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안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이번 여행에서 아름다운 경치도 많이 보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지만
그보다 더 오랫동안 기억속에 남아있을 7시간을 요약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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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런드 헤어를 휘날리던 미남자는
내게 도움의 손길만 주고 눈길은 주지 않았다.
쩝..
그래..세상 사람들 눈이 다 똑같으면 내가 너무 귀찮아지겠지~ 란 생각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며~~
난 일부러 그와 반대편쪽으로 걸어갔다..
처음에 내가 들어간 컴파트먼트엔
왠 할아버지 혼자서 신발을 벗고 편한 자세로 앉아계셨는데
어찌나 발냄새가 지독하던지
앉는 순간부터 다시 나가야 하나를 고민했다.
곧 한 중년의 아저씨가 들어 오셨는데
플랫폼에서 본적이 있는 아저씨였다.
그 아저씨는 나의 맞은편에 앉으셨고
곧 그 할아버지와 대화를 시작하셨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아저씨가 언짢은 표정으로 일어나시더니
내 가방까지 챙겨서 옆의 컴파트먼트로 가자고 하신다..
아니~~아저씨 그건 내 가방...
뭔일인지도 모르고 난 무작정 따라갔다..
그곳엔 아저씨 나이의 다른 아저씨가 계셨는데
무뚝뚝해 보이는 표정이 나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혼자 여행하기 시작한 곳이
하필 자그레브라니..
차라리 독일이면 아님 프랑스라면 더 편했을텐데..
한순간 후회했다..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두 아저씨 모두가 도둑처럼 생각되었고
사실 대화도 통하지 않는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있기도 뭐해서
난 옆으로 보고 앉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미 새벽 두시가 가까운 시각이라
컴파트먼트의 불은 꺼져있었고
난 복도에 켜진 희미한 불에 의지해서
한자 한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절대 잠자면 안된다는 주문을 걸고 또 걸기를 반복..
그렇게 시간이 느릿느릿 가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무뚝뚝해 보였던 아저씨가
일어서서 자기 가방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무슨 무기를 꺼내는것일까?
땀 삐질삐질..
긴장감 100%로 온몸이 굳어있는것만 같았다.
모른척하고 일기를 쓰는척 하는데
그 아저씨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돌아봤더니.
글쎄~
내게 샌드위치를 반쪽 잘라서 주셨다..
야식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준비했었는데
내가 자고 있지 않으니
반을 떼어주신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난 의심부터 하고 경계하고 있었다니..
만일 내가 독일의 기차를 탔어도 그랬을까?
편견이 이래서 무서운건가보다..
괜찮다고 사양했더니 말은 통하지 않고..
샌드위치를 들고 있던 한쪽 손을 내게 들이내미셨다..
고맙게 받아서 맛있게 먹어줬더니
한번 씩~하고 웃어주셨다..
순간 한숨이 나왔다..
긴장감이 안도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어깨에 어찌나 힘을 주고 있었던지
아프기 시작하고...
하지만 여전히 잠은 못이뤘다..
새벽 4시쯤 되니
슬로베니아를 달리고 있었고
또 건장한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 셋에 여자 나 딸랑 혼자..
다시 긴장 모드..
슬로베니아에서 탄 아저씨는
보스니아 사람이었다.
내전이 있었던 보스니아..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내가 지금 어디있는거지?
내가 크로아티아로 가는거야?
미쳤구나..싶은 생각뿐이었다.
여권 검사와 차표 검사를 수도 없이 하고
분명 금연석임에도 불구하고
벅벅 피워대는 담배연기에
지칠대로 지쳐서
난 창가자리로 옮겨 앉아서
폰카로 창밖 사진도 찍고 일기도 썼다(몇일간 밀린 일기 이 날 다 썼다..)
이른 아침시간이어서인지
물안개가 걸쳐진 슬로베니아의 자연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만큼 신비로움이 가득찬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다음 목적지가 슬로베니아임이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한참을 그러고 앉아있는데 그 보스니아 아저씨
갑자기 나가셨다가 들어오시더니
내 앞에 콜라를 내미신다..
말이 통하지 않아서 내 노트에 그림 그리고
알파벳 써가면서 겨우겨우 의사소통 하고..
몇 시간전의 긴장감과 두려움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난 이미 그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내가 자그레브에 있다가
두브로브닉과 스플릿으로 가겠다니
자그레브에서 어떻게 가는게 좋은지
자기들끼리 토론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참 따뜻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했다.
자그레브에 도착해서도
처음에 날 다른 컴파트먼트로 인도했던 아저씨는 내 트렁크를 들고
두브로브닉으로 가는 버스정류장까지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도 못미더우셨는지 가방 맡기는 곳의
아저씨에게 데리고 가더니
'얘 한국에서 왔는데 두브로브닉 갈거니까
잘 좀 챙겨줘' 하고 부탁까지 하셨다.
너무 고마워서 버스정류장에 있는 까페에 가서
맥주를 사드렸다. 사실 그 아저씨는 자그레브가
목적지가 아니었고 리예카라는 곳으로 가셔야 했는데
나때문에 버스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었다.
내게 주소를 적어주시며
한국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하셨는데..
