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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을 짊어진 삶 (중편 소설)
백화 문상희
6부 (마지막 회)
歸天 (귀천)
시계방 김사장의 장례는 성당 신부의 주관으로
엄숙하게 치러졌다.
"평생을 검소하게 살면서 모아둔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기부하신 고인은 분명 천국으로 가셨을 겁니다.
천국에서라도 행복하시도록 다 함께 기도합시다."
신부의 엄숙한 추인말로 장례식은 끝났다.
성재는 졸지에 시계방 운영을 물려받았고
김사장의 소지품을 무덤 근처에서 조용하게
태워드렸다.
길수는 장례식을 치른 후에도 성당에 갈 때마다
시계방 사장님 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렸고
아들 길수가 무탈하게 자라도록 함께 기도를 올렸다.
성재는 날 때부터 꼼꼼한 성격에 남달리 손재주가
좋았다.
고장 난 손목시계도 벽시계도 성재의 손을 거치면
새것처럼 고쳐졌다.
성재의 솜씨는 입소문을 타고 나갔고 그 덕에
손님이 늘어 넉넉한 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일거리가 늘어나 바빠진 성재는 가끔씩 복부에
통증이 왔으나 그냥 참고 지냈다.
그러나 그것은 성재 스스로가 병을 점점 키운
결과가 된 것이다.
길수 역시 커가면서 골반뼈와 발목 골절로
인해 양쪽 다리의 길이가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길수는 양쪽 다리의 편차 때문에 아버지처럼
절뚝거려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남들 눈을 의식해서 온 가족이 함께
외출하는 일도 점차 줄어들었다.
길수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는 양쪽 다리의 편차가
점점 커져서 그때부터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다.
"길수야!
내년에는 국민학교 입학을 해야 한단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엄마가 공부를 가르쳐줄게!"
"싫어요 엄마,
나는 학교 가기 싫어요!
애들이 날 보고 절뚝바리라고 놀려서 안 갈레요!"
"길수야!
그래도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해야지 숫자도 배우고
글씨도 알아볼 수가 있단다."
"그래도 싫어요 엄마!
애들에게 놀림감이 되는 게 싫어서 안 갈 거예요!"
이듬해 그다음 해 길수는 아홉 살이되어도
학교 가기를 거부했다.
길수는 커가면서 바깥에 나가서 놀지도 않았고
점점 더 내성적인 성격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다닌 이력을 가진 민지는 결국 집에서
길수를 가르쳤다.
민지는 서점에서 교과서, 동아전과와 수련장을 구입해서
길수를 가르쳤다.
길수도 아버지 성재를 닮아 머리가 좋은지 민지의
지도를 쉽게 이해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러나 길수는 작은 일에도 짜증을 내고 쉽게
화를 내는 폐쇄적인 성격으로 바뀌어 갔다.
성재는 아들 길수가 성격이 점점 삐뚤어져
바로잡으려 했으나 여의치 않아 일이 끝나면
술로 마음을 달랬다.
길수가 열 살 생일이 되던 전날 아무런 소식도 없이
밀양 가곡리에서 성재의 장모님이 시계방으로 들어오셨다.
"아이고 장모님 어서 오세요!
오신다는 소식도 없이 어쩐 일로 오셨데요?"
"그래,
길수아범 잘 있었는가!"
민지가 가끔 편지를 보내서 소식은 들었다네!
오늘이 길수 생일이라서 얼마나 컸나 궁금해서
이차저차 들렸다네!"
"예~, 그러셨군요 장모님!
얼른 2층으로 올라가시지요!"
성재는 절뚝거리며 장모님을 2층으로 모시고
올라갔다.
민지는 앞치마를 두른 채 뛰어나왔다.
"아이고 엄마!
오신다는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세요!"
"그래, 민지야!
어떻게 사는지 궁금도 하고 길수 생일도 됐잖니?
그래서 케이크도 사가지고 왔단다."
"네~, 고마워요 엄마!
"길수는 어디 가고 안 보이는 게냐?"
"예~, 재는 맨날 방에만 처박혀 있답니다.
야, 길수야~!
네 생일이라고 밀양에서 할머니 오셨다.
빨리 나와서 인사드려라!"
그때서야 문이 열리고 길수가 앉은 채로 몸을 밀면서
거실로 나왔다.
