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Arles)
남프랑스의 휴양도시 아를은 비제의 가곡 ‘아를의 여인’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요즘엔
빈센트 반 고흐의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고흐는 이곳에서 15개월간 머물면서 무려 300점
이상의 그림을 그려내면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왕성하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
프로방스 지역의 강렬한 햇빛과 노란색은 고흐의 그림 중 가장 밝고 화사한 그림들을
그리게 하여서 해바라기 , 밤의 카페 , 아를의 도개교 , 정신병원의 정원 , 별이 빛나는
밤 같은 주요 작품들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아를의 캠핑장에 짐을 풀고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우리에게 도개교로 알려진
랭글로이 다리이다.
이 다리는 고흐에게 고국인 네덜란드를 생각나게 하였고 ,고흐는 이곳에서
여러개의 도개교 그림들을 그렸다.
푸로방스 지역의 밝은 햇살과 맑은 하늘을 기대하며 찾은 아를의 도개교는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었던 파란 하늘과 강물 , 밝은 노란색의 나무 다리는
보이지 않았고 대신에 잔뜩 흐린 하늘과 탁한 물, 그리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있는 낡은 다리만 남아 있었다. 아름다운 색감과 편안한 분위기의 그림과는
달랐지만 120년전 고흐가 이 장소에서 이젤을 세우고 그림을 그렸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차라리 고독한 삶을 살다간 고흐의 채취를 느껴보기에는 더
어울리는 날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랭글로이 다리에서 고흐가 입원해있던 생 레미의 정신병원으로 가는 길...
길 양 옆으로 늘어선 플라타너스 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생 레미에 도착하여 차를 주차시키고 걸어서 고흐가 입원하였던 정신병원으로 향하였다.
생 레미에서 정신병원까지 가는 길에는 고흐의 이젤이 놓여있던 자리에 그곳에서
그린 그림들이 판넬로 만들어 걸려있다. 차를 타고 갈 수도 있었지만 그의 그림
속에서 보이는 풍경과 그의 그림들을 감상하면서 일부러 정신병원까지 걸어서 찾아간다.
고흐가 입원하였던 생폴 드 모졸 정신병원 ...
그는 자원해서 1889년 5월부터 1년간 이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매표소가 있는 입구부터 고흐가 입원해있던 병실까지 그의 대표적인 그림들이 걸려있다.
병원 건물앞의 고흐 동상...
병원 건물에 있는 성당 내부...
생폴 드 모졸 정신병원은 원래 12세기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에서 세운 수도원이었는데
1800년대 생레미 의사 메르퀴랭이 수도원을 개조해 정신병원을 만들었고, 1차 세계대전
중에는 독일군의 생폴 수용소로 사용되었던 곳이라 한다.
정신병원의 안뜰은 로마네스크식의 아름다운 회랑으로 싸여있고 갖가지 화단은 꽃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건물의 벽은 약간 단풍이 물든 담쟁이 덩쿨로 덮여있어서 고풍스러운 느낌이 든다.
건물 내부로 들어오니 낡고 약간은 어둠침침한 분위기....
고흐의 복제 그림들이 걸려있는 계단을 올라 이층의 고흐 병실로 간다.
이층 복도에 있는 창으로 병원 뒤 뜰과 언덕위의 숲이 잘 보인다.
고흐가 아틀리에로 사용했던 병실과 침대....
벽에는 그의 그림들이 걸려있고 침대는 시트로 덮여있어서 썰렁하기만 했던 오베르의
하숙방보다 훨씬 더 친근감이 든다.
뜰이 잘 내려다 보이는 창문옆으로 이젤과 캔버스가 놓여있었다.
마치 고흐의 병간호를 하고 있는듯....
고흐의 병실을 나와서 안뜰을 지나 뒤뜰로 나가본다.
올리브나무와 소나무 등이 있는 뒤뜰엔 그의 그림을 보며 걸을수 있는 산책로도
만들어져 있다.
