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사랑
연옥 영혼은 구세주의 성혈로 속량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스러운 자녀가 된 자이다. 이들이 한시라도 빨리 천국에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하느님께서는 기뻐하신다. 적의 포로가 된 왕자가 충성스러운 신하 덕분에 구출되었을 때, 중병에 걸렸던 아내가 완치되었을 때 왕과 남편의 기쁨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연옥 영혼이 천국에 들어갈 때 하느님께서 느끼시는 기쁨에는 도저히 비길 수 없다. 하느님께서는 연옥 영혼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에게 큰 은혜를 내리신다.
복자 피에르 드 브누아는 말했다.
"연옥 영혼에 대한 신심은 하느님의 영광이라는 측면에서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에게 선교하는 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 낫다. 왜냐하면 하느님 대전에서 연옥 영혼은 믿지 않는 이의 영혼에는 비할 수 없을 만큼 격이 높기 때문 이다."
우리의 기도와 선행으로 조금이라도 빨리 영혼을 천국에 들여보낼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향한 가장 강력한 사랑의 증거이다. 연옥 영혼에 대한 신심은 하느님께 대한 우리 신앙의 바로미터이다. 이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도 깊고 이에 미지근한 사람은 하느님께 대한 사랑도 미지근하다. 만일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죽은 이에 대한 사랑
예수님께서는 사흘 전부터 당신의 가르치심을 듣기 위하여 끼니도 잊고 뒤따라온 사람들을 보시고 "측은히 여기시어” 빵을 많아지게 하시어 5천 명이 넘는 사람을 배부르게 하셨다. 연옥에서는 수천, 수만 명이 고생하고 있는데 그 괴로움은 세상 마칠 때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이들을 불쌍히 여겨 그들을 구하기 위해 분발한다면 크나큰 사랑의 사업을 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완전히 잊혀서 아무도 기도해 주지 않는 영혼을 위하여 또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천국에 들어갈 영혼을 위하여, 그 밖에 모든 영혼을 위하여 기도해야 한다.
양심
현세에 살아 있는 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바람에 연옥에 영혼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들을 구해 주는 일은 우리의 양심이 걸린 일이다. 상속인이 망자의 재산만 물려받고 그 유언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몹쓸 짓이 아닌가?
우박 피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일어난 일이다. 다른 땅은 조금도 해를 입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어떤 사람의 땅만 우박으로 심한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가 하고 이상히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연옥 영혼이 어떤 사람에게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은혜를 모르는 자식들이 '자선 사업을 위하여 쓰라.' 하고 죽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벌을 받은 것이다."
-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8장. 연옥 영혼을 위로하는 이유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