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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는 이민지를 ‘제2의 카리 웹’이라고 부른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41승을 거둔 ‘백전 노장’ 웹(41)의 뒤를 이을
호주 여자골프의 희망이라는 의미에서다.
카리 웹도 자신을 넘어설 천재선수라며 그에게 애정을 쏟아왔다.
아마추어 시절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8)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라이벌로
‘호주의 리디아 고’라는 호칭으로도 통한다.
호주 팬들은
그가 언젠가는 리디아 고를 넘어 세계랭킹 1위에 오를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호주교포 2세 이민지(19·하나금융)에게 쏠리는 기대는
이처럼 희망으로 가득차 있다.
작년 2월
호주여자프로골프(ALPG) 오츠 빅토리아 오픈에서 우승하며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이민지는
9월 LPGA 투어 Q스쿨에서 재미교포 앨리슨 리(19)와 공동 1위를 차지,
2015시즌 투어 카드를 받고
성인 여자골프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기대에 부응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민지는 2015년 5월18일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 리버코스(파71·637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15번홀까지
이글 1개와 버디 6개, 보기 1개로 7타를 줄이며
합계 16언더파를 기록,
Q스쿨 동기 앨리슨 리에 4타 앞선 선두를 달렸다.
김효주, 류소연, 폴라 크리머 등 5명이
6타 차 공동 3위(10언더파)로 우승경쟁에서 벗어나 있는데다
이민지가 16번홀에서 버디 기회를 남기고 중단한 터라
사실상 우승고지의 8부능선은 넘은 셈이다.
경기 중단을 알리는 경적이 울린 뒤에도
퍼트를 해 또 1타를 줄이고
홀아웃 할 수 있었으나 이민지는 서두르지 않았다.
“내일 아침 좀 더 밝고, 깨끗이 관리된 그린 위에서 퍼트하는게 낫다는
캐디의 조언을 따랐다”며
생글 생글 웃어보인 이민지는
“마지막 마무리까지 잘 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며
생애 첫 LPGA 우승 각오를 다졌다.
1996년에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티칭프로로 일하고 있는 어머니 이성민씨(47)와
클럽 챔피언 출신인 아버지 이수남씨(47)로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물려받았다.
두 살 어린 동생도 고교 골프선수다.
한국에서 프로테스트에 응시하던 중
부모의 이민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이성민씨가
두 자녀를 일찍부터 골프선수로 키우면서 ‘
모녀의 꿈’은 시작됐다.
이민지의 장점은
부드러운 스윙과 퍼트,
평균 270야드를 웃도는 엄청난 장타력이다.
경기 중단 전 4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흔들렸던 이민지는
재개 이후 10개홀에서 버디 5개를 낚으며 단숨에 선두로 나섰고,
15번홀(파5)에서 투온에 이은 3m 짜리 이글 퍼트를 넣으며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 2015. 5. 18. 경향신문에서 옮김