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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권영호
21세기 생활문학인협회 |
'우리는 기존 문단이나 기존 문화가 문인과 독자 사이에 그어 놓은 경계의 선을 지우려 한다. 독자가 곧 문인이고 문인이 곧 독자가 될 수 있는 문학세계를 꿈꾼다. 우리는 닫힌 곳에서 열린 곳으로 막힌 곳에서 트인 곳으로 길을 열어 바야흐로 우리 시대를 아름답게 가꾸려는 문학인이 되고자 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지역민들이 그들의 생각과 느낌을 다양하게 드러내어 인간의 본성인 표현 욕구가 충족되게 하고, 삶의 질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하고자 한다'.
'21세기 생활문학인협회'의 발기 선언문이다. 2004년 2월 14일 창립된 생활문학인협회는 그래서 문학 창작을 하고 있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생활문학인협회의 회원은 현재 200여명.
창립 초기에는 '시와반시 문예대학'을 수료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점차 일반인들의 가입이 늘어났다. 대구 이외의 지역에도 문호를 개방해 구미.왜관 등 경북지역의 회원 가입자도 10명을 넘었다.
협회의 성격상 꼭 등단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각종 신춘문예나 문예지 또는 개인 시집을 통해 등단한 회원이 70여명은 된다. 각원, 강여울, 강현국, 고희림, 공영구, 곽분도, 구관모, 구석본, 권영시, 김 둘, 김선옥, 김성윤, 김은수, 김의숙, 김정실, 김정화, 김종관, 김찬일, 김창제, 김형준, 김환식, 박금선, 박동미, 박승우, 박언숙, 박재희, 박진기, 박철언, 배성도, 신유야, 양영학, 양은영, 우문상, 이용환, 이혁순, 유승권, 정태일, 조기섭, 조명선, 차회분, 채진규, 최규목, 최남잘, 최명순, 최영선, 최종이 등 문인들이 그들이다.
이 중에는 구석본, 강현국, 고희림, 공영구 시인같은 유명 문인들도 있고, 김환식 시인같은 사업가와 김찬일 시인같은 교육자도 있다. 각원은 스님이고, 박철언 시인은 정치가며, 김창제 시인은 자칭 '고물장수'(사업가)이지만, 나름대로 품격있는 시작품들을 발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도 구성된 생활문학인협회는 이따금씩 막걸리로 목을 축이며 서로서로 막히고 갇혔던 마음을 연다. 고령에 참한 집을 지어놓은 김성윤 시인을 찾아가 삼겹살을 구워 소주잔을 기울어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으므로...'등 의미있는 노래들을 목놓아 부르기도 한다.
때로는 시인이다가 때로는 생활인이기도 한 회원들 사이에는 글을 쓰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끼리만 나눌 수 있는 끈끈한 정이 있다. 날로 두터워져가는 정 때문에 더 아름다운 모임이다.
생활문학인협회는 1년에 두차례 '우리 시대의 삶과 문학'이란 문예지를 발간하며, 봄 가을 문학기행을 떠난다. 문학기행은 옛 시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시에 대한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다. 여름 문학캠프 때는 기성 시인들과 어울려 밤새워 문학토론을 하며 국악의 향기에 취하기도 한다.
4월에는 장애우 백일장을, 12월에는 소년소녀가장 돕기 행사도 가진다. 해마다 송년 문학의 밤 행사를 마련해 보내는 아쉬움과 맞이하는 설레임도 함께 나눈다. 올 가을에는 협회 창립 3주년 기념으로 문화예술회관에서 시화전도 열 계획이다.
최종이 생활문학인 협회 회장은 "밖으로는 협회의 문을 항상 열어 놓고, 안으로는 회원 상호간의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작품 쓰기와 작품 읽기를 통한 문학에 대한 이해도를 꾸준히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의 작품을 활발히 발표해서 지역민들과의 공감대와 문학의 다양성도 넓혀 나갈 요량이다. 그런 가운데 중앙과 지방으로 나누어 놓은 선(線)과, 시인과 독자 사이에 그어진 경계를 허물어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향래기자 / 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