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영상혁명의 신기원이란 말은 이제 식상하다. ‘타이타닉’으로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또 다시 자신이 ‘세상의 왕’임을 보여주고 있다. 북미지역 영화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닷컴’에 따르면 ‘아바타’는 4일까지 전세계에서 10억1881만 달러(약 1조1700억원)을 벌어들였다. 역대 세계 흥행수익 4위다. ‘타이타닉’(18억4290만 달러), ‘반지의 제왕3:왕의 귀환’(11억1911만 달러),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10억6617만 달러) 을 잇는다. 국내에서도 3일 현재 관객 674만 명을 넘었다. 국내 외화 흥행 1위 ‘트랜스포머’(750만 명)를 넘어서는 것도 무난해 보인다.
#‘아바타’에 대한 열광, 그것은 영화의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영화기술의 앞날을 알기 위해서는, ‘아바타’는 봐줘야 한다는 ‘합의’마저 형성된 것처럼 보일 정도다. ‘아바타’는 전세계 1만4500여 개의 스크린에서 개봉했고 이중 25% 정도인 3600여개 관이 3D 스크린이다. 이 3D 수익이 전체 수익의 56%를 차지한다. 관객들이 일반 상영관의 두 배에 이르는 3D 티켓 값을 기꺼이, 선뜻 내고 있다는 뜻이다.
#‘아바타’는 갸우뚱했던 3D 산업을 곧추세웠다는 평도 받고 있다. 영화는 물론이고 게임·TV 등에서 3D 산업이 탄력 받고 있다. 캐머런이 직접 개발에 관여한 게임 ‘아바타 더 게임’도 3D로 선보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D 방송은 올 남아공월드컵, 2012년 런던올림픽이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파나소닉 등 가전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디지털 TV수상기의 새로운 판로 개척과 붐 업 차원이 크다. 실제 ‘아바타’는 파나소닉과 긴밀한 협조 속에 제작됐다.
물론 시청자들이 모든 영화를 3D로 보고, 24시간 3D TV를 보고 싶어하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3D TV는 똑 바로 앉아 화면을 봐야 하기 때문에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소파에 누워 감자칩을 먹으며 TV를 감상)족에게는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용안경 없는 3D 기술개발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하이테크 하이터치’, 미래산업의 핵심동력인 감성 IT 기술의 하나로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명백하다.
#‘아바타’는 후반부 영화의 일부가 아예 게임과 진배없어, 게임과 영화의 경계도 넘나들고 있다. 백인이 아니라 토속적 원주민이 주인공으로 나오며 영상에서도 실사에 준하는 극사실감을 요구하는 최근의 게임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그 자체가 새로운 융합콘텐트인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의 놀라운 진화도 보여준다. 애초 예상처럼 디지털 액터가 실제 배우를 전부 대체하지는 않아도, 진짜 배우가 하기 힘든 일을 하거나 사망한 스타들을 스크린에 되살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컴퓨터그래픽 전문업체 EON의 정성진 대표는 “배우들은 세트 안 크로마키(녹색이나 푸른 막) 앞에서 연기하고 CG로 배경 등을 입히면서, 궁극적으로는 야외촬영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바타’는 실사가 25%에 불과하지만, 실재와 CG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CG의 사실성을 넘어, ‘실재의 재현’이라는 영화의 기본적 개념마저 흔든다. 심지어 주인공은 리얼한 자기를 버리고 아바타를 택한다. 인간이 사는 지구보다 아바타들이 사는 판도라가 훨씬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온전하게 그려진다.
60년대, TV의 등장으로 관객을 빼앗긴 할리우드가 ‘벤허’ 등 시네마스코프 대작을 내놓으며 관객 되찾기에 성공한 적이 있다. 2010년 ‘아바타’의 충격은, 할리우드의 활로 모색 정도가 아니다. 진정한 영상문화혁명이 진행 중이다.
양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