이렇게 오래 떨어져있어본 적이 없는데.
김형사 : 그래두 너무 지나쳐. 유난 떨면 꼭 탈이 나게 되있는데 말야.
강형사 : 탈 날게 뭐있어요.
김형사 : 그래에, 탈 날게 뭐 있겠냐. 이 놈 못잡으면 우리가 탈 나지. 가자.
-출발한다.
#65 국도 & 차 안
-달려오는 필승의 차.
-운전하는 필승. 입가에 기대감 어린 미소가 감돌고 있다.
-'중앙경찰학교' 표지판 밑을 지나가는 차.
#66 생활실
-외박준비하느라 꽃단장하는 학생들.
-동요없이 중앙테이블에 앉아 공부하는 연욱.
교육생1 : 연욱이 너 오늘도 외박 안나갈거야?
연욱 : 네.
교육생2 : 도대체 그렇게 공부해서 뭐할건데? 수석졸업할려구?
연욱 : 저 머리 안좋잖아요. 언니들보다 몇 배 노력해야죠.
교육생3 : 그래두 기네스감이야 얘, 그동안 한번두 외박, 외출 안나가구.
연욱 : (웃는 얼굴로) 재밌게들 놀다 오세요.
교육생1 : 그래, 우리 간다. 학교 잘 지켜.
교육생2 : 맛있는 거 사올게.
-학생들, 왁자하게 나가고...
-연욱, 펜을 놓고 주위를 둘러본다. 가슴이 묵직해져온다.
#67 생활관 휴게실
-자판기에서 커피 꺼내는 연욱. 커피를 들고 창가로 간다.
-창 밖으로 보이는 겨울 풍경...
-그녀는 쓸쓸하고 외롭다.
연욱 : ... 그런다구 면회도 한번 안오냐?... (원망과 그리움이 점철된)
-교관, 부지런히 걸어오다가 연욱을 발견하고는.
교관 : 어, 여기 있었네?
연욱 : (돌아보고) 저 찾으셨어요?
교관 : 오늘도 외박 안나갔어?
연욱 : 네.
교관 : 잘됐다, 면회손님 왔는데.
연욱 : ?!... 여자랑 남자요?
교관 : 아니, 남자 한 명인 거 같은데?
연욱 : (형부다!) !...
#68 학교 입구 면회실 앞
-숨차게 달려오는 연욱. 흥분으로 상기된 채 달려오다가 입구에 우뚝 멈춰 머리도 정돈하고,
입술도 적시고, 뺨에 홍조도 넣고,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레 들어간다.
#69 면회실 안
-들어오는 연욱. 얌전하게 문을 닫고 상기된 채 앞을 보면.
-빙그레 웃는 성준.
연욱 : !!!...
성준 : (다가오며) 왜, 너무 반가워서?
연욱 : (어쩜!... 그냥 울어버리고 싶다)
성준 : 의외네, 이렇게까지 반가워할 줄은 몰랐는데.
연욱 : (울먹울먹)...
성준 : !... 그런다고 울 것 까진 없지.
연욱 : 야 이 나쁜 놈아! 누가 너더러 면회 오래?! (울음 터진다)
성준 : ?!...
-(필승이) 너무 원망스럽고 보고 싶어 끅끅 섦게 우는 연욱.
-성준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가신다. 기다리는 남자가 있었구나...
#70 정문 앞
-달려오는 필승의 차.
#71 면회실 안
-성준, 테이블 티슈박스에서 티슈를 꺼내 연욱에게 내민다.
-울음 그친 연욱, 티슈를 받아 눈물을 닦는다.
성준 : ...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되게 실망한 거 같은데... 그냥 갈까?
연욱 : ...
성준 : 진짜 가?
연욱 : (훌쩍거리며) 가긴 어딜 가요, 이왕 왔는데.
성준 : (후- 안도의 한숨)... 퇴짜 맞을까봐 조마조마했다.