사실 한국 돌아와서 2일만에 아저씨에게 엽서를 받았지만
난 아직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뮌헨 호텔에서 짐정리 하다가 빠뜨린 것이다..
엽서에 아저씨가 주소를 적어보내지 않아서
지금 무지 안타까울 뿐이다..
너무 고마우셨는데...
따뜻한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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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네요..
야간 기차안에서 있었던 일들이라~~
담번엔 자그레브에서의 하루를 전해드릴께요...
첫댓글 어째서... 왜..... 사진이 없는겨.. 글구.. 왜이리 늦게 올린겨..... 스프땜에 크로아티아 여행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이당
잉, 왜 주소를 잃어버린거야? 근데 아마도 난 아저씨가 떼어준 샌드위치에 뭔 약이 들은 거 아닐까 하는 의심에 안 먹었을거야 ㅠㅠ
와..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셨군요.^-^ 근데 언니 여행기 넘 간만이에요.. ㅋㅋ
사츠키짱 언니..담부턴 사진의 압박이 아주 강할터이니 이번은 참아주시길~~~핍언니..내가 뮌헨에서 좀 정신이 없어서 주소적어둔 종이를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휴지통에 던져넣었나봐요..나무야~이번 여행은 복받은 여행이었어..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거든...너두 얼른 여행가서 좋은 경험했음 좋겠다~
그쪽사람들 디따 착하다니까요... 저도 크로아티아 가는 기차에서 엄청 감동받은적 있는데...
피비님 성격하구 제 성격하구 비슷하네요...ㅋㅋㅋ...아마 저도 음식을 권했더라면 계속 사양을 했을거예요...다수가 선한 사람들인것은 알지만 소수의 나쁜 X들 때문에 사람을 경계하는 나쁜습성 가지게 되는거 이방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아닌가???^^
사진이 없네?보고 시픈데 사진~~~핍언니랑 미쳐랑 나랑은 비슷한가봐..아마 그거 받아먹으면서 아껴먹는듯하며 조금먹는척했을거여...우린 의심쟁이들~~
으흐~ 발칸 유럽 ,,, 어떨지 궁금해요~ 사진도 얼른 보여주세요!^ㅇ^
으, 읽으면서 그 샌드위치에 독약이 들어있을 까바 긴장~ 근데 그 아자씨가 왜 옆칸으로 옮기자고 한거야? 궁금궁금~
크로아티아도 자그레브에선 따뜻한 그들의 친절을 느낄 수 있었지만 두브에선 좀 아니었어요..사람들 돈맛을 알아서~~~ 미쳐 오빠...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고~~~ㅋㅋ 클스티 언니..사진 담번에 올릴께..사실 이 에피소드와 자그레브편을 하나로 묶어쓸까도 생각했지만 내겐 이 7시간이 큰 사건이었기 때문에 따로 뺀거야..
냉면이 좋아~~ 사진 담번에 올릴께..대신 이때부턴 혼자 다니던 때라서 거의 다 경치 사진이야..소년님, 샌드위치에 독약이라니...미쳐 오빠와 같은 정신 세계를 가진듯!! 나도 그 아저씨가 왜 내 트렁크까지 가지고 옆칸으로 옮기자고 했는지 모르겠어요..분명한건 나도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으로 따라 갔다는건데 그건
그 할아버지의 발냄새가 너무도 지독하여 10분만 더 있었으면 작년 이태리 야간기차에서 암내때문에 질식사 할뻔 했던 그 날처럼 정신이 혼미한채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기 때문인거 같아요..글고 그 할아버지 인상이 꼭 뭐 잘못 씹어먹은 듯한 표정이어서 나도 좀 불쾌했구요.. 뭐~그게 중요한가요??
음, 독약은... 원래 미녀들은 남들이 시기해서 먹을 거에 뭘 넣잖아. 백설공주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등. ㅎㅎ 스프도 걱정이 되어 그랬쥐~~
ㅋㅋ..그분은 50대 후반정도의 남자분이라서 내 미모를 시기할리 없었을듯..오히려 나대신 독이 든 샌드위치 드셨을텐데..(죄송합니당...^^)
ㅎㅎ....다들 샌드위치 이야기에 푹~빠지신듯...아마 저라도 혼자서 하는 여행은 많이 떨렸을꺼 같애요..그래도 좋은 사람들 만났으니 언니는 행복하셨겠어요 ^^
ㅋㅋㅋ 리플들땜에 미티겠다. 핍언니 넘웃겨~~ 근데 스프는 가는데 마다 좋은 사람들 너무 많이 만났네~~ 나도 파리에서 친절한 남자를 만났는데 내가 여자혼자다보니깐 다 도둑에 치한같고 몸을 사리게 되드라...ㅠㅠ;
눈송이 안녕~~정말 오랜만이당...그 샌드위치 딱딱한 바게트 빵 사이에 짭조름한 치즈 조금과 양상치밖에 없는 아주 단촐하고 소박한 샌드위치였는데 먹으면서 목이 메이더라...마린 언니...나도 괜히 첨부터 쫄아서 사람들에게 벽을 쌓았는데 크로나 슬로 사람들 아주 친절하고 좋았어요..다 편견때무이었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