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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에 대하여
1. 복지정책
인구가 1억 3천만명 세계 6위다. 땅은 남한의 4배, 한반도의 1.9배다. 서울과 부산은 450km인데 일본의 땅길이는 4000km다. 세계 강대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구감소를 막아야 한다는 정책으로 유아복지정책이 잘 되어 있다. 출생신고를 하면 3일후에 300만원이 통장에 들어온다. 금년부터는 350만원이다. 자국민, 타국민 모두 준다.
만 6세까지 병원비가 무료다. 부친 소득 명세서를 떼오라 하여 규정에 따라 주는데 거의 다 해당된다. 그 후는 무조건 무료다. 가이드 김정훈님이 후쿠오카에 살 때 1270g의 미숙아를 낳아 신생아실 입원료가 한화 3천만원인데 10만원만 냈단다. 출산율이 1.8명, 한국은 1.2명으로 사실은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더 심각하다. 500g 미숙아까지 살려낸다. 경제적으로 해결되니까 산모들이 웃으며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소득이 20만엔인데 30%는 세금내고, 실제로는 15만엔이다. 일본인들은 그걸 당연시한다. 모두 무료니까 그렇다. '알면 알수록 무서운 나라' 라고 일축한다.
첫번째 아이 생산하면 월 5만원씩, 두번째도 월 5만원씩, 세 번째 아이는 월 15만원씩 아이 셋이면 월 20만원씩 통장에 입금된다. 왜 그러느냐고 하니 아이를 5천만원 투자하면 후일에 고교 졸업 후부터 80세까지 살며 5천만원보다 더 기여한다는 것이다. 인구가 떨어지면 세계경쟁력에서 떨어진다고 철저히 관리한다. 아이 셋인 집이 많다. 아이가 태어나도 걱정이 없다. 탁아소로부터 모든 시스템이, 맞벌이에게는 유치원비까지 주니 말이다.
2. 문화
일본은 8월 15일이 한국의 구정과 같고, 1월 2일까지 연초가 한국의 추석과 같은 명절이다. 일본 전국민이 움직여 신사에 가서 기도하는 기간이다. 지구상에 호적을 가진 나라는 한국과 일본 단 두나라다. 한국 호직처럼 성이 앞에 오고, 이름이 뒤에 오는 것도 똑같다.
모든 것이 예약문화다. 택시도 거리에서 잡지 않고 전화하면 5분 안에 온다. 식당도 예약이다. 그 시간에 안 가면 전화해야 하고, 당겨서 가도 전화해야 되고, 안 가도 식비 50%를 부담한다.
치안은 상당히 좋다. 뒷골목만 아니면 위험치 않다. 속임수가 없다. 정찰제라서 속임을 당하지도 않고, 자국이든 외국인이든 택시기사도 동일한 요금으로 한다. 길거리에서 행상하는 것도 없고, 상도에 대해서는 깔끔한 나라다.
섬나라, 사방으로 바다가 가로막은 영토에서 세계 열강국 대열에 진입한 것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리라. 모든 정책과 경제가 우선이었겠지만 선진문화의 몫도 컸으리라. 안정감이 흐르는 빛 고운 문화다.
3. 교통 및 자동차
운전석도, 도로도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영국계 나라, 세계 7개국이 그러한데 일본은 동양계이면서 유일하게 반대다.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고 차도, 사람도 모두 우측통행이다.
교통요금이 상당히 비싸다. 오사카에서 도쿄가 서울에서 부산 거리인데 버스 요금이 20만원이다. 한국의 4배다.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한국 여행을 많이 온다. 북해도에 가려면 항공료만 100만원이다. 국내 비행기값이 한국, 중국 가는 것보다 더 비싸다. 나라 모양이 상, 하로 길게 늘어져 있어 국내 거리가 멀어서이기도 하다.
일본은 교통사고가 안 날 것 같은데도 많이 난다. 한국이 교통사고가 많다 해도, 오히려 한국은 날 것 같은데 안나는 편이다. 그래서 버스 앞자리 좌석은 두 줄 정도 비워두고 다녔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30분에 3만원, 주차료도 최하 1만원, 그래서 시간이 남아 한 코스 더 구경하고 싶어도 운전기사에게 무리한 요구다. km 수가 기록되어 정해진 코스 외엔 못 간다.
