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아날로그 방송중단…공시청 설비 복구 안하면 TV방송 못봐
전국 아파트 52% 가량이 공시청 훼손…입주민·관리주체 관심 기울여야
아 날로그 TV방송 종료가 2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파트에서도 디지털방송 전환 준비를 위해 공시청 설비 복구를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는 2012년 12월 31일 오전 4시 이후로는 지상파 방송사에서 더 이상 아날로그 TV방송을 송출하지 않고 디지털 TV방송만 송출하므로 별도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TV를 시청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 전환사업을 전담하는 기구인 DTV KOREA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657개 단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1.6%인 339개 단지에서 공시청 설비 훼손 및 노후로 인해 디지털 방송 수신이 불가능하고, 직접수신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필요장치 및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아파트의 디지털방송 전환 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만약 공시청이 훼손됐거나 노후 아파트에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될 때까지 공시청 설비 복구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유료방송을 수신하는 세대를 제외한 세대의 경우 TV방송 자체를 시청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시청 설비 복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공시청 설비에 대한 홍보부족과 비용문제 등으로 인해 공시청 설비 복구의 진행률은 현재까지도 미비한 상태다.
이에 따라 아파트의 공시청 설비 실태를 파악하고, 공시청 설비 복구 방법과 주의사항 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아파트 지상파 방송 수신환경 열악
디지털 TV방송은 아날로그 TV방송이 이용했던 연속적인 전자신호를 부호화하므로 중요하지 않은 신호의 정보나 잡음 등을 제거한 후 압축, 전파를 송·수신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선명한 고화질 프로그램, 추가적인 채널 시청 등을 할 수 있으며 데이터방송, 전자프로그램가이드와 같은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 제공 등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러한 디지털 방송을 송출하더라도 디지털 방송 수신환경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으면 시청할 수 없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건축법령에 의해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공동시청 설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돼 있다. 이 설비는 단순히 지상파 TV 방송의 시청뿐만 아니라 국가의 재난, 재해 관련 긴급한 속보방송 등에 이용되는 사회 안전망 성격도 갖는 건축설비다.
하지만 입주민·관리주체의 무관심과 유료방송사의 횡포 등으로 상당수 아파트의 공시청 설비가 현재 훼손됐거나 노후해 지상파 디지털 방송 직접수신을 위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DTV KOREA 관계자는 “신규 아파트는 공시청 설비 가이드라인에 따라 건설돼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기존 아파트들은 공시청 설비 복구가 매우 시급한 실정”이라며 “아파트 내 지상파 방송의 수신환경이 열악한 이유는 공시청 설비의 노후·훼손·관리 부주의, 유선방송사와의 단체계약 등 여러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DTV KOREA가 지난해에 전국 아파트 657개 단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1.6%인 339개 단지에서 공시청 설비에 문제가 있어 당장 지상파 디지털방송 시청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5.9%는 공시청 설비가 노후 방치돼 있는 상태이고, 25.7%는 공시청 설비가 아예 연결이 안 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건축연도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공시청 설비를 통한 지상파방송 수신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DTV KOREA 관계자는 “올해도 공시청 설비 복원공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오는 2013년 디지털 지상파 방송 전면실시까지 공시청 설비 복원공사를 시행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이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인식부족·비용부담이 걸림돌
이처럼 공시청 설비 복원 미공사시 오는 2013년부터 TV시청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임에도 상당수 아파트에서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공사에 대한 계획이 아직 없거나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복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 안산시 A아파트 관리소장은 “공시청 설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수공사를 시행하려 했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입주한 지 15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이기 때문에 선로부터 새로 설치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영구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LH공사와 SH공사가 예산을 절반씩 지원해 공시청 설비 복구사업을 진행중이나 분양아파트의 경우 재정적인 문제 등으로 지원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추후 공시청 설비 복원을 추진하려는 아파트에 대해서는 복구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확한 지원시기를 비롯해 지원규모, 방법 등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008년 공시청 설비 관련 공사를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주택법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한 바 있다. 그러나 상당수 아파트에서는 이러한 사실조차도 모르는 상황이다.
⊙ 유선방송 수신료 인상에 무방비
일부 유선방송사들의 횡포와 허위·과장광고가 공시청 설비 복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시청 공사 전문업체인 B사의 관계자는 “만일 공시청 설비를 복구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이 유료방송으로 지상파 방송을 수신해야 한다.”며 “공시청 설비 미복구 상황에서 유료방송사들이 수신료를 인상할 경우 입주민들은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되고, 그 피해를 막고자 유선방송을 해지한다면 방송 시청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도 “현재는 아파트의 유선방송계약이 대부분 단체계약이기 때문에 비용은 크지 않다.”며 “하지만 방송법 개정으로 유선방송사들이 대형 업체들로 재편되면 유선방송 수신료의 인상은 불보듯 뻔하다.”고 예측했다.