#72 면회실 앞
-달려와 멈추는 필승의 차. 핸드크림을 집어들고 문 열다가 멈칫.
-길 건너편의 면회실에서 나오는 연욱과 성준.
-필승, 놀란다. 저 녀석이 여긴 왜 왔지?
-성준, 차에다 연욱을 태운다.
-필승, 의아함한 채 바라본다.
-성준의 차가 떠난다.
-차에서 내려 바라보는 필승.
-차가 정문을 빠져나가 사라진다.
-필승, 손에 들린 핸드크림을 보며 허탈하게 웃는다.
#73 레스토랑(동 밤)
-표정 굳은 채 망치로 랍스타를 두들기는 연욱. 잘 안된다.
-성준, 연욱의 접시를 가져가 솜씨 좋게 망치질을 하고 살을 바른다.
-말없이 보고만 있는 연욱.
-성준, 살 바른 접시를 연욱 앞에 놓아준다.
-연욱, 아무 말없이 먹기 시작한다.
성준 : (보는)...
연욱 : (성준은 의식도 안하고 기계적으로 먹는다)
성준 : 섭섭하네, 그런다고 눈도 안맞추고.
연욱 : ... 그때 나 찾을려고 했다 그랬죠? 왜 찾을려 그랬어요?
성준 : 재밌으니까. 너 만나면 유쾌해지거든.
연욱 : 오늘도 그래서 왔어요?
성준 : 음.. 탐색하러.
연욱 : ?...
성준 : 서연욱이 잘 지내고 있나,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혹시 있다면
그 짝사랑 접진 않았나... 근데 아직 안접었나부지? 그런 사람이 있긴 있는거구.
연욱 : ... 없어요.
성준 : 내 앞에서 거짓말 하지 마. 넌 얼굴에 다 써있어.
연욱 : ...
성준 : (심각해지는)... 실은... 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려구.
연욱 : (보는)
성준 : 근데... 사실 나, 지는 게임도 많이 해봤거든. ... 아버지 앞에선 큰소리 땅땅 치고 왔는데...
좀 겁이 나.
연욱 : (처음 보는 약한 모습에 그가 새삼스럽다)
성준 : 힘 좀 받을려고 왔는데 (쓴웃음) 있던 힘도 떨어지겠다.
연욱 : (미안해진다)...
연정 : (E) 천안에?
#74 욕실 & 거실(동 밤)
-필승은 세수하고 있고 연정은 손에 핸드크림을 바르고 있다 (문은 열려있고).
필승 : 어, 용의자가 거기 나타났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연정 : 거기서 충주 가깝지 않어?
필승 : (멈칫! 했다가 다시 세수) 가깝지.
연정 : 그럼 연욱이한테 좀 들렀다 오지.
필승 : (무심히) 나 혼자 움직인 거 아냐.
연정 : 그래두... 우리 다음 주에 면회 갈까?
필승 : (수건으로 닦으며) 오지 말래잖아. 거기다 좀 있으면 졸업인데 뭐하러 가.
연정 : 오지 말랜다고 안가는 것두 그렇잖아. 우리 다음주에 가자. 응?
필승 : 나 바뻐. (나온다)
연정 : (따라나오며) 근데 뜬금없이 핸드크림은 왜 사왔어?
-필승, 다 차려진 식탁(1인분)에 앉아 밥 먹는다.
필승 : 혹시 연욱이랑 요즘 통화한 적 있어?
연정 : (앉아서 물 따라주고 하며) 아니? 왜?
필승 : 그럼 그 성준이란 놈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겠네?
연정 : 응. 근데 그건 왜?
필승 : 아니, 혹시 둘이 만나나 싶어서.
연정 : 충주에 틀어박혀 있는데 어떻게 만나.
필승 : (말없이 밥 먹는)
연정 : (궁금해져) 왜에? 걔에 대해서 생각이 달라졌어?