우리가 내린 나고야는 한국의 울산이다. 즉 자동차 회사인 도요다가 있어 1년에 900만대 생산한다. 한국은 1년에 총 200만대 생산량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자동차 생산국이다. 자동차 번호판도 세 가지 색이다. 노란색은 마티즈와 같은 경차, 흰색은 일반 차로 배기량이 1000cc인 차, 초록색은 영업용 차다. 경차가 많다. 나고야만 해도 20%는 경차를 몬다. 바로 이웃나라인데 교통체계와 경차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신비롭다.
4. 경제 개념과 직업관
일본 맨션은 20평내로 짓는다. 아무리 부자도 20평대 아파트에서 살고 돈을 저축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있어도 허황된 집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한국처럼 40평, 60평은 재벌사장 외에는 상상도 못한다. 80평짜리는 유지비만도 1년에 2천만원이다.
불황이 없는 나라다. 전년도에 비해 못하다는 것이지 절대로 불황, 마이너스 성장은 아니다. 나고야 인구가 220만명인데 불황을 모른다. 울산처럼 차 사업이 많고, 자동차만 수출해도 한국 전체 수출과 동일하다. 경제가 우리보다 10배 좋다.
그래도 이 나라 사람들은 상당히 검소하고 소박하다. 외형적인 집에서, 시가지 풍경에서 그런 느낌을 준다. 점심도 아주 간단히 김밥, 단무지 정도 사들고 회사 사무실에 가서 먹는다. 항상 검소한 식사를 한다. 밑반찬도 추가로 시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해외여행도 2회 정도 한다. 석유비축량은 한국은 3개월인테 일본은 6개월 분이다. 항상 안정적인 경제 생활이다. 이곳 주부들은 모두 일한다. 1일 5시간 노동에 매월 100만원 정도 번다. 맞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은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다. 한국은 중산층이 없어지지만 일본은 평준화다. + 성장만 아닐 뿐 경제는 계속 성장한다. 퇴직 후 경비나, 주차 요원으로 일하는 노인 남자가 그 직업을 영광으로 여기는 나라다.
5. 교육과 진로
고속도로에서 젊은 이십 대의 청년이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것을 보았다. 가이드는 말했다. 트럭 운전수의 월급이 400만원이라고. 저들의 집에 가면 억대의 자가용이 있다고. 담배까지 피우는 여유를 보인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저렇게 젊은 나이에 물건을 수송하는 트럭 운전수를 한다는 것도, 월급이 400백만원이라는 것도. 한국의 현실로는 대학을 가기 위해 목매다는 연령이고, 어디 트럭 운전수의 월급이 그렇게 많던가. 일류대학은 나와야, 꼭 대학을 나와야 잘 살 수 있다고 인식되어 있지 않은가.
이곳 사람들은 꼭 대학을 가려하지 않는다고 한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고교 졸업 후 맞는 진로를 찾아 취업하여 돈을 번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배움을 접고 돈을 번다는 것이 쉬운 일일까. 더 높은 의식으로 살고 싶을 텐데, 고보다 현실을 더 직시하고, 자신을 깨닫고, 일찍이 생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것이 대단한 용기로 보였다.
6. 안전 제일 주의
한 명이 공사하면 두 명이 안전요원으로 서 있는 나라다. 그만큼 안전제일주의다. 길가에 불법주차는 볼 수가 없다. 5분만 세워두면 끌어간다. 20분에 주차료가 100엔, 그래도 안전을 우선하여 반드시 주차장에 세워둔다.
택시를 잡는 것도 길가에서 손들어 잡지 않고 전화를 하면 5분 내로 온다고 한다. 아파트 베란다 유리창도 비상시 탈출구로 사용하기 위해 달지 않는다. 옆집과의 벽도 나무 합판 한 조각 세워두고 있다. 화재나 지진이 발생하면 연장으로 툭툭 부수고 건물 끝의 계단으로 탈출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눈을, 귀를 놀라게 한다. 아무리 보아도 아파트 베란다에는 유리창이 없다. 자신의 편안함보다 전체의 안전을 우선하는 국민의식이 자연환경으로만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을진대, 참으로 아름다운 정책, 아름다운 삶이다.