길수는 방에서는 목발을 쓰지 않고 앉은 채 팔로
몸을 밀고 다니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오셨어요?"
"그래 길수야!
길수 너 열 번째 생일이라고 케이크 사가지고 왔단다.
할아버지가 특별 용돈도 주셨단다.
여기 봉투에 있으니 사고 싶은 것 사도록 해라!"
"예~, 할머니 고맙습니다."
"민지야~,
마서방도 잠깐 올라와서 케이크 좀 먹고 내려가라고
해라!"
"예, 알았어요 엄마!"
민지는 시계방으로 연결된 초인종을 눌렀다.
"아~, 그것이 초인종이라는 것이냐?"
"예, 엄마!
점심 먹을 때나 급할 때 누르면 올라온답니다."
"그래, 그것 참 편리하겠구나! 하하하"
이어서 성재가 잠시 시계방 문을 닫고 올라왔다.
"하던 일 마치고 문 닫고 오느라 늦었습니다."
"그래, 시계방 일은 잘 되는가?"
"예, 장모님!
신품 판매도 하고 고장 난 시계 수리도 하다 보니
바쁘답니다."
"그래, 잘 된다니까 좋네그려!"
네 사람은 상에 둘러앉아 민지와 성재는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고 길수와 할머니는 박수를 쳤다.
길수는 케이크를 먹자마자 또다시 방으로
기어들어갔다.
성재도 하던 일 마무리 하고 오겠다며 다시
시계방으로 내려갔다.
민지 엄마는 방문이 닫히는걸 확인하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이고, 길수가 아직도 걷지를 못하는 거냐?"
"예, 엄마!
크면서 다친 쪽 다리가 성장이 느려 짝다리가
되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학교 가는 것도 싫다고 해서
집에서 제가 공부를 가르치고 있어요!"
"에구, 하늘도 무심하시지 쯔쯔쯔,
애비도 다리를 져는데 길수까지 저래서 어떡하니
글쎄!"
민지 엄마는 속이 상해서 한숨을 내쉬며 탄식을 했다.
"너 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해야겠다.
이 사실을 알면 나만 들들 볶을 테니 말이다."
"예~, 엄마!
그게 좋겠어요 아버지에게 말하지 마세요!"
"그래, 그나저나 둘째 소식은 아직도 없는 게냐?"
"예, 의사 선생님 말로는 너무 이른 초산에다
출산 때 고생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어요!
"아이고, 이것아!
너들이 철없이 일을 저지르는 바람에 그렇게 됐잖아!
그나저나 민우는 밀양 읍사무소에 취직을 하고
중매가 들어와서 가을에 결혼식을 하기로 했다.
날짜가 잡히면 편지로 알려줄 테니 오도록 해라!"
"예, 알았어요 엄마!
오늘은 길수 생일이라서 미역국을 끓였으니
조금 있다가 저녁상 차릴 테니 드시고 주무세요!"
"아참, 저기 내 가방에 쇠고기 사 온 게 있으니
구워서 같이 먹도록 하자!"
"예, 알았어요 엄마!"
썰렁했던 성재의 집안에 민지 엄마가 계신 날
하루라도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꽃이 피었다.
이튿날 아침을 먹고 민지 엄마는 밀양으로 갈
준비를 했다.
"길수야!
몸이 불편하지만 바깥바람도 쐬고 엄마 말
잘 듣고 지내도록 하거라!"
"예, 할머니 알겠습니다."
길수는 앉은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자네 마서방도 너무 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쉬는 날 식구들 데리고 나들이 가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렇게 살도록 하게나!"
"예, 알겠습니다 장모님!"
"그리고 민지야!
민우 결혼식 날짜 잡히면 편지할 테니 그날은
밀양으로 오도록 해라!"
"예, 알았어요 엄마!
조심해서 가세요~!"
민지는 터미널까지 엄마를 모셔다 드렸다.
엄마가 떠나고 보름쯤 지나서 일이었다.
민지는 아침상을 차려놓고 초인종을 여러 번
눌렀으나 소식이 없었다.
민지는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시계방 미닫이문이 넘어져있었고 그 아래에서
성재가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니, 길수 아버지 무슨 일이야?"
왜 어디가 아픈 거야?"
민지는 울부짖으며 미닫이문을 밀어내고 성재를
끌어안았다.
"여보, 길수 아버지 잠깐만 기다려봐요!"