뒤 뜰에서 바라본 생폴 드 모졸 정신병원 전경
병원 앞의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서 준비해간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병원 근처의 산책로를 따라서 걷다보니 로마시대 유적들이 있어서 잠시 구경하고서...
다시 생 레미 마을로 돌아왔다...
이 마을은 고흐 말고 또다른 인물로도 유명한데 , 16세기의 의사이자 천문학자이고
예언자였던 노스트라다무스가 태어 곳이다. 지도를 보고서 골목길을 따라서 그의 집을
찾아갔다.
인적이 없었던 좁은 골목안의 한 집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는걸 보니 이곳이
그의 생가인것 같다.
노스트라무스의 생가는 안내판만 붙어있고 않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게하여서...
노스트라무스의 생가 앞에서 사진만 한장 찍고서....
다시 아를로 돌아오는 길에 근처에 있는 아비뇽 유수로 유명한 아비뇽의 구 교황청과...
님근교의 로마 수도교인 뽕 뒤 가르에 들렸다가 다시 아를의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오전 맨 먼저 찾아간 에스빠스 반고흐....
작품이 전혀 팔리지 않는다는 자괴감과 친구인 고갱과의 다툼등으로 정신병이발작하여서
자기 귀를 자르고 자진하여 입원하였던 아를의 정신병원이었는데 지금은 미디어센터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고흐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Garden of the Sanitorium ( 정신병원의 정원 )
지금은 병원이 미디어센터로 바뀌었지만 정원은 ‘정신병원의 정원’그림을 토대로
복원돼 에스파스 반 고흐(Espace Van Gogh)라는 이름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밤의 카페 테라스
아를의 포럼 광장에 있는 카페 반 고흐...
1세기가 넘게 지난 지금도 옛날 모습 그대로 노란색인 카페와 주위 모습은
그림과 거의 똑같았다.
이른 오전 시간에 가서인지 앉아있는 손님은 보이지 않고 주인만 혼자서 식탁을
세팅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앉아서 차라도 한잔 마시며 고흐의 흔적을 느끼고 왔어야 하는데
이른 오전의 조용한 분위기와 비싼 차값에 카페 앞에서 잠간 서있다가 사진 한장만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이 카페에서 그림속의 분위기를 느끼려면 아무래도
저녁 무렵에 와야할 것 같다.
반 고흐를 사랑하는 화가들이 고흐의 작품들을 다시 자기만의 화풍으로 작업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반 고흐 재단(Foundation Van Gogh)...
화, 수, 목, 금요일에만 문을 연다.
고흐의 기념비가 있는 아를 시내의 퍼블릭 공원....
Entrance to the Public Garden in Arles
고흐는 아를에 머물면서 위에 소개한 그림들 외에도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아를 시내에는
고흐의 작품 속 공간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아를에 있는 고흐의 흔적을 추적하면서
론강의 별밤 ,알리스캉 , 고흐의 방 , 아를의 고흐의 집 - 노란집같은 유명한 그림을
그린 몇몇 곳은 찾지 못하였으나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본다.
알리스캉
아를 성벽 남동쪽에 있는 기독교인들의 공동묘지 알리스캉(Les Alyscamps)에는 입구에서
1.5km 떨어진 교회까지 가는 큰 길가에 플라타너스등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그 나무들 사이로 석관묘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곳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유명하였는데 고흐는 이곳에서 네 점의 작품을 그렸다.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
밤이 가장 아름다운 때인 9월에 아를의 젖줄인 론강가에서 그린 밤경치...
고흐의방
-The Yellow House
고흐가 아를에 머물렀던 그림속의 노란집은 2차대전때 폭격으로 무너져 그림속의
집은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로마시대의 유산인 붉은색의 기와지붕과 파스텔 톤의 창문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집들은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거리 곳곳에 살아 숨쉬는 고흐의 숨결을 느끼며 아를의 골목길을 걷다 보면
이젤과 화구를 메고 걸어가는 고흐를 만날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설레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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