#75 학교 정문 앞(동 밤)
-차에서 내리는 연욱과 성준.
연욱 : 먼저 가요. 오늘은 내가 봐줄게요.
성준 : ? 왜?
연욱 : 그냥... 그동안 고마웠으니까.
성준 : (피식) 뭐가 고마웠는데?
연욱 : 그냥 다... 맨날 나한테 당하기만 하구, 험한 소리 해도 다 받아주구...
미안해요, 그동안 고깝게만 봤는데 내가 심했던 거 같아요.
성준 : !... (마음이 아려온다)... 몇 년만이야, 이제야 좀 통하네...
연욱 : 오늘 와줘서 고마워요.
성준 : 정말?
연욱 : 정말.
성준 : (가만 보더니 웃으며) 그래, 얼굴에 정말이라고 써있네. 알아줘서 나도 고맙다.
연욱 : 가요.
성준 : (아쉬운)... 졸업하면 서울에서 보자. (손 들어보이고 차에 오른다)
-차가 떠나간다.
-연욱, 가만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걷기 시작하더니 곧 멈추고는 손목시계를 본다.
연욱 : 생활관까지 x 분. (그러자마자 뛰기 시작한다)
#76 교정 일각
-전력질주해오는 연욱. 송글송글 맺힌 땀, 하얗게 번지는 입김, 상기된 두 뺨...
다 잊으려는 듯 마구 뛰어가는 연욱.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F.O
#77 재범의 빠(F.I)
-빠 안에서 서류철을 보고 있는 재범.
-성준, 빠에 앉아 초조함을 감추며 재범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재범, 다 보고 파일을 탁 놓고 손바닥을 든다.
-성준, 자동으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재범 : 베리굿이야. 이 정도면 느이 아버지도 투자하실 거 같애.
나중에 너무 잘돼서 귀찮아지면 나한테 드롭패스해.
성준 : 니 안목을 믿을 수 있을까?
재범 : 아직 문 안닫는 거 보면 믿을만 하지 않냐?
성준 : 느이 아버지가 적자 메꿔준 거 아니었어?
재범 : 그럼 너도 아버지더러 메꿔달라고 해.
성준 : (그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기분 좋게 웃으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켠다) 이제 1피리어드 시작이다.
재범 : 수진이 들어온 거 알어?
성준 : ? 그래? 언제?
재범 : 며칠 됐지?
성준 : 지금 어디 있대?
재범 : (능청맞게 웃으며) 니 뒤에.
성준 : ? (휙 돌아보면)
-방금 들어온 수진이 바로 뒤에서 싱긋 웃고 있다.
성준 : 성수진!!!
-시간경과.
-술잔을 놓고 테이블에 마주앉아 있는 성준과 수진. 성준, 반가운 듯 연신 싱글싱글 웃는다.
수진 : 왜 그렇게 웃어, 능글맞게?
성준 : 니가 이렇게 멋졌었나 기억을 더듬고 있는 중이야.
수진 : 나야 항상 멋졌었지. 너 시력이 이제야 좋아졌구나?
성준 : 그 옷도 니가 디자인한 거야?
수진 : 응. (독특한 목걸이 보이며) 이것두. 어때?
성준 : 외국물 먹은 보람이 있네. 공분 언제 끝나?
수진 : 적어도 2,3년은 더 해야 될 걸? 이번에 들렀으니까 다 끝날 때까진 안들어올려구.
성준 : 열심해 해, 혹시 내가 도움 청할지 모르니까.
수진 : 글쎄, 내가 너한테 도움 줄 일이 있을까?
성준 : 아마도. 부모님은 안녕하시구?
수진 : 응. 너희 아버진?
성준 : 너무 안녕해서 걱정이지. 새어머님이랑 잘 지내셔.
수진 : 아, 소식은 들었어. 젊으시다며?
성준 : 나보단 안젊지. 그건 아버지한테 고맙더라.