민지는 성재를 시계방 벽에 비스듬히 기대게
해놓고 이층으로 올라가서 물병과 수건을
가지고 내려왔다.
"여보, 길수 아버지 물 좀 마시고 정신 좀 차려봐요!"
성재는 민지가 주는 물을 질질 흘려가며 먹고는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민지는 수건에 물을 묻혀서 성재의 얼굴과 머리를
닦아주었다.
"으응, 민지 엄마!
갑자기 배가 너무 아파서 쓰러진 것 같아!"
"안 되겠어 여보!
내가 부축할 테니 어떻게든 병원까지 가봅시다."
민지는 성재를 부축하고 마산병원으로 갔다.
병원 원장이 응급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이고 조민지 아주머니!
이번에는 또 무슨 일로 응급실까지 오셨습니까?"
"예~, 원장님!
우리 애 아버지가 무슨 일인지 몰라도 아침에
쓰러져서 왔답니다.
빨리 진료를 부탁드립니다."
"부군께서 평시에 어디 아픈 데가 있었나요?"
"예, 왼쪽 배가 가끔씩 아프다고 그랬답니다."
"아~, 가끔 복통이 있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원장님!"
"예~, 알겠습니다.
여하튼 대기실에 가셔서 기다리시면 진료가
끝난 뒤 부르겠습니다."
"예, 원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민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기실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조금 후 간호사가 원장실로 민지를 불렀다.
"우선 그쪽으로 앉으셔서 제말을 들어주세요!
여러 군데 진찰을 했는데 환자가 왼쪽 배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어요!
그래서 말인데 수술을 해봐야 결과를 알 수가
있을 것 같아요!
먼저 보호가가 수술동의서를 써야지 수술을
할 수가 있답니다."
"예~, 그렇다면 수술을 해봐야지요!
제가 동의서는 바로 쓰도록 하겠습니다."
민지는 입원보증금을 주고 동의서를 썼다.
수술은 의사 두 명이 집도하여 세시 간에 걸쳐서
진행되었다.
민지는 아침과 점심도 못 먹고 기다려야 했다.
민지는 다시 세 시간이 지나서 원장실로 불려 갔다.
원장은 수술 모자를 쓴 채 말을 했다.
"에~, 환자의 상태가 아주 심각해요!
환자가 예전에 다쳤을 때 장기가 상한 것 같아요!
이미 왼쪽 신장은 시커멓게 멍들어 전혀 제기능을
못해서 제거 수술을 했어요!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췌장에 커다란 혹이 있었어요!
췌장은 함부로 수술을 할 수가 없는 곳이지만
환자가 위급한 상태라서 혹 부분도 제거했어요!
암인지 아닌지는 병리학 전문병원에 보내서
조직검사를 해봐야 알 수가 있답니다.
환자의 수술부위가 아물 때까지 입원을 해서
상태를 지켜보도록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원장님!"
성재는 회복실 겸 입원실로 옮겨졌고 민지는
입원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려고 집으로 갔다.
민지는 성재를 병원에 입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우편함에서 엄마의 편지를 가지고 올라갔다.
민지는 문 앞에서 편지부터 읽어보았다.
"민지야!
민우 오빠 결혼식은 신부 측의 요구로 양력 10월 24일
11시에 밀양예식장에서 하기로 했단다.
그러니까 잊지 말고 그날 밀양으로 오도록 해라!"
민지는 이런저런 걱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차려놓은 밥상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길수는 엄마가 부르기 전에는 나오지 않는지라
아직도 방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야 이놈아, 길수야!
아침도 안 먹고 방에 틀어박혀 뭐 하는 거야?"
길수는 그때서야 방문을 빼꼼히 열고 말했다.
"나는 할머니가 준 돈으로 어제 사뒀던 빵 하고
우유를 먹어서 배가 안 고파요!"
"야, 이놈아!
너 아버지가 쓰러져서 병원에 있는데 넌 어째
천하태평이냐!
엄마는 이것저것 챙겨서 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가야 하니까 이따가 찬장에 반찬하고 국 떠서
저녁을 먹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알았어요 엄마!
그런데 아버지는 많이 아프세요?"
"그래, 수술까지 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엄마도 모른다.
그러니까 엄마가 없어도 밥 챙겨 먹어라 알겠느냐?"
"예, 알았어요 엄마!"
민지는 국에 밥을 말아서 후다닥 먹고 병원으로
돌아갔다.