7. 지진과 화재 대비
지진이 많은 나라, 그래서 여행 중에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10초는 견디지만 40초였을때는 무섭더라고. 가이드는 경험담을 말한다. 그래서 이 나라는 모든 건물을 지을 때 지진, 또는 그로 인한 화재에 대비하여 짓는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고층건물이 없다. 대부분 소형주택에 거주하고, 빌딩은 아주 높은 것 극소수 외에 거의 다 저층이다. 아파트에 베란다 유리창이 없는 것이 또한 큰 대비책이다. 구조시 유리창이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놀라운 것은 이웃집과의 사이에 우리나라처럼 두터운 벽이 아니라, 얇은 나무 합판으로 칸막이한 것이 경계선이다. 화재가 났을 때 끝쪽의 비상계단으로 이동할 때 툭툭 밀어 부수고 탈출하기 위해서다. 한국에 오면 베란다 샷시 유리창문을 보며 의심스런 눈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 나라는 안전이 첫째다. 2∼3년 내에 지진이 온다 해서 집은 작게, 규격에 맞춰서 짓고 건물은 낮거나, 아주 10층 이상 고층으로 짓는다. 4∼5층 건물은 큰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나고야나 오사카는 일본의 제2, 제3의 도시인데 믿기지 않을만큼 높은 건물이 없다. 주택이 평야를 이루고 어쩌다 나무 한 그루 솟듯, 고층빌딩 하나 보일뿐이다. 일본이 집값이 비싼 이유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도 지진이나 화재에 대비하여,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 있다.
8. 기후
한국보다 아래에 있는 나라이니 당연히 포근하리라고 예상은 했다. 부산과 동일한 위도상에 걸쳐 있는 오사카 주변의 날씨는 상당히 온후했다. 섬나라여서 바람이 좀 불 때를 빼고는 1월의 날씨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 바다로 둘러싸여 기후가 큰 추위를 막아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나고야에서 햇볕이 쨍쨍나고, 눈이라도는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교토로 가는 산간지대에서 큰 눈더미와 앞이 보이지 않는 눈발을 보았다는 것이다. 두 도시가 그리 먼 곳도 아니고, 지대가 그리 높은 곳도 아닌데 같은 나라에서 기후 차이가 그리 심할까. 들녘에도 벼를 벤 둥치만 보였는데 온통 하얀 눈으로 소복하다. 설경이 아름답다는 것보다 기후 변화에 신비롭다.
하얀 설산이 점점 푸르러지더니 교토에 진입할 때는 다시 눈이 없는 햇살의 풍경이다. 사실 일본의 지형은 위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져 있어 저 위쪽 지방에는 폭설이 내려 난리다. 일본이라 하여도 지방에 따라 기후 차이가 심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셈이다.
9. 물
수돗물을 그냥 받아 먹어도 될만큼 물이 좋은 나라다.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에서 어찌 물이 그리 좋을까. 실제로 어느 곳에서든 수돗물을 손으로 받아 먹었다. 물론 기분이 내키지 않는 사람은 생수를 사 먹는다. 그러나 호텔에서도, 공공 기관 화장실에서도 그냥 받으 먹은 물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이 활화산 지대로 땅에서 솟는 물은 모두 몸에 좋은 온천수란다. 각 가정의 욕식물도 다 몸에 좋은 온천수인데 다만 일본은 화장실이 좁아서 동네의 온천장에 가서 목욕하는 것 뿐이다. 우리가 간 이세의 네무노사토 호텔 온천장의 물은 입에 넣어보니 간기가 조금 느껴졌다. 뉴잴랜드 폴리네시안 노천 온천욕에서는 유황냄새가 났는데 그와는 다른 물이다. 아무튼 일본은 전역의 물이 온천수라는 사실에 놀랐다.
물의 축복을 많이도 받은 나라다. 바라보기에는 연약한 섬나라인데 신은 또다른 축복으로 삶을 행복하게 이끌고 있다.
10. 농지정리
도시 외곽에서 완전 시골의 평야까지 다 둘러보았다. 도시와 도시간의 이동이 3∼4시간 걸리는 곳도 있어 일본의 들녘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모두 한결같이 농지 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넓은 논은 말할 것도 없고, 산 계곡, 집 주위 작은 텃밭까지 자로 재어 만든 땅처럼 반듯반듯하다. 그리고는 어떤 곳은 경계선을 시멘트로 죽이어, 둑처럼 늘여놓은 곳도 있다.