수진 : (웃는) 하여튼 말은... 여자친군?
성준 : 여자친구? 다들 잘 지내.
수진 : 그런 친구들 말군 아직이야?
성준 : ... 실은... 게임을 시작할까 해, 두가지 게임. 하난 (화일 들어보이며) 이거, 다른 하난... 여자.
수진 : (약간 질투어린 표정 감추며) !... 드디어? 축하한다 차성준. 잘 되면 보여줄 거지?
성준 : 그럼.
수진 : 어떤 여자야? 혹시 나도 아는 사람 아냐? 왠만한 집 딸들은 다 아는데.
성준 : 넌 알수가 없지, 얼마나 특별한 앤데.
수진 : (약간 자존심 구겨지는)... 그래? 그렇게 대단한 집 딸이야? 누군데?
성준 : (훗 웃고는) 여자경찰.
#78 경찰서 현관(낮)
-문 열리고 들어서는 정복입은 연욱의 뒷모습.
단정한 정복스커트 차림에 정모를 쓰고 또각또각 걸어간다.
#79 경찰서 복도 &
-또각또각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걸어가는 연욱의 뒷모습. 강력반 사무실 앞에 다다르자 멈춘다.
심호흡을 하는 듯 어깨가 한번 들썩인다. 이윽고 사무실로 들어가면.
#80 강력반 사무실
-그때 놓친 살인범이 수갑 채워진 채 김형사 책상 앞에 앉아 있고, 김형사가 조서를 꾸미던 중이고,
자기 자리에 앉은 오반장 외에는 모두 몇 달만에 잡은 이 놈을 둘러싼 채 앉거나 서있다.
김형사 : 누구누구 집에 숨어있었냐구!
범인 : (우물우물)
필승 : 뭐? 크게 말해. 가족은 숨겨줘도 벌 안받으니까 말해도 돼.
범인 : (우물우물)
이형사 : 임마, 겨우 백만원 밖에 못훔쳤는데 몇 달동안 도와준 사람이 있었을 거 아냐?
강형사 : (문득 문 쪽을 보고는) 어? 연욱아.
-일제히 돌아보는 형사들.
-필승도 돌아보고 어!!!
-연욱, 절도있게 거수경례를 붙인다.
연욱 : 충성! 순경 서연욱, 경찰학교 졸업을 신고합니다!
-일제히 일어나 다가오는 오반장과 형사들. 놀라움으로 가득해.
김형사 : 이야, 연욱이 졸업했네? 니가 드디어 무궁화 이파리를 단거야?
이형사 : 거봐요, 잘 버틸 거라 그랬지. 졸업 축하한다. (김형사에게) 빨리 내깃돈 내노세요.
김형사 : 하하 그거라면 얼마든지. 어쨌든 축하한다 서연욱.
강형사 : 에이 연욱이가 뭐예요. 이젠 이름 함부로 부르면 안돼죠.
오반장 : 그럼 이젠 어엿한 경찰인데. 서순경! 우리 악수 한번 하자. (악수하고)
-한마디씩 덕담하며 차례로 악수하는 형사들과 연욱.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자리다.
-대견해 웃음 띈 채 바라만 보는 필승.
-차례로 악수 끝나자 마지막의 필승을 바라보는 연욱.
연욱 : (설레이는 미소. 형부... )...
필승 : (설레이고 대견한 미소)...
-연욱, 필승만을 향해 소리없이 거수경례를 붙인다.
-필승도 소리없이 짧은 거수경례로 받고 손을 내민다.
-연욱,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한다.
-필승, 악수하다가 연욱을 덥석 안는다.
속마음을 숨긴 채 처제와 형부로서, 선배와 후배로서 우정어린 포옹을 하는 두 사람.
필승 : 졸업 축하한다 서순경.
연욱 : 잘 부탁해요 한형사님.
-둘의 포옹에서
3회 끝.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