성재는 회복실에서 소변주머니와 배에도 작은
물 주머니를 차고 입원실로 옮겨졌다.
잠시 후 원장이 회진을 들어와서 말했다.
"조직검사는 얼음에 채워서 큰 병원에 의뢰를 했으니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 회복에 집중할게요!
환자는 일주일 동안 링거에 의존하고 아무것도
먹으면 안 되니까 그렇게 아세요!"
"예, 알겠습니다 원장님 고맙습니다."
여섯 시가 되어 보호자 저녁식사가 나왔지만
민지는 걱정이 앞서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간호사는 소변주머니와 수술부위에서 나온 핏물을
수시로 교체했다.
성재는 깨어나서도 기운이 없어 가끔씩 눈만
껌뻑거렸다.
민지는 병원 밥을 먹으며 수시로 집으로 가서
길수가 먹을 수 있는 반찬과 밥을 해놓고 돌아왔다.
수술을 한지 오일째 되는 날 보호자를 원장실로 불렀다.
"보호자분!
예상대로 결과가 아주 안 좋아요!
환자가 최장암 말기로 판명이 나왔습니다.
안타깝지만 차분하게 임종을 준비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민지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민지는 어찌할 바를 몰라 대기실에서 한없이 울었다.
민지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퉁퉁 부은 눈으로
병실로 들어갔다.
성재는 깨어났으나 기운이 없어 말을 못 하고
민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민지는 성재의 얼굴에 손을 대고 문지르며 말했다.
"여보 사랑해요~"
그때 성재도 자신의 죽음을 예견했는지 민지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나아도 사란해 여어보!
길수를 자알 부우탁해"
민지는 설움이 복받쳐 성재의 가슴 위에 얼굴을
파묻고 통곡을 하였다.
민지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정신을 차리고
성재의 손을 잡은 채 서로의 눈빛을 맞췄다.
그러기를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성재의 눈에
초점이 사라지고 마주 잡은 손에 힘이 빠져나갔다.
성재는 만 27세 생일을 하루 앞둔 음력 팔월
스무닷새에 결국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오래도록 식어가는
성재의 손을 잡고 있었다.
회진을 돌다가 입원실로 들어온 원장도 한동안
말을 못 하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간호사가 하얀 침대보를 가져와서
성재의 시신을 덮어주었다.
민지는 이번에도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마성재의 이름으로 성당에 기부를 했고
남편의 장례식을 부탁했다.
신부는 민지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또한 마젤란이라는 세례명도 지어주었다.
"젊은 나이에 하늘의 부름으로 떠나는 마젤란
성도에게 부디 천국에서라도 못다 한 생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길수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방 안에 틀어박혀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으나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아버지의 장례식에는
가지 않았다.
민지 역시 성재의 소지품을 모아 무덤 근처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태워야 했다.
민지는 성재의 초상을 치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성재의 통장을 가지고 우체국으로 가서
돈을 찾아 남은 병원비를 지불했다.
그리고 근처 복덕방으로 가서 시계방 매매와
월세를 내놓았다.
그러나 시계방을 보러 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그것은 전 주인과 가게를 물려받은 마성재도
가게에서 졸지에 죽었다는 소문이 나서였다.
민지는 민우 오빠의 결혼식날이 되었어도
가지 않았다.
엄마 아버지에게 성재의 죽음을 도저히 알릴 수가
없었기에 갈 수가 없었다.
이듬해 봄이되어도 가게가 나가지를 않아
민지는 묘안을 짜냈다.
민지는 리어카를 돈을 주고 빌려서 벽시계를
장날 장터로 가져가서 아주 싼값에 모두 팔았다.
남은 손목시계는 철재가방에 넣어 유동인구가
많은 삼량진까지 가서 팔았다.
민지는 몇 달간 노력한 끝에 시계방 물건을
다 팔았다.
민지는 시계를 판 돈으로 꽃집을 열기로 했다.
유독 꽃을 좋아했던 민지는 꽃에 대한 책을 사서
화초를 키우는 방법과 꽃다발 만드는 방법도
꾸준히 연습을 했다.
또한 시장 꽃집에 수시로 들려서 판매 방법과
운영실태를 공부하고 드디어 꽃집을 열었다.
다행히 근처에는 꽃집이 없었고 주변에
중고등 학교와 성당이 있어서 장사가 잘되는
편이었다.
