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름은 악명이 높다. 고온인데다 습기가 많고, 일정기간 집중강우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널뛰는 오락가락하는 일교차와 습식 사우나를 연상시키는 공기, 하늘에 구멍이 뚫린 양 물불 가리지 않고 장시간 퍼부어대는 비는 여름철의 엄연한 불청객이다.
말 그대로 비가 많은 시기를 뜻하는 장마철이 돌아오면 옷 입는 것 자체가 곤혹스럽다. 다습한 공기 덕분에 빳빳하게 다림질한 셔츠의 카라는 축 쳐지기 일쑤고, 호우로 젖은 바지 밑단은 눅눅해 불쾌하기까지 하다. 피할 수 없는 장마철, 출근길을 나서는 비즈니스맨들이 비를 즐길 수 있을만한 패션 노하우는 없을까?
▲ 장마철에는 컬러 선택만 잘해도 상쾌한 기분전환이 가능하다. ⓒ 마피아피플
◇ Color
먹구름이 해를 뒤덮어 하늘은 온통 잿빛인 하루. 출근 전 챙겨 들은 기상예보에서는 분명 맑은 하루를 장담했건만, 어여쁜 캐스터의 예보가 무색하게끔 장대비가 그치지 않는다. 기분도 우울한데 우중충한 날씨와 비슷한 다크컬러만 골라 입는다면, 본인은 물론 보는 이들의 기분도 유쾌하지 않다. 장마철에는 컬러 선택만 잘해도 상쾌한 기분전환이 가능하다.
블랙, 그레이 등 모노톤 수트를 입었다면 셔츠와 타이는 평소보다 밝고 강렬한 것이 좋다. 셔츠와 타이의 컬러 매치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절대로 보석이 박힌 형형색색의 타이나 키티를 연상케 하는 핑크컬러 셔츠가 대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블루 혹은 화이트 컬러에 도트무늬 타이가 매치되면 시원시원한 인상을 연출할 수 있다. 붉은 색 타이에는 파스텔 계열의 셔츠를 매치해 다소 어두운 모노톤 컬러의 수트에 밝고 강한 힘을 불어 넣어주는 코디법이 좋다. 상의와 하의 컬러를 맞추지 않은 콤비나 블레이져 차림에서는, 상의는 밝고 하의는 어둡게 연출하는 것이 장마철 패션스타일링에 적합하다.
▲ 린넨, 실크는 통기성과 경량성으로 여름철 가장 선호하는 소재이지만, 물에 젖으면 무겁고 잘 마르지 않으므로 장마철에는 적합하지 않다. ⓒ 마피아피플
◇ 소재와 핏
물에 빠진 생쥐마냥 우스꽝스런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면 소재와 핏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마, 린넨, 실크는 통기성과 경량성으로 여름철 가장 선호하는 소재이지만, 물에 젖으면 무겁고 잘 마르지 않으므로 장마철에는 적합하지 않다. 빠른 시간 내에 잘 마르는 폴리에스테르나 나일론 소재의 얇은 트렌치코트와 사파리는 외출시 살짝 걸치면 여름감기를 예방할 수 있다. 쿨 소재의 가디건 등 물에 강한 소재를 스타일링에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비 오는 날, 넓은 와이드 팬츠나 부츠컷 팬츠 등 아래쪽으로 갈수록 핏이 넓은 바지를 입는다면 바지 밑단은 금방 젖는다. 핏이 넓기 때문에 흙탕물에 워싱하는 격이 되고 만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짧고 슬림하게 입는 것이 좋다.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을 때 밑단을 발목까지 접어 올려 입으면 경쾌해 보이고, 바지 세탁비도 아낄 수 있다.
▲ 스니커즈를 신으면 신발과 발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 ⓒ 마피아피플
◇ 액세서리
연중 내내 흐리고 비 오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는 영국에서는, 일찌감치 남자들의 패션에 기후적인 요소를 고려한 아이템이 많이 등장했다. 영국 신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트렌치 코트와 중절모, 지팡이처럼 긴 검은색 우산이 그것. 런드너(Londoner)들은 날씨가 항상 흐리기 때문에 언제 올지 모르는 갑작스런 비에 대비해 중절모를 쓰고, 가랑비 정도는 가볍게 털어낼 수 있는 트렌치 코트를 입는다.
하지만 이들이 액세서리적인 센스를 더한답시고 화려한 무늬의 3단 접이 우산을 들고 다닌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장마철 우산은 단순히 비를 피할 수 있는 소지품 정도가 아니라, 패션에 훌륭한 소품이 될 수 있다. 중후한 멋의 검은색 장우산은 남자의 수트에 도시적인 쉬크한 매력을 더해준다
장마철에 값비싼 구두를 신고 나가는 것은 신발의 수명을 재촉하는 길이다. 물에 강한 가죽 소재나 애나멜 소재의 구두, 포멀한 느낌을 낼 수 있는 스니커즈를 신으면 신발과 발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다. 단 신발 바닥이 너무 미끄러운 소재로 되어 있다면 멋을 떠나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 있으므로,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선택해야 한다.
▲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 곰팡이 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으므로 집에 돌아오면 수트는 반드시 펴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려야 한다. ⓒ 마피아피플
◇ 세탁과 보관요령 팁
▲ 류재도 패션칼럼니스트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 곰팡이 균이 쉽게 번식할 수 있으므로 집에 돌아오면 수트는 반드시 펴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려야 한다. 또 색이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유색과 무색을 구분해 보관한다.
세탁 후 비닐을 벗기지 않고서 그대로 걸어두면 통풍이 안 된다. 옷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세탁시 처리한 화학요소가 남아있어 건강에도 해로우므로 반드시 비닐을 벗겨 온도가 낮은 곳에 보관한다.
장마철 비에 젖은 구두는 헝겊으로 꼼꼼히 닦아줘야 한다. 햇볕이 아닌 그늘에서 말린 후 신문지를 구두 안에 넣어두면 습기도 피하고, 본래의 구두형태를 변형 없이 유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