이어 관계자는 “아날로그 방송 종료는 지상파 방송에만 해당되는 것인데 일부 유선방송사에서 무료체험 권유 후 계약 불이행, 정부시책 등을 언급하며 의무적 전환 요구, 디지털 미전환시 일방적 요금 인상 또는 단선 통보 등 피해를 보는 민원이 최근 상당수 접수됐다.”며 “관리주체는 이러한 점을 인지해 입주민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홍보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일부 유선방송사들의 이러한 횡포에 대한 법적 처벌 근거나 제재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대표회의·관리주체 적극적 노력 필요
공시청 설비를 보수해 디지털방송 수신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위해서는 아파트 대표회의와 관리주체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디지털 방식으로 공시청 설비를 개선하면 어떠한 장점이 있는지를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시청 설비를 복구하게 되면 각 세대에서 별도의 기기를 구입할 필요 없이 선명한 지상파 디지털 방송 시청이 가능해지고, 아날로그 TV수상기를 보유하고 있는 세대도 별도의 기기 없이 벽면 단자에 연결하면 아날로그 TV방송 화질보다 2배 이상 선명한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아울러 자체 방송이나 CCTV 채널을 원하는 수량만큼 구성할 수 있고, 특히 유료방송을 원하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의 TV 시청권을 모두 보장할 수 있게 된다.
서울 성북구 C아파트 관리소장은 “CCTV 채널을 이용할 수 있고 아파트 자체 방송도 가능해 현재 디지털 방식의 공시청 설비 보수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며 “디지털 방송 시청이 가능한 것 외에도 저렴한 비용으로 입주민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주민들에게 적극 홍보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TV KOREA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시청 설비 복구에 대한 홍보를 시작해 지금까지 1만여 단지에 관련홍보물을 배포했다.”며 “현재는 주택관리사협회와 함께 수도권 아파트 관리소장을 대상으로 홍보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내년부터는 교육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 공시청 공사 이렇게…
장기수선계획 의한 장충금 이용 가능
아파트 공시청 설비 공사 방법과 비용은 공시청 선로상태, 도달하는 디지털TV 신호의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공동주택의 내부 배선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에는 디지털신호를 처리하는 헤드엔드 시스템만 교체하면 된다.
이 경우 수신되는 디지털 방송신호의 품질에 따라 3백~9백만원의 헤드엔드 교체비용이 발생한다. 이 비용에 일부 증폭기 교체, 신호 세팅 등으로 약간의 공사비가 추가될 수 있다.
내부 선로가 너무 노후돼 사용될 수 없는 경우에는 헤드엔드 시스템 교체뿐만 아니라 선로를 신규로 포설해야 하는데 공사비용은 세대수와 공사의 난이도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복수의 공시청 설치 업체를 통해 견적을 받아 검토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공시청 설비 개선 방법은 크게 아날로그 TV수상기용 시스템 개선과 디지털 TV수상기용 시스템 구축으로 나눠진다. 아날로그 TV수상기용 시스템 개선 방법은 디지털 TV신호를 아날로그 TV신호로 변환해 세대 내로 전송하는 것으로 별도의 기기 구입이나 설치 없이 TV를 시청할 수 있다.
아울러 디지털 TV신호 품질이 양호한 경우에는 별도의 추가 기기 설치 없이 디지털 TV신호를 각 세대에 전달이 가능하다. 다만, 디지털 TV신호 품질이 좋지 않고, 세대 규모가 큰 경우에는 수신된 신호를 방송사에서 송출하는 깨끗한 신호로 복원해 세대 내로 전송해주는 시스템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특히 공시청 설비 개선은 주택법 시행규칙에 의해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으므로 장충금을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다. 만약 장기수선계획에 공시청 공사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면 입주민 동의를 거쳐 공사에 착수해야 한다. 입주민 동의를 얻으면 공시청 설비 관리업체 또는 시공업자 등에게 필요한 채널, 시공계획, 견적서 등에 대한 검토를 의뢰하고, 필요시 DTV KOREA나 KBS에 연락해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마친 후 입주자대표회의 회의를 개최해 사양서와 견적서를 검토해 시공업체를 선정한 뒤 발주하면 된다.
DTV KOREA 관계자는 “공시청 설비 보수공사업체 선정시 무조건적 저가응찰업체를 낙찰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시청 설비는 한 번 설치하면 10년 이상 사용하게 되므로 반드시 품질이 검증된 장비를 설치해야 하고, 공시청 장비의 품질은 DTV KOREA 홈페이지(www.dtvkore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