민지는 꽃집을 하면서도 길수 공부를 열심히
가르쳤다.
민지가 열심히 공부를 가르친 덕분에 머리가 좋은
길수는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러다 보니 벌써 길수의 열세 번째 생일이
다가왔다.
민지는 아침을 먹은 후 가게로 나가서 열심히
꽃을 다듬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아주머니와 아저씨 한분이
들어왔다.
민지는 하던 일에 열중하느라 말로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손님!
어떤 꽃이 마음에 드실지 골라보세요!"
아주머니는 두리번거리다가 민지에게 물었다.
"저~, 사장님!
여기가 예전에 시계방 하던 곳이 아닌가요?"
"예~, 그렇습니다 손님!
화초 때문에 보이지 않던 손님이 안으로 걸어왔다.
"아니, 너 민지아니냐?"
그제서야 바쁜 일을 끝내고 일어서던 민지는
화들짝 놀랐다.
"아이고 엄마가 오셨군요!"
꽃을 다듬느라 손님인 줄 알았네요 엄마!
"그래, 시계방은 어쩌고 웬 꽃집이냐?"
민지가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릴 때 바깥을 보고 있던
아버지가 안쪽으로 들어왔다.
"어흠 어흠,
길수 애비는 어디 가고 웬 꽃집을 하는 것이냐?"
"그래 이것아!
민우 결혼식에도 안 오고 도저히 궁금해서
너 아버지에게 가보자고 졸라서 왔단다.
"엄마 아버지 우선 여기로 않으세요!
우선 커피 한잔 드시면서 천천히 말씀을 드릴게요!"
민지는 의자를 내밀고 커피를 끓이기 위해
석유곤로에 불을 붙였다.
"민지야,
커피고 나발이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빨리
말 좀 해봐라!"
"예, 엄마 아버지!
진정하시고 제말을 차분하게 들어주세요!"
민지는 부모님을 다독거리며 아주 천천히
자초지종을 말했다.
"아이고 이것아 내가 못살아!
어떻게 일이 이지경이 되었어 그래!"
민지 엄마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아이고 이 철없는 놈들아!
내가 이런 일을 예견하고 오죽하면 멍석말이를
시켰겠느냐!
나는 그래도 너들이 자식이라고 땅 팔고 집 팔아서
할 만큼은 했다."
조성태는 화를 낼 수도 없고 어이가 없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이고 이 사람아!
눈물 그치고 얼른 일어나서 집으로 가자고,
속에 천불이 나서 더 듣지를 못하겠구먼!
"아이고 여보, 그래도 그렇지요!
다리도 성하지 않은 길수를 데리고 민지 혼자서
어떻게 살아가냐고요 글쎄!"
"아, 그러면 날 보고 어떡하라고!
지 팔자를 저들이 다 망가뜨렸는데 어떡하라고!
아이고 속 터져!"
민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엄마 아버지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엄마 아버지, 2층으로 올라가세요!
얼른 밥 해서 저녁상 차려드릴게요!"
"됐다,
밥은 무슨 얼어 죽을 밥이냐?"
민지 엄마도 어이가 없어서 역정을 냈다.
"아따, 그만하고 해지기 전에 얼른 집으로 가자고!"
조성태는 민지 엄마를 부축해서 반 강제적으로
데리고 밀양으로 떠나버렸다.
그 뒤로 조성태는 마산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길수가 열아홉 살이 되던 해 군입대 신체검사
통지서가 날아왔다.
그것은 민지가 읍사무소에 길수의 장애자 등록을
하지 않아서 날아온 것이었다.
민지는 길수를 억지로 읍사무소에 데리고 가서
길수의 몸 상태를 보여주고 징집 면제를 받아냈다.
그 일이 지난 어느 날 장애자 협회에서 왔다며
길수를 찾았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는 마산 장애자협회 취업담당 간부입니다.
읍사무소에서 마길수의 장애자 통보를 받아서
와 봤답니다."
"예~, 그런데 무슨 일로 찾으시나요?"
"예~,우리 협회에 등록하고 나오면 신체에 맞는
기술도 가르쳐주고 취업도 알선해 준답니다.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여기 의자에 잠깐만 앉아계시면 데리고 오겠습니다."
민지는 2층으로 올라가면서 생각을 했다.
"그래, 맨날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것보다
장애자협회에 내보내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길수야!