어찌보면 일본인의 무서운 힘이 서린 것 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일본인들의 깔끔한 성격, 정확하고 철저한 국민성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하다. 겨울 채소가 자라는 곳도 정형화되어 있다. 비닐 하우스도 둥근 것도 있지만 삼각지붕으로 집처럼 아주 단단해 보이는 것도 있다.
어디를 보아도 다부진 나라다. 외형의 반듯한 농지 정리는 그 일부이겠지만 탄탄한 나라다.
11. 도시와 농촌의 생활
도시나 농촌이나 똑같이 개발되어, 동경이나 시골이나 풍경도 동일하고 생활 수준도 비슷하다. 자동차도 동일한 비율(%)로 소유하고 있다. 차종까지도 비슷하다. 그만큼 농촌의 소득이 높다는 뜻이다. 가이드는 '굉장한 나라' 라고 일축한다. 농촌의 삶이 행복해야 선진국임을 강조하는 나라다. GNP가 3만불로 한국의 1만 5천불에 두배다. 한국보다 2배 부자다. 도시와 농촌 구별 없이 그렇게 잘 산다.
가옥 형태도 도시나 농촌이 다 똑같다. 나고야 도심에서 본 주택이 여행을 마치는 순간까지 똑같은 모습이다. 오히려 농토가 넓은 시골의 주택이 더 크고 여유로와 보인다. 농산물 값이 1년 내내 동일한 나라다. 토마토가 겨울인 지금도 2개에 천원 정도, 여름에도 그 값이란다. 그만큼 농가의 농산물에 대하여 충분한 보상을 해 준다는 해석이다. 그러니 굳이 농촌을 떠날 이유가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쌀 수매 파동과 같은 분란은 상상도 못 하는 나라다.
농촌이 잘 살아야 함께 행복하고, 선진국이라고 여기는 일본의 경제정책이 우리나라에도 적용될 수는 없을까. 짧은 단상으로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12. 언어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다.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세계적으로는 영어가 최고라는 것은 알고 있다. 심지어 호텔 종업원도 개인적인 용무로 불렀을 때 영어를 쓰지 않고 일본어만 썼다. 곳곳 간판에도 영어는 그리 많지 않다. 거의가 한문을 병행한 일본어다. 우리로서는 한문교육을 받았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여행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한문도 중국은 그들만의 간자체로 변용시켜 읽기가 어려운데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한자 그대로여서 읽기도, 해석하기도 아주 쉽다.
일본말 두 가지를 배웠다. '잘 부탁합니다' 는 '요로시구오네가시와', '고맙습니다'는 '아리갓또' 이 두 단어만 사용했다. 상가에서도 호텔에서도 모두 그들의 언어만 사용한다. 면세점에서 한국직원이 우리 말을 쓰는 것 외에는 일본어 밖에 듣지 못했다. 영어로 간단한 것을 물어도 답변은 일본어다.
어떻게 이해할까. 미국과 그리 친근한 사이이면서도 영어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음은 그만큼 외교에서도 자신이 있다는 것인가. 좀 불편하지만 대단해 보인다.
13. 종교
그들만의 독특한 종교가 있다. 기독교는 전 국민의 5%, 몇 백만 명이고 대부분 신교를 믿는다. 즉 신사에 가서 기원하는 종교다. 일본 전역에 2만여개의 신사가 있고, 신사는 도심 곳곳에서 자주 만난다. 자기 집에서 가까운 신사에 가서, 수시로 소원을 빈다. 기독교인일지라도 신사에 가서 빈다. 특히 아이가 탄생하면 무병장수하길 빈다.
신사참배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신사참배는 과거를 뉘우치지 말고, 옛날처럼 힘을 쓸 때를 기다려보자는 다짐이다. 고이즈미는 절대적 우익이다. 할아버지가 장군인 사무라이 집안으로 조상이 모두 정치적인 우익이어서, 우리에게는 안 좋은 편이다. 중국, 한국 수상에게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자고 하지 않아 중국 수상이 그냥 가 버렸다고 한다. 한 나라에서도 서로의 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국가끼리에서야 상대국의 종교를 어찌 이해하겠는가.
