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를 대신해 한국에서 마케팅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와인 대중화를 겪는 감회는 조금 남다르다.
어디든 식탁 위에 와인병과 잔이 놓여 있는 풍경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져 반갑기도 하지만 아직도 덜 성숙된 와인 문화를 접하는 경우가 있어 아쉬운 점도 있다.
프랑스나 선진 국가들에서 와인은 일상이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고급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초보자들이 와인을 접할 때 가장 망설이게 되는 것이 바로 “와인은 비싸다” “와인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양식과 마셔야 한다”는 등의 오해다.
특히 프랑스 와인의 경우 신대륙 와인과 종종 비교되며 마치 ‘사치와 고급의 대명사’인 듯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잘 알려진 고급 브랜드의 와인 말고도 품질대비 저렴한 가격은 물론 한국 음식과도 잘 맞는 와인들이 많다.
얼마 전 프랑스 보르도와인협회 주최로 ‘부담 없이 즐기는 보르도 와인 100종 시음회’를 개최한 바 있다. 2007년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등 국내 최고를 자부하는 와인 전문가들이 모여 1만∼4만원 사이의 시판 중인 보르도 와인 가운데 100가지를 선정해 한 자리에 모아 전시·시음하는 자리였다.
선정위원들조차도 “정말 이 가격이 맞느냐”고 몇 번씩이나 물어볼 정도로 믿을 수 없는 가격의 맛 있는 보르도 와인들이 이미 국내 시장에 대량 유통 중이다. 특히 불고기, 김치 등 대표적인 한식 메뉴뿐 아니라 라면, 떡볶이, 순대 등 분식(간식)류와 함께 즐겨도 손색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올해 행사에는 아주 뜻 깊은 와인이 초대됐다. 시음회 출품 와인 중 유일한 로제와인인 ‘로제 드 무통 카데 2006’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산뜻함과 레드의 중후함을 동시에 지닌 로제와인은 신비로운 빛깔과 맛으로 해외에서 많이 마시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특별한 아이템으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다. 와인 자체가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질 때면 로제와인의 청량한 느낌이 더욱 빛을 발휘한다.
‘로제 드 무통 카데 2006’은 이번 보르도 와인 시음회에서 VIP들을 위한 환영주로 제공돼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먼 길을 달려온 손님들에게 피로와 갈증을 일시에 잊게 만들어주는 마력이라도 가진 듯 몇 몇 손님은 여러 잔을 연거푸 마시기도 했다.
와인 좀 마셔봤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로제와인은 떡볶이와 잘 어울리는 음료다. 떡볶이의 쫄깃하고 매콤한 맛을 로제와인의 상큼하고 청량한 느낌이 받쳐주기 때문이란다. 비싸지 않으면서 맛도 좋은 보르도산 로제와인이 있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