장애자 협회에서 기술도 가르쳐주고 나중에
취업도 시켜준단다.
그 아저씨도 한쪽 다리가 아예 없단다.
그러니까 내려가서 인사를 드리도록 하자꾸나!"
민지는 길수를 억지로 끌고 나왔다.
길수는 그 아저씨도 다리가 없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밖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마길수라고 합니다."
"아이고 얼굴도 미남이고 상체는 튼튼하구먼
뭐라도 배워서 먹고살아야지 안 그런가 마군!"
"아이고 선생님!
제발 우리 길수를 데리고 가서 기술을 좀
가르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예~, 걱정 마세요 어머님!"
이튿날부터 길수는 목발을 짚고 장애자 협회로
출근을 했다.
길수가 집 밖으로 나간 것은 십 년 만이었다.
민지는 참으로 다행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민지의 오판이었다.
길수는 그곳에 나가고부터 뭔가가 이상했다.
가끔씩 술도 마시고 들어왔고 몸에서
담배냄새까지 풍겼다.
민지는 행여나 길수가 삐뚤어질까 해서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길수야!
기술을 배우는 것은 좋지만 나쁜 짓을 배워서는
안된다 길수야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엄마!"
길수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길수는 날이 갈수록 해가 바뀌고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길수가 다니는 장애자 협회는 일반 장애자에서
상이군인까지 많은 회원이 있었다.
정부나 사회단체에서 지원금이 들어왔지만
그들이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들 일부는 가게를 돌아다니며 동냥이 아닌
행패로 돈을 뜯어낸다는 소문도 돌았고
순경들도 그들을 함부로 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길수는 장애자라는 자격지심에 내성적인 성격이
되었고 그들을 만나면서 동지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과 어울리며 술과 담배를 배웠고
심지어는 대마초까지 피우게 되었다.
길수는 인생을 포기한듯한 장애자들의 비애를
자신과 결부시켜 그들과 똑같이 어울렸고
길수의 몸과 마음은 갈수록 피폐해졌다.
민지는 달래고 또 윽박지르고 했지만 길수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남편도 죽고 자식까지 이지경에 이르자
민지도 마음을 가눌 수 없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 술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좀 어지럽지만 기분은 좋은데 안 그래 민지야?"
민지는 해가져도 길수가 돌아오지 않으면
술도가에서 막걸리를 사다가 자문자답을 하면서 마셨다.
민지도 결국엔 갈팡질팡 하는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술에 의존하는 날이 점점 늘어갔다.
민지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도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잠들었다.
길수는 그날 친하게 지내던 같은 장애자 회원
진희가 생일이라서 함께 어울려 술을 마셨다.
진희는 육이오 동란 때 너무도 배가 고플 때 길가에
떨어진 초콜릿을 주우려다 전차 바퀴에 팔목이
깔려 절단되었다.
그래서 진희는 왼쪽팔 절반이 없었다.
진희는 자기 생일날 길수와 잠자리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술에 취한 진희는 길수의 생일선물이 고맙다면서
답례로 아무도 몰래 비닐에 싼 대마초를 건네주었다.
"진희야!
그런데 오늘 나하고 같이 자기로 했잖아!"
"미안해 길수야!
내가 술이 너무 취해서 우리 다음에 하자 길수야!"
"그래 알았어 진희야!
다음에는 꼭 약속을 지키는 거다 알았지?"
"그래 알았어 길수야 안녕!"
진희는 길수의 총각 딱지를 떼어준 장본인이었다.
길수는 술에 취해서 진희의 환상 속에서
헤매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길수는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와 예전에 피워본
대마초의 맛을 잊을 수 없어 다시 피우기로 했다.
길수는 2층으로 돌아오자마자 계단 앞에서
대마초를 길게 흡입을 하면서 피웠다.
안 그래도 술에 취한 데다가 대마초를 피우고
진희를 품는 환상에 빠져들었다.
길수는 휘청거리며 거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진희가 방문을 열어둔 채로
큰방에서 자고 있었다.
그것도 속이 비치는 잠옷만 걸치고 자고 있었다.
길수는 진희의 요염한 모습을 보자 성적 욕구가
불끈 솟아올랐다.
길수는 방으로 들어가서 진희를 덮치고
바로 옷을 벗기고 성행위를 시작했다.
