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씻는 빌라도 (1663)
마티아 프레티
마티아 프레티(Mattia Preti, 1613-1699)는 카라바조의 명암법인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와 사실적인 표현을 수용한 뒤 나폴리로 넘어가
베네치아 화파의 동적인 구성요소를 결합한 프레스코화로 명성을 쌓아
성 기사단 작위까지 받은 존경받던 17세기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이다.
극적인 명암대비를 통해 극적으로 처리된 조명은
인물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전달해준다.
프레티는 1661년에 몰타(Malta)에 정착하여 여생을 보냈는데,
1663년에 몰타에서 그렸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소장 되어 있는
<손을 씻는 빌라도>는 마태오복음 27장 19-26절이 그 배경이고,
빌라도가 자기의 무죄함을 밝히려고 손을 씻는 장면이다.
빌라도가 재판석에 앉아 있는데 그의 아내가 사람을 보내어,
“당신은 그 의인의 일에 관여하지 마세요.
지난밤 꿈에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큰 괴로움을 당했어요.” 하고 말하였다.
빌라도가 다시 “도대체 그가 무슨 나쁜 짓을 하였다는 말이오?” 하자,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하고 외쳤다.
빌라도는 더 이상 어찌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폭동이 일어나려는 것을 보고,
물을 받아 군중 앞에서 손을 씻으며 말하였다.
“나는 이 사람의 피에 책임이 없소. 이것은 여러분의 일이오.”
그러자 온 백성이 “그 사람의 피에 대한 책임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이 질 것이오.” 하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빌라도는 바라빠를 풀어주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넘겨주었다.(마태 27,19.23-26)
빌라도가 예수님께 사형 선고를 내린 곳은 총독 관저이고,
그는 총독 관저 로지아에 있는 자주색 재판관석에 앉아서 재판했다.
그런데 그가 입고 있는 의복은 17세기 몰타의 판사 복장이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선언하는 의미로 손을 씻으며 관람자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의 시선은 “만일 당신이 재판관이라면 어떻게 판결하겠소?” 하고 묻는 것 같다.
오른쪽에 어린 시종은 주전자로 물을 붓고,
왼쪽에 흑인 노예 소년이 쟁반을 받치며 빌라도를 바라보고 있는데,
그는 빌라도에게 “손을 씻는다고 죄가 없어지나요?” 하고 말하는 것 같다.
흑인 노예 소년의 등장은 지중해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던 몰타의 상황을 반영한다.
빌라도 아래 반짝이는 회색 갑옷을 입고 붉은색 망토를 두른 백발의 로마 장교가
팔을 허리에 대고 빌라도 너머의 광경을 보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희미하게 예수님을 십자가에 매달기 위해
군사들이 그분의 목을 개 줄처럼 맨 채 끌고 가고 있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던 군중들이 운집해 있다.
수난을 상징하는 자주색 옷을 입고 군사들에게 끌려가는 예수님의 뒷모습이 씁쓸하게 보인다.
군중들은 지금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있고,
빌라도는 손을 씻고 고개를 돌리는 행위로 자기 죄를 씻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