그러나 과학 문명이 발달한 투명한 시대에 아직도 원시적인 방법으로 종교에 집착해 있다는 이미지다. 신사에 모신 신도 돌, 인물 등 각기 다르다니, 하나님 하나를 섬기는 기독교가 더 바람직한 종교가 아닐까 싶다. 교회는 교토에서 단 하나만 보았다.
14. 화장실
해외 여행을 하다보면 화장실에 대해서도 참 호기심이 크다. 특히 여자 화장실은 물 내리는 버튼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운다. 일본 역시 그랬다. 물 내리는 버튼이 변기와는 전혀 상관 없는 곳, 먼곳, 옆면 벽에 장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손잡이로 내리거나 다른 나라와 같이 변기 위에 큰 누름장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는 작은 버튼 위에 물 내리는 곳이라는 한문 글씨를 섞은 일본어 설명이 붙어 있다. 세정(洗淨), 세유(洗流) 등 한문을 학습한 우리로서는 충분히 판독하는 구절이다.
차츰 익숙해졌을 때 그 편리함을 깨달았다. 앉아서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용무를 쉽게 마칠 수 있다. 화장실 문화가 그 나라의 문화라 했던가. 깨끗하고, 모든 기기들이 잘 설치되어 있어 선진문화를 느끼게 한다.
15. 한국에 대한 사고
한국 여권은 국제적으로 500만원에 팔린다. 180개국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비자까지 받은 여권은 1000만원에 거래된다. 미국 비자가 까다롭기 때문에 비싸게 거래된다. 중국 여권은 각 대사관에 직접 가서 비자를 내야 하므로 관심없다. 그만큼 한국의 국력이 강하고 위상이 높아졌다는 해석이다.
그에 기여한 사람이 배용준이다. 어느 외교관도 못하는 외교를 완성했다. 전에는 한국인이라는 말을 하면 어느 먼 나라로 여겼는데, 지금은 한국이라 해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배용준 닮은 가발을 남편 머리에 씌워보며 사고, 그에 대한 물품을 소지하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긴다. 그 외 보아, 조용필, 김연자, 계은숙 등의 연예인들도 눈부신 활약을 한다. 20대는 보아, 40∼50대는 배용준을 좋아한다. 계은숙의 '참새의 눈물' 가요도 인기다. 배용준 사진첩은 25만원 2천부 한정판매인데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부시가 와도 생중계는 안하는데 배용준이 오면 헬기가 떠서 배용준 차를 생중계하며 따라간다.
그러나 일본인은 한국에 대해 관심없다. 이웃이면서 먼 나라로 알고 산다.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은 정상회담을 안 한다. 한국은 독도 문제 이후, 중국도 마찬가지로 영토문제와 과거사 문제로 소원한 관계다. 그래서 잘해보려고 한국인 무비자 입국 허가가 작년엔 금년 2월까지인데, 금년 3월부터는 영구무비자다. 고이즈미가 올해 재선 가능 확실한데, 그러면 개혁은 계속 추진되고 한, 중과는 불협화음이 계속될 것이다. 반대 정치인은 같은 아시아에서 어찌 한, 중을 빼고 정치하냐고 공격하여 그가 당선될지는 불투명하지만 기대된다. 어떤 국가와든 과거사로 다투지 말고 현명한 외교로 서로에게 발전되는 방향으로 사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더욱 큰 노력이 필요하리라.
16. 장례문화
천황 한 사람만 빼고 이 나라 사람은 사후에 모두 화장한다. 땅값이 비싸서 묘지를 쓰지 못하고, 요즈음은 자연 훼손 공해라 하여 뼈도 뿌리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가족 납골당식으로 장례를 치른다. 비석돌을 들어내면 고조부 때부터 묻어놓은 뼈가루 항아리가 있다.
좋은 나라에서 행하는 장례문화라지만 동일한 현실의 좁은 우리나라는 안일한 장례문화가 아닌가 싶다. 화장이 의무도 아니고, 유골은 아무데나 뿌리고, 선산이 있는 사람들은 둥그런 묘소를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공동 묘지도 산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 민가 단지에 있다. 무슨 비석 공장인가 싶어 물어보면 공동묘지란다. 화려하지도 않다. 그저 비석만 세워져 있을 뿐이다.
화장을 한다는 것, 납골당은 동네 안에도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오히려 그것이 행운을 불러온다는 것. 이런 장례문화는 본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