방 안에서 잠자고 있던 사람은 진희가 아닌
길수의 엄마였다.
길수는 술과 대마초를 피운 후 착각에 빠져서
엄마를 진희로 착각을 했던 것이다.
민지는 술이취해 자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나
잠시 성재와 잠자리를 하는 꿈 속에 빠졌다.
그때 욕정을 풀고 일어서는 길수를 보고
기겁을 했다.
민지는 그 순간 깜짝 놀라 취중에서 깨어났다.
"아니 길수 이놈아!
너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이놈아!"
어이가 없던 민지는 목베개를 집어서 길수에게
냅다 던져버렸다.
나무로 만든 목 베개는 길수의 머리를 강타했다.
민지는 울부짖으며 손에 집히는 데로 물건을
길수에게 집어던졌다.
그때서야 길수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길수는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길수는 진희와 엄마를 착각해서 성적인 욕정을
풀었다는 자각증세를 어렴풋이 느꼈다.
민지가 미친 듯 소리치며 울부짖자 길수는
목발을 찾아서 짚고 밖으로 도망쳤다.
길수는 구멍가게에서 소주 됫병을 사가지고 뒷산
곰바위로 올라갔다.
뒷산 곰바위는 길수가 친구들에게 절뚝바리라는
놀림을 받았을 때 자주 올라와 있던 곳이었다.
길수는 소주를 연신 입으로 가져가며 생각을 했다.
진희와 술을 마신 것과 대마초를 선물로 받은 것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면 내가 술에 취한 채 대마초를 피우고
진희와 엄마를 착각한 것인가?"
길수는 돌이킬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계속해서 소주를 들이켰다.
이미 술에 취했고 대마초까지 피운 데다 계속해서
소주를 마신 길수는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한편 민지는 허망한 일을 겪고 나서 머릿속이
혼미해졌다.
"아니, 이 일을 어떡하면 좋으냐 민지야!"
민지는 허탈감에 혼자서 중얼거리며 단지 속에
막걸리에 퍼다가 마셨다.
민지는 술에 취해서 이불 위에 토하고 다시 또
술을 퍼마셨다.
정신을 차릴 수 없도록 술에 취한 민지는 기절을
하다시피 그대로 엎어져서 잠들었다.
민지는 이튿날까지 술과 잠에서 깨어나지를
못했다.
민지는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다.
민지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기어가다시피 해서
문을 열었다.
밖에는 순경 두 사람이 민지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순경 아저씨, 무슨 일인가요?"
민지는 그 말을 하면서 수돗가로 기어가서
또 토를 했다.
민지는 바가지로 물을 퍼서 정신없이 마셨고
그래도 정신이 들지 않아 머리에도 물을 퍼부었다.
민지는 미친 여자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두 사람의 순경은 질문을 해도 소용없다는 듯
민지를 주시하고 있었다.
"아주머니, 이제 정신이 좀 돌아오셨나요?"
"예~에, 순경 아저씨!
어쩐 일로 우리 집에 오셨습니까?"
"예~, 아주머니!
혹시 다리에 장애가 있는 청년이 아드님인가요?"
"예~, 우리 아들 길수도 장애자가 맞는데요!
무슨 죄를 저질러서 잡으러 오셨나요?"
순경은 민지가 어느 정도 정신이 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저~, 아주머니!
오늘 아침에 곰바위 아래에 사람이 죽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을 했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 집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서 찾아왔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이세요?"
민지는 오락가락하는 정신에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 계속해서 물었다.
순경은 손짓을 해가면서 민지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제서야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들은 민지는
미친 듯이 순경의 팔을 잡고 몇 번씩이나 되물었다.
"그래서요!
그래서 우리 길수가 어떻게 됐다는 겁니까?"
순경은 민지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자초지종
얘기를 해야 했다.
"참으로 송구한 말씀입니다 만,
아주머니께서 사망자 신원확인을 좀 해주세요!
사망자는 우선 리어카로 지서에 옮겼습니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순경의 말을 이해한
민지는 수건으로 얼굴과 머리를 메만지고
옷을 찾아서 입었다.
민지는 그때까지도 술이 깨지를 않아 비틀거리며
순경을 따라갔다.
순경은 할 수 없이 민지를 부축해서 지서로
데리고 가야 했다.
순경은 지서 화단 옆에 가마니를 들추고 길수의
시신을 민지에게 보여주었다.
"아주머니, 자제분이 맞는지 확인을 좀 해주세요!"
가마니에 쌓인 길수의 시신을 본 민지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만 끄덕였다.
"예~, 우리 아들 길수가 맞아요 맞아!"
민지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주머니, 마음이 아프시겠지만 몇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자제분은 언제쯤 집에서 나갔는가요?"
민지는 사실대로 말을 할수가 없어 한참을
머뭇거리다 대답을 했다.
"어젯밤 안 좋은 일로 아들과 다투고 둘 다
술을 마셨습니다.
저는 술이 너무 취해서 그대로 잠들었고 제가
아들을 나무랐더니 아들은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면 그 이후로 자제분은 집으로 들어오지를
않았나요?"
"그것은 저도 술에 취해 잠이 들어서 모릅니다."
"예~,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러면 사망경위 조서를 꾸밀 테니 아주머니는
조서를 확인하고 지장을 찍어주세요!"
민지는 말을 할 수도 없이 허탈해서 고개만 끄덕였다.
지서 책상에서 한참 조서를 꾸민 순경은 확인을
시켰고 인주를 가져와서 조서에 지장을 받았다.
"저~, 아주머니!
자제분 시신은 어떻게 처리를 하실 건가요?"
민지는 계속해서 허망하게 벽을 바라보고 있다가
대답을 했다.
"저~, 남편도 얼마 전에 최장암으로 죽고 없답니다.
그러니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제가 돈은 드릴 테니 사람을 사서 우리 길수를
뒷산 양지바른 곳에 좀 묻어주세요!"
"예~, 사정이 그렇다니까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민지는 밖으로 나와서 한참 동안 길수를 쳐다보다가
실성을 한 듯이 비틀거리며 지서를 나왔다.
민지는 어떻게 집에까지 왔는지도 모르고
동네를 빙빙 돌아서 해가 져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길수는 술과 대마초에 취해 곰바위에서 잠들었고
속이 뒤틀려 몸부림치다가 바닥으로 추락해서
죽은 것이다.
민지는 집으로 돌아와서도 멍하니 벽만 쳐다보았다.
민지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허망한 일을
겪은 채 남편과 자식을 잃고 결국 정신병자가 되었다.
어느 날 성당 뒷산 곰바위 느티나무 근처에
동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목을 매단 채로 바람에 흔들리는 민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엄마와 자식이 며칠 사이로 죽어나가자 동네에는
온갖 추측과 괴소문이 떠돌았다.
며칠 사이로 다시 찾아온 순경은 시신을 수습했고
서류를 뒤져 밀양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전보를 쳐서 알렸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조성태와 아내는 택시를
불러 타고 지서에 도착했다.
민지의 시신을 본 민지 엄마는 기절을 해버렸고
조성태는 뒷짐을 진채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조성태의 눈에도 허망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조성태 역시 순경에게 사람을 사서 민지의 시신을
묻어달라는 부탁을 하고 아내를 부축해서 민지 가족이
살던 집으로 갔다.
풍지박산이 난 집안에는 이미 소문을 들은
도둑들이 살림살이를 모두 도둑질해서 가져갔다.
조성태는 맨 처음 집을 소개해준 복덕방으로 가서
집을 내놓았다.
"집 정리와 청소를 해주시고 계약이 성사되면
이 주소로 전보를 쳐주시면 제가 다시 오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조 선생님!
일이 이지경이 되었으니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조성태는 그 돈을 지불하고 밀양으로 돌아갔다.
비운을 짊어진 마 씨 집안사람들은 하나 둘
그렇게 죽어나갔다.
육이오 동란 이후로 암울한 시절을 살아낸 사람들의
정신건강은 쉽게 파괴되었다.
굶주림으로 아사한 사람도 많았지만 전쟁통에
가족과 자식을 잃은 사람 중에는 정신병자도 많았다.
결국엔 아버지 마진태도 전쟁통에 죽었으며
성재와 민지 그리고 아들 길수까지 모두 다 죽었다.
대대로 단명을 한 마진태 집안의 대가 그렇게 허망하게 끊어졌다.ㅁ
*아래는 국가기록원에 관리 등재된 사진입니다*
첫댓글
이제 수정까지 모두 마쳤으나
뭔가가 부족한것 같은 마음이들어
작가로서 아쉽답니다. 저의 졸작을
관심있게 봐주신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